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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살사 살사댄스 포털(전국구) 원문보기 글쓴이: 5414꿈신
1.정모
신비는 늘 그러하듯 정확한 시간이 되어 강남역 모퉁이를 돌아 스타벅스 근처에 잠시 정차를 했다.
‘7시 21분!’
조금 이른 시간이다. 은효는 늘 같은 시간에 나타난다.
급하게 시간을 맞추느라 화장을 다 못했다.
신비는 화장품 파우치를 꺼냈다. 아이섀도를 열었다.
핑크 펄과 퍼플이 나란히 있다.
무심코 퍼플을 터치하려는데 문득 은효 생각이 났다.
“퍼플은 좀 아픈 사람 같지 않아? 당신은 핑크가 어울리는데…….”
신비는 피식 웃으며 핑크 펄을 브러시에 묻혔다.
룸미러를 얼굴로 돌리고 정성스럽고 부드럽게 화장을 한다.
어떤 식으로든 은효에게는 말 잘 듣는 순한 양처럼 굴고 싶은 거다.
“화장 중이었어?”
조수석 문이 열리고 은효가 올라탄다.
시계를 보니 정확히 8시다.
신비는 살짝 웃어보였다.
“오늘은 누군가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오는 가부지? 정성을 더 들이다니.”
“응, 있어. 대나무밭. 흐흐흐.”
“대나무밭? 오호. 그 대나무밭 말이구나. 당신이 늘 하루 일기 쓰듯 주절주절 다 쏟아낸다는.
언젠가 그 대나무 밭이 ‘신비 귀는 당나귀 귀다!!’하고 바람결에 불어버리는 날이 오면
어쩔려구. “
“걱정도 팔자 셔! 그 대나무밭은 좀 특이한 대나무 밭이라 절대~! 다른 사람들하고
말 섞는 것조차 싫어하거든? “
“흠……. 그렇긴 하지.”
2.대나무 밭
은효는 마치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하듯 한다.
대나무밭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란 사실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신비는 언젠가부터 아침저녁으로 은효와 대화를 한다.
대화를 한다는 건 잘못된 거다. 대화라기보다는 일방적인 신비의 푸념을 들어주는 게
은효의 역할이다.
“어제 내가 말했던 사람 있지, 응?”
“당신이 어제 나한테 말한 사람은 총 여섯 사람인데, 어떤 사람을 말하는 거지?”
은효가 부드럽게 웃는다.
신비는 아직도 은효가 그렇게 조용히 웃으며 잔잔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면 설렌다.
처음 은효와 춤을 췄을 때 느꼈던 그 느낌 그대로.
“아이 참…….
그 왜, 춤 출 때마다 저녁식사로 뭘 먹었는지 전부 추리할 수 있을 만큼 냄새난다던! “
신비가 목청을 높였다.
도로는 마음만 바쁜 차들로 꼼짝을 안 한다.
거북이들의 경주처럼 아주 천천히 조금씩 움직일 뿐이다.
하지만 그런 건 다 괜찮다.
신비에게는 은효만 옆에 있다면 오늘 목적지로 하는 곳에 영영 도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행복한 거다. 은효와 함께 대화할 수 있는 공간만이 신비에게 의미가 있다.
“그래, 기억 나. 근데?”
“그 사람과 지난 주 정모 때 마주쳤었는데, 홀딩신청을 하는 거야.”
“그래…….”
“근데 마침 아~주 긴 곡이 시작되는 거 있지. 그 사람과 그 식사내용점검냄새를 맡으면서
그 긴~ 시간을 함께 하는 건 너무 가혹하잖아? “
“그렇지.”
“그래서 난, 다음곡이요, 라고 말해줬어.”
“응.”
“그러고 나서 그 곡이 절반쯤 지난 다음에 내가 먼저 가서 홀딩신청을 한 거야.”
“당신은 나머지 절반만큼만 추려고 했겠군?”
“빙고! 그게 내 계획이었어. 우린 춤을 췄어. 아, 그런데!”
“그런데?”
“그 곡이 끝나자마자 손을 안 놔주더니 그러는 거야!”
“뭐라고?”
