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우(關羽)의 위기(危機) -
"하하하!... 하하 하하!..." 제갈근(諸葛瑾)이 사라지고 나서도 한참을 웃어젖히던 관우(關羽)는 마량(馬良)이 들어오고 나서도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군후(君侯), 왜 그러십니까?" 마량(馬良)이 서둘러 밖으로 나가는 제갈근(諸葛瑾)의 뒤를 쳐다보면서 재차 물었다.
"기가 막힌 소릴 들었네, 글쎄 손권(孫權)이 또 혼담(婚談)을 보내오지 않았는가 말이야?"
"혼담이라뇨? "
"내 딸을 손권(孫權) 아들에게 보내라고 하는군!"
"그럼, 승낙(承諾) 하셨습니까?"
"범의 딸을 어찌 개에게 보낼 수가 있겠나? 당장(當場) 내쫓아 버렸지!"
"네에?.. 승낙(承諾)은 아니더라도 거절(拒絕)하신 것은 잘못하신 겁니다. 좋게 돌려보내셨어야 했지요"
그러나 관우(關羽)는 마량(馬良)의 염려를 귓전으로 듣고 관평(關平)을 부른다.
그리고,
"이틀 후에 조조(曹操)의 칠로군(七路軍)을 격파(擊破)하고 번성(樊城)을 취할 테니 정예군(精銳軍)을 준비시켜라." 하고 명하니,
그 소리를 들은 마량(馬良)이 염려(念慮)를 덧붙인다.
"군후(君侯), 형주(荊州)의 정예병을 모두 끌고 출전(出戰)하시면 형주(荊州)의 수비(守備)는 어쩝니까?"
"괜찮네, 동오(東吳)에서 병법가(兵法家)는 둘뿐이지, 하나는 주유(周瑜)이고, 또 하나는 노숙(魯肅)인데 둘이 죽은 후, 동오에는 쥐새끼들만 있는데 어찌 형주(荊州)를 감(敢)히 넘볼 것인가?" 관우(關羽)는 자신감(自信感) 넘치는 말을 내뱉었다.
그 소리를 듣고 마량(馬良)이 또다시 염려의 말을 덧붇인다.l
"지금 여몽(呂蒙)이 육구(陸口)에 주둔(駐屯) 중입니다. 우리가 형주(荊州)를 비우면 필시(必是) 형주가 위험(危險)에 처(處)하게 됩니다."
"뭘 걱정하는가? 지난번에 형주(荊州)를 지키기 위해 육구(陸口) 강변(江邊)을 중심으로 봉화대(烽火臺)를 설치(設置)하지 않았는가 말이야? 그러니 형주가 위험(危險)에 처할 일은 없을 것이야! 내가 반나절이면 형주로 돌아올 수가 있으니!"
마량(馬良)의 걱정과는 달리, 관우(關羽)는 조조군(曹操軍) 과의 결전(決戰)에만 몰두(沒頭) 하고 동오(東吳)의 내습(來襲)에 대해서는 무관심(無關心)으로 일관(一貫) 하였다.
한편, 관우(關羽)를 만나고 돌아온 제갈근(諸葛瑾)이 손권(孫權)에게 보고(報告)한다.
"혼담(婚談) 얘기를 꺼내자마자, 관우(關羽)가 크게 웃으며 말하길... 하!..." 제갈근(諸葛瑾)은 차마, 자신의 주군(主君)에게 관우(關羽에게 당한 것을 그대로 얘기할 수는 없었다
"뭐라 했소?" 그러나 손권(孫權)의 질문(質問)은 제갈근(諸葛瑾)이 감출수록 집착(執着)했다.
그러자 사실(事實)대로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判斷)한 제갈근(諸葛瑾)은 이렇게 말을 얼버무렸다.
"주공(主公), 동요(動搖) 하지 마십시오. 관우(關羽)가 호랑이 새끼를 어찌 개에게 주겠냐면서... "
"뭐요? 자긴 호랑이고 나는 개라고?" 손권(孫權)은 어이없는 소리를 듣자, 오히려 허탈(虛脫) 한 웃음을 웃어 보였다.
