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러-”
오랜 노곤함을 알려주기라도 하는 듯 그는 약간 잠긴듯한 거친 목소리로 답한다. 집에 온지도 얼마 되지않은 것 같은데 또 나가는 건가..., 정말 일이있어서 가는 건지, 아님,....이곳에 있기 싫어서 핑계를 대는 건지...., 이렇게 가끔씩 집에와 밥만 먹고 홀연히 사라져 버리는 그 때문에 그녀는 때론 그가 이 집을 식당으로, 또 자신을 식당 아주머니로 착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생겨난다. 그리고, 스스로 아니라고 몇번이나 다짐해보지만, 한 편으론....,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왜...밥해주기 귀찮냐...?”
“어..?”
“얼굴에 딱 써있는데?....나 짜증남.”
“..그런가..?난 그냥...별 생각 없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표정으로 드러난게 있는지, 그걸 귀신같이 콕 찝어내는 그의 말에 그녀는 왠지모를 민망함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
순간, 열심히 찌개를 젓고 있던 그녀의 손이 멈칫한다. 그리곤 어느새 눈이 똥그래져선 붉게 달아오르던 얼굴이 이젠 새하얗게 질린다.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그의 스킨향..., 코끝을 찌를 만큼 짙어 졌다 싶었는데, 갑작스럽게 뒷통수에 닿는 맨살의 촉감에 그녀는 온 몸의 신경이 마비된 듯 경직되어있다.
“......으,으악-!”
잠시 온 몸이 경직된채로 멍하니 서있나 싶더니, 이내 경기를 일으키며 재빨리 몸을 움츠려선 그에게서 멀어진다.
“뭐야-”
“니,니가...방금..!”
그녀는 갑작스런 상황에 흥분한 상태로 얼굴이 벌개져선 소리친다. 하지만 그런 그녀와는 다르게 그는 태연하게 찬장 위에서 씨리얼 상자를 꺼내곤, 신경이 거슬린듯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쳐다본다. 그는 그저 찬장위에 있는 씨리얼 상자를 꺼내려 했을 뿐..., 민감하게 반응하는 그녀의 행동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씨,씨리얼은...왜...?”
“니가 밥을 하도 안차려줘서, 먹을라고 꺼낸다.”
“..찌,찌개만 올리면 돼... 다 됐어...”
너무나도 태연한 그의 행동에 괜히 혼자 흥분했다는 생각으로 그녀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민망함이 밀려와 그대로 고개를 푹 숙여버린다.
“야-”
그녀가 마치 죄인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반찬을 하나 둘 씩 식탁에 올려 놓는 사이 어느새 셔츠를 입은 그가 단추를하나하나 채우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불편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뭔가 찝찝한듯한 표정으로 한 쪽 눈썹을 꿈틀이며 시선은 여전히 그녀를 향해있다. 그렇게 마지막 단추까지 다 채워지고, 순간, 마지막으로 찌개를 식탁에 올리고 자신을 지나쳐 가는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아버린다.
“왜,왜그래...이거 놔줘...”
그녀가 당황스러워하며 그에게 잡힌 손을 애써 빼내려 하지만 그 힘을 감당해내기란 어림도 없다.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오는 그에게 밀려 더 이상 피할 수도 없게 되었다.
“.....그 반응은 뭐냐..?”
“무,뭘..?”
“왜 그렇게 과민반응이야....누가 너 잡아먹기라도 한데?”
숨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그는 그녀를 무섭게 응시하며 묻는다.
“....미, 미안....”
“잊었나본데...”
“....?...”
.
.
.
.
“...우린...부부야....”
그의 말에 그녀는 침이 꼴깍 넘어간다. 허공에 맴돌 던 손은 갑자기 힘이 풀려 아래로 툭하니 떨어져버리고, 그와 그녀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흐른다.
[...부부...]
그렇다. 그와 그녀는 부부다. 흰 웨딩드레스와 멋진 턱시도를 차려입고 흔히 생각하는 그런 그림 같은 결혼식을 올린 건 아니지만, 법적으론 누가 뭐래도 이 둘은 부부이다.
1년 전 부모님의 사업과 관련한 자리에서 우연치 않게 만남을 갖게 되었다. 사업이라면 '사' 자도 모르는 그녀에게 매번 그 자릴 채워주길 원하는 부모님의 요구가 왠지 이상하다 여겨지긴 했지만, 여러모로 사회경험이라고 생각하라는 부모님 말에 또 아무런 의심 없이 함께 자리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는 그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어깨만 스쳐도 인연이라더니, 그 때 잠깐 스치듯 만난 인연이 여기까지 오게 될 줄이야..., 양 쪽 부모님의 함의하에 그와 그녀는 그렇게 서류상 명백한 혼인관계가 되었다. 말로만 듣던 그런 정략결혼이란 것이 현실로 다가 온 순간이었다. 어렸을 때 부터 그렇게 교육 받아 온 탓일까..., 정략 결혼 쯤이야 이 세계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렇기에 혼인신고와 관련 된 서류들이 눈 앞에 보인 순간에도 그녀는 그 흔한 반항보다는 '때가 왔구나' 하는 생각 뿐이었다. 그 만큼 이 사회는 냉정 하기에...,
“부부끼리 이 정도 살 부딪히는 것 쯤이야...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나...?”
“...!...”
문득 생각에 빠져 멍하니 서있는 그녀를 보며, 그의 눈썹이 또 한번 꿈틀거린다. 그리고 그 틈을 타 그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곤, 입 꼬릴 살짝 올려 그녀의 귓가에 나즈막히 속삭인다. 허리를 감싸오는 손길에 정신이 번쩍 든 그녀는 순간 당황스러움과 어쩌면 두려움일지도 모를 그런 뒤엉켜있는 애매모호한 감정들로 인해 온 몸이 저려오기 시작한다.
“....상...다 차렸어....밥 먹어...”
애써 그의 손을 떨쳐내며, 그녀는 재빨리 그의 품을 벗어나 자리를 떠난다.
-ㅂ-
안녕하세요!!
첫 연재입니다...ㅠㅠ
재밌게 읽어주세요~~~~!!
첫댓글 재밌을것 같아요ㅋㅋㅋㅋㅋ담편 고고고
ㅎㅎ 첫 댓글~~~ㅠnㅠ감사합니다~~~봐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이렇게 정성담긴 댓글까지 남겨주시구...//// 다음편 언넝 써서 올릴께요~~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