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희망퇴직 바람이 매섭다. 횟수, 연령, 범위가 확대되며 상시 진행되는 추세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에 이어 하나은행까지 준정년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몸집 줄이기에 가속도를 더하고 있다. 40대까지 희망퇴직자 대열에 합류하면서 은행원의 평균 수명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전날부터 하반기 준정년 특별 퇴직 신청자를 받고 있다. 신청기간은 이날부터 14일까지 사흘간이다. 만 15년 이상 근무하고, 만40세 이상인 직원이 대상이다. 특별 퇴직금은 월 평균 임금 최대 24개월 분으로 정년 잔여 월수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별도로 65세 하반기 출생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 특별퇴직도 진행한다. 월 평균 임금 25개월치 특별퇴직금과 함께 자녀학자금 실비를 지원해준다.
하나은행의 퇴직은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비해 인력 구조 효율화, 세대교체를 위한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퇴직일은 7월 말 예정이다. 앞서 하나은행은 1년에 1번 준정년 특별퇴직을 시행했으나, 2019년부터 노사합의로 2년으로 늘렸다.
은행들의 희망퇴직은 해마다 단행됐지만 그 횟수가 잦아지고, 41세까지 연령이 대폭 낮아지며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50대 직장인들이 쫒기듯 은행 밖으로 내몰렸다면, 최근에는 4조직에서의 승진 기회 혹은 전직 등 ‘인생 2막’을 일찍 준비하기 위해 나가는 경우도 포착된다. 조건도 다른 업종에 비해 후한 편이다. 은행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 24~36개월 안팎에 해당하는 기본 특별 퇴직금을 제시한다. 여기에 자녀학자금, 건강검진권, 여행상품권, 재취업 기회 보장 등도 지원한다.
실제 ‘금퇴족’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하나은행 관리자급 퇴직자 1명은 총 보수 12억9000만원을 받고 은행을 나갔다. 신한은행에서는 최대 8억원, KB국민은행은 7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받고 나간 경우도 있었다. 우리은행은 부장대우급 명예퇴직자가 ‘연봉 톱5’ 자리를 모두 채웠다.
특히 신한은행은 올해 이례적으로 희망퇴직을 두 차례 실시했다. 지난 1월 220명의 희망퇴직을 시행한데 이어 지난달 133명이 은행을 떠났다. 예고없는 희망퇴직은 노동조합과 직원들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희망퇴직 대상과 연령은 RS, 계약직, 무기계약직을 모두 포함한 1972년 이전 출생(만49세)한 15년 인상 근속 직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하반기에도 희망퇴직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은행권의 인력 감축은 오프라인 점포 축소와 맞물린다. 5대은행은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활성화로 오프라인 점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들의 지점 및 점포는 6406곳으로 지난해보다 303개를 줄어들었다. 감소폭은 2017년(312개) 이후 가장 크다.
하나은행은 올해 약 40~50여개 영업점을 정리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40여곳의 점포를 폐쇄하며 지난해보다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 하나은행은 73개, 신한은행은 17곳의 영업점을 줄인 바 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디지터 금융 확산, 고객 편의성, 취약계층 등을 고려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79개, 우리은행은 53개의 점포를 줄였다. NH농협은행도 지난해 14개의 점포를 없앴다.
기존 은행원과 점포가 없어진 자리는 디지털 인력과 인공지능(AI)가 채우는 중이다. 주요 은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디지털•ICT 분야 인력을 수시채용중이다. 국민은행은 상반기 채용에서 ICT와 데이터 인력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높였다. 우리은행도 관련 부문 채용 비중을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신한은행도 상반기 공채를 없애고, 하반기 채용 인원의 절반 가량을 디지털 인재로 뽑는다. 이를 위해 디지털 역량을 측정하는 ‘디지털 리터러시’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은행권의 ‘경영•경제학과 출신 우대’도 옛말이 됐다.
AI뱅커 등 스마트 기기 설치도 늘어나고 있다. 신한은행은 데스크형 AI 스마트 기기를 오는 9월까지 40개 점포에 구축한다.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도 AI은행원을 개발 및 적용하는데 주력하고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인력 구조조정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밝혔다. http://naver.me/G5rvaVP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