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것도 아무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호수에서 날을 지새우다 새벽을 맞아본 사람은 안다. 푸드덕거리는 새떼 소리만 들리는 기이한 안개의 시간. 겨울이 되면 새떼도 날아가버리고 자욱한 한기의 적막만이 감돈다. 시인은 무(無)가 돼버린 겨울의 호수 앞에 서서 들려오지 않는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제 봄이 왔으니 계절의 운항이 다시 시작됐다. 머지않아 물가의 나무엔 꽃잎이 필 것이고 아침마다 둥근 태양이 떠오를 것이다. 올해 봄에는 호숫가 벤치에 앉아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자. 새들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