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아프리카 주교들의 증언: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용서와 화해의 길
교회
내전과 폭력사태로 분열된 국가의 주교들, 교황 순방 계기로 하나 되다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대교구장 암봉고 추기경은 “르완다 주교들이 이곳에 오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했다”며 “우리는 정치로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르완다 키갈리대교구장 캄반다 추기경은 용서를 설파한 교황의 말에 감동을 받았다며 “용서는 공존의 길”이라고 말했다.
ANDREA TORNIELLI / 번역 김호열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은 2월 1일 콩고민주공화국(이하 민주콩고) 킨샤사의 은돌로 공항에서 미사를 거행하고 강론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오늘 우리는 예수님과 함께라면 언제나 용서받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또한 예수님과 함께라면 우리 자신과 다른 이들 그리고 역사를 용서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교황은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평화와 다른 이들을 용서할 수 있는 용기, 그들을 마음으로 크게 용서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시려고 “당신의 용서로 우리에게 기름을 부어주길” 원하신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사에는 통치자들이 민병대와 반군 집단을 통해 서로 싸우는 국가들의 주교들, 외부 세력뿐만 아니라 내부 세력의 분쟁으로 형언할 수 없는 폭력과 내전의 현장이 된 국가들의 주교들이 함께했다. 민주콩고 주교들 외에 르완다, 부룬디, 콩고공화국 주교들은 미사를 공동 집전하고 오찬을 함께 나눴다.
그들 중 몇몇 주교들은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기 전에 자신들이 묵었던 호텔 테이블에 둘러앉아 「바티칸 뉴스」와 인터뷰를 나눴다. 이들은 교황의 이번 순방 미사에 함께한 자신들의 존재와 주교들의 친교가 평화를 이룩하는 과정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설명했다.
킨샤사대교구장 암봉고 추기경 “교회는 대화의 길을 걸어갑니다”
민주콩고 킨샤사대교구장 프리돌랑 암봉고 베상귀(Fridolin Ambongo Besungu) 추기경은 “우리는 특별한 순간, 곧 카이로스(Kairos)를 경험하고 있다”며 “우리는 정치로 분열되어서는 안 되고 함께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님의 메시지는 매우 강력했습니다. 정치인들은 사람들 사이에 증오의 씨앗을 뿌리고, 외국인 혐오증을 이용해 사람들 사이에 불신을 조장합니다. 교회와 주교들은 이와 다른 길을 가도록 부름받았습니다. 우리는 이런 정치적 논리에 끼어들어서는 안 됩니다.” 암봉고 추기경은 르완다의 형제 주교들에게 다음과 같이 감사를 전했다. “주교님들이 이곳에 오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공동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서도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르완다 키갈리대교구장 캄반다 추기경 “용서의 길을 걸읍시다”
르완다 키갈리대교구장 앙투안 캄반다(Antoine Kambanda)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르완다와의 국경 지역에 위치한 고마를 방문하고 싶었지만 현재까지 지속되는 폭력사태와 충돌로 인해 그곳에 갈 수 없게 된 점을 상기했다. “그래서 우리 주교들이 이곳에 왔습니다. 르완다의 여덟 주교 중 여섯 명이 이곳에 왔습니다. 교황님이 우리에게 전하신 평화의 메시지는 우리 모두와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특별히 개인적으로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캄반다 추기경은 지난 1994년 조국 르완다에서 일어난 집단학살을 비통한 마음으로 상기했다. 당시 100일 동안 인종-정치적 갈등으로 최소 8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타인에 의해, 외부인들에 의해 발생한 집단학살이 아닙니다. 르완다인들이 자행한 학살입니다. 같은 마을에 함께 살던 이웃이 그런 짓을 저지른 것입니다. 마을마다 고유한 비극이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다음과 같이 자문할 수 있습니다. ‘집단학살을 겪은 후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가?’” 캄반다 추기경의 대답은 교황이 강론에서 한 말과 어우러진다. “용서는 공존의 길입니다. 함께 살기 위해서는 서로 용서해야 합니다. 용서가 비결입니다. 용서는 하느님의 은총이며, 모두와 관련된 것입니다. 모든 이, 이를테면 가해자와 가정 모두와 관련된 것입니다.” 캄반다 추기경은 용서의 길이란 “상대방도 고통받고 있으며 나의 고통이 그의 고통과 연결돼 있음을 깨닫는 연민”이라고 덧붙였다. “이것이 바로 십자가의 교육방식입니다.” 캄반다 추기경은 르완다에서의 생생한 경험을 “형제 주교들과 공유한다”며 “용서는 또한 기억의 화해를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부룬디 기테가대교구장 나히마나 대주교 “화해하고 환대합시다”
