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코스 ‘순천만' 없는 순천 여행
‘혼자 여행'의 장점은 남 신경 쓰지 않고, 내 취향에 맞는 코스로만 여행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여행 당일 기분에 따라 마음대로 계획을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전체 여행 기간 동안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처음 혼자 여행에 익숙하지 않을 땐 말동무가 없어 허전하고, 심심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행 기간 내 생각의 흐름에 방해 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좋았다. 이번에 떠난 순천 여행에서도 ‘혼자 여행'의 장점들을 최대한 누릴 수 있는 코스들로 구성했다. 우선 남들이 흔히 가고 싶어 하는/ 인터넷에 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순천 관광지들은 제외했다. 나는 이미 여러 번 순천 여행을 한 경험이 있고 그 때 순천만, 드라마 세트장 등 필수 코스들을 모두 다녀왔기 때문이다. 교통의 불편함, 함께 가는 사람 신경 쓰지 않고 ‘정말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을 다녀온 것이다. 또한 낮 시간엔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행지'로 코스를 구성했다. 나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트래블리더로 활동했던 일 년간의 여행 추억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낙안읍성
원형이 잘 보존된 성곽, 고즈넉한 분위기의 초가, 돌담길을 통해 옛 우리 조상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곳! 낙안읍성은 현재 312동의 초가가 남아 있으며, 약 2백여 명 주민들의 생활 터전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600여 년 동안 지켜진 역사, 전통 문화, 자연(낙안 팔경)을 만날 수 있다. 옛 정취가 잘 담겨 있기에 최근 CNN 선정 대표 관광지 16선에 선정되는 등 그 가치를 인정 받고 있으며 대장금, 토지, 해신 등 여러 사극의 촬영지로 활용되기도 했다. 순천만, 드라마세트장에 비해 확실히 이곳은 여행객 수가 적어 조용히 산책을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좋았다. 특히 낙안읍성은 높은 곳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는 풍경을 추천한다. 초가집 하나 하나 봤을 땐 느끼지 못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에서 봤을 땐 단순히 ‘고즈넉하다'라고 생각했는데, 초가집과 전체적인 전통 요소들을 한눈에 담았을 땐 ‘우리 전통 문화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낙안 읍성은 혼자 다니기에 좋지만, 누군가와 함께 가도 좋은 여행지다. 전통혼례, 천연 염색, 짚물 공예 등 구석구석 전통 체험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기를 잘 맞춰 간다면 음력 정월 대보름 큰잔치, 낙안 민속 문화 축제, 전국 가야금 병창 경연대회 등 우리 전통 문화를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축제도 즐길 수 있다. 수많은 프로그램 중에서 특히 나는 낙안읍성 안의 초가집 안에서 숙박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신기했다. [낙안읍성 정보]
주소 전남 순천시 낙안면 충민길 30 (동내리)입장료 성인 4000원문의 061-749-8831~3■ 송광사
송광사는 해인사, 통도사에 이어 한국의 삼보 사찰이라 불리는 절이다. 선사가 송광산에 길상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것이 첫 시작이다. 특히 이곳은 대나무숲 깊숙히 자리한 암자 불일암에서 법정 스님이 1975년부터 혼자 지내며 수많은 글을 썼던 장소로 알려져 있다. 가까운 곳에 색다른 느낌의 사찰인 ‘선암사'가 있기에 사찰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딱 좋은 코스다. 법정스님이 오랜 기간 혼자 지내셨다는 불일암으로 올라가는 길. 편백나무 숲길을 걸어 한참을 올라가니 엄청난 규모의 대나무 숲이 나왔다. 길을 걷다보니 왜 법정스님이 다른 사찰이 아닌 이곳에서 글을 쓰셨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곳은 다른 사찰과는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순천역/순천터미널에서는 꽤 멀고, 교통편이 불편해 많은 관광객들이 오지 않아 굉장히 조용하다. 또 절이 ‘잘 꾸며졌다'기보단 ‘자연 그 자체를 잘 보존해놨다'는 느낌이 든다. 자연 분위기를 느끼며 혼자만의 생각에 빠지기에 좋은 곳이다. 내가 갔을 땐 비가 조금 내렸는데, 정자 아래에서 호수에 비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감성적인 분위기에 푹 빠져들었다.[송광사 정보]주소 전남 순천시 송광면 송광사안길 100 (신평리 12번지)입장료 성인 3000원문의 061-755-0107■ 아랫장 야시장 2015년 12월에 개장해 점점 떠오르고 있는 순천 관광지 ‘아랫장 야시장'!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이 되면 전통 시장엔 다양한 푸드트럭들이 들어온다. 청년사업가들은 순천 야시장에서 양갈비 스테이크, 소고기 불초밥, 막창구이 등 독특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판매한다. 트렌디한 메뉴 덕분에 현재 야시장 방문객 50% 이상이 30대 이하일 정도로 젊은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실제로 푸드트럭이 무대를 제외한 야시장 사면을 둘러싸고 있을 정도로 아랫장엔 다양한 음식들이 있다. 몇몇 푸드트럭에선 즉석 불쇼가 진행되기도 한다. 야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혼자 여행 온 사람은 부담 없이 식사를 해결할 수 있고, 누군가와 함께 여행 온 사람은 테이블에 앉아 포장마차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포장마차에서 간단하게 배를 채우면서, 야시장의 뜨거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 ‘혼자 여행'이 외롭지 않았다.
순천 아랫장 야시장엔 푸드트럭만 있는 게 아니다. 이곳에선 각 학교, 지역 문화 예술인들의 문화 예술 공연도 진행된다. 내가 여행한 날엔 전통 악기(북 등)와 가요 공연이 준비되어 있었다. 중간 중간 스크린창에 여행객들의 모습을 담아주는 깜짝 이벤트도 있었다. 공연/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테이블 따로 따로 앉아 있는 야시장 속 사람들이 하나가 될 수 있기에 더욱 의미 깊었다.
[아랫장 야시장 정보]
주소 전남 순천시 장평로 60 (풍덕동 1264)문의 061-749-3351개장 매주 금-토요일 하절기 18-23시/ 동절기 17-22시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남들과는 조금 다른 코스로 즐겨본 순천 여행! ‘순천에 가면 순천만은 꼭 가야 한다'는 공식을 깨고, 내가 안 가봤던 곳들을 돌아다녔기에 더욱 특별했던 여행이었다. 혼자 여행을 떠나고자 한다면 인터넷에 많이 나오는 여행지를 찾아보는 게 아니라 내가 정말 여행하고 싶은 곳은 어디인지 생각해보자. 나에게 깊이 집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알고 있던 여행지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