내 몸의 지방 메신저, 쓸개즙~!
잘못된 다이어트, 쓸개에 담석 유발할 수도 있어
인체는 정교한 과학의 집합체이다. 현대 의학은 건강한 삶을 위해 인체의 과학적 원리를 규명하고 이에 입각해 수많은 질환을 치료하고 있다. 이에 사이언스타임즈는 인체 속에 숨어 있는 과학적 원리를 알아보고 스스로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인체 속 과학원리’를 연속 게재한다. [편집자 註]
인체 속 과학원리 곰의 쓸개인 웅담은 붕어즙, 굼벵이 등과 더불어 간에 좋은 보양식으로 알려져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세계소비량의 80~90%가 한국 사람들에 의한 것이라니 한국인들의 보양식 사랑이 가히 짐작된다. 그런데 이 쓸개가 정말 그런 힘을 내게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쓸개’는 그런 힘을 내게 하지 않는다. 힘의 원천, 에너지를 만드는데 기여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쓸개즙’이다.
▲ 담낭과 담도 ⓒ대한의학회
고효율 에너지원 지방, 지방 흡수의 전령 쓸개즙
지방은 탄수화물과 단백질에 비해 같은 양으로 2배 이상의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성분이다. 고효율 에너지원인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 몸은 지방을 어떻게 흡수하고 사용할까? 지방은 물에 녹지 않아 위장 관에서 물이 흡수되듯이 자연스럽게 흡수될 수 없다. 이런 지방의 특성을 고려해서 우리 몸이 준비한 것이 바로 쓸개즙이다.
쓸개즙은 음식을 통해 몸에 들어온 지방을 약 1μm크기로 잘게 부숴 작은 방울로 만든다. 이렇게 되면 소화 효소가 닿을 수 있는 표면이 넓어져 소화가 쉬워진다. 또한 소화된 지방을 감싸 미포(micelle)를 형성해 소장 상피세포의 미소융모(brush border)에 쉽게 흡수되게 한다. 쓸개즙은 지방을 캡슐에 싸서 전달해 주는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쓸개즙 생산은 간에서, 저장은 쓸개에서
그런데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담석증으로 쓸개 제거술을 받은 사람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에겐 쓸개즙이 없을까? 대답은 ‘아니요’다. 쓸개의 기능을 잃은 것은 사실이지만 쓸개즙의 기능까지 잃은 것은 아니다.
흔히 쓸개즙이라고 하면 쓸개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쓸개즙은 간에서 만들어져 분비되기 때문. 이는 간에서 해독을 포함한 대사를 진행하며 부산물을 운반하고 소장에서 흡수되는 지방의 용해와 소화를 돕는다. 반면 쓸개는 간에서 항시 생성되는 쓸개즙을 보관·농축시켜 놓았다가 지방 성분이 위를 통해 섭취되면 쓸개를 수축시켜 한꺼번에 저장됐던 쓸개즙을 분출한다. 즉, 쓸개가 없는 사람이라도 쓸개즙은 존재하는 것이다.
쓸개즙은 하루에 1,000cc 이상 분비되지만 쓸개 속에서 50∼60cc로 농축된다. 쓸개관의 길이는 2.8cm, 총담관은 6.7cm이다. 쓸개 내면의 점막은 가로 세로 방향의 가느다란 주름이 井자 모양을 이루고 있으며 점액도 분비된다.
쓸개즙의 색깔은 간에서 만들어진 부산물인 빌리루빈(bilirubin: 담즙의 적황색 색소)과 담록소(biliverdin)로 인해 녹색이 비치는 노란색이 된다. 이중 빌리루빈은 수명이 다된 적혈구의 혈색소가 부서지면서 생성된다. 이런 부산물들은 대장을 통해 배설돼 대변의 색을 어두운 갈색으로 만든다.
쓸개즙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지방 흡수를 돕는 것인데 이를 담당하는 성분은 수분을 뺀 쓸개즙의 65%를 차지하는 담즙산이다.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사용해 만들어지는 담즙산은 말단 회장에서 대부분 재흡수되어 간에서 다시 사용되고, 일부 대변을 통해 배설되는 양을 보충하기 위해 약 250mg~500mg을 간에서 새로 만들어 낸다.