“너무 짧았다. 한 곡 더! 으……. 으…….”
“후훗, 당신, 난감했겠군.”
“너무 괴로웠어. 왜 그 사람은 춤추기 전에 양치를 안 하는 걸까?”
“양치를 해도 속에서 구취가 날 수도 있지.”
“정작 당사자는 정말 모르는 걸까?”
“근데, 신비양?”
“응?”
“당신은 정말 괜찮은 거야?”
“뭐가?”
“구취말야. 당신은 안 나는 거 확실한 거냐고 묻는 거야.”
신비는 은효를 향해 눈을 흘겼다.
은효가 장난스레 빙글거린다.
“농담인 거 알지?”
“뭐야? 가시 박혔던 거도 알지? 오늘 홀딩 없어 이런 식이면!”
“아, 정말? 그래도 돼?”
신비는 아차 싶었다. 아쉬운 건 은효쪽이 아니라 신비다.
“취소 취소! 하하하하!”
“후후후.”
신비에게는 은효는 가장 베스트 살세로다.
그 어떤 최고 리더가 온다 하더라도 은효만큼 신비를 춤출 때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람은 없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신비는 확신한다.
다행히 가장 번잡한 곳을 통과하자 차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은효가 조수석 창문을 내렸다.
“바람 시원하다.”
“땀도 잘 안 흘리면서.”
3.은효
그랬다. 은효는 정말 다른 사람들에 비해 땀이 없었다.
그렇게 무더운 날에도 하얀 긴팔셔츠와 함께 검은 베스트를 갖춰 입는다.
은은한 샤넬 알뤼르 옴므 향이 살짝 신비를 스쳐간다.
은효의 향기다.
거대한 삼나무 숲에서나 느낄것 같은 청량한 향기에 상쾌했다.
운전하는 중간 중간 신비는 은효를 훔쳐본다.
순정만화에나 나올법한 여리고 가느다란 선을 가졌다.
옅은 갈색머리칼이 부드럽게 컬을 만들며 바람에 나부낀다.
콧등에 얹혀있는 은색 안경테에 아직 남은 저녁노을이 반사되어 반짝인다.
은효의 눈동자는 매우 밝은 갈색이다.
처음 그와 춤추며 아이컨텍을 했을 때 심장이 멈출 뻔했다.
너무나 투명한 눈빛에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첫느낌의 은효는 매우 섬세했다.
살사에 갓입문한 신비에게 세상에 이렇게 음악을 이해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경이로움을 선사한 사람이 은효였다.
은효는 상대방 살세라를 매우 편안하게 리드하면서 살세라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최고의 살세로다.
정확히 말하자면, 춤이 너무 안 늘고 자신감만 잃어가던 신비에게
춤의 즐거움을 일깨워 주고 다시 즐겁게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사람이 은효다.
은효와 춤을 추고 난 후, 한동안 은효는 신비의 눈앞에 나타나 주지 않았다.
정말 간절히 바랬다. 다시 은효가 나타나주기를.
그리고 정말 신비의 바램대로 은효가 나타났고 신비가 은효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잦아지기
시작했다. 신비의 눈은 늘 은효를 찾아다녔다.
은효는 그때마다 흔쾌히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얼마 후. 은효와의 홀딩은 신비가
바를 찾는 단 하나의 목적이 되기 시작했다.
“나 이찌, 다른 여자들에게도 당신을 소개해주고 싶어.”
“응?”
“너무 아깝잖아. 당신은 나와 홀딩 안 할 때는 의자에서 쉬고 있거나 거울 쪽으로 가서
혼자 베이직이나 패턴 연습을 하거나, “
"꼭 그렇진 않아. “
은효가 말을 끊었다.
“꼭 그런 건 아냐. 나도 홀딩해. 내가 춤추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그러니
일부러 나를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 안 해도 돼. “
“다른 여자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 당신이 얼마나 근사하고 편하게 추는지!”
“그건... 당신만 느끼는 거지, 다른 사람들에게 당신의 느낌을 강요하지 마.”
“하지만!”