그런 뒤에는 노기(怒氣)가 충천(衝天)하며,
"관우(關羽)란 자가, 건방지기 짝이 없군! 내 평생 이런 모욕(侮辱)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유비(劉備)의 수하(手下)가 이 정도라면, 후일(後日) 유비(劉備)가 천하(天下)를 얻는다면 조조(曹操)보다 더 위험(危險)하지 않겠는가?" 하고 분개(憤慨)하며 말하자, 옆에서 이런 소리를 내내 듣고 있던 육손(陸遜)이 아뢴다.
"주공(主公), 척후병(斥候兵)의 말로는 관우(關羽)가 오만(五萬)의 정예병(精銳兵)을 이끌고 형주를 떠나 번성(樊城)으로 가서 조조(曹操)의 원군(援軍)을 친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제 형주는 텅 빈 성(城)이나 마찬가지죠. 주공, 형주(荊州)를 취(取) 할 시기(時機)가 왔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손권(孫權)이 입을 악다물며 결심(決心) 어린 명을 내린다.
"음!... 당장 육구(陸口)의 여몽(呂蒙)에게 전하라. 강을 건너서 형주(荊州)를 쳐라!"
"알겠습니다!"
동오(東吳)에서 이런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는 줄도 모르는 관우(關羽)는 형주(荊州)의 정예병(精銳兵)을 이끌고 번성(樊城)을 포위(包圍)하여 외부(外部)로의 차단(遮斷)을 하고, 성(城)에 이르는 넓디넓은 벌판에서 조조의 지원군(支援軍) 선봉장(先鋒將) 방덕(龐德)과 대치(對峙)하였다.
조조(曹操)의 선봉장 방덕(龐德)은 관(棺)을 앞세우고 왔는데 그의 깃발에는 <필살 관우(必殺關羽)>라는 글자조차 쓰여 있다는 것이었다.
관우(關羽)는 그 보고(報告)를 듣고 얼굴에 노기(怒氣)를 띠었다.
"방덕(龐德)이 그처럼 방자(放恣)하게 나오면 내 친(親)히, 그의 시체(屍體)를 그가 가져온 관(棺) 속에 넣어 주도록 하겠다. 관평(關平)아! 너는 나가서 번성(樊城)을 쳐라. 나는 내 손으로 방덕의 소원(所願)을 풀어주겠다."
관평(關平)이 아버지의 말고삐를 붙잡으며 말한다.
"아버님께서는 태산(泰山)같이 귀중(貴重)하신 몸으로 어찌하여 방덕(龐德)같은 쥐새끼와 친(親)히 싸우려고 하십니까. 방덕은 제가 때려눕힐 것이니 부디 자중(自重)하소서."
"음... 그러면 네가 나가서 그놈을 취(取)해 보거라!"
관운장(關雲長)은 아들의 충언(忠言)을 기쁘게 여기며 그대로 눌러앉았다.
젊은 장수 관평(關平)은 날쌘 군사(軍士)들을 이끌고 방덕(龐德)을 마주 보고 달려나갔다.
맞은편에서 방덕(龐德)이<필살 관우(必殺關羽)>의 깃발을 높이 휘날리며 달려 나온다.
관평(關平)이 방덕(龐德)에게 큰소리로 외친다.
"주인(主人)을 배반(背反) 한 방덕(龐德)이란 쥐새끼야! 용기(勇氣)가 있거든 나와서 내 칼을 받아라!"
방덕(龐德)이 좌우를 돌아보며 묻는다.
"새파랗게 젊은 저 아이는 누구냐?"
옆에서 대답한다.
"저 자는 관우(關羽)의 의자(義子 : 의붓아들) 관평(關平)이라는 청년(靑年) 장수(將帥)입니다."
방덕(龐德)은 그 소리를 듣고 말을 달려 나오며 꾸짖는다.
"이놈! 나는 위왕(魏王)의 명을 받고 네 아비의 목을 취取하러 왔노라! 헛소리 집어치우고 속히 네놈 아비를 내보내거라!"
관평(關平)은 대로(大怒) 하며 칼을 번쩍이며 방덕(龐德)에게 덤벼들었다.
싸움은 시작되었다. 오합(五合), 십합(十合), 이십합(二十合), 오십합(五十合)... 아무리 싸워도 승부(勝負)가 나지 않았다. 두 장수(將帥)는 싸우다 지쳐 마침내 내일(來日)을 기약(期約)하며 일단(一旦) 싸움을 중단(中斷) 하였다.
