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탐은 제로 칼로리 음료, 막걸리 등에 쓰이는 대체 감미료다. photo 뉴시스
대체 감미료 아스파탐이 ‘인체발암 가능물질’(2B군)로 분류된다고 떠들썩하다. 아스파탐의 인체 발암성이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나중에라도 발암성이 확인되면 어쩔 것이냐는 우려도 괜한 것이다. 인체 발암성이 분명하게 확인된 술·담배·가공육·젓갈·햇빛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어쩌다 즐기는 소량의 아스파탐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은 명백한 자가당착이다.
국제암연구소(IARC)의 메시지는 소비자가 아니라 전문가·정부를 위한 것이다. 전문가·정부가 아스파탐의 인체 발암성을 과학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요구다. 그래서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아스파탐의 발암성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당장은 차분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소비자의 자세다. 소비자가 호들갑을 떨어도 아무것도 달라질 수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식약처의 일일섭취허용기준(ADI)이 더 엄격해진 것도 아니다.
사카린을 닮은 아스파탐
아스파탐(Aspartame)은 설탕보다 200배 이상 단맛이 강해서 설탕 대신 사용하는 ‘대체 감미료’다. 1965년 미국의 제약회사에서 위궤양 치료제를 개발하던 중 우연히 개발됐다. 아스파탐은 설탕과는 달리 자연에서 채취·가공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공장에서 대량으로 값싸게 생산하는 합성·인공 감미료다.
1879년 미국에서 우연히 개발된 사카린과 마찬가지로 아스파탐도 영양학적 가치는 없다. 우리에게 생존에 필요한 열량을 제공하는 식품 본연의 역할은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식품기업은 그런 사실을 거꾸로 활용한다. 대체 감미료를 넣은 음료와 가공식품을 ‘다이어트 제품’이라고 화려하게 광고한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이 식품기업의 요란한 광고는 함부로 믿을 것이 아니다. 실제로 대체 감미료의 다이어트 효과는 생각만큼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 세계보건기구(WHO)의 평가다.
그렇다고 대체 감미료가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본래 단맛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인 포도당의 맛이다. 결국 단맛은 생존에 꼭 필요한 포도당을 섭취했다는 정보를 뇌에 알려주는 중요한 신호다. 그런 설탕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너무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심각한 당뇨 증상을 일으킨다. 분명하게 확인된 과학적 사실이다. 당뇨를 걱정하는 소비자에게 대체 감미료는 기적과도 같은 것이다.
퇴출됐다 되살아난 사카린
인공적으로 합성한 아스파탐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우려도 사카린을 빼닮았다. 사카린의 경우에는 콜타르에서 유래된 톨루엔으로 만든다는 사실이 소비자를 긴장시켰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907년부터 사카린의 안전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사카린 애호가였던 테오도르 루스벨트 대통령이 사카린 규제를 거부한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문제를 심각하게 만든 것은 1977년 사카린을 먹인 쥐가 방광암에 걸렸다는 캐나다의 연구 결과였다. 결국 FDA는 사카린을 식품첨가물에서 제외해버렸고, IARC도 사카린을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비싸고 귀한 설탕의 대용품으로 서민의 입맛을 즐겁게 해주던 사카린은 ‘공포의 백색 가루’로 알려져 시장에서 퇴출됐다.
그런 사카린이 2000년에 어렵사리 부활했다. 캐나다 연구에서 쥐에게 먹인 사카린의 양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덕분이었다. 오늘날 사카린은 미국·일본·유럽연합(EU)을 비롯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안전한 식품첨가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다만 과거의 기억 때문에 어린이용 식품에는 부분적으로 허용기준을 두고 있을 뿐이다.
역시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아스파탐에 대한 의혹의 눈길은 아스파탐 분해 과정에서 비롯된다. 아스파탐이 몸속에서 분해되어 필수 아미노산인 페닐알라닌과 아스파트산과 함께 소량의 맹독성 메탄올이 생성되는 것을 문제 삼는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특별한 부작용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런 아스파탐이 과연 인체발암 가능성의 의혹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물론 아스파탐의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확인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당뇨를 걱정하는 소비자에게 아스파탐은 여전히 기적의 대체 감미료로 남게 될 것이다. 당뇨 환자에게 원초적 욕망인 단맛을 포기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소비자는 오히려 아스파탐을 먹어도 암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더 주목한다.
대체 감미료가 인공적으로 합성했기 때문에 유해하다는 지적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대표적 인공 감미료인 사카린의 안전성은 분명하게 확인된 과학적 사실이다. 오히려 자연에서 생산되는 천연물을 더 적극적으로 경계해야 한다. 명백하게 천연물인 복어의 테트로도톡신, 독버섯의 무스카린, 야생 감자의 솔라닌, 보톨리누스균의 보톨리늄 독소가 모두 치명적인 독성을 나타낸다.
물론 아스파탐을 무한정 먹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이나 그렇듯이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식약처는 체중 1㎏당 40㎎을 일일섭취허용량으로 권장하고 있다. 일일섭취허용량을 50㎎으로 설정하고 있는 미국 FDA보다 더 엄격한 기준이다. 현실적으로 ‘제로 슈가’ 제품을 비롯한 가공식품은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2B군으로 분류될 아스파탐이 인체 발암성이 ‘확인’된 1군이나 인체 발암성이 ‘추정’되는 2A군보다 ‘덜 위험하다’는 지적도 믿을 것은 아니다. IARC의 발암물질 분류의 근거는 발암성의 ‘강도(强度)’가 아니라 과학적 근거의 ‘신뢰도’이기 때문이다.
복어독과 발암물질
복어독인 테트로도톡신은 누구에게나 무차별적·즉각적·치명적인 신경독성 증상을 일으킨다. 예외가 없다. 건강한 성인은 잘 견디고, 노약자는 더 취약한 것도 아니다. 그런 급성 독성 물질은 무조건 회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래서 복어를 안전하게 조리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식당을 이용해야 한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어쭙잖은 용기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발암물질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발암물질을 먹는다고 즉시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나 반드시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인체 발암성이 확인된 1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암은 대표적 만성 질병이기 때문이다. 장기간에 걸쳐서 상당한 양을 반복적·지속적으로 섭취하는 경우에만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더욱이 암이 끔찍한 불치(不治)의 병이었던 시절도 끝나가고 있다. 이제 위암의 완치율은 90%를 넘어서고 있다. 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예방하고, 치료하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IARC가 애써 1군 발암물질의 인체 발암성을 공개하는 것은 소비자를 불안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정부와 전문가에게 암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정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도록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출처 : 주간조선(http://weekl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