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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소설에 등장하는 지명, 인물, 단체, 사건 등은 실제와 전혀 무관한 허구입니다
찹케 님 표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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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 검은 절벽
Writer . 쁜틳♡
Start . 12. 01. 10
불펌. 도용을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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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절벽 >13
3월 24일. 현주규 대통령의 심복 중 하나이자 전(前) 청와대 경제 수석 비서관이었던 이창경과 그의 아내 박자영이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이 씨가 자신의 방에서 목을 매었고 그것을 발견한 박 씨가 갑작스런 심장 발작으로 쓰러져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현주규 정부의 잇따른 경제 정책 실패와 그에 따른 위기의식이 이 씨의 죽음을 부추겼던 듯 했다. 박 씨는 평소 심장 질환이 있었던 데다가 당시 임신 상태였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봐도 그들의 죽음에는 이견이 없어 보였으므로, 위 내용 그대로 그들의 기사가 그 다음날 신문 1면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며칠 뒤, 그들의 부검을 마친 국과수에서 두 사람의 죽음에, 특히 이 씨의 죽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다. 그의 죽음에 타살의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수사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 씨의 자택 근처 길목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를 분석하던 수사팀은 사건발생시간에서 반시간 가량 앞선 시간에 이 씨의 자택 방향으로 향하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남자는 20대 정도로 추정되는 후리후리한 체구의 젊은 남성이었다. 사건발생시간 10분 뒤, 남자가 이 씨의 자택 방향에서 반대쪽으로 황급히 달아나는 영상이 카메라에 잡혔다.
며칠 후, 조사를 마친 국과수에서 이 씨의 죽음에 대한 비공식 발표를 냈다. 이 씨의 목에 남은 흔적이 직접 목을 매어서는 남을 수 없는 형태이며, 두꺼운 천이나 벨트 같은 것으로 목을 졸렸을 경우에 더 가까워보인다, 그러므로 이 씨가 목을 매 숨진 것은 살인 은폐를 위한 조작일 가능성이 높다. 범인은 신장 백팔십 초중반의 성인 남성이며 면식범일 가능성이 높다, 라는 내용이었다. 수사팀은 카메라 영상 분석 결과 그 젊은 남성이 정치 운동 단체 ‘민주주의와 자유를 수호하는 시민연대’의 간부 이진호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 정부의 무리한 개발 정책에 국민들을 선동해 시위를 벌여오던 민자련이었다. 수사망은 완전히 좁혀졌다. 대대적으로 보도된 살해 사건에 국민들은 분노했고 민자련은 그 즉시 정치적 테러 집단으로 간주되었다. 그 후의 일은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그대로였다. 조사를 받던 중 이진호가 도주했으나 곧 자수했고, 이진호가 복역을 하고 있을 때 민자련은 몇 차례 거센 시위를 벌이다가 곧 붕괴되고 말았다. 이진호가 반 년 여의 복역 생활을 마치고 보석 석방이 될 동안 세상은 이창경 부부라든지 민자련 따위의 이름을 잊고 다른 사건에 떠들썩해졌다. 한 때 시대를 풍미했던 사건의 초라한 말로였다. 반 년 전의 모든 일은 그 뒤 수면 아래로 깊게 잠겨버렸다.
그렇게 끝이 났던 일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아무도, 반 년 전 그 사건 당시 이창경 부부의 집에 이진호가 아닌 또 다른 손님이 방문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ㅡ 사실대로 말하지 그랬어? 사실 네놈은 한 점 부끄러울 것 없이 결백하고, 어버이나 다름없는 이창경 부부를 죽인 게 아니었다고.
어둠 속에 마주 선 진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반년이란 시간이 흘렀으나 저 과묵한 사내의 입은 여전히도 무겁다. 묻는 것도, 대답하는 것도, 차갑게 조소하는 것도 언제나 그랬듯 모두 영운의 역할이었다. 대답을 듣지 못했으나 영운은 이미 듣기라도 한 것처럼 조롱 섞인 미소를 지었다. 반년이 흘렀다. 한 때 죽음도 함께 했다고 생각했던 친우는 반 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고는 전혀 낯선 이를 대하기라도 하듯 생소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기분 나쁜 눈빛. 다른 것은 다 잊어도 결코 잊을 수 없었던 저 지독히도 건조한 눈빛! 영운은 이를 악물고 잇새로 웃음도 신음도 아닌 기괴한 소리를 흘렸다.
ㅡ 하긴, 누가 테러리스트의 수장 말을 믿어주겠어? 차라리 더러운 살인자 말을 백 번 천 번 믿는 게 낫지. 안 그래?
진호가 짧게 한숨을 쉬었다. 손아래 조카 내지는 동생 대하듯 하는 태도가 가까스로 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한참 흔들어놓았다. 어둠 속에서 진호의 모습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아 있는 것보다 좀 더 말랐고, 역력한 피로가 얼굴 곳곳에 묻어있었다.
ㅡ 변한 게 없군, 너는.
낮게 가라앉은 진호의 목소리가 첫마디를 뗐다.
ㅡ 아직도 그딴 식으로 손에 피 묻히며 살아가고 있나?
영운이 가늘게 눈을 떴다. 그 말이 그의 기억으로부터 어떤 것을 끄집어낸 것이었다.
몇 년 전인지, 이젠 손가락으로 헤아리기도 버거울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젠 기억나는 것이라곤 그저 그 때 영운의 나이가 열 살이 채 안 됐다는 것, 그리고 그날따라 눈보라가 퍼부어 고아원 마당에 눈이 무릎까지 쌓였던 것과 영운이 처음으로 살인이란 걸 했던 날이라는 정도? 도심 빈민가에 위치한 고아원은 그 주변에 하나 뿐이 없는 공립 시설이었으나, 빈민가라는 것이 다 그렇듯 거기도 상황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나라에서 내려오는 돈은 언제나 부족했고 아이들은 매년 불어나 좁은 고아원이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했다. 여름엔 구더기가 들끓고 겨울엔 난방조차 되지 않아 어찌나 춥던지. 늘 악취가 진동하고 해가 바뀔 때마다 온갖 병치레를 겪었지만, 개중 가장 참을 수가 없었던 건 배고픔이었다. 한 명 당 배급되는 식사량은 언제나 부족했고 그랬기 때문에 식사 시간만 되면 한바탕 전쟁이 벌어졌다. 애들 세상이라 해도 약육강식은 존재했다. 그나마 눈 감고 편히 잠들 수 있을 정도로 배를 채울 수 있었던 건 힘센 애들과 그 밑의 조무래기들 정도였고, 그 밑의 약해빠진 애들은 자기 먹을 밥을 모조리 힘센 애들에게 상납하고 추위와 배고픔에 덜덜 떨어야만 했다.
온갖 병과, 괴로움과, 부조리가 난무했던 세상이었다. 어느 눈 내리던 겨울날 영운은 병약한 성진의 몫을 억지로 빼앗아간 덩치 큰 남자애를 전나무 밑에서 돌로 머리를 찧어 죽여 버렸다.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온 고아원 원장이 사정을 따져 묻자, 영운은 겁에 질려 눈물 가득한 눈으로 원장에게 호소했다.
‘민구가 돌을 가지고 저를 때리려고 해서 막다가 돌이 날아가서 민구 머리를 때렸어요. 민구가 숨을 쉬지 않아요. 어떡하면 좋아요, 원장님?’
그 날 처음으로 영운은 부조리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 바로 그 날, 눈보라를 헤치고 이 세상으로 들어온 녀석 하나를 만났다. 이름을 물으니 진호라고 답했다.
그 이후의 고아원에서의 나날은, 회상해보려 할 때마다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어린 시절의 추억쯤으로 남겨둘 수도 있었던 기억들을 드문드문 남겨만 둔 채 모조리 지워버린 데에 어떤 사정이 있는 지는 스스로도 잘 알지 못했으나, 어쨌든 열세 살 무렵 영운은 김근학에게, 진호는 이창경에게 입양이 결정되고 난 후부터 그들의 인생은 백팔십도로 달라졌다. 뿔뿔이 흩어져 지내가다 성인이 됐을 무렵 다시 만나고 보니 그들도 서로가 더 이상 고아원에서 빌빌대며 살아가던 그 때의 그 애송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꼈다. 영운은 국회의원 아버지 밑에서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교육을 받았으나 살인마의 길을 걷고 있었고, 진호와 성진은 착실히 대학 공부까지 마치고 각자의 진로를 향해 나아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렇게 영운의 소개로 자몽까지 알게 되고, 몇 년 후 진호가 그렇게 꿈에도 그리던 미래물산에 입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살인마에게 대기업 사원 친구라니, 웃기기도 하고 좀 얼떨떨하기도 했으나 영운은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어렸을 때부터 느꼈던 거지만 개중에서는 제일 정신도 제대로 박혀 있는 착실한 놈이 진호였다. 그러니 이놈은 이 길을 걸어야 어울렸다. 그렇게 이놈은 탄탄대로를 걸어 어엿한 대기업 일원이 되고 영운도 그 나름의 방식대로 살아가면, 그걸로 된 거라고 생각했다. 진호놈이 일 때문에 바빠서 자주 만나지 못하는 것 빼고는 그런대로 괜찮은 삶이었다. 분명 그랬다. 그래, 분명 2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었다.
