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의 시계 바늘이 움직인다
오늘은 106년 전 3.1독립운동이 일어났던 바로 그날입니다. 우리 선열들이 일제의 질곡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연히 일어났고 이를 계기로 우리 백성들이 나라를 되찾기 위한 독립운동에 진력하게 되었으니 오늘은 참으로 뜻깊은 날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외세에 의한 것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만든 대혼란의 와중에서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호가 험난한 파고를 넘어 순항할 것인가, 그대로 가다가 난파하고 말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비상계엄 사태에 이어 대통령 탄핵 문제를 둘러싸고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져 서로 반목·대립함으로써 한 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주춤거리고 있습니다. 경제가 뒤뚱거리는 것은 물론 안보에도 빈틈이 생기기 일보 직전인 엄중한 시기입니다. 정치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도리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삼권분립이 흔들리고 사법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난국을 넘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은 무엇입니까. 기미년 3.1독립운동을 일으킨 선현의 지혜와 용기가 오늘날에도 필요합니다.
저는 이 난(欄)을 통해 87년 헌법의 허점과 부족함을 수정·보완하여 변화된 현실에 맞는 새 헌법을 채택하여야 할 당위성을 수차 언급하였습니다. 올 1월 3일 자 칼럼 '정치선진국으로 가는 길(1)', 1월 14일 자 '정치선진국으로 가는 길(2)'을 비롯하여 지난 2월 19일 자 '훌륭한 지도자를 뽑아 내세워야'까지 세 번에 걸쳐 지금의 난국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은 개헌밖에 없음을 지적하였습니다. 저만 얘기한 것이 아니라 이 나라 원로들과 지식인들이 입을 모아 개헌의 당위성을 설파해오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탄핵이냐 아니냐를 둘러싸고 난리인데 이 북새통에 개헌이 되겠느냐?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극구 마다하는 개헌을 한다는 게 현실성이 있겠느냐?'고 하면서 개헌 얘기는 꺼내지도 마라는 식으로 반응합니다. 그러나 이 난국을 헤치고 분열을 잠재우면서 나라가 바로 나아갈 수 있으려면 개헌을 통한 새 헌정체제를 세우는 길밖에는 없습니다. 민주당 일각을 제외하고 우리 사회 원로를 포함한 정치권 전반이 개헌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오는 3월 5일 출범하는 '개헌추진 범국민서명운동'은 개헌을 위해 그간 정관계 원로들과 긴밀히 협의해온 헌정회와 이에 호응하는 시민단체들의 주도로 추동되고 있는것으로 압니다. 정파적 이익만을 내세워 개헌에 반대하는 세력을 압도하기 위해 국민이 가진 힘으로 이에 맞서겠다는 것입니다. 나라의 미래가 달린 개헌 문제를 정치권에만 맡겨 놓을 것이 아니라 국민이 직접 나서서 개헌의 물꼬를 트겠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탄핵의 시계는 이제 곧 멈추게 될 것입니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개헌은 그 이후의 정국을 안정시키고 새 헌정체제를 세워, 뒤로 가는 대한민국의 시간을 앞으로 되돌리기 위한 것입니다. 106년 전 기미년 그때처럼 나라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어 선진 부국을 향한 항해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는 대의명분하에 우리 국민이 뭉쳐 일어나면 하지 못할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헌정회(회장 정대철)가 그간의 개헌 논의를 정리하여 내놓은 개헌안의 대강은 4년제 대통령 중임제, 책임총리제를 통한 대통령 권력의 분산, 국회의 권한 남용을 제어할 양원제, 지방분권의 실질화 등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헌이 되면 선거법도 고쳐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 국회의원(하원) 선거 중대선거구제 등도 도입해야 할 것이며 나아가 민주공화국의 이념에 위배되는 국회의원의 특권도 철폐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지식인들은 일이 잘못되었을 때 뒤에서 비판만 하고 정작 사전에 일을 바로잡기 위해 나서는 것은 주저해 왔습니다. 이래서는 잘못된 지도자들의 잘못된 관행을 불식할 수 없습니다. 지식인뿐만 아니라 일반서민, 자영업자, 전문직, 직장인, 주부, 학생 할 것 없이 다 함께 나서서 개헌 추진에 힘을 보태야 합니다. 그래야만 비상한 위기에 처한 이 나라를 바로 세워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저의 이 글은 여느 때처럼 이치를 따지고 논리를 펴는 칼럼이라기보다는 기로에 선 대한민국호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찾는 데 모두 함께하자는 호소라고 해도 좋습니다. 개헌 추진을 위한 범국민서명운동을 개시하고자 하는 기자회견이 오는 3월 5일 오후 2시 서울역광장에서 있을 에정이라 하니 이 절체절명의 시기에 구국을 위한 국민적 행동에 다 함께 나서자고 감히 호소하는 바입니다.
그간 권세 있는 정치인들의 사익에 떠밀려 실패를 거듭해온 개헌을 이번에야말로 달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열정을 보여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지금 겪고 있는 정치적·사회적 대혼란이 후대에까지 반복되는 것을 결코 방지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사태가 다시 일어난다면 대한민국은 그동안 어렵사리 쌓아온 모든 것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도 나라의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이번 개헌을 위한 범국민서명 운동에 함께할 것을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는 바입니다.
우선, 오는 3월 5일 오후 2시에 서울역광장에 나오셔서 구국을 위한 개헌추진 범국민서명운동에 힘을 실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의 인터넷 기술로는 온라인 서명을 비롯한 전국적인 서명이 시작되면 단시간 내에 천만 명의 서명을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올바른 헌법을 채택함으로써 국민이 우선인 건전한 정치 풍토를 조성하고,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갈 새 지도자를 뽑아 대한민국호가 순항할 수 있도록 모두 분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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