부룬디 주교회의 의장 겸 기테가대교구장 보나벤투라 나히마나(Bonaventure Nahimana) 대주교는 “화해는 더불어 사는 삶의 비결”이자 “종교, 인종, 정치적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라고 말했다. 부룬디 교회의 시노드 과정은 바로 이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룬디의 모든 교구가 이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개방적이고 환대하는 공동체, 형제애가 넘치는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우리는 용서하며 살아야 합니다. 또한 상대방이 외국인일 때에도 형제로 환대하는 열린 공동체가 돼야 합니다. 부룬디에는 많은 콩고 난민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 현실을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따라 서로를 신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콩고공화국 브라자빌대교구장 마나미카 대주교 “우리 모두는 평화가 필요합니다”
콩고공화국 브라자빌대교구장 비앙브뉴 마나미카(Bienvenu Manamika) 대주교는 “우리는 주교단뿐만 아니라 많은 신자들로 구성된 대규모 대표단과 함께 이곳에 왔다”며, 이번 “교황 방문은 이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마나미카 대주교는 자신의 조국 콩고공화국이 분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우리 속담에 이웃 민주콩고가 기침을 하면 우리 콩고공화국은 재채기를 해서 감기에 걸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마나미카 대주교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우리 모두는 평화가 필요합니다. 민주콩고의 동부 지역에서 진행 중인 분쟁은 우리를 편안히 두지 않습니다. 이미 경험 중인 전쟁 트라우마를 악화시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호소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분의 메시지는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마나미카 대주교는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이 이곳을 찾은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희망과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광물 채굴산업 배후에 있는 다국적 기업들에게도 교황님의 말이 들리길 바랍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통받는 것은 일반 국민들입니다. 정의와 존엄 없이 평화도 없습니다.” 끝으로 마나미카 대주교는 내전이 “더 큰 이익을 취하려는 탐욕” 때문에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코끼리들끼리 싸울 때 고통받는 것은 짓밟히는 풀입니다. 이 풀이 바로 일반 국민들입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평화를 위해 일하고 기도해야 합니다.”
민주콩고 키상가니대교구장 우템비 대주교 “평화의 선교사로 부름받음”
민주콩고 주교회의 의장 겸 키상가니대교구장 마르셀 우템비 타파(Marcel Utembi Tapa) 대주교는 “우리 모두 함께 평화를 이뤄야 한다”며 “용서를 통해, 우리를 하나로 묶는 공동체를 다시 발견하고 우리가 가진 사명을 다시 발견함으로써 평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개인적 용서와 제도적 용서가 서로 연결돼 있음을 스스로 확신해야 합니다. 세례성사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 하느님의 자녀이자 형제자매들인 우리는 서로를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여기서 일어나는 모든 일, 여기서 일어나는 일이 어떻게 평화를 위협하고, 이러한 위협이 아프리카 대륙 전체와 관련된다는 점을 잘 알고 계십니다. 교황님은 우리를 하나로 묶고 한 국가만이 아니라 대륙 전체와 연관된 형제애에 대한 인식을 발전시키도록 우리를 초대하셨습니다. 우리 모두는 평화의 선교사로 부름받았습니다. 교황님의 초대는 국가와 시민사회 단체, 교회와 사목자들을 향한 강력한 호소였습니다.”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과 하나가 된 이 주교들의 용기는 양편으로 갈라진 그리스도인들이 인종-정치적 갈등을 겪고 있는 이 고통받는 땅에 대한 작지만 큰 희망의 표징이다. 교황은 은돌로 공항의 미사 강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이 순간이 이 땅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자처하며 폭력을 일삼는 모든 이를 위한 적절한 때가 되길 바랍니다. 주님께서 그런 이들에게 ‘무기를 내려놓고 자비의 마음을 품으라’고 이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