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근 다시 핀란드로 넘어와서 살고있는 엘시입니다.
요즘 농구를 다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새벽까지 농구하고 들어와서 오늘은 좀 쉴까 했는데 내쉬의 러닝 점퍼를 꼭 체득해야겠다 싶어서 오늘도 저녁먹고 열시 쯤 집을 나섰다가 아주 재미있는 경험을 했네요.
핀란드는 여름만 되면 아주 살판이 나는 동네입니다. 5월 말부터 휴가/방학시즌인데다가 북유럽이라 적당히 따뜻한 날씨에 해는 열두시는 되어야 지기때문에 밖에 나가면 공원에, 잔디밭에, 농구장에 술마시고 피크닉 즐기며 노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밤새 돗자리 깔고 노는 사람들도 꽤 많아요. 사람 피해서 조용히 농구하려고 새벽 1시에 나간적이 있는데 새벽 세시에 동틀 때까지 사람들이랑 부대끼면서 농구한 적도 있네요.
어쨌든 그렇게 밤이나 새벽에 공 하나 가져가서 연습을 하다보면 같이 하자는 애들이 종종 있습니다. 남자 여자 섞여서 5명 내외 그룹인 경우가 많은데 그냥 돗자리 깔고 피크닉 즐기다가도 와서 농구하자고 해요. 핀란드 사람들 낯 엄청 가리는데 술을 먹어서 그런지 여럿 몰려다녀서 그런지 거리낌이 없더라고요. 여자애들중에 나름 잘하는 애들도 있고 농구 해본적도 없으면서 그냥 부딪히고 즐기는 애들도 많습니다. 한국이랑 다르게 보이지 않는 벽이 없는것 같아서 좋더라고요.
여튼 어제도 농구를 하다가 지쳐서 집에 가려는데 같이 농구한 여자애가 붙잡더라고요 스냅챗을 묻길래 안한다고 했더니 대신 인스타로 교환했습니다. 근데 여자랑 같이 농구는 해도 연락처 묻는건 처음이라 당황스럽더라고요 집에 진짜로 가려고 하니까 뭔가 아쉬워하는 눈치긴 했지만 새벽에 지칠대로 지쳐서 무뚝뚝하게 코트를 떠났습니다. 사실 이성적 관심은 아니었던것 같고 이후에 딱히 뭐는 없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오늘은 내쉬의 외발 러닝 점퍼를 연습해보려고 한적한 집 근처 코트에서 공을 튕기고 있었습니다. 작은 잔디밭이 옆에 있었는데 오늘도 한두팀이 피크닉을 나와있더라고요. 몇 분 연습도 안했는데 한 피크닉 팀에서 몇명이 제 쪽으로 걸어옵니다. 사실 저는 농구를 뛰어다니려고 하는건데 시합도 아니고 슛만 쏘는건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투바운드 비슷한 거 하자고 하는데 별수없이 그러라고 했습니다.
남자 한명 여자 한명 왔는데 서로 어떻게 아는 사이냐 하니까 초면이라 하더라고요. 남자애는 여자친구랑 피크닉 왔고 여자애는 그 여자친구의 친구라면서요. 그런가보다 하고 나이도 서로 물어보는데 여자애가 제 나이 듣고 굉장히 충격을 받더라고요. 제가 만 29인데 17살인줄 알았다고요. 제가 얼핏 보면 소년 같긴 하거든요. 더구나 외국애들은 노안인 경우가 많기도 하고요. 저도 그친구 나이 듣고 적잖이 놀랐죠 15살이래요. 중학교 갓 졸업했다고 허허허...유럽 언니들은 정말 다릅니다.
