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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예술은 여러 장르와 상호 교류하면서 발전했어요.
그중 회화와 음악의 교류는 괄목할 만합니다. 음악을 동경하고 이를 그림으로
옮기는데 일생을 바친 화가 칸딘스키는 색채와 기하학적 형태를 조합해 교향곡과
같은 예술적 감흥을 화폭에 담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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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딘스키의 작품 중에서 <노랑-빨강-파랑>(1925)은 구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알려진
작품인데 칸딘스키는 바우하우스에서 활동하던 시기(1922-1933)에 건축, 회화,
조각과 같은 조형예술과 수학, 물리, 화학 등 과학을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기반
아래 기하학을 가지고 비물질적인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데 더욱 매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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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빨강-파랑>은 전체적으로 푸른 하늘의 가벼움을 표현한 푸른색이 있고
노랑과 빨강으로 채색된 직선, 곡선 원 등 여러 형태가 있다. 색채와 형태가 서로
대조를 이루는 동시에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왼쪽 부분은 지상을 상징하는
것으로, 노란색 삼각형으로 표현되어 가볍고 밝은 느낌이 듭니다. 반면에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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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은 천상을 상징하는 것으로 어두운 파란색 원과 검은색 곡선들이 둥둥 떠다니며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 들지요. 그가 말한 바로는, 원은 모든 형태의 우위에 있고
파란색과 같으며 우주, 영원, 정신성을 의미하고, 수평선은 검은색과 같으며 검은색은
죽음을 의미합니다. <노랑-빨강-파랑>에서 푸른 원은 영원한 삶을, 검은 수평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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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적 죽음을 의미해요. 이러한 표현은 그림의 면으로 제한된 혹은 전통적 원근법에
기초한 공간이 아닌 제한 없이 깊은 우주 공간을 나타내고 있어요. 이를 바라보고
있는 관람자는 무 제한적으로 펼쳐진 이 공간에 끌려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합니다.
그는 원이나 사각형과 같은 기하학적 도형과 단조로운 선과 색채로 사물의 본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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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렇듯 완벽한 그림을 그린 칸딘스키는 서른이라는
늦은 나이에 화가가 되어 음악, 미술, 그리고 과학에서 종합적 경험을 겪으며 추상
회화로 가기 시작합니다. 그는 자신의 자서전적 스케치인 <회고록>에서 여러 가지
경험들이 그를 미술로 이끌었다고 적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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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딘스키는 <회고록>에서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에 대해 “바이올린과 낮은
콘트라베이스의 음들, 그리고 관악기들은 당시 나에게 초저녁 시간의 모든 힘을
구체화 시켜 주었습니다. 나는 마음속에 모든 나의 색채들을 보았다. 거친, 거의 미친
듯한 선들이 내 눈앞에 그려졌다.”라고 회고합니다. 그는 1895년에 바그너의 음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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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동안 물리학 분야에서 원자 분열에 대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커다란 충격을
경험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상대성 원리와 원자의 쪼개짐이 밝혀지면서
자연의 외형적 외형보다 본질적 구조와 법칙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당시
인상주의는 실재 공간보다 빛을 통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해 회화에서 자연의 대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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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어요. 칸딘스키는 1895년 모스크바에서
<프랑스 인상주의 전시회>에 전시된 모네의 <건초더미>에 깊은 감명을 받은 후
서유럽에서 유행하고 있는 미술사조에 깊은 관심을 두게 됩니다. 특히 그는 형태와
색채, 그리고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이 뒤범벅되어있는 수수께끼와 같은 그림,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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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걸려 있는 자신의 작품을 본 후 자연을 그대로 재현하는 회화를 버리고 추상화
라는 새로운 회화 예술을 추구하기 시작합니다. 칸딘스키는 바로 추상으로 간 것이
아니라 여러 경험을 겪으며 자신의 내적 세계를 탐구한 거죠. 그리고 이를 구축하기
위해 형태와 색채에 의한 교향악 적 표현 방법을 찾으며 단계적으로 갔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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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놓인 자신의 그림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한 칸딘스키는 “추상화를 막는
중요한 장애물 하나가 한 과학적인 발견 때문에 제거됩니다. 이 과학적 발견은 원자를
더 쪼갤 수 있다는 원자의 쪼개짐입니다. 나에게 원자의 쪼개짐은 마치 전 세계의
부서짐과 같다.”라고 말하며 예술을 색채와 형태의 구성만으로 충분한 표현을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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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고 보았습니다. 원자의 쪼개짐이라는 하나의 과학적 발견은 칸딘스키에게 보는
미술이 아니라 들리는 미술로 음악을 듣듯 그림을 보도록 추상화를 그리는 힘을 줬던
것입니다.
2.
회화에 음악을 접목시킨 칸딘스키를 공부하다가 예주 공주 생각이 났어요.
애플의 '아이폰'이 넘버 원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만지고 싶은 폰'이라고 해요.
문학이든 예술이든 심지어 산업 혁명 같은 것도 시대를 반영한다는 걸 알고
아빠가 공주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알려주고 싶었는데 음악과 미술을 접목시킨
칸딘스키를 접하고 보니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는 예주가 작품세계에
반영하면 너무 좋을 것 같네요. 예주님! 발상의 전환, 가즈아.
2023.8.9.wed.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