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이런 좋은 책을 써준 조남주 작가님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기억하기론 그간 읽은 페미니즘 에세이/이론서를 통틀어 개인적으로 가장 명료하고 즉시성있는 공감과 반향을 일으킨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비교적 짧고 간결한 구성입니다. 여러분들도 이 책을 읽는 데 들인 그리 길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후회되지 않을 겁니다.
작가는 이 책에서 '82년생 김지영'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킵니다.
그리고 40대 남자 정신과 의사(에필로그 겪인 마지막장을 제외하면 직접 등장하지 않음)라는 제 3자의 시각에서 내담자인 김지영의 생애와 주변 인물, 사건들을 비교적 상세히 기록합니다.
기록자 자신의 주관을 배제하고, 담담한 필체로 사건 자체와 그로부터 느낀 김지영의 감정만을 서술하는 방식으로요.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른 과거의 기억 하나.
중학생 때, 도서관을 찾아 알리스 슈바르처의 '아주 작은 차이'를 처음 접했던 날. 여성학자인 작가 자신의 임상일지를 기반으로한 구성방식은 저로 하여금 보다 많은 부분에 공감할 수 있도록 했고, 여성이란 이름으로 타자화된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마치 제 자신의 일처럼 느낄 수 있었던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이는 지금도 비교적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성폭력 등의 후유증으로 남성에 대한 혐오를 키운 한 여성, 비교적 여유로우나 우울과 무기력을 겪는 대학교수의 아내, 다자녀를 키우는 유색인종 이민자 여성의 삶 등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볼 수 있었던 매우 색다른 기회였습니다.
앞서 언급한 10대시절 처음 페미니즘을 처음 접했던 경험과 관련하여 ‘82년생 김지영’은 서술방식에서 어릴적 제 자신이 여성주의 이론을 처음 접하고, 그로부터 얻은 감수성을 삶의 중요한 바탕으로 삼게 되었던 기억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어 개인적으로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또 한가지 비슷하면서 다른 동일장르의 책을 이야기해보면 영화로도 크게 성공한 헬렌 필딩 작가의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들 수 있겠네요.
많은 분들이 접해보셨겠지만 이 작품은 30대 비혼여성 1인칭 시점에서 자신의 삶, 감정, 소셜라이프를 기록합니다. '브리짓...'은 흥미와 웃음 요소를 기본으로 하고있죠.
주인공은 혼란스럽고 후회하고 때론 우울하지만, 기본적으로 'PC'하죠.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큰 저항감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비교적 단단한 여성주의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책들의 경우 유럽인의 시각으로 한국 또는 밴쿠버와는 다른 문화적 배경속에 쓰여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적으로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 '82년생 김지영'의 구성은 철저히 지역적이나 또 보편적이고 읽다보면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채 많은 쓴웃음을 짓게 하는 책입니다. 소설속 모든 요소가 사회에서 여성으로 태어나, 키워지고, 성인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김지영이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혐오와 차별들로 채워져 있죠. 의미야 있겠냐만, 말하고보니 그 종류가 얼마나 많고 다양한지 한 번 세어보고 싶군요(웃음)
또 작중에도 짧게나마 다뤘지만 사회적으로 신성시되는 모성,
엄마로서의 여성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과 자녀교육에 대한 주변 및 사회의 과도한 기대,
그로힌해 흔히 발생하는 죄책감이나 중압감같은 문제가 개인에게 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의식주는 물론 자녀 개인의 성취와 삶까지 많은 부분을 부모의 책임으로 보는 지금의 시각은 좀 바뀔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공공차원의 육아휴직 정책과 보육지원 역시 크게 확충될 필요가 있을테고요. 물론 부족할 수 있겠습니다만 거칠게 말해서 한국이나 기타 개발도상국 사회가 육아부문에 있어 빠른시일내에 캐나다 표준에 가까운 수준으로 사회적 인식 및 지원수준이 상향평준화될 수 있길 바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기혼자' '가임기 여성' '자녀를 낳아 키울 것으로 주변/사회의 기대를 받는 인적자원 생산(노동)자' 본인들이 비로소 자신의 삶을 꿈꿀 수 있게 말이죠.
'모성'에 대해 가졌던 의심과 물음이랄지 그런 부분을 주변에서 흔히 있을법한 작중인물의 경험담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작품 구성에서,
'엄마로서의 내'가 아닌 '나 자신의 적성을 고민하며 스스로의 인생을 생각하고 싶은 한 명의 개인'으로서 30대 기혼여성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특히 크게 다가왔습니다.
근래 접했던 외서인, 엘리자베스 바뎅테르의 '만들어진 모성'을 통해 가졌던 '모성은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가'라는 물음, 그리고 '네이트 판'등 주로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접한 수많은 실제(추정) 사례들을 접하며 키워갔던 의문들.
그 과정에서 내렸던 잠정 결론인 "모성은 단순히 개인사이의 감정이기 이전에 사회적 믿음이며, 역사와 지역에 따라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기대이상으로 매우 다른 스펙트럼이 존재한다(존재했다)"는 전제를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준 구성이었습니다. 작중인물 김지영의 의식흐름은 저로 하여금 마치 뭔가에 홀린듯 인물에 깊이 몰입하게 되더군요.