관우(關羽는 그 소식을 듣고 크게 노(怒) 하며 관평(關平)에게 명한다.
"그러면 내일은 내가 방덕(龐德)의 목을 벨 것이니 너는 뒤에서 구경이나 하거라!"
다음날 아침, 관우(關羽)는 적토마(赤兔馬)를 높이 타고 전선(戰線)으로 유유(悠悠)히 달려 나왔다.
그리하여 적진(敵陣)을 노려보며,
"관운장(關雲長)은 여기 있다. 방덕(龐德)은 죽고 싶거든 지체(遲滯)없이 나오너라!" 하고 큰소리로 외치니 산이 쩡쩡 울린다.
방덕(龐德)이 군사(軍士)들 앞으로 나서면서 그가 끌고온 관(棺)을 병사(兵士)들를 시켜 관우(關羽)가 볼 수있는 앞으로 끌어다 놓게 하고,
"관우(關羽)는 들어라! 위왕(魏王)의 명을 받들어 네 수급을 가지러 왔다! 관(棺)은 벌써 준비(準備) 해 놨으니 겁(怯)이 나거든 말에서 내려 포박(捕縛)을 받으라!" 하고 호기(豪氣) 어린 소리를 내질렀다.
"가소(可笑)롭다! 천하(天下)의 영웅(英雄)들도 내 이름 앞에 겁(怯)을 먹거늘 너 같은 쥐새끼를 베기엔 내 청룡언월도(靑龍偃月刀)가 아깝도다!" 관우(關羽)는 이렇게 대꾸하며 손을 내미니, 장군(將軍) 주창(周倉)이 청룡언월도를 관우(關羽)에게 바친다.
"이랴~!" 관우(關羽)가 적토마(赤兔馬)를 박차고 양군(兩軍)이 대치(對峙) 하고 있는 벌판 앞으로 말을 달려 나갔다.
이와 동시同時)에 방덕(龐德)도 관우(關羽)를 마주 보고 달려나갔다.
"촤 앙~!... 촤 앙~!" 관우(關羽)의 청룡언월도(靑龍偃月刀)가 방덕을 향해 힘차게 내리 꽂는다.
방덕(龐德)도 관우에 맞서며 창(槍)을 휘둘렀지만 관우(關羽)의 공격(攻擊)을 막기에 급급(急急)하였다.
애초에 방덕은 관우의 상대(相對)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한 합, 두 합, 삼합(三合)만에 관우(關羽)의 청룡언월도(靑龍偃月刀)를 피하던 방덕이 창(槍)을 놓치며 말에서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관우(關羽)가 최후(最後)의 일격(一擊)을 가하기 위해 방덕(龐德)에게 말을 달려 나갔다.
방덕(龐德)의 절체절명 (絕體絕命)의 순간(瞬間), 방덕은 말과 함께 넘어진 상태에서 말 잔등에 있던 전통에서 활을 꺼내어 화살 한 대를 활시위에 멕였다. 그리고 자신(自身)을 향해 달려오는 관우(關羽)에게 그대로 쏘아 갈겼다.
"어, 엇?" 관우(關羽)는 방덕(龐德)이 쏜 화살을 왼 팔에 맞고 말았다.
"비겁(卑怯)한 놈! 전원(全員) 공격(攻擊) 하라!" 관우(關羽)가 화살에 맞는 것을 본 주창(周倉)이 소리를 내지르며 말을 타고 내달리며 소리쳤다.
"와 아~~..." 양군(兩軍)은 서로를 마주 보며 쏟아져 나왔다. 그리하여 칼(劍)과 창(槍)이 부딪치는 혈전(血戰)에 돌입(突入) 하였다.
관평(關平)이 관우(關羽)의 곁으로 다가오며 급히 소리쳤다.
"아버님! 어서 피하십시오!" 그러면서 관우(關羽)의 근처로 몰려오는 적군(敵軍)을 계속해 막고 있었다.
"군후(君侯)! 어서 피하십시오!" 관우(關羽)의 측근(側近) 병사들이 다가와 관우의 적토마(赤兔馬)의 말고삐를 후군(後軍) 쪽으로 잡아끌었다.
삼국지 - 289회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