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 2텔레비전 <개그콘서트>를 보면, 못생긴 사람은 바보고, 여성의 작은 가슴은 웃음거리다. 사회적 약자나 신체적 특성을 비아냥거려야만 즐거울 수 있나.
<개그콘서트>가 여성비하적 표현, 가학성 등으로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가 뽑은 `올해 최악의 방송프로그램’이 됐다. `나쁜 프로그램’으로는 가정불화 해결에 `아내의 인내’를 비책처럼 내놓곤 하는 한국방송 1텔레비전 <아침마당>의 `부부탐구’가 뽑혔다. 공포스러운 내용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문화방송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도 나쁜 프로그램의 한자리를 차지했다. 여성민우회는 선정 결과와 함께 지난 봄 개편 때부터 이 프로그램들을 분석한 자료를 12일 내놓았다.
민우회는 “<개그콘서트>가 해를 거듭할수록 참신하고 건강한 웃음을 잃고 사람들의 약점만 파고들고 있다”며 “주말 가족시간대에 편성돼 자라나는 세대에도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심을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개그콘서트>에서 여성의 몸은 장난거리다. 작은 가슴은 가출해버린 감자칩으로, 큰 가슴은 에어백, 젖소로 비유된다. 성희롱 수준의 `농담’도 전파를 탄다. 8월18일 `바보삼대’꼭지에서 아들이 여성의 치마 벗기는 이야기를 하자 아버지는 “속옷까지 벗겨서 좋더라”라고 말한다. 할아버지는 한술 더떠 “그럼 치마 안에 있는 나는 들키잖아”라고 대꾸한다. 봉숭아학당의 옥동자가 대표하는 못생긴 사람에 대한 비하는 셀 수도 없다. 폭력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무림남녀’에서 여자는 벽을 뚫어 남자의 머리채를 잡거나 다리로 목을 낚아채 뒤집는다. `집에서 사제끼기’에서 모델들은 고추와 고추장을 섞은 음료수도 마셔야 한다.
<아침마당> `부부탐구’가 때때로 내놓는 해결책은 `아내여, 남편이 잘못했더라도 기죽이지 말고 참아라’다. 50년 동안 남편은 일하지 않고, 바느질로 6남매를 키운 아내는 경제권도 남편에게 줬다. `부부탐구’의 패널들은 “열등감을 극복하고 술, 도박도 안했다”며 할아버지를 추켜세웠다. 할머니의 일방적 희생에 대해서는 “지방문화재로 채택하고 싶다”고 평가한다. 결혼 20년 동안 남편이 시도때도 없이 외박하고 때린다고 불만을 털어놓는 부인에겐 “남편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는 건 남편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남자의 자존심을 지켜줘라”고 말하기도 한다. 민우회는 “<아침마당>은 연예인을 사생활을 소재로 한 다른 아침프로그램과는 달리 다양한 주제로 시청자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며 “하지만 ‘부부탐구’는 남편이 가정불화의 원인일지라도 이를 극복하고 가정을 지키는 현모양처가 건강한 부부의 조건인 것처럼 내세워 여성의 구실과 지위를 때때로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8월 한달 동안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는 한회도 거르지 않고, 죽음과 귀신 이야기를 다뤘다. 저주, 살인, 악몽은 이 프로그램의 단골소재다. 푸른 화면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귀신의 모습으로 무서움증을 일으켰다. 민우회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일요일 오전 온가족이 함께 보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민우회는 “이들 프로그램의 내용이 달라지지 않으면 프로그램 ‘퇴출’운동을 벌여가겠다”며 “제작자나 광고주에게 항의전화나 전자우편을 계속 보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