오랜만에 양부모를 만나러 간다며 이창경을 찾아갔던 그 날 이후부터, 진호가 달라졌다.
처음엔 뭔 일을 하고 있는지 며칠 째 연락도 없이 사라지기도 했다. 그러다 가끔씩 얼굴을 비치는 날이면 볼 때마다 살이 빠져있고 온몸이 만신창이가 돼 있곤 했다. 성진이나 몽이 돌아가며 무슨 일이냐고 닦달해도 묵묵부답이었다. 영운이 그렇게도 넌덜머리 내는 진호의 세상만사에 초연한 얼굴도 그 무렵부터 생겼다. 그렇게 모든 일에 지치고 달관한 사람처럼, 며칠 씩 아니 몇 달 씩 잠수를 탔다. 뭔가 수상해 진호에게 애들을 풀어놨다. 그렇게 또 얼마간 시간이 흘렀다.
여름. 영운은 몇 달 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의 얼굴을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볼 수 있었다.
‘민주주의와 자유를 수호하는 시민연대.’ 그런 이름이라 했다.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지금도 한창 사무실에 앉아 피로에 절어 있어야 할 놈이 시민단체 간부랍시고 아나운서 입에서 오르내리고 있었다. 처음으로 민자련이 시민단체가 아닌 테러 집단으로 이름을 올렸던 날이었다. 정부를 상대로 과격 시위를 벌인 민자련을 주도한 게 민자련의 젊은 간부 이진호라고 했다. 날벼락 같은 소식에 그저 텔레비전 화면만 보며 멍해져 있을 사이, 진호에게 풀어놨던 놈 하나가 찾아와서는 말했다. 이진호가 회사를 그만 두고 민자련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한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고, 이번 일도 모자라 또 테러 계획을 세우느라 한창 바빴다고.
혼란을 억누르며 진호를 찾아갔다. 밤이었고, 머리 위의 달빛 말고는 모든 것이 어둠에 잠겨 있었다. 진호의 발 앞에는 미리 보내놨던 영운의 부하들이 모조리 숨통이 끊어져 있었다. 고약한 시체 냄새에 영운이 얼굴을 찡그렸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진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둠에 가려져 미처 다 알 수가 없는 눈빛으로 영운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을 뿐이었다. 그 뒤 2년.
ㅡ 그 후 많은 생각을 했지. 네놈이 알면 영광스러워 고개도 못 들만큼 아주 오랜 시간 네놈에 대해 생각했어. 그 뒤 결론을 내렸지. 네놈의 검은 속셈이 대체 뭘까 하는 거 말이야.
그 날과 같은 어둠이 지금 눈앞을 가득 메우고 있다. 진호는 꼿꼿이 서서 계속 영운과 대치하고 있었다. 등 뒤에 그 여자를 숨겨놓고 어디 할 테면 해보라는 듯 턱을 치켜들고 있는 게 영운의 심기를 살살 건드렸다.
불과 며칠 전 몽으로부터 진호의 소식을 들었다. 한 달 전 민자련 간부 이진호를 보석 석방 해준 것이 다름 아닌 모수화였다고 했다.
ㅡ 평생 감옥에서 썩었을 네놈 따위 테러리스트를 미래물산 회장께서 구제해주셨다지? 이게 뭘 의미하는 거라고 생각해?
ㅡ …….
ㅡ 민자련은 그 당시에도 정부의 구린 뒤를 잘도 꼬집어내는 통에 윗사람들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지. 미래물산 같은 재계 인사도 예외는 아니었을 거야. 누구보다도 민자련의 파멸을 원하고 있었겠지. 그런 상황에서 미래물산의 평범한 샐러리맨이 갑자기 민자련이라는 시민단체의 일원이 됐다? 민자련이 본격적으로 테러 행위를 감행한 건 네놈이 간부 자리에 앉고 나서부터였어. 그 뒤 민자련은 정부는 물론 국민 눈밖에도 나는 행동만 골라 하기 시작했지. 결정적인 건 뭐, 이창경 부부 살인 사건으로 거물급 간부 이진호가 체포된 사건이었고 말이야. 네놈이 감옥에 들어가자마자 민자련은 기다렸다는 듯 시름시름 앓다가 자연스럽게 자멸해버렸어. 누구보다도 가장 타격을 입어야할 네놈은 그 후 모수화의 구제로 누구보다도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지. 이게 뭘 말하고 있는 줄 알아? 바로 너와 모수화의 구린 뒷거래에 이 나라가 철저히 놀아났다는 사실이야.
영운은 거기서 잠시 말을 멈췄다. 말을 잇기 전 진호의 표정부터 살폈다. 여전히 미동도 없는 저 무표정이 기분을 더 불쾌하게 만들었다.
ㅡ 눈엣가시 같은 민자련을 괴멸시키기 위해 민자련에 잠입 했던 거잖아. 그걸 대가로 모수화가 네놈 뒷배를 봐주기로 한 거고. 아냐?
ㅡ 모두 맞아.
차분한 음성이 울렸다.
ㅡ 네놈 말이, 모조리 다 맞아.
ㅡ 허, 이젠 볼 짱 다 봤으니 발뺌도 안 하시겠다?
침묵이 두 사람 사이를 오갔다. 대체 왜? 빌어먹게도, 한때는 존경이란 이름까지 오르내렸었던 놈이다. 그런 놈이 대체 무엇 때문에 거물급 재계 인사의 하수인 노릇이나 한 거냐고, 돈에 눈이 먼 거였냐고, 그래놓고 이제 와서 순순히 모든 것을 인정하는 것은 또 무슨 이유냐고 물었어야 했다. 그러나 입술이 채 붙어 떨어지질 않았다. 영운의 시선이 흘깃 진호의 등 뒤에 서 있는 민에게 닿았다. 영운이 무어라 하기도 전에 진호가 그것을 눈치 채고 민의 앞을 막아섰다. 영운이 얼굴을 찌푸렸다.
ㅡ 가관이군. 테러리스트 간부에서 이젠 꼴사나운 보디가드 노릇까지. 이것도 뭐 모수화가 시킨 거냐?
ㅡ 감시카메라를 박살냈으니 곧 사람들이 몰려올 거야. 귀찮은 일 당하기 싫으면 이만 돌아가.
진호가 돌아서자 민도 함께 돌아섰다. 짧은 순간 민이 고개를 돌려 영운을 쳐다본 것 같았으나, 곧 시선이 떨어지고 말았다. 반항 한 번 하지 않고 순순히 진호에게 끌려가는 민이 자꾸만 영운의 발목을 잡았다. 목구멍으로 욕지기 같은 웅얼거림이 한 데 뭉쳐 말하고 싶어도 제대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민의 팔목을 낚아챘다. 진호의 걸음이 멈췄다.
ㅡ 누구 마음대로 돌아가라 마라야?
ㅡ …….
ㅡ 난 아직 이쪽한테 볼일이 남아있어.
진호에게 보란 듯이 조소를 날리고는 민의 팔을 힘주어 끌어당겼다. 민이 영운의 품에 안길 듯이 딸려왔다. 민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팔을 더 세게 잡으려다가, 생각을 고쳐먹고 양 어깨를 살짝 붙잡았다. 이 여자는 뼈가 너무 가늘어서 자칫하면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만 같이 생각되었다.
ㅡ 마지막 기회야.
민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말했다.
ㅡ 탈출하게 해줄게. 벗어나고 싶잖아, 여기서.
ㅡ …….
ㅡ 날 따라와. 그럼 저 놈도 감시카메라도 가면도 다 필요 없는 곳으로 보내줄 테니까.
속삭임이 민의 귓가에 흩어졌다. 민의 눈동자가 조금 흔들렸다고 생각했다. 마음 역시 동요한 것이리라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손을 잡았다. 끌어당겼으나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민이 차분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알았다.
ㅡ 너,
ㅡ 돌아가.
진호였다. 진호가 민의 어깨를 부드럽게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자 민은 반항 없이 진호의 곁으로 돌아갔다. 그것을 바라보는 영운의 눈이 점점 이지러지기 시작했다. 이해할 수 없다는 영운의 눈길에 민이 동요 없이 차분한 시선으로 답했다.