▲ 해부학적 위치에 따른 담석의 종류 ⓒ보건복지부
잘못된 다이어트, 쓸개에 담석을 만들기도
담석은 쓸개즙에 의해 생긴 돌멩이이다. 쓸개에 쓸개즙이 정체되어 있을 때 쓸개즙의 구성 성분인 콜레스테롤, 빌리루빈, 칼슘염 등과 같은 물질이 뭉쳐서 단단한 돌과 같이 되는 것이 바로 담석증이다. 담석은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는데 콜레스테롤 담석이 약 80%, 색소 담석이 약 20%를 차지한다.
이런 담석증은 각각 구성 성분이 정상 때보다 과했을 때 발생하는데 그 원인으로는 혈중 콜레스테롤이 과할 수 있는 지방질 과다 섭취, 쓸개관의 감염과 염증 등으로 인한 빌리루빈 상승을 예로 들 수 있다.
미국에서는 부검결과를 종합하면 40세 이상 여성의 20%, 남성의 8%가 담석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유병률이 높다. 이는 지방질을 많이 섭취하는 생활습관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식생활 습관의 변화로 담석 환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05~2009년 ‘담석증’에 대한 심사 결정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담석증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09년 10만3천명으로 2005년과 비교해서 약 2만3천명, 연평균 6.8% 증가했다.
고령과 비만이 일반적으로 담석증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듯이 연령별 분석 결과, 2009년 기준 50대 이상이 66.1%로 고령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부분의 구간에서 남성대 여성의 비율은 1.0~1.2배로 큰 차이가 없었으나, 20~29세에서 특히 여성이 약 2배 많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담석증은 여성, 비만, 40대, 출산 경험이 많은 경우 등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젊은 여성들에서 증가하는 원인은 다른 데서 찾을 수 있다. 몸매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20대 여성의 경우 체형관리를 하기 위해 장기간 또는 단기간 과도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극단적으로 지방 섭취를 제한할 경우 쓸개즙이 배출되지 못하고 쓸개에 고인상태로 농축돼 결국 돌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젊은 여성층에서 담석증 환자가 남성에 비해 많은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 담석의 초음파 소견 ⓒ대한의학회
담석으로 인한 쓸개의 염증 담낭염
인체에 필요 없는 돌멩이가 생기면 여러 가지 증상을 유발한다. 주변조직을 건드려 통증을 일으키고 자극을 받은 조직은 방어기전을 발동해 염증까지 생긴다. 만일 담석이 쓸개에서 굴러 나와 쓸개관이나 췌관을 막을 경우, 황달을 동반한 담관염이나 췌장염도 유발할 수 있고 매스꺼움과 소화불량, 구토, 복부 팽만 증세를 보일 수 있다.
치료는 수술로 제거하거나 돌멩이를 녹일 수 있는 약을 투여하는 것이다. 또한 초음파를 이용하여 몸 밖에서 충격파를 보내 담석을 작은 가루로 깨뜨릴 수 있다. 치료방법을 선택할 때에는 담석의 크기와 위치 등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쓸개를 제거하고 나면 쓸개의 기능인 쓸개즙을 모아두었다 배출하는 기능이 없어진다. 그래서 쓸개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경우 효율적인 지방 전달 메신저, 쓸개즙을 효율적으로 배출하는 쓸개의 역할을 잃게 된다. 때문에 초기에는 지방 흡수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지방변을 보게 되고 수개월이 지나 신체가 적응하더라도 지방 흡수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 담석의 CT소견 ⓒ보건복지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담석의 원인인자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구화된 식습관을 개선하여 콜레스테롤 섭취를 줄이고, 비만인 경우 적정 몸무게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급격히 먹는 양을 줄이는 방법은 오히려 담석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운동을 반드시 병행하여 천천히 몸무게를 줄이는 것이 좋다. 고령으로 갈수록 담석증 발생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담석 유무를 확인하고 지속적 관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료출처-ScienceTimes/ 이웅철 의학칼럼니스트, 내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