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1. 저희 집 가전제품에 삼성 물건은 없습니다. 오래된 것은 금성, 새 것은 무조건 LG 제품입니다. 이런 것 보면 분명 저는 독종 LG팬이 맞습니다. 4월 13일 터진 박용택 선수의 끝내기 홈런, 2일 천하라지만 무려 5016일만의 사건. 이승환의 노래, ‘천일 동안’을 중학교 때 들었던 이후 처음 LG 1위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14일 삼성전에서 연장 10회말 끝내기 홈런을 친 박용택. (사진=연합뉴스) ‘신이시여, 친구를 믿지 못한 저를 용서하소서.’ 사실 친구 녀석이 워낙 장난을 많이 쳐서 설마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대학교 붙은 이후, 제 아들이 태어난 이후 가장 기뻤습니다. 1위에 오른 기사를 보고 눈을 비볐습니다. 묘한 감정은 뒤로 하고, 벅차오르는 가슴을 바라보았습니다. 오늘은 만우절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파란 화면에 하얀 글씨. 까만 화면에 회색 도트로 이루어진 구성을 좋아했습니다. 그 때가 1994년부터입니다. 이른바 PC 통신 시절, 채팅창으로 불리던 그 화면을 LG 이야기를 보기 위해 늘 기다리곤 했습니다. 그래서 얼굴 모르는 LG팬 형, 누나들과 밤새워 이야기 하던 날들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서로를 아이디로, 대화명으로 부르기도 했던 당시였습니다. 유지현-김재현-서용빈으로 이뤄지는 이 타선은 누구도 막아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밤마다 PC 통신으로 20만원이 넘게 나온 전화비, LG 야구를 보려고 자율학습을 땡땡이 치던 사건도 물론 기억에 납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불호령에 고개 숙이면서도 LG 트윈스 순위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곤 했습니다. 우리 불붙은 LG 타선은 점수를 낼 것이고, 삼손 이상훈은 마운드에 올라 게임을 마무리 할 것이 정말 눈에 보였습니다. 신인 인현배와 조현은 기대에 줄곧 부응했습니다. #2. 중저가 브랜드로 김건모씨가 광고하던 LG 패션 계열인 티피코시. 그 제품을 입고 야구장을 찾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 때는 지금처럼 유니폼을 팬들에게 판매하지 않던 시절이었지요. 친구들과 저는 그 옷을 입어야만 엘지 응원하는데 탄력을 받는 것 같다며, 야구장을 나섰습니다. 지금은 GS라는 편의점으로 바뀌었지만, 그 때는 LG 25시라는 편의점에서 음료수도 챙길 때도 많았습니다. “청룡기 고교야구 최우수 선수 봉중근, 우수 투수 안치용, 우수 타자 봉중근” LG를 좋아한다는 고교선수 안치용과 봉중근은 예전부터 좋아했습니다. 외모만큼은 예전부터 엘지 이미지의 김광삼, 그가 글러브를 챙기던 모습도 눈에 선합니다. 신일고등학교 야구부를 참 좋아했습니다. 실제로 LG 선수들 중에 신일고 선수들은 참 많았던 기억도 납니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과거 많은 이들이 인터뷰에서 LG를 좋아한다고 했었습니다. 그냥 LG 말고, LG 트윈스 말이죠. 그 좋아하는 이유가 LG는 ‘진짜 서울팀’이라서 라고 답하던 시절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진짜 서울팀 LG 트윈스. 그 10년 동안 전 서울팀을 응원하면서도 왜 서울팀을 응원한다고 선뜻 말하지 못했던 것인지 이제야 회한의 눈물도 흐릅니다. LG의 침체기를 묵묵히 보냈던 에이스 봉중근과 안방마님 조인성. 이제는 함께 도약할 일만 남았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저는 LG가 정말 4강에 못갈 것 같았습니다. 아니, 제가 늦게나마 군대에 있던 2002년 이후로 LG가 LG다운 게임을 한 기억도 사실 많지 않습니다. 