김지영 역시 자신의 딸을 충분히 사랑하나, 딸만 보고 자신의 향후 20년 인생을 희생하겠다고 결론내릴 만큼 우둔하진 않습니다. 그 결정의 결과는 많은 경우 의도와 다르게 양쪽 모두에게 독이 되곤 하니까요.
만일 독자인 당신 역시 '물론 우리딸이 누구보다 사랑스럽지만, 양육에 따르는 모든 희생과 노고를 따져봤을 때 만약 내가 무자녀였던 그 시점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자녀를 갖지 않는 선택을 하겠다.'고 말하는 바로 그런 사람이라면, 어떤 이유로든 부채감이나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많은 통계와 개개인의 경험이 말해주듯- 가부장적 사회문화와 가족단위에서의 성(별)차별, 자녀의 여부와 양육방식, 고부갈등 등에 있어 여성은 언제나 더 많은 책임과 더 적은 권리를 누려왔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들은 김지영씨의 인생에 걸쳐 되풀이되며 그/녀를 짓누르는 크고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이로서 차별과 혐오의 경험은 소설의 주요 메시지로 자리합니다.
‘82년생 김지영’은 서술방식에서 어릴적 제 자신이 여성주의 이론을 처음 접하고, 그로부터 얻은 감수성을 삶의 중요한 바탕으로 삼게 되었던 기억을 돌이켜보게 되어 개인적으로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차별점은 책 자체가 누구나 부담스럽지 않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네요. 시사적인 내용을 표방하지도, 그렇다고 작가 본인의 에세이도 아니면서
장편소설의 포맷안에 페미니즘을 이렇듯 자연스럽고도 명료하게 녹여낼 수 있는 고남주 작가의 탁월함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작품해설의 김고연주씨가 지적하듯 우리 모두의 김지영; 말을 잃은 여성들
이란 주제로 몇가지 공통의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실존하는 성차별에 항의해도 돌아오는 답은 '꼴페미'라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아닌)그저 좋고 싫음의 감정적 측면에서 본 페미니즘에 대한 유일하고 진부한 코멘트. 살갑고 고분고분 말 잘듣는 여성만이 진짜 여성이라는 굴레속에 살아가야 하는 우리 '김지영'들.
그렇다면 이 시점에 필요한 건 뭘까요? 어쩌면 지금은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에 맞서 좀 더 급진적인 정치실험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페미니즘에 기반한 비혼주의가 더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길 희망하며, 개인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작은 힘이나마 함께 보태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 책은 아마도 주변에 부담없이 일독을 권할 수 있는 첫 페미니즘 관련서가 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봅니다.
참 벌써 일년쯤 된 얘기지만, 가수 아이린씨 응원합니다. 이참에 팬 분들도 두번씩 읽고 좀 배우셨음 좋겠네요. 부끄러워서 한남슈퍼도 못갑니다.
(아이린씨 '논란' 이후 판매량이 책 104% 증가했다니 기승전Happiness lol)
본서 및 가수 아이린 관련 논란 해외팬 반응 기사 링크
http://mobile.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180319000351
인상에 남은 부분(65-69p, 3장; 첨부이미지1) : 독백형식으로 작성
캐나다로 이주한 현재에도, ‘밤이 되면 버스정류장에 사람 한 명 없는’ 외진 주택지역에 사는 나는 이러한 공포를 적잖이 느끼며 살아가고있다.
해당 파트를 읽던 중 마침 전화벨이 울렸고,
나는 화들짝 놀란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며 반가운 친구의 취업소식을 들어야 했다.
나는 지금도 내가 편하고 친하다고 느끼는 소수의 사람들과 있을 때를 제외하곤 잘 웃지 않는다.
세상엔 보기보다 질 나쁜 사람들이 많았고, 내 친절이 어떻게 독이 되어 돌아오곤 하는지 직접 경험한 결과일것이다.
이렇든 일상에 숨어있는 주변인/낯선이로부터의 폭력에 대한 두려움은 성격을 변하게하고 정신을 좀먹으며 좀처럼 벗어나기 힘든 큰 부담으로 작용하곤한다.
인상에 남은 부분2(175p, 마지막장; 첨부이미지 2)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라도 육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여직원은 여러 가지로 곤란한 법이다. 후임은 미혼으로 알아봐야겠다.”
세상에 이토록 합리적이고도 아이러니한 말이 또 있을까. 이 부분을 읽고 한동안 먹먹했다. 김지영씨와 이수연 선생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일종의 부채의식 따위. 그리고 이는 내 스스로가 비혼주의를 자처하며 적극적이 된 주된 이유이기도 하였고.
독서 후기를 마치며 :
항상 유익하고 흥미로운 책을 선정하여 책모임을 이끌어주시는 리지 선생님께 특히 감사드리며, 오늘의책×우벤유 도서관과 우벤유 북클럽의 앞날에 큰 축복이 있길 바랍니다.