“사양합니다. 난 당신과 추고, 쉬면서 다른 사람들 춤을 감상하고, 그리고 몇몇 내가 추고 싶은 사람들과 춤추면 돼. 오케이?”
아쉽지만 더 이상 강요하면 안 된다는 걸 신비는 잘 안다.
전에도 비슷한 논쟁으로 뒤풀이에 함께 가자고 했다가
몇 주간 못 본 적이 있다.
“자꾸 나를 사람들 앞에 드러내면 난 조용히 사라져 버릴 거야.”
그렇게 말하더니 정말 몇 주간을 잠적했었다.
은효가 잠적했던 그동안은 카페를 통해 볼 수도 없었고
하루 수십 통이 오가던 쪽지도 뚝 끊겼었다.
신비는 패닉상태에 이르렀었다.
이제 영영 은효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으로 슬픔에 잠겨있을 때
은효가 돌아온 거다.
다시 그런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은효의 손맛을 다른 살세라들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건 매우 안타까웠지만
은효를 또 영영 잃을 순 없는 노릇이다.
4.장미
어느새 빠에 도착했다.
입구에 가까이 가자 발바닥을 통해 쿵쿵 울려오는 음악소리가 느껴진다.
리듬에 맞춰 심장도 같이 울렸다.
계단을 내려갔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춤을 추고 있다.
후끈한 열기가 얼굴에 확 끼친다.
“오늘은 첫 번째 곡을 나와…….”
신비는 고개를 돌려 은효를 보았다.
첫곡을 은효와 출 심산이었다.
그런데 은효는 벌써 사라지고 없다.
두리번거리며 은효를 찾았다.
낭패감이 들었다.
약간 화도 났다.
첫 곡은 은효와 추고 싶었다.
왼쪽 거울 쪽에 은효가 보인다. 낯익은 여자와 춤추고 있다.
기분이 상했다.
가슴이 울컥했다.
춤출 기분이 아니었다.
신비는 댄스화도 갈아 신지 않은 채 검은색 간이쇼파에 가서 털썩 앉았다.
한 곡이 끝났다.
신비는 바닥에 시선을 꽂은 채다.
표정관리가 안됐다. 화를 내고 싶진 않았는데 웃음을 띌 수도 없다.
심장은 평소와 달리 심하게 들썩인다.
그때 가느다랗고 긴 손가락을 가진 여린 손이 슬며시 신비 눈앞에 나타났다.
은효다.
신비는 그냥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다.
팔짱을 낀 채 손을 잡고 일어날 생각을 안한다.
은효가 신비와 맞은편에 엉거주춤 앉았다.
“왜? 춤 안 춰?”
“약간 빈정 상했어.”
“내가 장미와 첫곡을 춰서?”
그래, 맞다. 그 낯익은 여자는 장미였다.
은효와 춤추는 몇 안 되는 여자 중 하나.
“알긴 잘 아네.”
“빠에 들어오자마자 장미가 손을 채갔어. 어쩔 수 없잖아.”
“…….”
신비의 얼굴이 전보다 더 굳어졌다.
어째서 은효는 속마음까지도 다 읽어내는 거냐.
“그래서 오늘 나와 춤 안 추기로 한 거야?”
은효가 또 빙글거리며 웃는다.
신비는 잠시 갈등했다.
“그럼, 연속 두곡 춰.”
“무리라는 건……. 알지?”
“두곡 춰!”
신비는 떼를 썼다.
은효는 잠시 생각하더니 신비의 손을 끌고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곳으로 갔다.
못이기는 체 따라 나간 신비는 언제 화가 났었냐는 듯 은효와의 춤에 몰입했다.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듯 리드하는 은효의 리듬을 따라 몸을 움직였다.
아직 준비운동도 안한 그녀였지만 은효와 함께라면 언제라도 오케이!
어느새 신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즐겁고 경쾌한 살사 한 곡이 끝났다.
감미로운 바차타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은효는 자세를 바꿔 딥홀딩을 했다.
그리고 신비의 귀에 속삭였다.
“연속 두곡이다. 이제 화 풀어.”
신비는 가볍게 눈을 흘겼다. 미소를 띈 채.
