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6.20이후 적용 자세한사항은 공지확인하시라예
출처: http://www.kbs.co.kr/drama/misskim/netizen/bbs/index.html
*** 무정한은 정말 좋은 상사일까 ***
함께 일하는 사람은 가족이라는 '무정한'...정말 그럴까
무정한은 착한상사로 등장합니다. 장규직과 달리 계약직에게도 존댓말을 쓰며 깍듯하게 대하고 하루 일과가 끝나면 "수고헸다"라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으며, 혹시나 상사로 모시는 고과장이나 부하 직원들이 마음이 다칠까봐 애쓰는 모습이 매 회마다 역력합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밀치기 싫어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이니 말 다 했죠. 심지어 미스김을 좋아하면서도 장규직 앞에서는 내색도 못 합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상사'인데 어쩐지 전 12회까지 무정한을 보면서 제일 짜증이 났습니다.
무정한은 항상 '함께 일하는 사람은 가족'이라고 말합니다. 사원들을 따뜻하게 해 주는 이유도 그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직장의 신'이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이 '가족 논리'를 깨부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요등장인물 5명을 묶어주는 공통끈이 대한은행이란 점만 해도 그래요. 전 대한은행을 보면서 IMF 때 제일은행을 떠올렸습니다. IMF로 가혹한 구조조정(희망퇴직을 빙자한 사실상 정리해고)을 거친 뒤 지금은 외국계 자본에 팔려서 SC(스탠다드 차티드)제일은행이 됐죠.
90년대까지 은행은 최고의 직장이었습니다. 특히 여사원들이 오래 일할 수 있는 있어 여성들에게 인기만점이었죠. 그렇지만 IMF가 정리해고를 강요하자 회사는 여사원을 제일 먼저 잘라 버립니다. 그 자리는 정규직 대신 계약직으로만 뽑죠. 10명 중 5명 자르고 5명으로만 일 시켜봤는데 일이 여전히 되더라. 상황이 좋아져서 원래 필요했던 5명을 계약직으로 채우니 인건비 덜 들고, 직원들 말 잘 듣고 좋더라. 이 논리 다른 영역으로 급속히 확산됩니다.
제일은행 희망퇴직 당시 어느 지점에서 퇴직자들의 인터뷰를 찍은 비디오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퇴직자들은 10년 넘게 몸 담은 직장을 떠나며 '우리 회사 꼭 다시 살아남아주세요"라고 눈물로 호소하는 바람에, '눈물의 비디오'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9시 뉴스에도 소개되고 기업들마다 이거 돌려보면서 다같이 울고 난리도 아니었죠. 이 때 눈물흘렸던 사람에게 회사는 가족이나 다름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일은행이 회생했을 때(사실 sc에 헐값에 팔리고 나서) 회사는 떠나간 사람을 다시 뽑아주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가족이 아니었습니다. 기업은 IMF 위기 때 여성들을 제일 먼저 내쳤고, 그 빈 자리를 계약직으로 채운 다음, 위기가 닥치면 계약직부터 내쳤습니다. 계약직은 나이가 많은 사람, 스펙이 나쁜 사람, 여성에게 떨어졌습니다. 현대차가 정규직 남성 노조원들의 고용을 보장하면서 식당 아주머니부터 계약직으로 전환한 것처럼요. 이는 '직장의 신'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명문대 서울캠퍼스인 금빛나와 지방캠퍼스인 정주리. 비정규직 여사원 4인방. 회사는 임신한 계약직은 언제든 자를 준비가 돼 있고, 심지어 고과장처럼 정규직도 안심 못 합니다. 그렇게 위기 관리를 하고 이윤을 얻는 회사가 과연 가족일까요.
언제든지 자를 수 있는 사람에게 가족의 정을 강요한다
문제는 한국의 회사는 가족이 아니면서 가족의 윤리를 강요한다는 점입니다. 한신과 봉사. 가족은 자녀가 부모에게 복종하기를 요구하지만 대신 부모는 자녀가 잘났거나 못났거나 사랑으로 보듬어주고 끝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요즘 그렇지 못한 집이 많아 씁쓸하지만 이상적 가족이라면요!) 하지만 회사는 언제나 잘릴 준비를 하는 계약직에게 가족처럼 회사 일에 헌신하길 바랍니다. 수당 없이 야근 시키고, 정규직 전환 시켜주지도 않을 거면서 억지로 회식 가서 친목 쌓게 하고 상사 비위맞춰주게 하고. 이율배반입니다.