매회 참석은 어렵지만 이렇게 그간 읽고싶었던 책이 주제로 등장하면 꼭 돌아와 멤버분들과 즐겁게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그럼 모임때 만나요 ㅎㅎ
*이번 모임은 고남주 작가의 책 <82년생 김지영>을 주제로 28일 목요일 4시반에 사무실에서 열립니다.
참가신청은 여기로
http://m.cafe.daum.net/ourvancouver/6ZE6/2981
사족 :
개인적으로는 바쁘다, 생활에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여성주의와 다소 거리를 두고 살아온 지난 몇년의 시간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마침내 페미니즘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바,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부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제게 트렌드에 잘 어울리고, ‘무관심한’ 누구라도 비교적 쉽게 읽어 볼만하다고 느낀 굉장히 반가운 책이었습니다.
82년생 김지영 판매랑 증가 뉴스기사(첨부이미지 3)
첫댓글 통근 및 통학과정에서 짬짬이 쓴 탓에 글이 기승전결이라든지, 구성면에서 명확하지가 않네요. 잘 쓴 글이 아니라 남 보이기 좀 민망합니다.
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른 느낌을 가지신 분도 물론 계실거고.. 모임때 서로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고 싶습니다 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밴쿠버파란하늘님 안녕하세요? 생각이 무척 참신하신데요.
이렇게 처음 인사드립니다만 하늘님은 사람들이 세상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돕는 인재이신 것 같아요. 어쩌면 소설속 김지영씨와 동년배쯤 되는 한국분이실지도 모르겠네요.
혹시 시간이 허락하신다면 북클럽 모임때 한번 뵙고싶네요, 선생님. 참 지역이 밴쿠버이신지 여부도 아직 모르고있네요 제가.
오늘도 좋은하루되시고 하시는일 잘되시고 사회이슈 대한 사고도 발전있으시길 바라요. 소중한 댓글 고맙습니다 ㅎㅎ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9.04.02 14:04
@하균하균 하균하균님 소중한 의견 댓글 감사드립니다 ㅎㅎ
수십 수백명 중에 한명이 겪을만한 것들을 수십개 모아서 본인이 당한것처럼 포장한 심각한 일반화의 오류를 극도로 보여주는 소설에 가까운 책.
이 책은 있을 법한 일을 모아서 재구성한 허구의 소설이 맞습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끼고 큰 공감을 샀기 때문에 한국뿐만이 아니라 아시아에서까지 베스트셀러가 된 거겠죠. 그저 한 인물의 이야기인데 뭘보고 일반화의 오류라고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소설 속에는 항상 다양한 인간군상이 나오고 특정 인물이 좋다, 싫다, 옳다, 그르다 하는 건 일반적이지만 뱅쿠번인간님처럼 다양한 일화를 모아서 이야기속 인물을 창조하는 당연한 작가의 활동을 비난하시는 분은 처음보네요. 나쁜 이야기 다 모아서 창조한 극도로 악한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은 인간을 다 악인처럼 일반화했어! 하면서 안 읽으시나봐요?
@밴쿠버뉴비 그걸 소설이라고 안하고 현실에 기반했다고 말하며 젊은 연령층의 아직 가치관이 잡히지 않은 여성분들에게 현실인 것처럼 각색해서 쓴거니까 안좋은 소설이라는 거죠ㅋㅋ 소설입니다 허구입니다 라고 정확히 명시해두고 책을 만들었으면 괜찮을걸 굳이 감정 이입해서 대한민국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인 것 마냥 적어놨는데 그게 읽을 책입니까..... 역시 탈페미는 지능순
@뱅쿠버인간 글 쓰는 거 봐서는 별로 똑똑하지도 않은 분 같은데 지능을 논하다니 덕분에 자기 전에 웃었습니다. 소설은 허구입니다 정확히 명시를 하라구요? 굳이 그러지 않아도 소설은 픽션, 창작한 이야기라는 거 당신 빼고 다 알아요. 작가 자신의 경험도 바탕으로 하고 주변 이야기도 모으고 거기에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 했을거고 현실에 가까운 지 안 가까운 지는 독자가 판단하는 거죠. 이렇게 인기를 얻는 거 보면 답은 대충 보이지만. 그리고 젊은 연령층의 여성이 가치관이 잡히지 않았다는 어이 없는 소리를 하기 전에 당신 가치관이나 제대로 찾으세요.
@밴쿠버뉴비 으으 말 증말 안통하네 소설을 소설이 아닌 현실인 것처럼 써놨으니 문제라구요.... 안잡히고 말구요 그러니까 페미니즘같은 정신병사상이나 쫓고있죠 ^^
@뱅쿠버인간 인간님 알고보니 말 통하는 분이네요. 결론은 소설속 김지영 이야기가 현실감이 지나쳐 문제라는 말씀인거죠? 어려운 책 읽느라 고생하셨어요. 이제 푹 쉬세요.
@로빈슨 ㅗㅜㅑ 여윽시 페미는 증신병이랑께.......
@뱅쿠버인간 으이구 ...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9.10.02 03:28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9.10.02 03:38
독서 모임이 있나 싶어서 독서 키워드로 검색하다 보게됐는데 좋은 글이네요 저도 읽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