ㅡ 말했잖아. 도망가지 않는다고.
ㅡ 하.
ㅡ 잊었어? 며칠 전까지만 해도 컨테이너 안에 밧줄로 묶어놓고 감금해뒀던 사람이 당신이야. 뭘 믿고 당신을 따라가라는 거지?
평소와 다름없는 담담한 목소리였다. 그럼에도 전과 같이 차갑게 냉소하며 받아칠 수 없는 것은, 저 말이 영운에겐 전혀 다른 감촉으로 들려왔기 때문일 것이다. 민이 차가운 눈길로 영운을 쏘아보고는 보란 듯이 진호에게 더 가까이 몸을 붙였다. 진호가 민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 모든 것을 우스워진 꼴이 되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차갑게 비웃으려고 했으나 오히려 저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고 말았다. 금세 손바닥에 손톱 모양으로 살이 패였다. 꽉 다문 턱이 가늘게 떨렸다.
처음으로 분노와 다른 감정들은 전혀 덜어내고, 오로지 하고 싶은 말만을 했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자는 거절했다.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조롱하듯 거절을 했다. 그렇기 때문이다. 단지 콧대 높은 자존심이, 저따위 여자의 거절로 인해 깎여 내렸기 때문에 가슴 속에서 열기가 치미는 것이다.
ㅡ 그래?
마침내 영운이 조롱 섞인 목소리로 내뱉었다.
ㅡ 너도 결국엔 그 새끼라는 거지. 결국엔.
ㅡ …….
ㅡ 오늘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거야, 멍청한 년.
민은 입 끝만 조금 올려 그에 화답했다. 영운은 차갑게 식은 눈으로 민과 진호를 노려보다가, 거칠게 발걸음을 돌려 밖으로 나가버렸다.
쾅. 문이 닫히는 소리가 둔탁하게 어둠을 울리자 민이 도로 진호에게서 떨어졌다.
민의 시선은 여전히 방금 전까지 영운이 서 있었던 자리에 못 박혀 있었다. 진호가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떨어진 카메라 잔해들을 쓸어 모았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된 후에 민을 침실로 데려가려 했으나, 민이 진호를 뿌리쳤다.
ㅡ 다 들었죠? 안에서.
방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앙칼진 물음이 던져졌다. 영운과 어둠 속에서 나눴던 대화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진호는 짐짓 모른 척 침묵을 지켰다. 민이 고개를 떨구고 킥킥 웃음을 터뜨렸다.
ㅡ 내가 말했잖아요. 호시탐탐 모수화의 목을 쳐낼 기회만 노리고 있다고. 무덤까지 비밀로 가져갔음 했던 모수화의 비리문서를 내가 갖고 있었고, 그걸 그 사람한테 다 불어버렸어요. 모수화를 죽여 달라고 의뢰까지 했죠. 자, 이젠 일이 보통이 아니란 걸 알았겠죠? 할 수만 있다면 이보다도 더한 짓거리로 언제든 모수화의 목을 조를 수 있는 나예요. 그러니 돌이킬 수 없는 더 큰 일을 벌이기 전에 얼른 나를 잡아가요. 모수화에게 알리고 아예 숨도 못 쉬게 가둬버리라구요.
ㅡ 그렇게,
진호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를 내리눌렀다. 곧이어 그의 시선 역시 따라와 민에게 내려앉았다. 늘 보았던 무심하고 피로한 눈빛이 아니라, 질책이 담긴 눈빛이었다. 상대의 악담을 힐난하면서도 동정하는 시선이었다.
ㅡ 위악을 떨면 마음이 편해집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민은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ㅡ 정말로 원합니까? 이 모든 걸 회장님께 고하고, 그래서 본인이 더욱 헤어 나올 수 없는 지옥으로 떨어지길 바라요?
ㅡ …… 가요. 당신과 더는 마주보고 싶지 않아.
ㅡ 당신이 왜 가면을 쓰고 있는지 진짜 이유를 알겠군요. 좀 더 본인에게 솔직해져보죠. 스스로조차 믿지를 못하니 자꾸만 마음에도 없는 가식이 나오고 위악이 되는 거 아닙니까.
ㅡ 내 말 못 들었어요? 나가요. 당장 나가라구!
ㅡ 쉬어요. 내일 다시 올 테니까.
ㅡ 오지 마!
문 쪽으로 멀어지는 진호를 향해 바닥에 떨어진 리모컨을 집어 던졌다. 리모컨은 진호의 머리를 맞추고 바닥으로 떨어져 그대로 박살이 났다. 진호가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뒤통수가 조금 찢어졌는지 피가 묻어나왔다.
ㅡ 본인에게 솔직해지라고? 당신이 뭘 알아. 나에 대해 뭘 안다고 그렇게 세상만사에 초월한 얼굴로 단정을 짓는 거야. 마음에도 없는 가식이라고? 위악이라고? 하, 난 오히려 당신의 그런 태도가 더 가식적이고 역겨워. 다신 오지 마. 내 눈앞에 두 번 다시 나타나지 마. 당신 얼굴 두 번 봤다간 내가 또 어떤 미친 짓을 할지 모르겠으니까!
다쳤음에도 진호는 전혀 개의치 않는 기색이었다. 그 지독히도 무심한 눈동자가 민의 정신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아무리 고함을 지르고 발광을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저 사내의 태연함이 가까스로 붙잡은 이성의 끈마저 팽팽히 잡아당겨놓았다.
ㅡ 당신도 똑같아. 모수화와, 아니, 그 인간보다도 더 역겹고 쓰레기 같아. 위악보다도 더 가증스러운 게 뭔 줄 알아? 바로 당신 같은 위선이야. 속은 검게 물들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드러내지도 않으면서 착한 척, 똑똑한 척 그렇게 세상을 한심하단 눈으로 쳐다보면 누가 박수라도 쳐줄 것 같아? 천만에! 욕이라도 한 번 갈겨주고 싶은 생각뿐이야. 그러니 당장 꺼져. 이따위 호의로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이라면 내 눈앞에서 사라져버리라고!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저 기분 나쁘도록 감정이 메마르고 말이 없는 사내는, 또 그 지긋지긋한 눈빛으로 민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밖으로 사라졌을 뿐이었다. 문이 닫히고 진호마저 사라져버리자 민은 또다시 어둠 속에 오롯이 혼자 남게 되었다.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춰버렸다고 생각했던 시계바늘의 발소리가 다시금 민의 어깨 위로 내려앉기 시작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찬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숨이 막힌 건지 제대로 호흡을 할 수가 없었다. 눈을 감아도 떠도 보이는 것은 짙은 어둠뿐이었다. 어둠이 지금처럼 서늘하고 두렵게 느껴진 적도 없었다.
민은 울음도 신음도 아닌 이상한 소리를 입술로 흘리며 무거운 눈꺼풀을 감아버렸다.
ㅡ
무거운 눈꺼풀을 천천히 움직였다.
제대로 상황 파악을 하기도 전에, 뒤통수에서 기분 나쁜 통증이 파도처럼 덮쳐왔다. 고개를 조금 돌리자 곁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몽이 보였다.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몽이 이마를 침대에 박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ㅡ 어, 어, 어! 성진아! 이성진! 이 새끼 눈 떴어! 빨리 와봐!
저리도 호들갑을 떨어대니 아무리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도 언제고 드러누워 있을 수만은 없었다. 영운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는 손을 뻗어 고통의 근원지인 뒤통수에 갖다대보았다. 뒤통수에 주먹만 한 거즈가 붙어 있었다. 영운이 자꾸만 아픈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인상을 찌푸리는 것에도 아랑곳 않고 성진이 들어와 영운의 몸 상태를 이리저리 살펴댔다.
ㅡ 괜찮으십니까, 형님? 정신 차릴 수 있겠어요?
ㅡ 머리가 아파. 이거 뭐야?
영운이 제 뒤통수를 가리키며 짜증스럽게 물었다. 몽이 하라는 대답은 않고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어댔다.
ㅡ 이 새끼 이거 좀 보시게. 야, 이놈 이거 머리를 다쳐갖고 단기 기억상실증 뭐 이런 거 걸려버린 거 아니야? 아오, 그러니까 이 망할 놈 술 좀 작작 마시라니까.
