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연희·김소연 기자]해마다 대학과 청소노동자간 갈등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일부 대학에서는 대학 청소를 맡고 있는 용역 업체 비정규 노동자를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대학 내 청소 노동자들의 인권과 복지 증진에 대한 공감대로 일부 대학에서 청소 노동시장의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하는 것이다.
경희대는 지난해 10월 청소 용역 노동자들의 안정적 고용을 위해 학교법인 소속 자회사를 세워 이들 노동자를 고용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당시 민간 씽크 탱크인 희망제작소와 경희대는 사다리포럼을 개최하고 대학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경희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경희대는 대학 본연의 문화 창달, 사회 책임활동 강화 및 대학 청소용역 근로자의 인권 증진, 처우 개선을 위한 상생 방안을 구상했다.
학교법인 경희학원은 자회사를 세워 264명(서울캠퍼스 135명, 수원캠퍼스 129명)의 청소 용역 노동자를 자회사가 고용할 계획이다. 자회사는 대학 유휴시설과 공간을 지역사회와 함께 공유하고 관리하게 된다. 또 서울캠퍼스가 있는 회기동 일대에 문화·예술·평화의 거리를 조성하는 등의 공익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소셜 벤처’ 형태로 만들어진다.
조현진 희망제작소 연구원은 “자회사가 단순히 청소노동자 만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 유휴시설을 관리하는 것도 포함돼 있는, 복합적인 소셜 벤처 형태”라면서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긴 어렵지만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직접 고용을 목적으로 논의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는 지난 2012년 서울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 시행으로 청소 노동자 64명을 직접 고용했다. 만 60세까지는 공무직으로 고용하고, 61~66세 노동자는 촉탁 계약직으로, 66~70세 노동자는 기간제 형식의 '클린안전캠퍼스' 인력으로 재고용했다. 2015년 11월 기준 공무직 35명, 촉탁계약직 20명, 클린안전캠퍼스 12명 총 67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다.
삼육대는 환경미화, 경비, 수송 등 업무를 하는 71명을 모두 직접고용하고 있다. 특히 대학 청소 업무를 하는 직원 21명 중 18명은 정규직 및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했다. 65세 정년이 넘는 3명은 계약직으로 대학에서 직접고용하고 있다. 삼육대 총학생회는 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교직원식당에서 학내 시설관리 직원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특별한 점심 식사 자리를 마련해 의미를 더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학들이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이유 중 ‘비용 절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간접고용이 비용 절감을 위한 방안으로 여겨졌지만 더는 아니라는 공감대가 퍼져나가는 것이다.
실제로 간접 고용에서 발생하는 일반관리비, 회사 이윤, 부가가치세 등 간접비용이 전체 용역비용의 15~20%를 차지하고 있다. 용역 업체는 대학으로부터 통상 청소노동자 1인당 연간 2900만 원 정도를 지급받지만 실제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월 급여는 130만원 수준이다. 눈에 보이는 일반 관리비, 회사이윤 등 외 별도의 '거래 비용'이 소요되고 있는 것이다.
전남대도 이 같은 이유로 지난 3월부로 광주캠퍼스 140명, 여수캠퍼스 40명 등 180명의 청소노동자를 직접고용으로 전환했다. 서병재 전남대 사무국장은 “사회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해지니 국립대로서 대승적 차원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수년간 등록금 동결로 재정이 열악해지면서 용역 계약을 갱신할 때의 부가가치세와 관리비 18%를 절감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서 국장은 “예전 간접고용 체제에서는 예를 들면 청소구역이 정해져 있어 다른 구역에서 물이 새서 도와달라고 해도 모두 용역 관리자를 거쳐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이제는 식구 개념이라서 보다 강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밝혔다.
전남대의 사례는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 우수사례 후보에도 올라, 오는 6월 열리는 전국대학사무국장·총무처장협의회 하계세미나에서도 소개될 예정이다. 전남대는 상황이 비슷한 대학들 중 직접고용을 택하는 곳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남대에서 10년째 일하고 있는 청소노동자 임옥순(63) 여사는 “10년간 일하면서 원했던 직접고용이 이뤄져서, 한 울타리 안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 기쁘다”며 “청소노동자 엄마들 중에는 가장들이 많아 간접고용 때는 임금이나 안정성 면에서 생활이 어려웠다. 다른 대학들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