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직접 만나나지 않고 대신 전화 통화를 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국민이 등을 돌리고 있는 이유는 대통령의 존재감이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 제공: 세계일보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대학로에서 연극 2호선 세입자를 관람한 뒤 배우들과 뒤풀이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 의원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너무 한가해 보인다”면서 “업무 시간에는 보이지 않고 밤에 술자리에서만 등장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오후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서울 대학로 한 극장에서 연극 ‘2호선 세입자’를 관람한 뒤 배우들과 뒤풀이를 한 것을 저격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뒤풀이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중심으로 퍼지자 ‘윤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이유로 펠로시 하원의장은 만나지 않은 채 연극 뒤풀이는 참여했다’는 비판이 확산됐다.
이 의원은 “대통령실 참모들의 잘못된 상황 인식도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며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대통령 지지율 20%대 추락 원인을 여소야대 상황과 야당의 악의적 프레임 공격의 영향이라고 헛다리를 짚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모르게 추락하고 있는 이유는 야당 때문이 아니다”라며 “대통령 자신과 대통령 참모들의 잘못된 보좌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인사 쇄신으로 국정운영 변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상황 인식을 잘못하고, 국민 여론을 무시하는 참모들이 대통령 지지율을 10%대로 몰아가고 있다”고 재차 꼬집었다
아울러 “경제위기와 안보위기가 같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통치의 위기까지 겹치면, 국민이 불안하고 대한민국의 앞날이 위태롭다”며 “윤 대통령의 인사 쇄신과 국회를 존중하는 국정운영 방향 전환을 촉구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고 경고했다
© 제공: 세계일보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대학로에서 연극 2호선 세입자를 관람한 뒤 출연진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유승민 전 의원의 쓴소리도 이어졌다. 앞서 이날 오전 유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전날) 대학로 연극을 보고 뒤풀이까지 하면서 미 의회 대표를 만나지 않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느냐”며 “동맹국 미국의 의회 1인자가 방한했는데 대통령이 만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은 “미국은 대통령제 국가이지만, 외교 안보는 의회가 초당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라”라며 “국방비 등 예산에 있어서도 의회의 힘이 막강하며 한미동맹에도 의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검토했을 때, 주한미군 유지 결의를 한 것도 미 의회였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그 의회의 대표인 하원 의장은 미국 ‘국가의전 서열’로는 부통령에 이어 3위인데, 워싱턴 권력에서는 사실상 2인자”라며 “미국의 상·하원 의원, 국무장관, 국방장관 등이 방한해도 역대 우리 대통령들은 대부분 이들을 만났다. 격을 따지지 않고 만난 것은 그만큼 한미동맹이 중요했고 이들의 역할이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그런 중요한 인물이 한국을 방문하는데 서울에 있는 대통령이 만나지도 않는다? 휴가 중이라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직격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펠로시 하원의장에 대한 의전 홀대 논란이 일자 “미국 측이 영접을 사양해 우리 국회 의전팀이 공항 영접까진 하진 않는 것으로 양측 간 양해와 조율이 된 상황으로 안다”고 밝혔다.
최영범 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일부 언론이 펠로시 의장의 공항 영접에 다소 소홀한 점이 있었다고 보도한 것은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며 “우리 의전지침상 외국 행정부 요인이 방한하면 비중에 따라 외교부 장관, 차관, 의전장 등이 공항에서 영접하는 것이 명확히 규정돼 있고, 의회 인사는 파트너인 국회가 의전을 맡는 것이 관례”라고 강조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을 포함한 미 하원의원 대표단이 전날 오후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 당시, 현장에는 국내 의전 인력이 아무도 나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전 홀대 논란이 빚어졌다. 여기에 윤 대통령과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면 만남 여부에 대한 입장이 번복을 거듭하며 논란에 불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