ㅡ 그러니까 대체 내 머리통이 왜 지금 이 모양이,
거기까지 말을 했을 때, 그제야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단박에 되살아났다.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나 그랬다. 여느 때처럼 클럽 나인에 들러 부어라 마셔라 지랄을 하며 미친 듯이 놀고 있었다. 웬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이 생긴 놈들과 시비가 붙었다. 저쪽에서 걸려온 시비를 무시하기엔 그 때 그는 엉망으로 취해있었다. 고막이 터질 것 같은 음악 소리와 광란의 비명 소리를 배경음 삼아 신나게 난투극을 벌이고 있던 그는 어떤 놈 하나가 야비하게 휘두른 술병을 머리로 정통으로 맞고는 그나마 생명을 부지하고 있던 이성의 끈을 완전히 놓아버리고 말았다.
왜 그렇게 엉망이 될 때까지 술을 마셨던 거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완전히 정신이 들었다.
ㅡ 성진이놈이랑 내가 그날 뒤처리 다 하고 발광하는 네놈 붙들어 여기까지 끌고 온 건 기억 나냐?
ㅡ 이진호…….
ㅡ 아, 그래, 이진호. 여기서 그 새끼 이름은 왜 튀어나오는데? 꿈에서 그 놈이라도 보셨어요?
ㅡ 그 새낄 만났었어.
영운의 중얼거림에 몽과 성진의 얼굴이 누구랄 것도 없이 딱딱하게 굳었다.
ㅡ 너…… 진짜 꿈이라도 꿨냐?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그 새낄 네가 어떻게 만나?
영운은 대답하지 않았다. 생각에 잠겨 검게 가라앉은 눈을 하고서 허공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기만 했다.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몽도 그제야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ㅡ 진짜로…… 만난 거야? 이진호를?
영운이 턱을 조금 끄덕였다. 몽이 다급하게 영운을 재촉했다.
ㅡ 대체 어디서? 아니, 그 새낀 지금 또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데? 무슨 작당을 벌이고 있는 건지 알아냈어? 응? 제대로 설명 좀 해 봐, 이 새끼야!
ㅡ 소리 지르지 마. 머리 아파.
ㅡ 이영운!
ㅡ 그 놈의 더러운 스파이 기질이 어딜 가겠어. 이젠 버젓이 모 회장 발닦개 노릇을 하고 있더군.
지금도 생생히 떠올릴 수 있다. 빌어먹을 그 새끼가 했던 모든 말, 눈빛, 표정, 행동. 그 모든 것이 바로 몇 시간 전의 일이라고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선명히 눈앞에 그려진다. 감옥에 들어가면서 다시는 볼 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그 놈은 그렇게 생각한 영운을 비웃기라도 하듯 너무나도 태연하게 모수화의 심복 중 하나가 되어 다시 나타났다. 어둠 속에서 영운을 마주 보았던 진호의 얼굴 위로 반년 전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 놈의 얼굴이 겹쳤다. 놈은 반년 전과 마찬가지로 분노에 절어 마구 흥분을 하던 영운을 한심스럽고 가엾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그 여자를 데리고 사라졌다. 아. 그렇게 온몸으로 영운을 거부하고는 반항 한 번 없이 진호의 손에 붙들려 가버렸던 그 여자.
ㅡ 어디 가!
영운이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자 몽이 꽥 소리를 질렀다. 무시하고 나가려는 것을 몽이 재빨리 몸을 날려서 겨우 막을 수가 있었다.
ㅡ 이놈이. 뒤통수에 이런 흉측한 걸 붙이고는 또 어디서 사고를 치려고?
ㅡ 하여튼 잔소리는. 일 하러 간다, 새끼야. 이거 놔.
ㅡ 일?
몽이 멍청한 얼굴을 하고는 되물었다.
ㅡ 귀찮은 일 있어. 새해 전까지 마무리 지어야 돼.
ㅡ 대체 그게 뭔데?
ㅡ 모수화가 배신을 했어.
성진이 뒤따라 나왔다. 두 사람을 위해 그간의 일들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다 듣고 난 후의 몽의 얼굴이 가관이었다. 눈은 있는 대로 찌푸렸는데 입은 바보처럼 헤 벌리고는 닫지도 못하고 있었다. 영운이 친절하게 몽의 입을 다물어주었다.
ㅡ 역시 뒤가 구린 작자였어. 진호 새끼 감옥에서 빼줬다고 했을 때부터 진즉에 눈치 까긴 했지만 그것 말고도 벌인 일이 그렇게 많았을 줄이야. 꼬리만 없다 뿐이지 아마 있었으면 열손가락으로 꼽아도 모자랐을 거야. 너구리같은 놈.
영운은 주머니를 뒤적여 USB를 꺼냈다. 저번에 그 여자가 영운에게 건네주었던 것이다. 그것을 뚫어져라 노려보며 아직 미처 알지 못하는 사실들을 파헤쳐보기라도 하려다가, 도로 주머니 속에 넣어버렸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여자 역시 모수화의 파멸을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그를 위해 이제까지 마음에도 없는 연기 나부랭이를 하며 모수화 밑에 숨죽이고 있던 것이 틀림없다. 왜? 답 없는 질문 뒤로 그 여자가 남겨두었던 말들이 차례로 지나갔다. 모수화를 죽여 달라고 했던 것, 모수화로 하여금 비리문서를 만들도록 시킨 것이 본인이었다는 것.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 순간만큼은 그 여자의 모든 것이 진실이었음을, 그 때 본능적으로 느꼈었다. 모수화로 하여금 창조당 비리문서를 만들도록 시킨 것이 유도균의 외손녀다, 그러나 모수화는 단독으로 비리문서를 가져가고자 김근학과 함께 작당을 했다, 그 비리문서가 든 USB는 돌고 돌아 결국 유도균 외손녀의 손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본격적인 총선 시즌을 앞두고 모수화가 유도균 외손녀라는 카드를 들고 나섰다, 유도균 외손녀는 그런 모수화의 파멸을 원한다.
순간 머릿속으로 차가운 전류가 스치고 지나갔다. 영운이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자 몽과 성진의 시선이 영운에게 향했다.
ㅡ 왜 그래?
모수화가 과거 유도균의 우방 세력이었단 사실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 사실이 있었기 때문에 훗날 유도균이 죽은 이후에도 홀로 남은 유도균의 혈육을 후원할 수 있었으리라.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죽을 때까지 유도균의 망령으로 남을 줄로만 알았던 모수화가 딴 마음을 품은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유도균 외손녀가 만들도록 지시했던 비리문서를 쥐도 새도 모르게 자기 쪽으로 빼돌리려고 했던 것이고, 모수화의 배신을 눈치 챈 강종우가 모수화를 저지하기 위해 직접 정치 전선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때문에 모수화 역시 그런 강종우를 찢어 죽이지 못해 안달복달 했던 것이고. 강종우가 죽은 지금 모수화는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 유도균의 외손녀를 마치 감금해놓다시피 붙들어놓고 있었다. 유도균의 외손녀는 모수화의 배신을 처단하기 위해 이날까지 숨죽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영운에게 순순히 USB를 건네주며, 모수화의 죽음을 부탁했던 것도.
ㅡ 어디 가!
ㅡ 드디어 모수화의 꼬리를 떼버릴 수를 찾았어.
영운이 냉소적으로 미소 지으며 몽의 앞에 USB를 흔들어보였다.
ㅡ 설마 그 비리문서를 공개해서 당 간부들 앞에 다 까발리려고?
ㅡ 그래.
ㅡ 그걸 누가 빼내왔는지 까먹은 거야? 너잖아, 너! 모수화가 네 쪽도 한패였다고 불어버리면 어쩔 건데?
ㅡ 그러니까 그 입을 막을 수 있는 수를 찾았단 거야.
몽이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영운을 쳐다봤지만 영운은 더 이상 친절하게 설명해줄 기색이 아니었다. 영운은 작은 USB를 부서질 정도로 꽉 손에 쥐고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ㅡ
12월 30일.
신년을 하루 앞둔 오후. 창조당 수뇌부 당원들과 몇몇 공천위 위원들을 구성원으로 회의가 있었다. 명목상은 신년을 앞둔 당 재정비 계획 일환이었으나 실제로 오늘 회의의 주인공은 두 사람이었다. D지역을 둘러싸고 아직까지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모수화와, 김근학이 그들이었다.
이미 당 수뇌부와 공천위에서는 D지역 출마자로 모수화를 낙점해둔 상태였다. 보수당과의 빅 매치 거점이 D지역이 될 것이라는 모수화의 예상은 바로 전날 보수당 측에서 D지역을 주의 깊게 언급을 한 것으로 인해 사실로 밝혀졌다. 게다가 당에서도 지난 지방선거에서의 참패를 설욕하고자 보수당에 이를 갈고 있었기 때문에 보수당을 제대로 짓밟아주고 싶어 하는 욕구들이 강했다. 보수당을 바짝 뒤쫓을 수 있는 인재라고 해봐야 지금으로선 한창 핫이슈에 올라있는 모수화가 유일했다. 김근학이 오래 전부터 D지역에 명망이 높고 승률도 나쁜 것만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모수화와 김근학을 비교해보면 김근학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모수화가 한 수 더 높았다. 게다가 지금 김근학에게는 여배우 K와의 스캔들 의혹이 아직 풀리지 않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모수화 대신 김근학의 손을 들어주기란 당 전체를 지옥 강으로 밀어넣자는 것과 다를 바 하나 없는 처사였다.
