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은 임금이 거처하는 한양에서 정방향 동쪽이다. '심곡'은 깊은 골짜기 안에 있는 마을이다. 두 뜻이 합쳐져 길 이름이 만들어졌다.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길의 끄트머리쯤에 길에 대한 설명이 있다. 부채바위가 있어서 부채길인 줄 알았다. 설명을 보니 그게 아니다. 물론 정동진의 '부채 끝' 지형이 원형이다. 여기에 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쳐 놓은 것 같은 탐방로 지형이 보태졌다. 그렇게 두 모습과 의미가 합쳐져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이란 이름이 탄생했다.
'바다부채길'이라는 이름은 강릉 출신 소설가 이순원이 이름을 지었다. 70억 원이 투자돼 총 길이는 2.86km로 만들어졌다. 전국 최장거리 해안단구(천연기념물 제437호)라는 천혜의 환경자원을 이용했다. 건국 이래 단 한 번도 민간인에게 개방된 적 없었다. 해안경비를 위한 군(軍) 경계근무 정찰 용도로만 사용했다.
세상에 나오기까지 오래 걸렸다. 국방부와 문화재청의 협의와 허가에만 2년의 세월이 소요됐다. 2016년 비로소 민간인들과 마주할 수 있게 됐다. 동해의 해안 비경이 일반에 공개됐다. 그야말로 미지의 세계였다.
이 길은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 지역이다. 동해 탄생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해안단구는 해안을 따라 분포한다. 계단 모양의 지형이다. 대체로 표면이 평탄하고 주위가 급사면이다. 혹은 절벽으로 끊긴 계단 형태다.
해안단구의 길이는 약 4 km다. 너비는 1 km, 높이는 해발고도 75~85 m다. 약 2천300만 년 전 지반의 융기 작용에 따라 만들어졌다. 해수면이 80m 정도 후퇴했다. 그때 해저지형이 지금과 같은 형태로 육지화 됐다.
이 일대는 한반도에서 보기 드문 지형적 특성을 띠고 있다. 한반도의 지반융기에 대한 살아있는 증거자료다. 한반도의 자연사 연구에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다. 그 점이 인정돼 2004년 4월 9일 천연기념물 437호로 지정됐다.
비경은 명칭을 뛰어넘는다. 동해의 푸른 물결과 해안단구의 기암괴석은 압도적이다. 두 종류의 자연물이 빚어낸 경관은 압권이다. 찾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전국 어느, 세계 어느 탐방로에 뒤지지 않는다.
아쉬운 점도 있다. 입장료를 내야 입장할 수 있다. 하지만 걷다 보면 낸 입장료가 하나도 아깝지 않다. 해안 경비와 탐방객 안전, 천연기념물 보호 차원에서 출입시간 제한도 있다. 너울성 파도 등 기상악화 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출입을 통제한다.
하절기(4~9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동절기(10~3월, 1월1일 제외)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걸을 수 있다. 입장료는 성인기준 3천원이며 단체(30인 이상)는 인당 2천500원이다. 순환버스를 이용하면 매표소까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탐방로는 쉬엄쉬엄 걸어도 1시간 10분(편도 기준)이면 충분하다. 목재와 철재 데크, 해상 보도교가 탐방로를 잇는다. 걸어 다니기 어려운 길은 데크로 잘 정비돼 있다. 누구나 쉽게 다닐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조금 짧다는 아쉬움도 있다. 그래도 강릉시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노고가 더 크게 느껴진다.
글: 사진 함우석 주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