황홀한 바차타다....
땀에 흠뻑 젖은 채 빠에서 나왔다.
은효는 그다지 젖지 않았다. 보송보송한 그대로다.
“좋겠다. 땀 별로 안 나서…….난 다 젖었는데.”
시계를 보니 새벽1시다.
은효와 같이 있을 땐 습관적으로 시계를 본다.
2시가 헤어지는 시간이다.
1시경에 빠에서 나와 태워왔던 자리 반대편에 은효를 내려주는게 무언의 약속이다.
신비입장에서는 한없이 은효와 함께 있으면 좋겠지만
은효가 먼저
‘이제 가야할 시간이야’라고 말하는 게 듣기가 싫었다.
안녕이란 말을 듣는 건 너무 괴로운 일이다.
그래서 신비는 자주 시계를 보게 되었다.
은효보다 앞서서 말하는 버릇이 생겼다.
“1시다! 당신 내려주는데 가서 차 한 잔 하면 딱 2시 되겠다!”
“오늘은 좀 더 오래 차 마실까 하는데?”
“응? 왠일이야?”
더 묻지는 않았다.
로또당첨보다 더 기쁜 일 아닌가.
괜히 꼬치꼬치 물었다가 마음을 바꿔서 가버릴지도 모른다.
신비는 어디를 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서울 근교 조용한 공원으로 차를 몰았다.
깊은 여름밤의 촉촉한 공기가 이국적 향을 품은 채 신비를 더욱 들뜨게 했다.
5.김광진
얼마나 달렸을까,
늘상 듣던 바차타시디를 은효가 빼낸다.
“왜, 바차타 싫어?”
신비는 왠지 서운했다. 조용한 공원이라면, 또 이렇게 깊은 밤이라면 주차장에서
바차타 음악을 틀어놓고 맘껏 춤이라도 출 만하련만…….
왜 바차타 시디를 빼내는 걸까.
은효와 바차타로 좋은 기억이 몇 번 있다.
1시경 빠에서 나와 은효를 강남역부근에 내려주기 전 꼭 30분전쯤부터는 신비와 은효의
데이트다.
둘 다 바차타 음악을 좋아했다. 그리고 가끔 흥이 나면 길거리로 나와 바차타를 추었다.
자정이 넘긴 시간이라 정말 드문드문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런 건 아예 아랑곳 않고 밤공기가 제공하는 무드와 차에서 흘러나오는 바차타 선율에
몸을 맡긴 채 리듬을 타는 거다. 이 얼마나 감미로운가.
신비는 오늘도 역시 은효가 그렇게 해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은효는 시디플레이어에서 바차타 시디를 꺼내더니
자기 가방을 뒤져 또 다른 시디 한 장을 찾아 넣는다.
“들어봐.”
“응.”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이제 나는 떠나가겠소…….
김광진의 편지다.
순간 신비는 알지 못할 불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나쁜 예감은 거의 적중한다. 누구에게나.
신비는 아무 말 없이 은효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은효 역시 말이 없다.
말없이 김광진의 편지만 계속반복해서 틀고 있었다.
열 번쯤, 아니 그보다 더 많이 같은 노래가 흘렀다.
신비는 점점 더 불안해졌다.
“오늘이 무슨 날이게?”
“?”
신비는 은효를 쳐다보았다.
은효는 가만히 손을 올려 신비의 긴 머리칼 한 끝을 쓸어내린다.
“오늘은 내가 당신으로부터 사라지는 날.”
“무슨 소리야?”
신비는 일그러진 미소로 은효를 바라봤다.
“말했듯이……. 내가 당신으로부터 사라지는 날.”
“…….말도 안 돼. 그게 무슨…….”
신비의 머리칼을 쓰다듬던 은효의 왼손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은효가 나직하니 숨을 몰아쉰다.
“당신 잘못이 아니라. 내가, 내가 말야……. 나의 규칙을 어겼어.”
“알아듣게……. 설명해 봐.”
절망적이다.
6.규칙
사람들은 너무 기쁘고 행복하면 불안해한다.
얇은 유리판 위를 거니는 것처럼 불안해 지는 거다.