그럼에도 굳이 오늘 회의에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이렇게 하고 싶다는 모수화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이 이 지경까지 다다랐음에도 승복하기는커녕 뭔가 더 캐낼 게 없나 안달 내는 김근학에게 확실히 안 된다는 것을 오늘 당 수뇌부와 공천위 위원들 앞에서 못 박아두고 싶었던 것이다. 곪은 상처처럼 내버려뒀다가 김근학이 쓸 데 없이 귀찮은 일을 벌일 가능성도 있었다. 오늘 담판을 흔쾌히 받아들인 김근학의 속셈은 알 수 없으나, 이렇듯 모수화는 오늘도 자신의 승리를 너무나도 당연하게 확신하고 있었다. 김근학이 이번에 또 어떤 패를 꺼내들든, 그저 허공에서의 무력한 손짓에 지나지 않을 것이리라 장담했다.
회의실에 들어서기 전, 모수화는 바로 문 앞에서 막 들어서려던 김근학과 마주쳤다. 모수화가 미처 미소를 띠기도 전에 김근학 쪽에서 먼저 인사를 해왔다. 얼굴만 봐도 죽일 듯 달려들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심지어 여유롭게 웃기까지 하며 모수화에게 손수 문을 열어주는 여유까지 보였다. 찜찜한 구석을 감출 수 없으면서도 모수화는 어쩔 수 없이 군말 않고 안으로 들어섰다. 안엔 벌써 두 사람을 제외한 모든 참석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착석을 하자마자 회의가 진행되었다. 앞의 몇 분은 예정대로 당 재정비를 위한 토의가 오고 갔다.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서 모수화는 문득 김근학이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김근학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하고는 곧 시선을 거뒀다.
ㅡ 자, 그럼 이 건은 다음 회의 때 계속 하도록 하고, 본격적으로 얘길 나눠보도록 합시다.
미처 이상함을 느끼기도 전에 창조당 대표 윤구진의 말이 모두의 관심을 끌었다.
ㅡ 그래, 오늘 자리에 바쁘신 당원 분들께서 몸소 자리하신 것이 이번 D지역을 둘러 싼 두 후보 간의 갈등 때문이란 건 본인들도 다 알고 있습니까?
일면 부드럽게 들리는 듯 하면서도 되짚어보면 묘하게 가시가 박혀 있는 것이 윤구진 특유의 화법이었다. 모수화나 김근학보다도 열 살 가량 위인 윤구진 앞에서 두 사람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모수화의 시선이 잠시 김근학에게 향했다. 똑같이 입을 다물고 있었으나 여전히 뜻을 알 수 없는 여유로움은 그의 얼굴에 가득했다. 기분 나쁜 찝찝함을 떨쳐버리기 위해 모수화가 먼저 선수를 쳤다.
ㅡ 오늘 바쁘신 분들을 한 자리에 모이시도록 한 것은 어려운 일인 줄은 알지만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리 한 것이었습니다.
ㅡ 그럴 필요라면?
ㅡ 아직도 사사로운 욕심만 앞세워 어떤 것이 진정으로 당을 위하는 일인지도 모르고 있는 이 사람에게 여러분 앞에서 진실을 알려주고 싶었으니까요. ……당을 위해서라면 D지역을 포기해야 한다는 진실 말입니다.
이 시점에서 모수화는 일부러 말을 멈추고 장내를 돌아보았다. 모두들 거부감 없이 동의한다는 표정이었다. 마지막으로 바로 옆에 앉아있는 김근학을 흘끗 곁눈질했다. 모두가 모수화에게 동의하고 있는 이런 분위기에서도 아까처럼 그 시건방진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궁금해서였다. 잠깐 김근학과 눈이 마주쳤다. 보기 좋게 일그러지기라도 했을 줄 알았던 그의 눈은 여전히 모수화의 예상을 깨고 보란 듯이 자신만만했다. 이번에는 김근학이 별안간 자리에서 일어섰다.
ㅡ 뭡니까?
ㅡ 여러분 모두께 보여드릴 것이 있습니다.
모수화는 눈을 가늘게 뜨고 김근학이 윤구진에게 건네는 것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그것이 작은 USB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어느 새 김근학이 제 자리로 돌아와 모수화를 향해 미소를 날리고 있었다. 모수화가 불안한 시선으로 윤구진의 움직임을 좇았다. USB를 이리저리 훑어보던 윤구진은 사람을 시켜 USB를 열어보도록 지시했고, 곧 프로젝터에 컴퓨터 화면이 쏘아졌다. USB 안에 들어있던 것은 한글문서 파일 하나였다. 모수화의 눈이 재빨리 문서 제목을 읽어냈다.
창조당 비리 내역 모음.
ㅡ 진실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습니까?
그 순간 은근한 김근학의 속삭임이 전해졌다.
ㅡ 이게 바로 당신뿐만이 아니라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다 알아야 할 진실이지요.
모수화의 입술이 파들파들 떨리다가, 굳어버렸다. 문서를 클릭하자 100페이지 가량의 글들이 파일 안에 빼곡히 정리되어 있었다. 문서의 내용이 공개되자 당연하게도 장내가 혼란으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김근학이 어수선한 틈을 타 자리에서 일어섰다.
ㅡ 대, 대체 이게 뭐요?
ㅡ 보시는 그대로입니다. 창조당 당원 여러분의 크고 작은 비리 내역을 상세히 적어놓은 문서이지요.
ㅡ 이걸 그러니까 당신이 어떻게 갖고 있느냔 말이오!
당원 하나가 흥분으로 꽥 소리쳤다. 말을 꺼내기 전, 김근학의 시선이 잠깐 모수화에게 닿았다 떨어졌다. 마치, 어떻게 할까? 라고 묻기라도 하는 것처럼.
ㅡ 문서 내용은 보시는 바와 같이 살아 숨 쉬는 폭탄만큼이나 위험한 수준입니다. 혹여나 이것이 외부에 누출이라도 된다면 당은 피해 정도가 아니라 아예 자멸하고 말 겁니다. 여기까진 다들 아시리라 믿고. 자, 그럼 대체 이 무시무시한 걸 누가 만들었느냐가 문제인데요. 그 누군가는 대체 어떻게, 왜 이것을 만들었을까요? 대체 얼마나 창조당에 원한이 있었기에 이런 걸 만들 생각을 했을까요?
ㅡ 뜸 들이지 말고 얼른 말해보시오! 대체 어떤 튀겨 죽일 놈이,
ㅡ 바로 눈앞에 있지 않습니까.
김근학이 여유로운 시선으로 옆자리를 흘끗 했다. 모두의 시선이 같은 곳으로 향했다. 돌부처처럼 딱딱하게 얼어붙어있는 모수화가 시선이 닿은 끝에 있었다. 장내가 충격과 혼란으로 술렁거렸다.
ㅡ 유언비어요! 대체 그 말을 어떻게 믿으란 말이오?
ㅡ 그럼 저기 눈앞에 있는 비리 문서의 존재는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
ㅡ 그, 그건,
ㅡ 그거 아십니까?
난데없는 김근학의 질문에 일순 장내가 찬물을 끼얹은 것 마냥 얼어붙었다. 김근학이 작은 한숨으로 입술을 축였다.
ㅡ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 사람이 몸담고자 했던 둥지는 창조당이 아니라 보수당이었습니다. 유도균 전(前) 대통령의 이름을 잇기 위해서는 창조당이 아니라 보수당이 구색에 맞았으니까요. 이건 다들 부정하지 않으시겠지요? 네, 비리문서도 그 당시에 탄생했지요. 혹시 모를 창조당과의 마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였죠. 그러나 저와 만나고 나서부터 이 사람도 생각을 바꿨습니다. 그렇지만 창조당에 입당하기로 마음먹었을 때에도 저 비리문서만큼은 이 세상에서 완전히 존재를 지워버리지 않고 남겨두었습니다. 보수당에 들어가기로 생각하고 있었을 때 훗날 창조당에 위협을 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마련해뒀던 비리문서를 왜 지우지 않고 남겨뒀을까요?
윤구진마저도 이 순간만큼은 굳게 침묵하고 있었다. 김근학이 결정타를 날리듯 말을 뱉었다.
