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때마다, 모든 공사 중지할 일인가?
필자가 1970년께 시골 초등학교 졸업반일 때 그해에는 유난히 수학여행에서 사고가 자주 났습니다. 주로 철도 사고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 정부는 수학여행을 금지했습니다. 여행 가려고 부모를 졸라, 가난한 시골 살림살이임에도 겨우 허락받아 여행 갈 생각에 참 들떠 있었습니다. 여행금지 조치로 여행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어린 마음에 참 슬펐습니다. 수학여행을 모두 금지해야 할 일이었을까요?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났습니다. 세월호 침몰 참사로 수학여행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 가운데, 교육부는 전국 시도교육청 교육국장이 참석한 안전대책 회의에서 그해 1학기 수학여행을 전면 금지한다고 결정했습니다. 1학기 수학여행 모두를 금지할 일이었습니까?
“2025년 2월 25일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교량 건설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정부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해당 현장과 동일한 공법을 쓰는 전국 공사 현장에 공사 공지를 전파했다.”고 기사로 나왔습니다. 해당 현장은 공사 중지해야겠지만, 사고와 상관없는 다른 현장까지 모든 공사를 중지해야 하는 일일까요?
위 사고 현장에는 건설신기술로 지정됐던 기술이 적용되고 있었습니다. 건설신기술은 새롭게 개발된 우수한 기술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 지정하고, 일정 혜택을 줍니다. 지정절차는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사고 현장에 적용된 건설신기술은 2009년에 지정된 것이니, 지정되기 전부터 기술 성능을 점검하였고, 지정 후에 계속 적용되었을 것이니 벌써 20여 년 사용된 기술이어서 현장에 적용하기 무리가 없는 기술로 봐도 무방합니다. 이번 사고는 기술 자체의 오류라기보다는 기술을 적용할 때 현장 시공자의 작업 준비나 시공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였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해당 기술이 적용된 전체 현장의 공사를 중지하게 한 것은 지나쳤습니다. 공사는 온갖 요소가 맞물려 돌아간다는 것을 알기나 했을런지, 참 가볍습니다.
사고가 나면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밝혀야 합니다. 밝히기 전에 관련 있다 싶은 일을 모두 중단하게 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위험이 많습니다.
철도 사고가 났다고 철도여행을 금지하고, 선박 사고가 났다고 수학여행 전체를 금지하는 어설픈 짓을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요? 그 어설픈 짓에 따른 억울한 피해는 누가 보상할 건가요?
무안공항에서 비행기 착륙하면서 사고가 났다고 해당 항공사 전체 운행을 중지하거나, 나아가 비행기 운행 자체를 금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도 안 됩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는 엇비슷한 일을 자주 저지릅니다.
사고가 생기면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야 합니다. 사고 하나가 생긴 것이지 모든 것에서 사고가 생기지 않습니다. 사고의 원인을 밝힌 뒤, 현재 체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고쳐나가면 됩니다. 그것이 사고에서 얻는 교훈입니다. 지금 사고 하나가 생겼다고 해서 나머지도 모두 사고가 생길 것이라 예단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고가 생기기 전까지 무난히 지내왔습니다. 사고가 생겼다고 당장 모든 것을 부정하지 말아야 합니다. 더욱 더 나쁜 것은 조금 지나면 사건 자체를 잊어버립니다. 다시 사고가 나지 않게 하려면 후속으로 제도를 잘 고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사고가 생긴 것은 안타깝지만, 생겼던 사고가 제도를 개선할 계기가 된다면 불행 중 다행입니다. 우리는 사고가 날 때마다 시끄럽게 호들갑을 떨지만, 후속 조치는 별로 챙기지 않습니다. 그러니 엇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됩니다. 사고가 생길 때마다 엄벌하는 법을 만들더라도 사고을 막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엄벌 법이 현실이랑 동떨어진 탓이겠지요.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 게 좋지만, 사고가 났기에 제도를 개선하여 비슷한 사고가 더 나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야 하는데, 우리는 아픈 상처만 쌓이는 듯하여 속이 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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