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275. an accident (8)
집에 도착하자 그간에 와이파이 문제로 뜨지 못하고 담겨 있었던 카톡이 한꺼번에 터지느라 연신 카톡거린다.
"엄마, 어디 계세요?" "어머니, 집에 안 계세요?" "전화가 안 되네요." 로 시작해서 나중엔
"제발 연락 좀 주세요." "무슨 일이세요?" 로 바뀌어 있다. 난리다.
천근같이 무거운 몸을 침대에 뉘인다.
눈을 감으면 급경사진 길에서 가속도가 붙어 제어할 수 없이 달리던 카트의 무서움과 내가 떨어지던 끔찍한 그 순간이 자꾸만 떠오른다.
휴대폰이 울린다. 놀랍게도 우리 집에 오려던 손님이다. "한선생님, 몸은 좀 어떠세요?"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나는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다.
그 분들은 메일 받고 바로 여행사를 통해 마닐라 쪽에 숙소를 정했다며 오히려 나를 위로한다.
그날 나보다 먼저 떨어졌던 캐디는 또 어찌 되었을까?
그날 나 때문에 놀라서 벌떡 일어났지만 타박이 심할 게다. 치료는 받았는지 모르겠다.
해지기 전에 또 돈보스코내외가 찾아왔다.
"선생님 오늘 퇴원하시는 날이라 왔어요.그동안 마닐라에 일이 있어서 병원에 못 들렸습니다. 빨리 기력 회복 하시라고 글라시아가 장어를 끓여왔어요."
나는 그들에게 이미 여러 번 감동했다. 그런데도 또 더 큰 감동이다. 이건 감동을 넘어 아예 놀라움이다.
장어라니? 그 귀한 걸. 나는 여태 이 곳에선 어디에서 그런 걸 살 수 있는지조차도 모른다.
"뼈째 갈아서 야채 많이 넣고 끓였어요. 드실 때마다 들깨가루 넣어 드세요. 들깨가루도 따로 담아 왔어요."
이런 호강을 해도 되는 걸까? 당장에 한 그릇 먹고 싶다.
죠셉과 내가 좋아하는 추어탕과 거의 같은 방식으로 끓여왔다. 큰 냄비 기득하니 여러 번 잘 먹을 것 같다.
나는 이 젊은 부부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해도해도 보답할 길이 없을 것 같다.
나같은 노인네한테 베풀어주는 이 끝없는 보살핌은 사랑이 아니면 나눌 수 없는 봉사인 것을.
우린 왜 특히 금년 들어 이렇게 신세질 일만 생기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고마움의 만분의 일도 표현하지 못하고 그들은 바삐 돌아갔다.
추석을 맞아 한국에 갔던 이웃들이 아직 안 돌아와서 빌리지엔 우리집만 불이 환하다.
밀라와 요셉은 아픈 나를 여왕처럼 떠받든다.
첫댓글 좋은 이웃을 두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웃에 덕을 쌓았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