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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이야기
이녹 아덴 ( Enoch Arden 이노크 아든 )
알프레드 테니슨 작.
옛날 영국의 어느 자그마한 바닷가 작은 마을에
소년 소녀가 살았습니다.
소녀의 이름은 애니 리였고 그녀에게는 친남매와도 같이 가깝게 지내는 두 소년 친구가 있었습니다.
애니의 두 소꿉동무 중 하나는 밀가루 방앗간 집의 외아들인 필립 레이였고
다른 하나는 바다에서
아버지를 잃고 꿋꿋이 살아가는 이녹 아덴이었습니다.
그들은 소꿉놀이를 즐겨 하기도 했는데 서로 애니의 남편이 되려고 다투기도 했습니다.
그럴 땐 교대로 남편을 하기도 했습니다.
커가면서 그들 사이는 점점 친구가 아닌 이성으로 생각이 되었지만 그들은 흉허물없이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이녹은 성격이 활달하고 외향적이어서 자기의 감정을 솔직하게 잘 드러내는 편이었으나 필립은 그와는 반대로 마음속으로 묻어놓고 사는 쪽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애니는
이녹과 더 친해졌고 이녹은 애니에게 청혼했습니다.
이녹과 애니가 만나 뺨을 맞대며 키스하는 것을 우연히 본 필립의 마음은 찢어질 듯이 아팠습니다.
그 얼마 후 이녹과 애니는 결혼했습니다. 이녹은 열심히 일해서 어선도 한 척 구하고 부지런히 어물을 팔기도 해서 행복한 가정생활을 꾸려 나갔습니다.
7년 동안 행복하게 살며 딸과 아들을 두었고 세 번째 아기를 얻었습니다.
이녹이 일을 하다가 큰배의 돛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녹이 아파 누워 있는 동안 그의 단골손님이 떨어져 나가기도 해서 이녹의 가슴속엔 왠지 까닭 모를 불안감이 일어나기만 했습니다.
이녹은 중대한 결심을 했습니다. 처자식을 위해 멀리 다른 나라로 가는 선원이 되어 돈을 벌어 오겠다는 결심을 하고 아내에게 알렸습니다.
다행히 전부터 알고 지내던 무역선의 선장이 이녹을 채용해 주어 그는 아내와 사랑하는 자식을 남겨두고 배를 타고 떠나갔습니다.
이녹은 떠나기 전에 자기가 가진 배를 팔아 아내에게 작은 가게를 만들어 주고 몸이 약한 셋째 아이의 머리카락을 끊어 기념으로 가지고 갔습니다.
애니는 장사란 것을 처음 해보므로 이익이 남을 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아기가 죽고 말았습니다.
애니의 아픈 마음을 위로해 주기 위해 들른 필립이 제안을 합니다. 돈이 부족하면 자기가 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딴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애니가 너무 고생하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입니다.
애니는 필립의 제안을
거절 할 수 없었습니다.
필립의 돈으로 아이들은 학교에 다닐 수도 있었습니다.
또 필립은 아이들을 너무도 사랑했으므로 아이들도 필립을 ‘필립 아버지’라고 부를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도 이녹은 돌아오지를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녹이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자 어느 날 필립은 옛날 자기가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그 자리에서 애니에게 청혼을 하였습니다.
애니는 일년만 더 기다려 달라고 부탁하는 것으로 응답을 미루어 두었습니다.
다시 일년이 지나자 필립은
또 청혼을 해 왔습니다.
애니는 한 달 뒤에 대답하겠노라고 하고는
반년을 미루었습니다.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한 어느 날 애니는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이녹이 어디에 있는지를
가르쳐 달라는 내용으로
기도를 한 것입니다.
성경을 펴 손가락으로
그냥 글을 짚은 곳은 “종려나무 밑”이라는 의미 없는
말이었습니다.
애니는 오랜 고민 끝에 드디어 이녹이 죽은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리하여 필립의 청혼을 받아들여 결혼을 했습니다.
이녹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는 배를 타고 희망봉(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을 지나 인도까지 갔습니다.
그가 탄 무역선은 순조로운 항해를 했고 이녹도 열심히 일을 해서 집으로 돌아갈 만 한 돈을 모았습니다.
마침내 귀국 길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운명은 그렇게 쉽게 이녹을 놓아두지 않았습니다. 그가 탄 배는 폭풍우를 만나 파선하고 이녹은 다른 두사람과 함께 열대의 어느 섬에 떠밀려와 살 수 있었습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바다만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종려나무 잎을 모아 비를 피할 오두막을 만들었습니다.
함께 표류한 사람 중 하나는 아직도 소년티를 벗지 못한
어린 청년이었습니다.
그를 두고 섬을 빠져나갈 수가 없어서 3년을 간호했지만 3년 뒤에 그 청년은 죽고 말았습니다. 다른 한 명은 섬에서 빠져나갈 배를 만들다가 과로하여 일사병으로 죽고 말았습니다.
