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민간단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능 운영하며

[오영진(대표)]

2018. 2월 4일부터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의 민간단체 등록 기관으로 승인되어 지역에서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20년 3,000만원, 2021년 3,000만원, 2022년 2,000만원, 2023 1,5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사업 수행, 연구소 내방객 뿐만 아니라 경상남북과 부산지역의 거동불편자, 노약자, 요양환자 등에게까지 방문 상담을 하는 등 다수의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건보공단이나 보건소 등에서는 방문 상담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등록기관의 역할 중 어쩌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되어진다. 강사들에게 상담사 교육을 이수하게 하여 상담까지 겸하게 하니 등록기관 상담사로서의 자부심과 기관의 강사로써의 자부심이 높다며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연구소의 의향서 작성은 거의 80% 이상이 가정 방문이나 찾아가는 방문 상담이다. 때문에 양적으로는 그 수치가 높지 않지만 상담사들의 수고와 노고는 어느 것에도 비길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출장 방문상담 유형은 요양병원. 장애 가정 방문, 중증질환자, 고령자 방문 상담 등으로 구성되며, 찾아가는 상담은 협약 기관 또는 교육 기관 및 박람회 등 상담소 설치로 이루어지고 있다. 비영리민간단체의 특성상 재정, 인력 구조, 시설이나 위치 등에 있어 상황이 매우 열악할 수 있지만 방문 상담이나 찾아가는 상담은 여전히 등록 실적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상담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구분	2021년	2022년	2023년
의향서 등록건수	1,839건	2,036건	1,373건

노인일자리 수행기관으로서의 등록기관

2024년 처음으로 노인 일자리 수행기관이 되었다. 어르신 4분이 활동하고 있다. 모두 열심히 자신의 맡은 바를 다하고 있고, 연명의료관리기관의 상담사 기본과정 이수뿐만 아니라 연구소의 웰다잉 지도자과정까지 이수하여 상담의 질을 높이려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고령의 어르신들을 골목 구석구석, 또는 원거리의 찾아가는 상담이나 방문 상담에 파견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안전 문제도 그렇고 왕복 거리에 비해 짧은 근무 시간이나 여비 문제도 그렇다. 지하철 권이 아니면 교통 요금을 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산복도로 일반주택 등을 찾아가는 것도 문제가 된다. 때문에 거의 방문 또는 찾아가는 상담은 연구소의 상담사들이 하고 있다. 그리고 타 기관으로 파견 근무를 보내드릴 때에도 현지 상황을 일일이 체크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상담의 질적 문제는 늘 존재한다고 보여진다. 때문에 노인 일자리 어르신 대상으로도 등록기관이나 연명의료관리기관에서 보다 충분히 의향서 작성 모의 실습 교육이나 내담자 응대에 대한 화법, 상담사 윤리와 같은 기본교육이 더 자주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교육은 가급적 현장에서 이루어질수록 효과적이다.

상담사의 질 제고와 좋은 죽음 문화를 위하여

상담, 특히 좋은 죽음과 생애 말기의 자기 결정권에 대한 상담이 길게는 몇십 분, 짧게는 일이십 분 안에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 제도 만으로 연명의료결정제도의 목적을 달성한다고 보기는 매우 어렵다. 가끔은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상담에 임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내담자들은 내용을 이미 다 알고 왔다며, 매우 바쁘다는 말씀으로 상담에 임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서둘러 마치기를 원하시는데 이런 경우 상담사의 역할과 질은 매우 중요하고도 위중하다.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주요 목적은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고 생애 마무리 삶의 질을 높여 모든 국민이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존엄함이란 마지막까지 독립성, 자아존중감, 사회적 관계, 재산 관계, 심리·정신적 관계, 인간 개인 내적인 내밀한 여러 가지 문제 등 삶의 전반적인 문제에서 스스로 마지막까지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 때문에 삶의 마무리가 존엄하려면 마음의 정리, 몸의 정리, 재산의 정리, 사회적 정리, 관계의 정리, 주변의 정리 등 자기다운 총체적인 성찰과 준비, 실행이 필요하다. 오랜 숙고와 지지, 격려, 전문적인 정보제공 등이 필요한 부분이다. 자식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서, 또는 단지 나 한 사람의 고통만을 최소화하고자 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재산상의 분쟁과 갈등, 심리적 가족 갈등, 장례와 제례, 애도, 상실 문제 등은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이후에도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상담사의 끊임없는 질적 관리와 각 세대별 충분한 대국민 웰다잉 교육프로그램이 절실하다. 죽어가는 사람에게도 남는 사람에게도 모두에게 최선의 이익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를 질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재난, 사고, 환경, 질병과 관련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는 것이 죽음일진데 아직 중장년이나 청년층은 그 작성률이나 관심도가 낮은 것도 제고해 볼 필요가 있다. 젊은 자녀들이 부모의 의향서 작성을 반대하거나 철회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가족 특히 노년기 부모의 죽음 의례를 행하거나 죽음을 보살펴야 하는 세대가 죽음에 대한 이해가 올바르게 되어 있지 못하다면 죽음이 절대 존엄하게 지켜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죽음은 개인의 일이면서도 가족의 일이고 사회의 일이고 국가의 일이 자명하다.