슬픔 아픔 불행 같은 것들은 늘 행복의 절대치에 이르렀을 때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나는 너무 드러나 있어. 애초엔 그냥……. 그냥 바라보기만 하려던 거였고.
조금만 도와주려고, 아니……. 스치듯 지나가는 숱한 살세로 중 하나쯤으로 남으려던 거였는데
그게 잘 안됐어. 난 그러면 안 되거든. “
은효는 도무지 신비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다.
“그저……. 빠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한두 번, 아니 재수가 좋으면 좀 더 많이?
춤을 함께 즐기려고 한 건데……. 그게 안됐어.
난 늘 당신이 컴퓨터에 들어와 있는지 확인하게 되고,
오늘은 어떤 일들이 당신을 감싸고 있는지 궁금해지고…….
당신과 매일 밤 채팅을 하며 당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너무 즐거워 진거야.
일상처럼……. “
신비는 이해가 안 갔다.
은효가 말하는 규칙. 그것도 자신이 만든 규칙이라니.
“말도 안 돼. 그건 좋은 거잖아. 행복하잖아. 그걸로 된 거 아니야?
거기 왜 규칙이 필요해? “
“난……. 당신과 다르니까…….”
은효의 눈과 마주쳤다. 신비는 은효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드는 것을 보았다.
건드리면 눈물이 도르륵 흐를 것처럼 젖은 눈가가 가늘게 떨리고 있다.
도무지 규칙이란 것도 이해 못하겠고, 왜 하필 행복한 오늘 그런 말을 꺼내는 건지
이해할 수 없는 신비였다. 하지만, 아무 말도 더 이상 할 수가 없었다.
더 떼를 쓰거나 하면 은효가 더 모질게 나올까봐.
두려웠다.
‘제발, 나를 불쌍히 봐줘, 은효!’
“안 돼. 말도 안 돼. 이런 법이 어디 있어.
당신은 내 대나무 밭이잖아. 내 소소한 일상들을 전부 알고 있는 거 당신뿐이라구!
당신이 갑자기 사라져버리면 누가 내 이야기를 들어줘?
누가 나와 춤추면서 행복하게 해주냐구! 말도 안 돼.
그 규칙나부랭이! 이해 안가. 용납 못해. 그리고 나랑 당신이랑 다른 게 도대체 뭐야.
당신은 뭐 하늘에서 떨어진 외계인이야? 유령이야? “
은효는 말이 없었다.
시디플레이어에서는 계속 김광진의 편지가 반복되어 흘렀다.
“오늘은 날 그냥 놔줘야 돼. 나 말고도 당신 곁엔 좋은 사람이 늘 있잖아.
곧 더 편안한 대나무 밭이 생길 거야.
당신이 날 너무 의지하게 되면 당신은 불행해져……. “
신비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좋았는데……. 다 좋았는데…….이렇게 끝나는 건 정말 아닌데! 이런 건 아닌 건데!
신비는 운전대에 팔을 걸고 아무렇게나 고개를 파묻었다.
7.수애
그날 밤 어떻게 돌아왔는지 기억에 없었다.
신비는 화가 났다. 오기가 생겨 일부러 카페접속도 그만뒀다.
쪽지를 보내거나 동호회 정모조차 나가지 않았다.
한 달이 넘게 살사를 끊어버렸다.
사실은……. 정말 은효가 떠났다는 게 현실로 나타나면 너무 슬플 것 같았다.
아예 컴퓨터니 살사니 전부 닫아버리면 은효로부터 쪽지나 다른 연락이 온다 해도
아니, 안 온다 해도 내가 먼저 닫은 게 되니까 어느 정도 자존심은…….
‘자존심 따위가 뭐람…….’
일부러 일을 바삐 찾아다녔다. 정신없이 자신을 굴렸다. 힘든 일만 찾아서 했다.
시간은 그럭저럭 흘러갔다.
한 달하고 보름정도가 지났을까.
동호회의 동갑친구 수애로부터 연락이 왔다.
동호회에서 거의 조용히 살다시피 한 신비였기 때문에 갑작스런 수애의 전화는 놀라웠다.