ㅡ 훗날 창조당에 입당했을 때 혹시라도 자신에게 있을 불리한 처사를 저 비리문서를 이용해 협박하려고 했기 때문이죠.
ㅡ 그래도 아직 확실한 증거가,
ㅡ 증거?
김근학이 코웃음을 치며 되뇌었다.
ㅡ 자, 보십시오. 제가 이때까지 수 마디를 늘어놓을 동안 이 사람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단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실이 아니라면 변명이라도 늘어놔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이렇듯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다뇨? 이게 가장 확실한 증거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술렁거림이 먼젓번보다도 한층 더 두터워졌다. 모수화는 자신에게 닿는 윤구진의 날카로운 시선을 이겨내지 못하고 가까스로 고개를 들었다. 김근학이 턱을 치켜세운 채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제야 봉인이 풀리듯 모수화의 얼굴에도 분노의 감정이 생생히 깔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강렬하게 맞붙었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김근학의 발언으로 이제 승세가 기운 것은 모수화 쪽이 아니라 바로 김근학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상의를 위해 윤구진이 잠시 회의를 중단하고 두 사람을 내보냈다. 긴 복도를 벗어날 때까지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퉁이를 돌쯤에 모수화가 먼저 김근학에게 와락 달려들었다. 모수화가 거칠게 김근학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ㅡ 이 치사한 새끼가……
ㅡ 치사? 그건 당신 별명 아뇨?
김근학이 차갑게 비웃으며 모수화의 손을 쳐냈다. 모수화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김근학을 노려보았다. 김근학도 지지 않고 거만한 시선으로 맞대응했다.
ㅡ 그래, 네놈 양아들 놈이 잃어버리고 행방을 알 수 없었다던 그 USB가 어떤 경위로 네놈 손에 들어갔는지는 궁금하지 않아. 그런데 지금 이걸 저들 앞에 다 까발려서 대체 뭘 어쩔 생각이지? 설마 그걸로 나한테 복수하기라도 할 속셈이었던 거야?
ㅡ 못 할 건 또 뭐 있소? 이미 벼랑 끝에 몰린 신세인데, 발 몇 번 구른다고 해봤자.
ㅡ 잊었나본데, 저 비리문서를 만든 건 순전히 내 죄가 될는지는 몰라도 저걸 최태상한테서 빼앗아온 건 바로 네놈이었어. 비리문서의 존재에 기뻐했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잖아? 내가 이대로 가만 입 다물고 있을 줄 알아? 내가 저 비리문서에 네놈도 가세했었단 사실을 다 불어버리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아마도 나 혼자 죽는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겠지? 어때, 이제 네놈이 뭘 잘못 건드렸는지 파악이 되나?
모수화가 뭐에 홀린 사람처럼 떠벌릴 동안 김근학은 단 한 마디도 끼어들지 않았다. 마침내 김근학의 입가로 천천히 미소가 번졌다. 연민의 감정이 듬뿍 담겨 있는 오만한 미소였다. 꽉 쥔 모수화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분을 참지 못하고 주먹을 들어 올리자 김근학이 소리 내어 크게 웃었다.
ㅡ 웃어? 뭐가 웃기다고 웃어?
ㅡ 그래, 어디 마음대로 해보쇼. 댁 마음대로, 당신한테 나 역시도 합세했었고, 비리문서에 나도 당신만큼이나 혹했었다고, 다 불어버리시오.
ㅡ 이게 지금,
ㅡ 왜, 이제 내가 이거 말고 댁에 대해 또 뭘 알고 있을 것 같아서 겁나나?
김근학이 모수화의 어깨를 떼밀었다. 모수화가 비틀거리며 물러서자 그 꼴을 조롱 섞인 눈으로 쳐다보았다. 모수화가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자 이번에는 김근학이 모수화에게 다가왔다. 여유롭게 손을 들어 모수화의 어깨에 묻은 먼지를 손수 털어주었다.
ㅡ 그동안 나뿐만이 아니라 세상 전부를 속여먹느라 즐거웠겠수다?
ㅡ …….
ㅡ 그 비리문서, 실은 유도균 외손녀의 작품이었다면서?
그 순간 모수화의 눈이 크게 떠졌다.
ㅡ 유도균 외손녀와 한 패였다구요.
ㅡ 그걸!
ㅡ 그러다 보기 좋게 배신을 때렸다죠. 유도균 외손녀의 그림자에 벗어나 혼자만의 영달을 누려보려고. 그래서 보수당이 아닌 창조당을 택했던 거고, 유도균 외손녀의 것이었던 비리문서도 남의 손을 빌려 뺏으려고 했던 거고. 혹시라도 유도균 외손녀에게 들통이 나도 남의 손을 빌렸으니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면 그만이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강종우를 떨어뜨리고 싶어 초조해했던 거고, 그러다 강종우가 죽고 유도균 외손녀가 표류하게 되니 그 앨 잡아서 포스트 유도균이라는 팔자에도 없는 별명이나 얻어 보려고 했던 거고.
모수화의 어깨를 털어주던 김근학의 손이 우뚝 멈췄다. 그의 손이 강하게 모수화의 어깨를 잡았다.
ㅡ 이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 어떤 말이 나돌아 다닐 것 같습니까?
ㅡ 이놈이……
ㅡ 아마도…… 당에서 비참하게 쫓겨나는 것보다야 더 상황이 악화될 것만 같죠?
모수화가 가까스로 손을 뻗어 김근학의 손을 뿌리쳐냈다.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으나 의지와는 달리 얼굴 근육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때마침 회의실의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을 찾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근학이 먼저 미소를 띠고는 문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ㅡ 그럼 어디, 잘 생각해보고 결정해주길 바랍니다. 일이 시끄러워지는 건 나도 원치 않으니까.
ㅡ
ㅡ 분명히 그년이야. 그년이 내 목에 칼을 꽂은 게야!
아무도 없는 텅 빈 집무실로 모수화의 고함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ㅡ 부모 닮아 겁 많은 애송이라고 속아 넘어갔던 게 잘못이었지. 애초에 그년이 이럴 속셈으로 순순히 협조를 해왔었던 거야. 요망스런 계집애. 기껏 돌봐줬더니 결국엔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쳐?
유도균 외손녀와 모수화 간의 관계를 어느 누구도 아닌 김근학이 알아버렸다. 더군다나 그 비리문서의 내막까지도 모조리 다. 모수화와 유도균의 외손녀, 이 둘만 알고 있었던 내밀한 비밀이었다. 그것을 제3자가 알고 있었다는 말은 유도균의 외손녀가 모든 사실들을 그 자에게 모조리 털어놓았기 때문이란 말로밖에는 설명이 되질 않는다. 이로써 유도균 외손녀를 의심하던 태라가 맞았음이 증명됐다. 유도균 외손녀, 그년은 결코 멍청하지 않았다. 오히려 절로 살이 떨릴 정도로 영악하기 그지없어서 기꺼이 몸을 숙이고 적당한 기회가 오기만을 엿보고 있었다. 그래서 그년의 눈에 걸려든 것이 김근학이었다. 모수화에 대한 김근학의 증오를 부채질해 모수화를 목 베어버리도록 유혹한 것이리라.
이제 와 후회하면 무엇하랴! 이미 일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다다랐다. 모든 계획이 엉망이 되었다. 유도균 외손녀를 발판으로 도약하려 했던 그는 뜻밖의 낭떠러지를 만나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다. 그 모든 일에 유도균의 외손녀가 있었다. 애써 마음을 다잡고 수화기부터 잡았다.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서늘한 목소리가 모수화의 움직임을 모조리 봉해버리고 말았다.
ㅡ 내려놓으시죠.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낯익은 목소리에 모수화의 머리털이 쭈뼛 곤두섰다.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려야 했으나, 몸이 굳어버려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런 모수화를 위해 목소리의 주인공은 친절하게도 모수화의 바로 눈앞까지 걸어 와주었다.
ㅡ 오랜만입니다.
ㅡ 너……
차가운 눈으로 이쪽을 응시하고 있는 사내. S였다.
모수화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ㅡ ‘그분’께서 알아채신 게로군. 그분의 직속 수하인 네놈이 움직였을 정도면.
ㅡ 이번 일에 대해 그분께서 큰 실망을 금치 못하시고 계십니다.
모수화가 애써 미소를 띠우며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철컥, 하고 내려놓는 소리가 소름 끼치도록 고막을 울렸다.
ㅡ 뭘 하려고 하셨습니까?
ㅡ 돌파구를 찾고 있었지. 똑똑하신 유도균 외손녀 아가씨 덕분에 일이 그야말로 거지같이 돌아가고 있거든. 나도 숨 쉴 수 있는 구멍 정도는 마련해둬야 할 거 아냐?