법 시행 만 6년이 경과, 그동안 많은 전문가, 관련기관 또는 등록기관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이제 어느 정도 제도가 홍보되었고 국민인식을 제고하는 데 있어서는 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2024. 10월3일 현재, 257만명 이상). 이제 인간의 아름답고 존엄한 마무리를 위한 보다 폭넓고 다양한 교육적 접근에 실질적인 대처가 있어야 할 때다. 충분히 생각하고 충분히 나누고, 충분히 돌아보며 당하는 죽음이 아닌 맞이하는 마무리가 될 수 있도록 그 장을 마련해야 한다. 기나긴 삶의 마무리가 너무 짧은 시간 안에 또는 총체적인 고민 없이 결정되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 상담사 교육 커리큘럼의 전문성 뿐만 아니라 연령별 대국민 교육 등에 많은 지원을 요한다. 이런 차원에서 최근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의 대대적인 웰다잉 교육 사업 프로젝트는 괄목할 만한 사항이다. 그러나 죽음이 노인 문제 만이 아닌 것을 직시한다면 생애주기에 맞게 삶 속에서 좋은 삶, 좋은 죽음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그에 대한 의미 확산이 골고루 이루어지는 대책이 요청된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사회의 여러 다른 불행한 죽음 문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상담 현장의 딜레마

가끔 또는 자주 요양병원 입원 중이거나 오랜 와병 중인 어르신들을 위한 방문 상담 요청을 받을 때가 있다. 자녀들이 요청하는 것이다. 상담 전화를 받으면 우선 본인이 정말 자발적으로 원하는 게 맞는지, 본인의 인지력으로 내용을 정확히 알고 요청을 하는 건지, 병원에서는 상담사 방문을 허용하는지 꼼꼼히 되묻는다. 처음에는 ‘다 알고 본인이 원해서’ 라고 답을 한다. 그러나 제도의 취지를 잘 설명하며 어르신의 치매 정도, 인지력 정도, 자발적 의사 여부, 상담사가 방문하여 설명하면 서명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지 등을 여러 차례 확인하면 대답이 희미해진다. 그래서 그 모든 것이 본인의 자발적인 뜻이라는 것이 확실해지면 다시 연락을 달라고 하면 더 이상 전화가 오지 않는 경우가 다수 있다. 한번은 경증 치매 남편과 함께 아내가 상담을 오신 적이 있었다. 아내는 머뭇거리고 멀뚱한 남편에게 집에서부터 여러번 설명을 했지 않았냐면서 어서 작성하기를 계속 종용했다. 상담사가 부인을 배제시키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림을 그려가면서 여러번 설명을 드리고 동의를 얻고 난 후 이름, 전화번호, 아파트 동 호수, 주민등록 번호, 연도, 날짜 등을 한번 더 본인에게 꼼꼼히 확인하고 작성을 도운 적도 있었다. 장애를 가진 아동이나 치매 어른들을 대상으로 가족이 대동하여 찾아와 작성을 요청하는 경우, 상담사들은 혹여 심리적·윤리적 딜레마에 노출될 수 있다. 여러번 확인을 하고 최대한 눈높이에 맞춰 설명을 잘 드리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정말 자신의 뜻인지 오랫동안 가족의 무언의 압력에 노출되었던 것은 아닌지 판단이 명확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는 상담사의 소진이나 정서적 지지가 필요한 대목이기도 하고, 위급 시 가족의 의견이 다수 반영되는 우리의 정서를 생각하면 어렵고 요원한 문제이기도 하다.

상담 현장의 나아갈 방향

만 6년 이상 등록기관을 운영하며 많은 상담사가 있었고, 지속적으로 꾸준히 의향서 작성 업무를 하고 있지만, 연구소가 정말 원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좋은 삶, 좋은 돌봄, 좋은 죽음의 질이다. 죽음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연구소가 이러한 상담업무를 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십 시간씩의 전문적인 교육을 이수하고 상담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내담자가 시간만 충분하다면 임종 토탈 상담이 언제든 가능하다. 유언이나 상속, 장례, 제례, 사전 돌봄 계획, 치매나 요양 문제, 장기나 시신 기증 등, 원하는 만큼 제공을 받을 수가 있다. 그래서 연구소는 현재 일반인 교육 등에 더욱더 매진, 활발히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재정이나 시스템 등 앞으로 국가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더 시급한 일들이 산적해 있겠지만, 죽음이 단지 그냥 죽음이지만은 않게, 그 모든 죽음이 곧 나의 죽음인 듯, 비용 때문에 또는 돌봄의 부담 때문에 이 세상에서 서둘러 밀려나는 죽음이 아니도록 존엄하고 성스럽고 따듯하게 예우되도록 연명의료결정제도가 끝까지 그 중심축이 되기를 바란다. 오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