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은 정부 소유, 운영은 민간에…카니가 꺼낸 새 공항 모델
해외 연구서 항공편 취소 감소…승객당 비용 약 20달러 증가
마크 카니 총리가 15일 토론토에서 열린 정부 주도 투자 정상회의에서 토론토와 몬트리올, 캘거리, 밴쿠버 등 캐나다 4대 공항에 민간투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히면서 실제 공항 운영과 이용객 부담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외 사례에서는 민간 운영 이후 시설 투자와 서비스가 개선되고 항공편 취소가 줄어든 반면 승객이 부담하는 비용이 늘어난 경우도 나타났다.
카니 정부가 구상하는 방식은 공항 자체를 민간에 매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연방정부가 공항 토지와 자산의 소유권을 계속 유지하면서 민간 투자자에게 일정 기간 운영권을 맡기고 교통부가 규제와 감독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카니 총리는 대형 공항에 들어가는 정부 재원을 소규모 지역공항으로 돌리면 지역을 오가는 여행객의 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비영리 공항공사가 운영
현재 캐나다 주요 공항은 비영리 공항공사가 연방정부로부터 공항을 임대해 운영하고 있다. 공항공사가 활주로 유지·관리와 수하물 처리, 터미널 시설 관리 등 공항 운영 전반을 맡으며 자체적으로 이용료를 정하고 운영비를 충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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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 정부의 방안이 시행되면 연방정부가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현재의 비영리 공항공사 중심 운영 구조에 민간 투자자가 참여하게 된다. 법률회사 고울링 WLG의 캐런 헤네시 변호사는 이를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헤네시 변호사는 정부가 구상하는 방식이 임대와 비슷한 '운영권 계약(concession agreement)'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정부가 민간 사업자에게 일정 기간 공항 운영권을 주는 대신 서비스 수준과 운영 실적, 안전, 승객이 부담하는 비용, 직원 관리 등에 대한 조건을 계약에 담는 방식이다.
민간 사업자가 공항 운영권을 확보한다고 해서 일반 기업처럼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요구하는 공공성과 민간 투자자의 사업 조건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고, 투자자 역시 투자 규모와 적용받을 규제를 사전에 명확히 알 수 있어야 한다.
헤네시 변호사는 정부와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협상할 경우 6~9개월 안에 계약이 성사될 수도 있지만 훨씬 오래 걸릴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추진 속도보다는 운영 구조와 계약 조건을 제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해 단기간에 민간 운영 체제로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세계 주요 공항 절반에 민간 참여
북미에서는 민간이 운영에 참여하는 공항이 드물지만 세계적으로는 적지 않다. 2018년 세계에서 이용객이 가장 많은 100개 공항 가운데 51%에는 어떤 형태로든 민간 부문이 참여하고 있었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43%로 가장 많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26%로 뒤를 이었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 연기금들이 이미 해외 공항에 투자하고 있다며 이들이 해외에서 쌓은 투자 경험을 국내로 가져오겠다는 뜻도 밝혔다.
호주 멜버른공항이 대표적인 사례다. 민간기업 호주 퍼시픽 에어포츠 코퍼레이션이 호주 연방정부와 50년 임대계약을 맺고 공항을 운영하고 있다.
서비스 개선됐지만 비용도 상승
해외 사례를 보면 민간 운영이 시설과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지는 동시에 이용객 부담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 호주에서는 공항 민영화 이후 일부 공항이 지역 내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되면서 승객들이 가격 인상을 부담하는 문제가 나타났다. 공항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 승객 부담 비용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이용객들은 전반적으로 공항 서비스에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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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타대가 2023년 발표한 연구에서도 민간 운영 공항은 상대적으로 운영이 원활했고 항공편 취소가 적었으며 터미널 편의시설에 대한 이용객 만족도가 높은 경향을 보였다. 대신 비용은 더 들었다. 민간 운영 공항에서는 승객 한 명당 약 20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과 서비스 개선을 위한 투자비가 이용객에게 어느 정도 전가될지는 캐나다에서도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카니 정부는 대형 공항에 민간 자본을 유치해 확보한 재원을 지역공항에 더 투입하면 소규모 지역을 오가는 여행객의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피어슨공항 "민간투자 논의 열려 있다"
캐나다 공항업계는 민간투자 가능성에 문을 열어두면서도 현재 운영 체제의 장점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초 공항 민영화 논의가 불거졌을 당시 토론토 피어슨국제공항을 운영하는 광역토론토공항공사의 데버라 플린트 최고경영자는 현행 공공 소유 모델이 여행객들에게 효과적으로 기능해왔다고 밝혔다.
플린트 최고경영자는 민간 자본을 활용해 기존 체제를 개선하는 방안에는 열린 입장을 보였다. 다만 현재 운영 체제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캐나다 최대 항공 교통 중심지인 피어슨공항의 대규모 확장을 이끌어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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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공항협의회도 공항 성장에 도움이 되고 캐나다인의 항공여행 비용 부담을 우선하는 투자 논의에는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연방정부가 공항들과 협력해 공항 임대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제시하면서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야당은 이용객 부담 증가 가능성 제기
정치권에서는 공항 운영에 민간 자본이 들어오면 이용객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반론이 나왔다. 신민주당과 블록퀘벡당은 민간 운영으로 여행객이 부담하는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아비 루이스 신민주당 대표는 항공여행 비용을 낮추고 공항 일자리를 보호하며 공공 기반시설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주요 공공자산을 기업과 주주의 장기적인 수익원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피에르 폴리에브 보수당 대표는 구체적인 정책 내용을 확인한 뒤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폴리에브 대표는 민간투자 과정이 특정 기업이나 정부와 가까운 인사들에게 유리한 계약으로 이어져서는 안 되며 생활비 부담을 겪는 캐나다인들에게 비용이 전가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트뤼도 정부도 검토했다 철회
캐나다 주요 공항에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안은 과거에도 검토됐다. 저스틴 트뤼도 정부는 토론토와 밴쿠버 등 대형 공항의 민영화 가능성을 조사한 바 있다.
데이비드 에머슨 전 연방 장관이 이끈 2016년 검토에서는 연방정부가 토론토 피어슨공항 등 주요 공항의 장기 운영권을 민간 투자자에게 넘겨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당시 검토에서는 높은 공항 운영 비용이 캐나다인의 항공여행 비용을 다른 나라보다 높이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됐다.
항공업계에서는 여행객과 지역사회, 캐나다 항공사에 돌아갈 뚜렷한 혜택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반대 의견이 나왔다. 연방정부는 이후 공항 운영체제 개편을 추진하지 않았고 2018년에는 캐나다 공항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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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구상 역시 공항 자체를 민간에 매각하는 방식은 아니다. 연방정부가 토지와 시설의 소유권을 유지하고 교통부가 규제와 감독을 계속하는 가운데 민간 투자자가 정해진 기간 공항 운영을 맡는 구조다. 실제 이용객에게 미칠 영향은 앞으로 마련될 계약에서 이용료와 서비스 수준, 시설 투자 의무 등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