S의 시선이 묵묵히 모수화에게 닿았다. 같이 시선을 맞추려 했으나 그러지는 못했다. 전부터 느꼈던 거지만 저 사내와 잠깐이라도 눈을 맞추고 있으면 절로 고개를 숙이게 됐다. 차갑게 얼린 칼날처럼 날카로운 시선이 금방이라도 눈동자를 베어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느껴져서, 절로 두려움부터 마음 속 깊숙한 데서 샘솟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그분’의 옆에서 머물렀던 자답게 표정도 그분의 것과 무섭도록 똑같이 닮아있었다.
ㅡ 왜? 더 험한 꼴 당하기 전에 그만 멈추라고 말하고 싶은가? 하, 웃겨. 이미 배신자로 낙인찍힌 나야. 배신자가 이제 와서 배신을 멈춘다고 해봤자 기다리는 거라곤 처단밖에 더 있겠어? 포기 안 해. 내가 왜 여기서 멈춰야 하지? 넌 가서 그분께 전하기나 해. 난 더 이상 그 같잖은 유도균 외손녀 뒤치다꺼리 따위 하지 않겠다고. 알겠어?
ㅡ 당신은,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뭔가가 빠르게 얼굴로 들이밀어졌다. 눈빛만큼이나 차갑게 언 칼날 끝이 그것이었다는 것은 다음 순간에 알 수 있었다. 순간 모수화는 숨 쉬는 것을 잊은 사람처럼 숨을 삼켰다.
ㅡ 내가 왜 여기까지 온 건지 아직도 모르겠나?
서슬 퍼런 말에 모수화가 결국 힘을 잃고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S는 칼을 거두고 천천히 모수화의 앞으로 다가왔다. 가늘게 떨고 있는 모수화의 어깨에 손 대신 발을 올려놓았다.
ㅡ 잘 들어. 마지막 기회야. 그분께선 귀찮은 일을 무척이나 싫어하신다. 누구보다도 당신이 잘 알고 있을 거 아냐? 내가 굳이 당신을 찾아온 이유를 잘 기억해. 머리가 제대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해야 오래 살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거야. 더 이상 일벌이지 말고 조용히 살아. 조용히, 처음부터 이 세상에 없던 사람처럼.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S가 도로 발을 내려놓았다. 모수화는 고개를 푹 떨군 채 보기 가여울 정도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일말의 감정도 없는 자답게 S는 그런 모수화에게 동정의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몸을 돌려 밖으로 사라져버렸다. 쾅. 문 닫히는 소리가 차갑게 고막을 파고들자 그제야 모수화가 고개를 들었다.
모수화의 얼굴이 생생한 분노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나 아까 놓쳤던 수화기를 다시 집어 들었다. 혹시라도 그 무자비한 사내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가, 곧 재빨리 번호를 눌렀다. 얼마간 신호음이 울린 뒤에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모수화는 몸속 가득한 증오를 그러모아 씹어뱉듯 외쳤다.
ㅡ 유도균 외손녀를 죽여 버려.
울랄라남양 님 이름표 제공♡
늦엇네유.. 많이.. ㅠㅠ
개학이 코앞입니다!!!! 으악!!!!!!
오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진호와 영운의 과거
이창경 부부를 죽인 사람은 누규?
김근학의 역습
모수화의 분노
또 위기에 처한 불쌍한 민이..ㅠ.ㅠ
전편에서 민이 자기가 비리문서를 만들도록 시켰단 얘긴,
애초에 모수화와 민이 사이의 유착관계?를 암시하는 말이었습니다
처음에 모수화가 배신을 하기 전에, 훗날을 위해
민이 쪽에서 모수화를 시켜 창조당 비리문서를 만들도록 시켰던 거져
그런데 나중에 모수화가 배신할 마음을 먹고 보니
제일 먼저 그 비리문서가 눈에 들어왔던 거고여
당 전체를 말아먹을 수도 있는 강력한 무기인데 어느 인간인들 탐이 안나겠습니까
암튼 그 과정에서 민이 쪽에 눈속임을 위해 김근학을 끌어들였던 거고,
이러저러하다가 결국엔 조모양조꼴이 난겁니다..
하핳.. 뭔솔.. 걍 한마디로 정리하면!
모수화랑 민이가 예전엔 같은 편이었다! 라고 생각해주시면 되겟슴닼ㅋㅋㅋㅋ
마지막에 새로운 인물 등장했네여 S!!!!
저사내가 실은 11편에서 민이랑 사무실에서 대화를 나눴던 그 사내란 사실을 눈치채셨다면
당신은 이미 검은절벽 애애독자!!!!!!
(오타아님당.. 애X2독자는 애독자보다 더 높은 등급이에여ㅋㅋㅋㅋㅋ)
암튼,
저는 14편을 가지러 휘리릭! 사라집니다
아참 여재님 선물 넘 감사혀요ㅠㅠㅠㅠㅠ 감동먹엇어요ㅠㅠㅠㅠㅠ
그럼 오늘도 하트애정백만개를 드시고!!!!!!
이만!
업쪽 = B 또는 댓글!!!!!!!!!!!!!!!!!!!!
SeeYou 님 코멘창 제공♡
첫댓글 B 으이구 모수화같으니라고ㅋㅋㅋ역시 사람은 욕심도 적당히 부리면서 살아야한다는 중요한 교훈!! 요번 편도 정말 잘보고갑니다ㅎㅎ민이 어뜩해요??제발 아무일없길!!!다음 편도 기대할게요^^*♥♥~
ㅋㅋㅋㅋㅋ그쵸!!!이렇게 갑자기 전세역전이 된 모수화를 보면서 저도 욕심부리다 큰코다친다는걸 깨달앗어여..ㅎㅎ 근데 왜 지가 잘못해놓고 민이한테 화풀이하는건지ㅡㅡㅋ참나..ㅋㅋ 암튼!! 3장의 마지막인 14편은 곧 들고오겟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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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너의사랑 우는님!!!!!!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위선자는 거짓으로나마 남들에게 호의를 얻을 순 잇을지 몰라도 위악을 부리는 자는 욕만먹구 어디 의지할데도 없으니 말이에요..진짜마음은 그렇지 않은데..허헣불쌍한미니..ㅠ.ㅠ 그치만 진호랑 싸울때 왜 가슴아프면서도 한편으로는 선덕거렷는지.. 아무래도 쉬크한진호때문인거가타요ㅋㅋㅋㅋㅋ이런찬남잨ㅋㅋㅋㅋ예고한편때리자면 진호도메인주인공이고 그래서 앞으로 종종 영우니민이 럽라인에 끼어들예정입니닼ㅋㅋㅋ 와우! 그럼 우는님을 위해 3장의 마지막인 14편 곧 들고오겟슴당!!!!
B앜ㅋㅋㅋㅋㅋ너무 조아여 진짜 조으다 완전 조으다!!!! 오늘 모수화가 한방 먹는 거 보고 소리질렀어요!!!! 그렇게 기고만장해 하더니 민이랑 영운이한테 완전히 박살났어여!!!! 와.... 진짜 캡숑 통쾌했습니다 그리고 이번편에는 그나마 있던 애정씬도 어, 없어졌어여ㅜㅜㅜ 그래도 좋은 장면이 있다면 영운이가 민이한테 가지말라고 붙잡는 장면!!! 아 너무 좋았어요 저러면 당장 영운이에게 달려갔을 텐데ㅋㅋㅋ 그리고 진호도 설마 럽라인 있나여? 우리 민이와 영운이 사이에 들어온다면 미워할 거예여ㅜㅜㅜ 그리고 S 너는 누구냐!!!
모수화는이제몰락햇슴당.. 하얗게..ㅋㅋㅋㅋㅋ 하핳.. 덕분에 모수화땜에 럽라인이 실종되어버렷네유ㅠㅠㅠㅠ 그치만 14편에서는 예민님이 소리지를 수 있는 장면이 많이많이 준비되어있다고!믿고싶슴당..허헣.. 암튼 언제나닥치고영운님찬양♡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설마진호도럽라인잇슴당.. 메인주인공입니다.. 삼각관계.. 허헣.. 이이상 말씀드리면 스포라서 여기서 자제하겟습니다만.. 진호랑영우니랑.. 아마 드럽게 싸울거여요.. 많이.. ㅎㅎㅎㅎㅎ 아아아암튼!!! 열심히 달려서 3장의 마지막인 14편 곧 들고오겟슴당!!!!
