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 이후 개표부정 등을 주장하며 재검표를 요구해온 시민들의 ‘청원서’가 15일 국회에 제출됐다. 이로써 어떤 형태로든 국회가 ‘재검표’와 관련해 입장을 밝혀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에 즈음하여 선관위는 17일 국회에서 6천매 개표 공개시연회를 갖기로 해 부정선거 의혹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반시민 유권자들로 구성된 ‘18대 대선 부정선거 진상규명 시민모임’ 소속 회원 9명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의 ‘수개표 청원’에 참여한 23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18대 대선 수개표를 청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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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대한문 앞에 모인 시민들 재검표 요구 손팻말을 들고 집회를 열고 있다 |
이들은 이어 “대선 이후 SNS와 인터넷 게시판은 부정선거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여러 정황들을 들이대며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게시물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하고는 “그러나 정치권도 언론도 침묵으로 일관할 뿐이고 부정선거 의혹을 철저하게 파헤치고 진실을 규명해야 할 선관위는 변명하기에 급급하다”고 정치권과 기성언론을 두루 비판했다.
또 이들은 “해킹과 조작이 가능하다는 전자개표기를 사용하고, 수개표 과정이 충실하게 지켜지지 않았다고 보여지는 18대 대선은 철저한 수개표를 통해 부정선거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며 “이는 선관위가 다시 국민의 신뢰를 받는 지름길이며 새정부가 부정선거로 탄생했다는 오명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수개표를 주장하는 배경을 두고 이들은 “우리는 당선자를 바꾸기 위해 수개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정의, 개표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히고는 “여야를 막론하고, 수십만 국민의 이름으로 요구하는 수개표 청원을 민주주의의 퇴보와 역행을 막겠다는 엄중한 책임감으로 국회가 받아들이기를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문재인 전 대선후보의 서울시민캠프 공동대표들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 수개표와 당선무효소송 제기를 민주당에 요구했다. 이들은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는 소송 제기로 인한 역풍만 염려하지 말고, 제기된 의혹을 규명하지 않고 소극적인 민주당을 버리는 역풍을 더 염려하라”며 “문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당선축하 인사를 건넨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른 축하인사이지 부정한 개표에 의한 선거 승복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수개표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 의원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관심을 보여온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는 이분들의 주장에 찬반을 말하지 않겠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 23만여명이 이렇게 절규하고 있다”며 “이런 목소리를 국회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국회로서, 국회의원으로서 일을 다했다 말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수개표 문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역풍을 우려한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이날 광주 금남로 YMCA회관에서 열린 ‘회초리 민심간담회’에서 수개표 청원과 관련해 “현재 20만이 가담한 소위 투개표 논란에 관한 부정선거 시비 개표에 관한 말씀도 잘 수렴해서 잘 듣고 있다”고만 밝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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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검표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 앞에서 민주당의 재검표 요구 동참을 주장하며 집회를 갖고 있다 | 한편, 중앙선관위는 오는 17일 국회에서 대선 개표의 전 과정을 재연하는 공개시연회를 갖기로 했다. 대선 후 개표 의혹이 줄기차게 제기되자 지난 1일 선관위는 해명자료를 내 부정선거의혹을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에도 의혹 제기가 수그러들지 않자 마침내 공개시연회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오는 목요일 17일 오후 2시에 국회본청 지하에서 18대 대선 개표의 전 과정을 재연하고 설명하는 공개시연회를 갖는다”고 밝혔다. 이번 시연회에는 3개 투표구 기준으로 약 6천매를 개표 시연할 예정인데, 그중 2천표는 현장에 참여하는 분들이 직접 기표한 표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개시연회는 여야 의원들은 물론 언론사 기자들과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인터넷으로 생중계될 예정이다. 진 의원은 “보다 적극적으로 의혹들을 제기했던 시민들과 관련 전문가들을 모시고 직접 여러 가지 의문점들을 해소할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의혹 제기자들의 적극 참여를 호소했다.
한편,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은 지난 4일 대법원에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심리를 통해 진위를 가려질 전망인데 그 결과에 따라서는 재검표가 실시될 수도 있다. 이 사건은 1·2심 없이 대법원에서 단심으로 진행된다. 재미동포 등 ‘재외 유권자 모임’은 15일 3차 성명 발표를 통해 재검표를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