“저……. 내 전화번호는 . 어떻게 알았어?”
- “작년에 가입인사 한 걸 좀 찾아 봤지. 거기 적혀있던데?”
“응, 그랬구나.”
-“요즘 왜 정모에도 안 나오고 빠에서도 얼굴을 볼 수가 없는 거야? 무슨 일 있어?”
수애의 목소리는 다정했다.
그저 얼굴아는 정도였지만 이렇게 전화까지 해서 근황을 물어봐주는 수애가
싫지만은 않았다.
“무슨 일은 뭐. 그냥……. 이래저래 바빴어. 전화 줘서 고마워.”
-“내일 정모야. 알지?”
“으응…….”
-“꼭 와. 다들 너 안 오니까 궁금해 해.”
“그래……. 나갈게. 고마워.”
썩 내키진 않았지만 전화까지 해준 수애를 상심하게 하는 건 더 하기 싫었다.
신비는 장 깊숙이 처박아둔 댄스 화를 꺼내들었다.
은효의 잔상이 떠올랐다. 슬픔이 심장저변에 깔린다.
신비는 저도 모르게 가슴을 두어 번 흐느꼈다.
8.다시 정모
수애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신비는 정모시간에 맞춰 빠에 도착했다.
은효와 함께였더라면 좀 더 느즈막이 갔을 시간이다.
발밑에서 살사리듬이 쿵쾅거린다.
여전히 빠에 오는 사람들은 열기를 뿜으며 춤추고 있다.
신비가 빠에 들어서자 저쪽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수애가 다가온다.
“신비!”
“응, 안녕.”
신비가 수줍게 웃었다.
“신비, 너 요즘 안 보인다고 다들 걱정했다구. 열심히 혼자 거울 앞에서 베이직도 밟고
혼자 패턴연습에 턴연습에, 그렇게 열심히 하더니 안 나오니까 어디 아픈 거 아닌가 해서. “
혼자? 신비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신비는 혼자 연습한 적이 없다.
‘늘 은효와 함께 거울 앞에서 홀딩한 것뿐인데, 다들 인사치레를 하는가보다.’
“여어! 신비! 어서와. 점점 실력이 늘더니 우리 정모는 안 오는가 했다. 하하하.”
사람좋아보이는 박철이란 선배가 너털웃음을 웃으며 신비의 손을 잡아끈다.
“다른 데라뇨. 그냥 집에서 쉬었어요.”
“그럼 그렇지! 신비가 말 수없이 혼자 따로 놀긴 해도 배신할 사람은 아냐, 그렇지? 하하하”
“아이 참. 박철선배, 그만 해. 신비가 더 부끄러워하잖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신비주변에 모여들어 왁자지껄 떠들며 환영을 해준다.
신비는 둘레둘레 빠 안을 둘러보았다. 은효는 보이지 않았다.
‘기대했는데…….역시. 사라진 건가.’
창백하리만치 하얀 피부의 장미가 보인다.
장미와 눈이 마주쳤다.
거북했다. 피하고 싶었다.
신비가 불편해하자 수애가 냉큼 알아채곤 걱정스레 물었다.
“왜그래? 사람들 때문에 거북해?”
참 다정한 사람이다.
“아냐. 저기... 저 사람 말야. 장미.”
“장미? 누구.”
수애는 신비가 가리키는 쪽을 보았다. 그러나 장미를 찾진 못한 거 같았다.
“저기 보이잖아. 거울 앞.,,,머리는 단발에, 약간 하얗고 좀 서늘한...느낌에..
빨간 탑입고 있는 마른 여자애...난 쟤 눈빛이 거북해. 근데 오늘따라 자꾸 날 보네.”
수애는 신비가 가리키는 곳을 한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저기 누가 있다 그래. 거울 앞엔 오늘따라 한사람도 없구만.”
“장미 안보여?”
“장미? 우리 동호회에 장미라는 앤 없는데…….”
수애는 그렇게 말하고 바쁜지 다른 곳으로 가 버렸다.
한참 이쪽을 보고 있던 장미가 다가왔다.
9.진실
“너만 보이는 거야…….”