그는 섬에 갇혀 애니와
아이들을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러기를 십 년,
식수를 구하기 위해 이 섬에 들렀던 무역선의 선원들을 만나 이녹은 마침내 구출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호의로 그는 출발했던 항구까지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안개비를 맞으며
고향 마을까지 찾아왔습니다.
이녹이 옛날의 자기 집에 찾아갔을 때는 사람의
기척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팔 집’ 이라는 표지만이 있었을 뿐입니다.
그는 밀리엄 레인 할머니가 운영하는 동네의 주막에 머물렀습니다.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주막집 할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애니가 필립과 결혼하여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레인 할머니는 완전히 늙어버리고 꼬부라져 버린 이녹을 알아보지 못하고
지껄인 이야기였습니다.
이녹은 절망했습니다.
얼마나 기다리고 고생하며 만나보고 싶어 했던 아내와 자녀들인데......
이 녹은 필립과 애니가
살고 있는 집을 남모르게 가만히 찾아가 보았습니다.
창문을 통해 훔쳐본 방안의 정경은 행복함 그 자체였습니다. 더구나 애니가 필립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기를 안고 행복에 겨워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 행복을 깨뜨리고 들어설 마음이 도저히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는 절망상태에 빠져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그리고는 자기가 물러서 주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녹은 정체를 감추고 그 마을에 눌러 앉아 막일을 했습니다.
그러기를 1년, 그의 몸과 마음은 너무도 쇠약해졌습니다.
이제 죽음이 바로 옆에 찾아
온 것을 느꼈습니다.
이녹은 비밀을 지키겠다는 서약을 받아낸 뒤 주막 할머니에게 자기가 바로
이녹 아덴이라는 사실을 고백했습니다.
자기는 진심으로 필립과 애니의 행복을 빈다고, 그리고 새로 태어난 아기와 잘 길러준 아이들의 행복을 기도하며 죽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증거를 보여 주었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 동안
간직해 왔던 셋째 아기의 머리카락이 바로 자기가
이녹 아덴이라는 증거가 될 거라며 그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로부터 사흘 뒤 이녹은 죽었습니다. 그는 죽기 전에 허공에 대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습니다.
“ 배다. 배다. 나는 살아났다. ”
작가 알프레드 테니슨 ⬇️
⛄️🦬
부서져라, 부서져라, 부서져라
알프레드 테니슨
부서져라, 부서져라, 부서져라
너의 차디찬 잿빛 바위에
오 바다여!
나도 내 혀가 심중에 솟아오르는
생각을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어부의 자식들은 좋겠구나
누이와 고함지르며 놀고 있네
젊은 뱃사람은 좋겠구나
항구에 배 뛰우고 노래 부르네
우아한 기선들도 갈 길을 가는구나
언덕 아래 항구를 향해
오, 그리워라, 사라진 손길의 감촉이여
소리없는 목소리여
부서져라, 부서져라, 부서져라
벼랑기슭에
하지만 가버린 날의 다정한 행복은
내게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
🦉🐌
[작가소개]
알프레드 테니슨 Alfred Tennyson(1809.8.6 ~ 1892.10.6 ) 영국 링컨셔주 서머스비에서 12 형제 중 넷째로 태어난 테니슨은 1827년 케임브리지 대학교 트리니티 칼리지에 입학했습니다. 1827년에 형 찰스 테니슨과 함께 시집을 내었고 1850년 월리엄 워즈워드의 후임으로 계관시인이 되었으며, 에밀리 셀우드(Emily Sellwood)와 결혼했습니다.
영국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시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녹 아덴은 1864년에 발표된 일종의 서사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에 소개한 글은 시를 이야기 형식으로 바꾼 것입니다. 영어판 위키사전을 검색해보았더니 주인공 이름 Enoch은 성경 창세기에 등장하는 Enoch 에서 차용한 것일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등장하더군요.
이 책은 젊은날
가까이 지내던 지인이
이민을 떠나면서 제게 전해준
삼중당문고 에서 펴낸
작은 책으로 당시에 읽고
너무 슬퍼 울었던 기억이납니다
지금도 책꽂이 한켠에
꽂혀있을것 같은..
어느분이 올린글중
삼중당문고 소리에 문득
'이녹 아든'이
생각이나서 검색하고
스토리를
찾아봤습니다.
오래 잊고지낸
그사람도 그리워집니다
늙고 꼬부라진뒤
국내에 돌아온다면
파고다 공원 어디에서
만날지도 모르겠다던
그분은 조선일보와
'자동차 생활'에 기고 하시던
칼럼니스트였지요.✍️
첫댓글 19세기 작품이라 약간
통속적 신파극 스토립니다만
운명의 장난이라고 하기엔 슬픈 이야기네요
필립의 청혼을 받아들인 애니의 선택도
욕할 수 없고 이녹과는 연이 아닌가 보네?
작가 <알프레드 테니슨>은
향우카페에
<속세를 떠나며>라는 시를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인생의 마지막은 슬픔이 아니라
희망의 경지로 가는 장중함이라고
노래하고 있는데 서사시로
스토리 화한 시인의 역량이 대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