여튼 투바운드 하면서 여자애가 술담배 하냐고 물어봅니다. 저는 담배 전혀 안하고 술도 어쩌가 조금 마신다고 했죠. 자기는 다 하나봐요. 좀 머쓱했는지 15살이면 멍청한짓 하는 나이지 않냐 너는 안한다니까 다행이다 하더라고요. 어쨌든 제가 먼저 10점에 도달해서 게임이 끝나고 두 친구는 돌아가려고 합니다. 여자애가 술때문에 어지러워서 더 못하겠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인사 나누는데 저한테 포옹하자고 하네요? 원래 포옹하는걸 좋아한대요. 포옹 한번 해주고 보냈습니다.
다시 내쉬슛을 연습하는데 여자애가 또 다른 애들 몇명 데리고 왔어요. 엄청 깔깔대면서. 뭐가 그렇게 웃겨? 하니까 같이 데려온 자기 친구 어떠녜요. 17살 이라면서. 너는 나이차 어디까지 괜찮아? 하고 묻는데 평소 생각대로 '위든 아래든 마음만 맞으면 나이차가 뭐가 대수야'라고 하고싶었지만 나이든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닌거 같아서 '이거 범죄 아님?'이라는 교과서적인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뭐 제가 뭐 아무리 외로워도...띠동갑이라고 처음부터 나이를 밝히는데 어떻게 흑심을 품을수가 있겠습니까. 갑분 소개팅에 속에서는 폭주기관차가 달린건 비밀입니다.
아무튼 더이상 푸쉬는 안하길래 저도 추해지지 말자하고 정신 부여잡았습니다. 몇명이서 공 튀기면서 이런 저런 잡답을 하다가 여자애가 스냅챗을 물어봅니다. 아 핀란드는 스냅챗이 대세구나 하면서 이번에도 인스타로 대신 친추를 하는데 그 와중에 여자애가 연락처 물어보는게 좀 민망한 듯 횡설수설 하더라고요. 우리 그냥 친구만 하는거니까 범죄는 아니지 않냐, 나는 사실 여자에 좀 더 관심이 있다, 너 좋은 사람 같고 그냥 같이 놀면 좋을 것 같다 등등...저는 그냥 쿨가이인척 물론이지 아무 문제 없어 하면서 호응해줬구요.
아무래도 17살 친구를 끌어들인건 미끼 아니었나 싶더라고요. 담에 또 만나자, 나는 항상 나올 수 있어, 타지에서 친구 별로 없는거면 같이 놀자 이런 얘기를 몇 번 했는데 그 친구가 절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쨌건 좋게 봐주니까 고맙긴 했습니다. 다만 홍철이형이 치어를 놓아주면서 했던 말처럼 '부모님큰언니 모시고와' 하고싶었죠.
여튼 뭐 어~~~~쩌다 한번 밤톨만큼이라도 설레는 일 하나 생기면 호들갑 떠는 비스게인 답게 간만에 찾아온 속 빈 강정으로 요란 좀 떨어봤습니다. 이번에도 물론 실속은 없겠죠 나이를 생각하면 있어서도 안되고요ㅎㅎㅎ 괜히 더 싱숭생숭해지네요.
ㅡㅡ
농구하러 핀란드 한번 가야겠네요
역시 일단 잘 생기고 봐야 함 ㅠㅠ
저도 잘 이해가 안가서 생각해봤는데 그냥 어린나이에 호기심으로 그런거같습니다ㅋㅋㅋ 동년배들한테도 관심좀 받고싶습니다...
혹시 bts 팬 아닐까요 ㅋㅋ
그런거같지는 않더라고요 근데 이번 일과는 별개로 외국살면서 비티에스 덕을 많이 보긴 합니다ㅋㅋㅋ
bts 대단합니다
핀란드 가면 생기나요??
농구+연애(?) 역시 뜨겁네요ㅎ
그곳이 파라다이스네요
핀란드에 다녀왔었는데, 그런 사람들 없던데요? 거짓말 하시면 혼납니더.
핀란드 원양어선에 일꾼이 부족한가
핀란드 자일리톨회사에서 일손이 모자랐나보네요
전 예전부터 마카넨이 goat라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