미스김은 통쾌하게 일갈합니다. 회사는 친목을 나누는 곳이 아니라 생존을 나누는 곳이다. 계약직이 불필요한 친목으로 몸 버리고 돈 버리고 시간 버리는 회식에 갈 필요가 없다. 야근 없는 추가 근무는 없다. 상사에게 비위를 맞춰 져주는 게임을 할 필요 없다. 임신한 계약직은 가차없이 잘라버리고, 28년 근속한 정규직 사원조차 희망퇴직으로 내보낼 준비가 돼 있는 회사가 '우리는 가족'이라 말하는 것은 위선입니다. 그렇다면 '가족이 아닌', '생존을 나누는 노동자'에 대한 다른 예의를 들이대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무정한은 장규직과 정반대일 뿐 아니라 미스김과도 대척점에 있습니다. 무정한은 계약직이건 아니건 함께 일하는 사람은 가족이라고 말합니다. 전 이 점에서 오히려 화가 났습니다. 8회에서 박봉희가 임신 사실을 들켰을 때 무정한은 "왜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조차 숨겼느냐"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부장께 알리겠다는 장규직은 제압하지 못합니다. 무정한의 가족 논리는 좋을 때는 어느 정도 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황이 안 좋아 기업의 논리가 맨이빨을 드러낼 때 속속무책입니다.
오히려 좋을 때조차 '우리는 가족'이란 이름은 현실을 은폐합니다. 무정한은 임신으로 잘릴 위기였던 박봉희를 위해 대체 무엇을 했습니까. 장규직이 계약직 무시하고 있을 때 대체 뭘 했습니까. 야근을 거부하는 미스김에게 '가족으로서 참석하면 안 됩니까'라고 말하는 그는, 사실 좋은 상사가 아니라 (언제 잘릴 지 모를) 계약직에게 가족의 논리를 억지로 강요하는 무책임한 상사였습니다. 무정한에게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 대한 정은 보이지만, 계약직의 위치와 처우에 대한 고민은 안 보입니다.
생존을 나누는 동료에게 필요한 것은 정의로는 대우
우리 기업문화에 필요한 것은 가족의 정이 아니라, 바로 함께 생존을 나누는 동료에 대한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장규직은 허드렛일이나 하는 계약직을 동료로 인정하지 않으며 계약직을 소모품처럼 쓰는 것을 '경영합리화'라고 말합니다. 헌데 '직장의 신'에서 주요 사고들은 다 허드렛일에서 출발합니다. USB전달, 복사, 커피, 서류입력, 수기계약(허드렛일은 아니지만요!) 정규직 역시 계약직 없이는 자신의 생존을 도모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존재에 대한 예의를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 합니다.
동료에게 정의가 아닌 정을 들이대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요. 툭하면 퇴근 후 미스김의 집 앞까지 찾아가는 무팀장. 인간미와 로맨스로 포장됐지만 솔직히 끔찍합니다. 퇴근했는데 집으로 찾아오는 상사라니. '가족으로서 회식에 참석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라는 깍듯한 부탁은 부드러운 회식 강요일 뿐이지요. 고과장의 태만한 근로에 대해서는 쓴소리 하나 못하구요. 임신을 숨겨야하는 박봉희를 보며 '이 시대 계약직의 처우에 대한 분노'보다 '가족으로서의 서운함'을 먼저 느끼지요. 정주리에게 "다이아몬드보다 메주가 더 예뻐요"라고 던지는 말도 그래요. 유혹할 목적이 없다면, 어장관리 의혹을 사지 않으려면 다른 방식으로 격려하는 법을 배워야 할 듯 합니다.
(사실 회사에서 '미스김 누나'란 호칭을 쓰려 했던 계경우도 경우 없는 짓이었습니다. 회사에선 동기 간에 나이 차 있다고 형, 오빠, 누나로 불렀다가 상사에게 들키면 "여기가 회사냐 동아리냐"라고 사단 나는 경우도 많지요.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하니까요.)
무팀장에게 필요한 것은 情이 아니라 正義라 생각했는데 마침 12화 에피소드가 나왔습니다. 흥미로웠습니다. 무팀장이 극중에서 처음으로 갈등을 일으켰습니다. 그것도 처음으로 정이 아닌 정의의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어떻게 해결이 될 지 무척 궁금합니다. 개인적 바람은 가족의 정으로 회귀하지 말고 '일하는 사람'에 대한 정당한 대우라는 문제로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결국 근원적 문제는 '착한 상사가 잘 해주느냐'가 아니라 사람을 '소모품'으로 사용하는 계약직이라는 제도 자체에 있다는 게 이 갈등의 핵심이니까요.