웃지도 않는 장미가 싸늘한 냉기가 흐르는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뭐?”
“너만 보이는 거라구. 저애들은 내가 안 보여. 난 유령이거든…….”
“무슨 소리야?”
신비는 등골이 오싹했다.
“너 때문에 은효만 불쌍하게 됐어. 은효도 춤 무지 좋아하는데…….못 오잖아. 규칙을 어겨서.”
“규칙?”
장미는 언젠가 은효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할 때 했던 단어를 썼다. ‘규칙.’
“나나 은효... 그리고 우리가 춤추는 몇몇은 유령이야.
우린 5년 전 여름엠티를 갔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 때문에 다 죽었지 뭐야.
너무 너무 춤추는 걸 좋아했는데……. 아깝게…….생을 마감하고 말았어.
하지만 겨우 빠에 놀러오던 수요일인데, 네가 다 망쳐버렸어. 네가 은효나 나를 봐 버리는 바람에……. “
장미는 원망스런 표정이다.
신비는 당황스러웠다.
“그럴수가... 말, 도....안 돼...!”
하지만 이제야 신비는 은효의 이상했던 점이 하나씩 기억났다.
밤에만 만나던 일. 늘 같은 자리일 뿐 어디서 오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던 일.
창백했던 은효의 피부. 아무와도 인사하고 지내려 하지 않던 일. 그리고, 땀이 흐르지 않던 일... ...
“그렇게 말렸는데도……. 은효는 너를 도와주더군. 혼자 연습하는 게 기특하다고.,, 바보.
할 수 없지 뭐. 자기가 선택한 길인데. 결국 규칙을 어긴 은효는 이제 빠에도 못 와.
우리는 사람들하고 어울리면 안 되는데...
나도 너와 오래 이야기를 하다간 은효처럼 빠에도 못 오는 처지가 될 거야. 날 봐도 아는 체 말아줘. 부탁해. “
장미는 싸늘히 말하고 돌아서서 다시 거울 앞으로 갔다.
신비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떠날 수가 없었다.
은효와 함께 추던 바차타곡이 흐른다.
무슨얘긴가 했네...ㅎ
ㅋㅋㅋ불꽃낭만님 진짜 웃기시는건 같아요... 아우... 큭큭큭...
ㅋㅋ 이런걸 사람들이 센스라 말하지..ㅋㅋ
그럼 난 오늘도 누구랑 춤을 추고 있는것이란 말인가....ㅡㅡ;
오늘 어디서 추고 있었어요?? 로얄 레슨???
이런건 여름에 올려야지~ 아직 쌀쌀한데~
왜케 긴거야~ 읽을 엄두가 안나...ㅎ
요거 잼나네ㅎㅎ
다 읽었는데~ 잘못했나????????????? 근데 퓨리티는 유령이야 실존인물이야?
아마 퓨리티라는 애가 있었죠~ 3년전 엠티 술자리에서 떡실신 했다던...
요즘 노체 뒤푸리에서 종종 봤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ㅎ
저!!!기!!!!
역시 몬스터님은 퓨리님을 보호해주지 않을거라고 믿고 있었어요!!ㅋㅋㅋ
아직 작업이 덜 끝나서 밀당단계라 그래요.......
곧 괜찮아 지리라 믿고 있음요!
ㅋㅋㅋ퓨리님도 몬스터님과 킥볼체인지 한번 하시던가요~
그게 아주 밀당이 지대로~ㅋㅋ
아...뭐였지...기억이 날듯말듯....킥볼체인지가 뭔가요???
