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신생인문서평회 <book-ing> : 4월 18일 목요일, 오후 7시
신생인문학연구소에서는 <book-ing>이라는 이름으로 책과 저자 그리고 독자들을 다른 방식으로 묶으면서 책과 저자와 더불어 말을 나누고 분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 서평회는 책이 그저 지식의 창고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돌보고 함께 다듬어야 할 것이라는 사실을 통해 삶과 생활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려 합니다. 이는 그저 책을 말을 무조건 ‘필사’하는 방식보다 더 많은 말들로 책과 책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세심한 이해와 감각 속으로 들어가야만 가능하다고 판단되었기에 만들어진 모임입니다. 책이 건네는 말과 책에 건네는 말이 대칭적일 수는 없겠지만, 이 서평회에서 우리는 그 자리를 ‘얻어 보기’ 위해 부단히 걸음을 옮기는 중입니다. 이 책(book)을 돌보는 과정(ing)에서 우리는 예상치 못한 돌발적인 만남(booking)을 이루거나 책 속에서 전혀 낯선 세계를 캐스팅하고 그것을 또 널리 포스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굴하고 또 그것을 나눌 수 있을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모쪼록 많이 참여하셔서 잠긴 말들을 건지고 말에 생명을 부여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대상 작가와 텍스트
김담, 『숲의 인문학』, 글항아리, 2013년
20년째 숲에서 산 한 사람의 이야기, ‘앓음알이’로 얻은 것들이 단아한 숲으로 태어나다
<숲의 인문학>은 2007년 가을부터 2012년 가을까지 강원도 고성 인근의 숲이 한 사람의 내면에 쌓인 기록이자 집과 숲을 오가는 산책에서 만난 생명들에 대한 사색이다. 손톱 위의 반달보다도 작은 풀꽃들을 정월 보름달보다 더 크게 끌어당긴 미시적 관찰이 두세 뿌리와 대여섯 뿌리 사이를 방황하는 약초꾼의 욕심과 풀꽃엄마의 마음으로 교차한다.
산골짜기 배추농사에서 약을 두 번이나 치고 콩나물국에 미원을 풀어 넣는 시골 어른들의 변화된 삶에 대한 허탈감에서부터 고욤나무를 기어 올라가고 성동격서 식으로 살모사를 따돌리는 타잔의 모험까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나무를 그린 풍경화이면서 느닷없는 낭떠러지에 간 떨어지고 늘 새로운 길을 스스로 개척하는 숲의 마술과 진화에 대한 놀라움을 만날 수 있다.
일시: 4월 18일 목요일 오후 7시
장소: 중앙동 40계단 옆, 신생인문학연구소(3층)
*사회: 김만석 (문학평론가)
*토론: 박훈하(문학평론가, 경성대 국문과 교수)
<저자소개>
김담: 부모를 따라 1978년 ‘광주대단지’라고 불리던 경기도 성남시 단대동으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십수 년을 살며 학교를 다녔다. 도시에서 사는 일은 지질했다. 이미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 부모를 따라 1994년 ‘대하소설’을 쓰겠다는 거창한 꿈을 안고 귀향했다. 고향이었지만 이미 고향은 아니었다. 어느 날부터 발밤발밤 숲정이로 향하는 날이 많아졌다. 꽃들 이름을 익히고, 나무를 배우는 시간이 늘었다. 농사꾼처럼 아예 봄부터 가을까지 숲정이에서 나물을 뜯고 약초를 캐며 그것을 밑절미 삼아 ‘백초효소 발효액’을 만들기 시작했다. 봄 숲과 가을 숲은 같은 숲이었으나 또 다른 숲이었다. 마을 숲정이에서 이제 다시는 하얀색 꽃이 피는 산작약을 만날 수 없게 된 것처럼, 비가 오거나 긴 겨울이 시작되면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 2000년 김영민 선생께서 주관하시던 ‘장미와주판’을 만났다. 함께 공부하며 꿈꾸던 인문학술공동체인 ‘장주학숙’은 여전히 꿈으로 남아 있다. 지은 책으로 『산책』과 『그늘 속을 걷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