마치며
비정규직 800만 시대. 한국인의 소원이 정규직 전환이라고 하지만, '가족의 윤리'와 '회사의 논리' 사이 접점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문화에서 정규직도 괴롭긴 마찬가지입니다. 실적에 시달리면서(회사의 논리), 상사 비위까지 맞춰야 하고 때로 폭언도 견뎌야 하죠.(가족의 윤리). 미스김은 다소 극단적으로 표현하긴 했지만 회사에서 인간적 유대가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 유대의 바탕이 결국은 가부장적 논리에 기초한 가족의 정이 아니라, 함께 일 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아버지 같은 사장에게 대드는 노조를 어찌 만들 수 있느냐는 문화가 남아있는 한국에서 절실한 노동윤리가 아닐까 해요.
다시 봐도 배경과 캐릭터의 균형이 튼튼하게 잘 잡힌 드라마입니다. 대한은행(IMF)이라는 공통적 상처를 품었으면서 이중적 회사 논리를 대변하는 장규직(정)-회사는 가족이라고 항변하지만 끝내 현실에셔 장규직의 논리를 넘어서지 못하는 무정한(반)-생존을 나누는 집단이라는 새로운 윤리를 내세우는 미스김(합). 그리고 다소 과장되고 극단적으로 표현된 미스김의 논리를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시킬지 이입할 수 있는 '정주리'. 이 네 바퀴를 통해 직장의 신이 던진 문제제기, 끝까지 마무리 잘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
공감가서 퍼왔어..ㅋㅋ;;
아무리 좋은 상사라지만
업무시간 끝난후에도 집에 찾아오면
소름끼칠꺼란건 동감..
|
첫댓글 그냥 자기 팀원을 지킬수 있는게 제일 중요하지 이리저리 휘둘리지말고 무팀장은 남자로썬 매력있을지몰라도 직장상사로는ㅂㄹ임
....나쁜상사인 장규직도찾아오는데... 어차피찾아올꺼면 무정한이나음 백배
원래 무정한같은 상사가 맞는건데 지금 이사회가 무정한같은 팀장을 답답하고 바보같은 사람으로 만드는거같음
222 우리책임님도 무정한같은 상사임..... 일도잘하시고 아랫사람 끔찍히 잘챙겨주시고... 근데 정작 윗사람들한테 인정을 못받음-_-
동아줄은 못되주더라도 계단이 되어주겠다는 말에 그냥 믿고싶음. 다 그런거 아니겟음 낭떠러지가 보이더라도 내가 믿는 사람이 손꼭잡고 괜찮다고 말해주면 낭떠러지라도 괜찮을거같은...
착한상사지 좋은상사는 아닌거같음...
너무착해..내남친이저래봐 속뒤집어짐. 여직원 가방을지돈으로 수선해서 직접가져다주질않나 홍삼을 사주질않나ㅋㅋ거기에 회사생활은 잘나가는친구가 다 도와줘야 성사가되고 ㅋㅋ친구로선참조음ㅋ
나 전직장 상사님이 진짜 무정한이여씀 위에서 치이고 아래사원눈치보고.. 나랑 유독 친했는데 아직도 젤 기억에남고. 그때 무시했던 사원들도 나중엔 그상사님 같은분 못 만난다구 다들 그리워함 ㅠㅠ
무팀장♥♥
야근 없는 추가 근무는 없다 ???? 수당없는 추가 근무는 없는거 아닌가 ㅎㅎ
실제로 저런사람들이 능력이 있어도 승진이 힘들지~ 공단에서 일할때 무팀장같은 차장님이 계셨는데 박사학위에 일도 잘하고 능력도 뛰어나지만 부장진급이 안되고 정년퇴직함~ 다른 사원들도 차장님 라인에 아무도 안서고
나도 이생각함 ㅋㅋ 존나 시러
답답하긴 하지만 그래도 난 무팀장져타♥
글잘썼당.........
난그래도.....사랑해..
공감해ㅜㅜ 아무리 착하건 나쁘건 일단 회사에선 내 상사고 그때 필요한건 정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존중인듯. 회사에서 가족같은 분위기는 가족같이 돈안주고 끝까지 부려먹겠다는 말과 동일하다는 걸
장규직 정도가 평균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