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처음 보이는 풍경, 트램과 빨간 지붕들 그리고 골목길
프라하의 트램
프라하 도심은 올드타운과 현대적인 지역으로 나뉘어진다고는 하는데 사실 올드타운이 아니더라도 도시 어디서나 옛 스타일의 건물과 주황색 지붕을 볼 수 있다. 초고층 건물이 거의 없고 여전히 16세기처럼 거리는 알록달록하다.
시 외곽에서 도심으로 들어갈 때쯤 자동차 도로와 나란히 달리는 철길의 트램이 도시의 성격을 말해주려는 듯 두대가 나란히 교행하면서 모여 있었다. 같은 교통수단인데도 여행을 다녀오면 트램이 그 도시의 정서를 품고 있는 것 같아서 늘 사진을 남기게 된다.
길은 이내 오래전 건물들로 채워진 도심으로 진입했다. 4-5층 정도의 바로크양식 건문들이 빼곡히 서 있는 거리에 승용차들 역시 신호등 앞에 꽉 채워져 있다. 사실 건축양식은 프라하여행의 목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자연스레 눈길이 가는건 어쩔수가 없었다. 다양하지만 본질은 결국 지난 600여년의 흔적들이었다.
반면, 도로를 달리다 보면 프라하 특유의 빨간색 지붕들 일색인 옛 건물 벽엔 첨단 IT기기 광고가 붙어 있다. 이 흔한 풍경이 프라하에선 특이하게 보여 눈에 잘 들어온다. 이곳의 건물들, 특히 붉은 색 지붕만 보아도 프라하에 왔구나 하는 느낌이 바로 들었다. 본격적으로 프라하의 깊은 속으로 들어가 본다.
이 옛스러운 멋진 풍경은 도심으로 진입하면서 극대화 된다.
블타바강을 건너면서 프라하의 화려했던 시절을 말해주듯 장식이 잔뜩 더해진 로코코양식의 옛 건물들을 끊임없이 만나게 된다. 이곳도 파리처럼 일정 높이 이상으로 건축이 제한되어 있는듯 일정하게 균형을 맞춘 건물들만 보인다.
바로크니, 고딕식이니 하는 화려한 옛 건물들 사이에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Dancing House'가 있었다. 함부르크의 'Dancing Tower'처럼 한 쪽면이 반대쪽에 기대어 선듯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다. 반듯 반듯한 건물들 사이에 현대적 건물 외형이 특이하게 보인다.
뭐니 뭐니해도 프라하 풍경의 중심은 블타바 강이다.
슈마바산맥에서 발원해서 체스키크롬로프와 프라하를 거쳐 북쪽 엘베강과 합해져서 북해로 흘러가게 되는 이 강은 체코의 역사를 함께 하면서 체코사람들 특유의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동안 독일어 이름인 몰다우강으로 불리기도 했다.
나중에 제대로 들러서 보기도 하겠지만 거뭇한 플타바강의 풍경이 프라하 여행의 절반 쯤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검은 색조의 이 강은 강을 둘러싼 지역과 언덕에 수없이 많은 뾰족탑과 고색창연한 건물들과 어룰리면서 괴기스러운 중세의 풍경을 보여주는듯 하다. 특히 해가 질 무렵부터는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길것 같은 의미심장함으로 하늘 색이 바뀌면서 점차 어두워져 갔었다.
프라하 도심으로 들어와서는 차에서 내려 골목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화려한 건물의 뒷편 골목들도 전혀 낡거나 변형되지 않은채 고스란히 16세기 풍경을 간직하고 있었다. 심지어 걸어갈 때 따닥 따닥 소리를 내는 바닥돌들도 오래된 도시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바닥돌 소리를 즐기며 걷다보면 빨간색 체크무늬 테이블보를 얹은 야외 카페가 정겨움을 느끼게 한다.
아무데나 자리를 잡고, 흑맥주 한 잔을 마셨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목적지까지는 아직 좀 남았다.
골목으로 들어가자 마자 통마늘 처럼 생긴 돔지붕이 찹처럼 올려진 건물들과 온갖 양식이 혼재된 건물들을 만났다. 그 건물들 사이에서 현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의 버스킹이 펼쳐지고 있었다.
현악 선율은 광장에 있을 때만 해도 아주 먼데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였는데 골목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울림통 속으로 들어온 듯 크게 들려서 깜짝 놀랐다.
