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은 사계절 어느 시기에 가도 자연과 조화되는 매력적인 풍경을 보여주는 지역이다. 대관령의 고원지대덕에 여름에는 선선한 바람이 부는 피서지로, 겨울에는 소담한 눈이 쌓이는 겨울왕국의 동화속 세상이 펼쳐진다.
코로나가 계속되며 우울하고 답답한 나날의 연속이다. 떠나고 싶어도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스럽다. 이럴 때 대자연의 초록 초록한 풍경만큼 우리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장소가 또 있을까. 눈앞에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지의 모습, 그속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어먹고 있는 폭신폭신한 양떼들. 목장으로 떠나보기로 한다.
평창에는 1972년 개장한 동양 최대 규모의 초지 목장인 삼양목장이 있다. 이름 그대로 삼양식품에서 운영하는 목장이다. 삼양식품하면 라면을 만드는 회사로만 생각했는데 목장까지 운영했다니 새로운 사실이다. 알고보니 고 전종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이 라면에 들어가는 질좋은 소고기를 위해 직접 소를 키우겠다는 생각으로 원시림으로 둘러싸여 있던 대관령 고산지에 친환경 생태목장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1960년대 모두가 어렵게 살았던 시절, 라면조차 사치품으로 귀하게 대접받던 때 라면속 소고기로라도 국민들에게 고품질의 단백질을 먹이고 싶었던 한 기업가 정신의 정신이 고스란히 남겨있는 것이다.
"삼양이 소고기라면을 시작한 동기가 바로 거기있어요. 잘 먹이자고 말이야.
그래서 소를 직접 길러야겠다. 직접 키워 건강한 소고기를 듬뿍 넣자 하고 시작한게 목장사업의 계기에요"
- 고 전종윤 삼양식품 명예회장 인터뷰 중(2009년)-
삼양목장의 동해전망대. 풍력발전기가 이국적 풍경을 더한다
삼양목장은 850~1,470m의 고산지대에 위치해있다. 목장에 도착해보면 가도가도 끝이 없이 펼쳐지는 목장 풍경에 그 규모를 실감할 수 있다. 약 600만평이다. 여의도 면적의 7.5배나 되는 넓이다. 이 넓은 공간은 온통 초록세상 속이며 동물들의 세상이다. 초지위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여유로운 낮잠에 빠져있는 소와 양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마저 든다. 전망대에 세워진 새하얀 풍력 발전기까지 더해진 수려한 풍경 덕에 삼양목장은 우리에게도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지가 됐다.
또한 삼양목장은 젖소와 양이 방목되는 목초지는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유기 초지다. 이곳에서 유기농 풀을 먹고 자란 동물들의 분뇨로 유기농 비료를 생산해 다시 땅에 뿌리는 경축순환농법으로 소와 양을 키우고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삼양목장의 목책로를 느긋하게 걸어보는게 삼양목장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총 4.5km에 달하는 목책로는 이름마저도 예쁜 '바람의 언덕', '숲속의 여유', '사랑의 기억', '초원의 산책', '마음의 휴식'으로 총 5개 구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곳이 3구간인 '사랑의 기억'이다. 400정의 나무 숲속에 외로이 버티고 있는 한그루 나무는 영화 <연애소설>의 배경이 됐다. 이 나무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얘기로, 많은 연인들이 사랑의 증표를 남겨놓는 곳이기도 하다.
삼양목장에서 꼭 먹어야 하는 고소한 아이스크림
5개 구간으로 나뉘어있는 목가적 풍경의 목책로
하지만 시간이 없거나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있다면 버스투어도 좋다.
왕복 9km의 넓은 공간인만큼 걸어가기가 힘들기 때문에, 양몰이공연장과 동해전망대 등 목장의 핵심 명소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있다. 특히 삼양목장의 기점인 동해전망대는 해발 1,140m에 위치해있어 동해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명당이다. 맑은 날에는 강릉까지도 보일정도로 탁트인 전망을 선사한다. 고산지대인만큼 한여름에도 서늘한 바람이 부는데, 푸른하늘과 하늘높이 솟아있는 총 53기의 풍력발전기 풍경까지 더해져 목가적이고 평화롭다. 풍평발전기는 강릉시 전체 가구의 60% 가량인 5만가구에 전기를 공급해주고 있다. 예전에 제주도 풍차해안도로에서 온통 구름에 갇혀 단 한개의 풍차도 볼 수 없었는데, 삼양목장을 찾은 오늘 펼쳐진 청명한 파란 하늘이 마치 평창의 선물같다.
양몰이공연 또한 삼양목장에서 놓칠 수 없는 명물이다. 공연은 10분 내외로 비교적 짧지만, 발빠른 강아지들이 수십마리의 양떼들을 모는 모습은 대견스럽고 귀엽다. 관중석에서 연실 웃음소리가 터져나온다. 강아지들은 미니 트럭에 앉아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고,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하기 까지 한다. 이때 뽀글뽀글한 양떼 수십마리가 달려오자, 보더콜리가 순식간에 뛰어나가 양떼들을 인솔한다. 관중들의 박수와 함성이 더해진다.
목양견으로는 말리노이즈 종과 보더콜리 종이 있다. 특히 보더콜리인 켈리는 이곳의 최대 베테랑으로 생후 9개월부터 양몰이를 해왔다고 한다. 각종 양몰이 대회를 휩쓸 정도로 양몰이계의 스타다.
공연을 보고 있자니 보송보송하고 폭식폭신한 양털을 한번 만져봤으면 좋겠다. 다행히 양들에게 직접 먹이를 줄 수도 있고 만져볼 수 도 있는 체험장이 목장 곳곳에 운영되고 있어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아!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삼양목장 표 아이스크림이다.
목장의 신선한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은 고소하고 부드러워 이곳의 별미다.
가슴과 머리가 시원해지는 공간이다. 마음이 비워지니 새로운 희망이 생겨난다. '이 어려운 시기도 언젠가는 사라지겠지'
셔틀버스를 타고 양몰이공연장과 동해전망대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풍차 보기 안좋았던 날씨. 풍차를 보려면 날씨가 맞아야 한다
귀여운 동물과 만날 수 있는 양몰이공연
귀여운 양들에게 직접 먹이를 줘보자
곳곳에 다양한 체험공간이 마련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