그 좋아하던 김재박 감독님도 무너졌고, 믿었던 투수들, 타자들 모두 무너졌습니다. 한 선임은 이등병인 저에게 “LG가 우승하는 것보다 네가 전역하는 게 빠를 거다.”라는 이야기도 건냈습니다. LG 트윈스가 스포츠 신문 헤드라인으로 나오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정말 한 동안 그랬습니다. 종종 연패를 할 때나 팀 내 문제가 생겼을 때는 예외였습니다. ‘추락’이라는 단어는 절대로 LG 트윈스 앞에 붙지 않았습니다. ‘추락’이라는 말은 쭉 잘하다던 팀에게나 붙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팀 팬들은 그 단어가 싫었겠지만, 저는 언제쯤 LG에게도 그런 말이 붙을까 생각했습니다. LG 팬들은 정말 끝없는 터널을 걷는 듯 한 기분이었습니다. 조금 다른 얘기로 LG팬인 남자 그리고 여자와 사귄 이성치고 본인이 손해 보는 일은 없다고 합니다. 왜냐구요. 무려 내게 득이 올 것이 없는 것을 14년을 기다려 주는 사람, 그들이 바로 LG 팬이기 때문입니다. 사귀면서 몇 일간 생기는 다툼 따윈 그깟 ‘밀고 당기기’는 애교라고 말하는 이들이 바로 LG 팬들입니다. 지금 제 아내는 같이 이렇게 한스러운 LG를 응원하다 만났고, 우리 아이 역시 봉중근 선수를 응원하는 LG 팬입니다. 우리 가족은 밀고 당기기도 못하는, 그렇게 미련한 ‘진짜 서울팀 LG’, 그 팀을 응원하며 기다릴 줄 아는 가족입니다. 혹자들은 LG팬들을 바보라고 합니다. 항상 ‘우리에겐 꿈도 희망도 없어’라고 하면서도 LG 트윈스 우승의 그날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다시 대답할 수 있습니다. 누가 바보라고 해도 그래서 지금 행복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LG의 이병규가 다시 돌아왔고, 점차 우리 팀은 과거의 영광은 분명 재현될 것입니다. LG의 패배에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집으로 향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아버지께서는 제 어깨를 다독여주시던 기억이 납니다. 저 또한 제 아들에게 그럴 것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LG 트윈스.” 당장 우승하지 못해도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누군가는 제게 언젠가는 지쳐 쓰러질지도 모른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사랑합니다. LG 트윈스. [INNING ID : 20020747] * 이닝(inning.co.kr)에 편지를 남겨주세요. A4 용지 2장 정도로 압축해 주시면 됩니다. 야구에 관한 추억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들, 모두 좋습니다. nathan5377@gmail.com으로 남겨주세요. 사연이 채택되신 분들에겐 야구 스카우팅 리포트 및 스미스 코리아에서 제공하는 스포츠 고글을 선물로 드립니다. |
|
첫댓글 가슴에 와 닿네요 정말로 우리 LG 우승한다면 눈물이 날것 같네요
정말로 가슴에 와 닫는 말이네요. 초등학교때부터 유독 야구를 좋아해서 MBC청룡 유니폼을 가슴에 안고 잠을 자곤 했는데... 엘지가 우승하면 정말로 눈물날것 같아요.
와 정말 와닿네요~~우승하믄 저 주위사람들한테 떡 돌릴려구염....우승을 기원하며
괜시리 저까지 마음이 짠해지네요~~ 진정한 서울팀은 엘지 입니다~~
블로그에 퍼가야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감동 ㅠㅠㅠㅠ
저도 청룡 어린이회원 출신입니다. 원년 개막전 부터 줄곧 팬이었습니다..눈물이 막 납니다..우리 아이들도 트윈스 팬입니다...서울은 아무 연고 없지만 .....그냥 너무 사랑합니다...ㅠㅠㅠㅠㅠ
그냥 엘지가 좋은걸 어떻합니까 ^^;;;
져도 이겨도 항상 다음날이면
중계어디서하나 리모콘돌리고있으니 ㅎ
병인가봅니다
이런 엘지팬 정말 많습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