저희 발표회때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세요. 밀당의 진수를 보여드리겠습니다.ㅋㅋㅋㅋㅋ
아...진짜...아! 뭔지 기억났어요. 발표회, 기대할께요. ^^
오호.. 나름 괜찮네요~ 이런 소설도... 아우, 근데 사상이 불순해서 그런지 이렇게 호러호러물이란던지 달달한 연애물이라던지 왜 퓨어한 순수물은 안써지는걸까요 저는...ㅋㅋㅋ 아무래도 퓨리님 괴롭히는데(?) 요새 너무 맛들려서 그런가봐요.ㅋ
일단 지르고 보는 겁니다. 한 번 써보심이? ㅋㅋㅋ 29금만 안나오면 봐드리겠음. ㅋㅋ
진정한번 야하게 질러보고.............뒤에서만 은밀하게 돌려볼까봐요..ㅋㅋㅋ
그러니까! 뒤에서 말고, 앞에서 돌려보세요! ㅋㅋㅋㅋㅋ
...............그날은 저 노체 탈퇴하는 날일껄요!?!? 다시는 발을 못들일지도 몰라요...ㅠㅠ
그런거 있잖아요 유해 음란물 배포죄<-이런거...ㅠㅠㅋㅋㅋ
운영자 권한으로 소모임 까페 만들어 드릴까요??? ㅋㅋㅋ
아뇨, 저희끼리 뒤에서 조용히 즐길께요.ㅋㅋㅋ 운영자면.,...아무리 우리가 비밀글로 써도 다 보이잖아요!?
소모임 까페는 소모임 멤버들만 볼 수 있죠.
왠지 소모임 마음에 드네요-ㅋㅋㅋㅋㅋ
소모이이라........... 음음.. 것도 나쁘진 않은데 일단 어둠의 세계가 아니라 밝은데서 퓨어하고 놀고 싶어요.ㅇㅅㅇㅋㅋㅋㅋㅋ
그건 지금 놀고계신 거구요.
노체 작가 소모임 이런거 정말 괜찮을 듯요!!! ㅋㅋㅋㅋ
작가라고 말하기도 민망스러운...........ㅋㅋㅋㅋ
언제 삽화랑 움짤 넣어서 개그컷하나 만들어서 올려드릴께요!! 아주 빵빵 터질듯?!
뭐, 소모임에 소모임장을 해보심이?
타이틀 : "노체 야X 작가 유리아라시아의 새로운 세상"
유리아리시아에요...-_- 간만에 풀네임 불러주시면서 이렇게 깨알같이 오타내실껍니까??
야설이 뭐어때서요!? 야설도 예술로 봐달라구요.ㅋㅋㅋ
아마 노체 언니들은 다들 좋아하실지도?
아놔-ㅋ 퓨리티 오빠 덕분에 빵 터짐.ㅋㅋㅋ 유리아라시아.ㅋㅋㅋㅋㅋㅋ 깨알같은 오타
전...전 ....야설이라 한 적은 없는데요...
원본은 야매 작가
로 하려 했었는데...
에이, 뭐 그리고 점 하나 가지고 그러시나요~ 쿨하게 퉁치시죠? ㅋㅋㅋ
쩜하나에 님이되고 남이된다잖아요!ㅋㅋ
님이나, 남이나
그리 큰 차이는 없던걸요~~~ ㅎㅎㅎ
님이나. 남이나 별 차이없다는 퓨리티오빠의 말에..
참 안타깝습니다.ㅋㅋㅋㅋㅋ
그래서 아직 혼자이십니까?!ㅋㅋㅋㅋㅋ
거기에 관한 얘기는 뒤풀이 3차 내용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소모임에 대장은 나다.. 다들 허락을 받아라...흐~~
형도 이런 류 소설 좋아하세요???
이거 거의 커밍아웃 급인걸요? ㅋㅋㅋㅋㅋㅋ
이....열... 본격적으로 주인공들 섭외가 막막 자발적으로 되고 있는군요!ㅋㅋㅋ
그러게요....스스로 망가지고 싶어하는 분들이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ㅋㅋㅋ
ㅋㅋ 공감가는 소재이다 보니 재밌네
이 분 글 정말 잘쓰시는 듯. 몇 편 더 있는데...더 퍼올까요? ㅎㅎㅎㅎ
퓨리야 더 퍼와봐ㅎㅎ
몬형은 이미 보지 않았음??? 일단 하루에 한 편씩 퍼오도록 하지요. ㅋㅋㅋㅋ
ㅋㅋㅋㅋ이제야보다니요 ㅋ
퍼플 섀도우 에서 뭔가 느낌이 오더니만. 푸핫.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