손팅을 하지 않고는 도저히 머리와 손이 근지러워서 참을 수가 없어서 이제나마 댓글을 달기 시작합니다! 우왕 영운이와 진호가 원래 아는사이였다늬! 친구였다늬!! 절친이었다늬요!!! 정말 생각지도 못한 관계여서 좀 놀랐네요ㅋㅋㅋ영운이는 어릴때부터 영악?했군요ㅎㅎ환경이 사람을 그렇게 만든것이겠지만..근데 요번편을 보니 요요 삼각관계?요런게 눈에 보이는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로맨스 기운이 더 좔좔 느껴지는것만 같아요! 전 저 S가 11편 남자라는걸 알고 있었다구요! 숨겨진 애애독자로 받아주세요 크크킄
웅오오오오올반가와요!^ㅇ^ 저는 진호랑영우니랑 절친돋는 사이엿다고 다들아실줄 알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햇던 곳에서 터뜨렸네요.. 허허.. 아아암튼!!중요한건 이게 아니니깐뇨^ㅇ^ 역시 애애독자다우십니다!!! 금세 진호랑영우니랑민이랑 삼각관계를 간파해내시다니..ㅋㅋㅋㅋㅋ 검은절벽은 이런 로맨스떡밥으로 은근히 럽라인을 어필합니다.. 허허 앞으로도 매의눈을 켜시고 지켜보셔야될게여요!!!ㅎㅎㅎ 무튼 3장의 마지막인 14편 곧 들고오겟슴더!!!
B. 핳...진짜 검은절벽은 뭔가 사건이 하나하나 밝혀질수록.. 절 모니터 속에 끌어당기는거 같아여....ㅠ.ㅠ 자까말보고 11편 갔다가 쓰던 댓글 날려먹은 저는 우수독자...ㅋㅋㅋㅋㅋㅋㅋ흡 그 인아를 죽일 떄 잇던 남자가 저 남자엿군녀.....핳 뭔가 은근 여기저기 주도하고 있을 법한 남자예여.. 그나저나! 처음부터 절 충격에 빠트린 진호와 영운이의 사이.... 막 영운이가 진호를 엄청 싫어하는거 같아서.. 시작부터 그런 사이일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절ㅋ친ㅋ..... 하긴 시작부터 쌓인 앙금보다 친했던 사이가 틀어지면서 느끼게되는 배신감이 더 크긴 클꺼같아여... 그치만 자세한 사정을 모르니 영운이가 마냥 진호를 미워만한다!라고
단정짓기는 어려울꺼같기도해여!.. 진호가 그 이년 사이에 뭔가 이런저런 일이 있었을테니.. 언젠가 영운이가 그 이년 사이의 일을 저희에게 알려주겟져..?! 뭔가 거기에도 비리의 냄새가 .......이러고잇습니닼ㅋㅋㅋ검은절벽보면서 의심병걸릴꺼같아여...저 왜 자꾸 모든이가 의심되져... 사실 지금은 저 이창경부부가 죽은게 제일 뭔가..낌새가 풍기는거같아여.. 혹시 저 S가 죽인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 그러고보니 '그분'이라는 뭔가.. 좀 윗쪽 사람으로 추측되는 자도 한명 나왓네여..핳 저번편에서 쁜틳님이 달아주신 댓글대로.. 뭔가 더러운 수작이 마구마구 펼쳐질꺼같습니닼ㅋㅋㅋ그나저나 김근학이 모수화에게 한방먹였는데
그 까진 괜찮았는데 어째 저걸로 인해 민이가 위험해져버렷네여.... 영운이는 민이를 구하려고(?) 저걸 김근학에게 줫을 텐데... 민이 곁에 진호가 있긴 하지만.. 지금 진호는 모수화의 개.... 태라가 영운이에게 이 사실을 알려줄까여...? 흠... 그래서 막 영운이가 달려갈......리가 없죠 얜 아직 자기 맘을 모르니까........하...... 요번에도 이상한 추측들만 마구마구 던져놓고 전 추천을 남기고 사라지겟습니다! 항상 검은절벽기다리고 이써용!
우수독자엘렌님!!!!쪽지화긴해주시고영!!ㅎㅎ 킬러B에 이어서 이제 S도 등장합니다.. 이름이 왜 이따위인지는..ㅋㅋㅋ 왜 이러케 이름을 지엇을까여.. 허헣.. 암튼 중요한거슨 이게 아니곸ㅋㅋㅋ 사실 13편 쓸때 영우니랑 진호 과거 쓰는게 즐거웟어요.. 막 두사람 어린시절을 상상하고 어떤일이 있었을까 생각해보니 아앙아아아아앙아앙 뭐야 두근두근ㅋㅋㅋㅋㅋ 피도눈물도 없는 영우니가 친구랍시고 함께 했던 존재가 잇다는 건 아직도 잘 실감나지도 않고 어울리는거 같지도 않지만.. 어릴때부터쭉 함께해왔고 그만큼 마음을 의지하고 있던 진호에게 배신을 당했으니 저리도 분노할 만도 하져.. 동시에 애증의 감정을 견디지 못해 미워하면서
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누그러질지도요.. 영우니는 진호에게 직접 그간의 사정을 듣고, 어찌됐든 용서할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가튼데.. 현재로서는 진호가 마음의 문을 꾹꾹 걸어닫아서 갈등이 계속될 듯하네여..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을지는 곧! 곧? 암튼 밝혀질예정입니다!! 오오오오올 역시우수독자님!!ㅎㅎ 언제나 검은절벽을 매의눈을 켜고 감상해주시니 저는그저 녹아내릴뿐이고여..ㅋㅋㅋㅋ 엘렌님이 의심하실때마다 저는 글쓸맛이 나서 키보드 두들길 때마다 신명이납니닼ㅋㅋㅋㅋㅋ 뭔가 더 더러운 뒷공작을 펼쳐보이고싶긴 한데.. 뭔가 자꾸 생각하면 할수록 제머릿속도 더러워지는 거 가튼게.. 하.. 암튼 정치란 어렵네영.. 엄격하
게 따지고 보면 정치보다는 그 이면의 검은 수작이 더 부각되고 있는 게 바로 검은절벽이긴 하지만요.. ㅠㅠㅠ 암튼!!! 이제 곧 3장도 끗이 납니다.. 다른 장보다 호흡이 길엇져.. 엘렌님위해 예고한편 때리자면.. 14편 분량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어째선진 모르겟지만.. 막 내용구상할땐 제일 짧을거라고 생각햇는데.. 허.. 암튼 곧 14편 들고 돌아오겟슴당!!! 그때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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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더더더 엎치락뒤치락이 펼쳐질 거시어요... 그래도 끗까지 함께해주실꺼죵?!!!ㅎㅎㅎㅎㅎ 민이는 여주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샌드백처럼 치이고 잇슴당.. 아아ㅠㅠ 대체 제대로 된 로맨스는 언제쯤...ㅠ.ㅠ 크윽! 무튼 3장의 마지막인 14편은 곧 들고오겟슴당!!!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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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잉ㅠㅠ 동생 고입준비 힘들고나..ㅠ.ㅠ 하.. 개학이 코앞이라 더 정신없겟당..ㅠㅠ 힘내!!!!!!!!빠샤
너무 늦게 왔어요. 와 이제 전개속도에 불이 붙었네요.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그 분’이 누굴까 점점 더 궁금해집니다. 오늘 영운이 정말 귀여웠어요. 질투를 하면서도 마냥 휩쓸리지 않고 전말을 유추해내는 그 비상한 두뇌! 이제 모수화는 끈 떨어진 연 신세인건가요. 벼랑끝에 몰린 자 특유의 악바리 근성에 입맛이 씁쓸합니다. 수 틀렸으니 다 죽여버리겠어하는. 그토록 여유만만하고 오만했던 모수화지만 강한 남자 S앞에서는 무너질 뿐. 다음 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언제나 건필하세요. 애정합니다.
안녕하세요 여재님!!!기다리고 잇엇서염ㅎㅎㅠㅠ 오티다녀오느라고 요새 정신이 없어서 소설엔 손도 못댔네요.. 하.. 이번편은 전개상 영우니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온 편이엇어요..ㅠ.ㅠ 그런 와중에도 깨알같이 영우니의 매력을 찾아내시는 여재님의 센스!!!ㅋㅋㅋ 제가 이번 3장에서 중점을 뒀던 내용이 지금 나온 만큼 모수화의 몰락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졌음하는 바람이 잇는데요.. 그래서 모수화의 분노가 애꿎은?은 아니지만 아무튼 민이한테 옮겨가서 점점 극이 고조되는 그런 내용이 잘 표현됐음 하는 바람입니다!! 언제나 감상평 감사드립니다!! 14편 팍팍 써서 들고올게영!!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