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풀꽃 (설강화, 갈란투스, 스노우드롭 Snow Drop) / 사진 〈Bing Image〉
『한국경제/고두현의 아침 시편』2024.03.15.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
눈풀꽃 / 루이즈 글릭
내가 어떠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가.
절망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분명 겨울의 의미를 이해하리라.
나 자신이 살아남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대지가 나를 내리눌렀기에.
내가 다시 깨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도 못했다.
축축한 흙 속에서 내 몸이
다시 반응하는 걸 느끼리라고는.
그토록 긴 시간이 흐른 후에
가장 이른 봄의
차가운 빛 속에서
다시 자신을 여는 법을
기억해 내면서.
나는 지금 두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
새로운 세상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202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 여성 시인 루이즈 글릭의 작품입니다. 혹한의 동토에서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이른 봄 눈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눈풀꽃의 생명력이 눈물겹습니다. 그 꽃은 ‘새로운 세상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도 싱싱하게 다짐합니다. ‘나는 지금 두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고 말이죠.
글릭은 노벨상을 받은 지 3년 만인 지난해 80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인은 암이었다고 합니다. 1968년 시집 <맏이>로 활동을 시작해 14권가량의 시집과 시론, 수필집을 남기고 갔지요. 미국에서는 명성이 높았지만,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인입니다. 그나마 류시화 시인의 번역 덕분에 몇몇 작품이 소개돼 있었습니다.
1943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청소년기에 앓았던 섭식장애, 신경성 식욕부진증으로 학업까지 중단해야 했습니다. 이는 이후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받으며 미국 최고의 시인으로 평가받아왔습니다.
시집 <아킬레우스의 승리>로 전미비평가상(1985)을 받았고, <야생 붓꽃>으로 퓰리처상(1993), <신실하고 고결한 밤>으로 전미도서상(2014)을 받았죠. 예일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2020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는데, 미국 시인으로는 T.S 엘리엇(1948년) 이후 첫 노벨문학상이었습니다. 여성 시인 수상자로는 폴란드의 비스와봐 쉼보르스카(1996년) 이후 두 번째였죠.
(이하 생략/아래 '원본 바로가기' 참조)
〈고두현 / 시인·한국경제 논설위원〉
Main Theme(Guitar Ver.)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Original Soundtr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