역시, 조금 걷다보니 또 다시 길거리에서 버스킹하는 관악 연주자들을 만났다. 이들은 몇일 뒤 프라하 궁전 입구에서도 만나게 된다.
프라하 골목길에는 버스킹하는 연주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블타바강의 카를교에서는 Bridge Band라는 이름의 재즈뮤지션들의 연주가 흥겹게 들려왔어
모차르트의 흔적이 남아 있는 프라하는 근대 유럽 음악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음악가들의 발자취가 많이 남아있다. 이 길 어디쯤엔가 체코의 국민작곡가인 스메타나를 기념하는 스메타나홀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바로 근처에 있는 프라하프롬 건물에서 열리는 윈톤 마샬리스와 링컨센터 오케스트라의 재즈공연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역시 음악의 도시다웠다. 윈톤 마샬리스는 이미 오래전에도 프라하성에서 듀크엘링턴의 재즈곡과 함께 본인의 교향곡을 연주하기도 했었다.
프라하의 길은 광장들이 작은 골목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건물 아래층의 아치로 된 통로를 들어가면 끝없는 골목길이 계속될 것만 같았다. 동시에 동서남북 방향을 감 잡을수 없어서 올바른 방향인지 끈임없이 의심이 들었다.
골목길과 아치가 너무 많고 비슷해서 혼자서는 도저히 찾아 나오지 못하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도 될 정도었다.
아무튼 구불거리는 골목길들은 조금 더 즐긴 뒤에 허기를 달래기 위해 블라트니체라는 체코 전통 돈육스테이크와 흑맥주 전문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약간의 허기탓이었을까? 약간 걱정하면서 먹어본 체코의 돈육스테이크의 맛은 일품이었다. 염려했던 돈육 특유의 냄새도 없이 바삭함과 오일리한 맛이 그대로 느껴지고 입안에선 고소한 맛이 맴돈다. 특이하게도 상추와 오이가 곁들여져서 고추장 생각이 간절하기도 했었다.
무엇보다 스테이크와 곁들인 체코흑맥주가 돋보였다. 벨기에나 아이리쉬 흑맥주 보다도 훨씬 쓴맛이 감돌고 어떤 건 약간 단맛도 느껴지는 등 다양한 맛을 지니고 있어 돈육스테이크와 매우 잘 어울렸다.
편안한 첫 식사를 즐긴 후 아치형 문을 나와 거리를 좀 더 둘러 보았다. 거리는 온갖 양식의 오래된 건물들로 빼곡했다. 로마네스크, 고딕양식으로 부터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신고전주의, 아르누보양식의 건물들이 서로 나란히 서 있었다. 종종 1층과 2층, 3층의 다른 건축양식이 한 건물에 적용된 건물도 볼 수 있었다.
식당을 나와서 바닥돌이 깔린 길을 걸었다. 광장인지 도로인지 모르겠지만 검은 바닥에 비해 순백색 건물들은 왜 이렇게 눈부신지 모르겠다. 한켠에 줄지어 세워진 승용차들의 컬러플한 색상들이 다른 현대적 도시보다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긴 광장을 지날 무렵, 삼각형 페디먼트를 기둥이 받치고 있는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물이 있는 광장거리를 지나갔다. 비교적 최근에 지은듯 눈에 차별성있게 들어왔다.
어느정도 거리에 익숙할 시간이 되자 골목마다 가게를 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광장의 한 켠에는 운치있게 흰 천막의 길러리 카페들이 커다란 흰색 화분으로 경계를 설정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체코 흑맥주를 주된 음료로 내 놓고 있었고, 아직 해가 중천이지만 맥주잔을 치켜든 사람들의 모습들이 흔하게 보였다.
아치형 건물을 지나 좁은 광장을 가로 막고 서 있는 이동식 점포가 나타나고 양 옆으로는 다시 식당들이 지나가기 시작했다. 어디나 사람사는 골목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편의점, 복권가게, 잡화점들이 양념처럼 길거리 건물에 들어가 있었다.
프라하에서는 유럽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드는 도시답게 도시 이곳 저곳에 카지노가 성업중이었다. 어떤 사람들에겐 방문의 주목적일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도시를 구성하는 한 부분일 뿐이었다.
긴긴 골목길들의 끝에는 화약탑이라고 불리는 고딕식 탑이 프라하의 성문 입구를 대신하고 있었다. 이름도 조금 특이한 화약탑에서부터 프라하의 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화약탑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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