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적봉, 그리고 구천동계곡에서 삶을 노래하다.
(전북 무주군, 장수군, 경남 거창군, 함양군에 걸쳐 있는 산과 계곡)
다음 불 로그:-kims1102@
입추(立秋)가 지난 지도 이틀이나 되었다.
입추는 대서(大暑)와 처서(處署) 사이에 드는 절기로 여름이 끝나고 가을에
들어선다는 뜻으로 이날부터 입동 전까지를 가을로 친다.
아직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기는 하지만 밤이 되면 비교적 선선한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고 했다.
여름의 흙일도 끝나고 이제 서서히 가을채비를 준비해야 할 시기이란다.
세시에서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이슬이 진하게 내리며,
쓰르라미가 운다고 하였다.
절기야 그렇다고 해도 입추이전부터 전국엔 폭염특보가 내려졌으며 영 해제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찜통더위, 잠 못 이루는 열대야에 사람들은 지쳐가고 있다.
이때 농촌에서는 참깨, 옥수수를 수확하고 일찍 거두어들인 밭에는 김장용배추와
무를 심기 시작한다.
태풍과 장마가 자주 발생해 논에서는 병충해 방제가 한창이고,
태풍으로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우느라 분주할 때다.
이 무렵부터 논의 물을 빼기 시작하는데 1년 벼농사의 마지막 성패가 이때의
날씨에 달려 있다고 할 만큼 중요한 시기이다.
“입추 때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또 바다에서는 달과 태양이 일직선상에 놓여 밀물과 썰물의 차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사리현상이 발생해 서남해안 지역의 저지대가 침수,
또는 다 자란 농작물이 피해를 입기도 한다.
살인적인 무더위를 피하고자 금광은 덕유산(향적봉)산행과 무주구천동계곡에서
시원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산행계획은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설천峰에 올라,
향적봉 -백련사 -무주구천동계곡 -삼공里주차장으로 내려오는 5시간 코스다.
산행이사가 개인 사정이 생겨 이번 주 산행에 참여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날씨가 너무 덥고, 개인사정으로 불참을 알리는 회원들도 많아서 걱정이다.
3주간 전원 참석을 했던 양동매씨들도 절반이나 줄어 들 전망이란다.
총무에게 전화를 해보니 30여 회원 정도만 참석할 수 있을 거라는 대답이다.
아, 덥다 더워! 빌어먹을 날씨.
이런 날은 하루 종일 비라도 펑펑 쏟아졌으면 좋으련만 마음만 답답하다.
비가 오면 막걸리에 파전이나 빈대떡이 생각난다는 사람이 많은데
파전 부치는 소리가 빗소리와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높은 습도로 인해 떨어진 혈당치를 높여주는 데는 부침개 요리가 안성맞춤이란
설(說) 등 여러 가지 이유가 거론되지만 비오는 날엔 역시 파전이 최고다.
이유야 어떻든 파전에 대한 속설(俗說)은 사실로 들어났다.
6-7월 두 달간 평일을 비가 오는 날과 오지 않는 날로 나눠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 서울 시내 음식점의 매출액을 업종별로 비교해 보니
비가 오는 날 파전 전문점의 매출은 비가 오지 않는 날보다 평균 33%가 증가했고
민속주점의 매출액도 비가 올 때 18%나 올라갔다는 통계다.
강수량에 따라서도 매출액이 차이가 났는데 비가 많이 올수록 매출은 더 늘었다.
반대로 비가 오면 매출이 크게 떨어지는 업종은 아이스크림과 냉면전문점이란다.
금요일 아침 광주역광장에는 산행버스가 미리와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가 아이들을 따라 지리산계곡(달궁)으로 피서를 떠나버려 혼자서 산행준비를
하느라 바빴고,
환승할 98번 버스를 한 번 놓치니 다음 버스를 20분 이상이나 기다렸다.
열 받은 아스팔트는 뜨거웠고 바람 한 점 없는 아침 햇살에 물큰 땀이 솟는다.
어제는 아파트 실내온도가 32도를 나타냈는데 밖은 얼마나 무더울까?
광주의 한낮 온도가 35도를 넘었다니 식지 않는 열대야로 한 잠을 못잖다.
오늘도 36명의 열혈회원들이 무더위를 이기고 고맙게도 산행에 참여해줬다.
산행이사의 역할은 “파란하늘”이 해주었고 산행1팀의 선도를 “가자가자”가 맡았다.
산행1팀은 무주리조트 설천하우스에서 곤돌라를 타고 설천峰으로 떠났고,
산행2팀은 무주구천동계곡산행으로 삼공里주차장에서 백련사까지 왕복산행이었다.
산행에 앞서 알아 둘 산행지의 정보를 몇 가지 설명하련다.
우선, 덕유산(德裕山)은
덕이 많고 너그러운 모산(母山)이라 하여 “덕유산”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전북 무주군, 장수군, 경남 거창군, 함양군 등 4개 군에 걸쳐 있는 산으로
높이는 1,614m이다.
산봉우리는 향적봉, 수령峰(933m), 대봉(1,300m), 중봉(1,594m)이 있는데,
최고봉은 우리가 오늘 찾아가는 향적봉(香積峰:1,614m)이다.
또한 덕유산은 북덕유산(향적봉)과 남덕유산(1,507m)으로 나뉘는데,
남덕유산은 경남 거창군, 함양군과 전북 장수군 경계에 솟아 있으며
두 산봉(山峰) 사이의 약 20㎞ 구간에는 해발고도 1,300-1,400m의 소백산맥의
주맥이 북동-남서방향으로 뻗으면서 경남과 전북의 도(道)경계를 이루고 있다.
장쾌한 능선과 전형적인 육산의 아름다움 그리고 넓은 산자락과 만만치 않은 높이,
청량한 계곡이 있어 연중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란다.
오늘 우리가 오를 주봉(主峰)인 향적봉을 중심으로,
무풍면의 삼봉山(1,254m)에서 시작하여 대봉(1,300m), 덕유평전(1,480m),
중봉(1,594m), 무룡산(1,492m), 삿갓峰(1,410m) 등 해발고도 1,300m 안팎의
봉우리들이 줄 지어 솟아 있어 일명 덕유산맥(德裕山脈)이라고도 부른다.
동, 서 비탈면에서는 황강과 남강 및 금강의 상류를 이루는 여러 하천이 시작되어
낙동강水界와 금강수계의 분수령 역할을 한다.
계곡은 총 8곳이 있는데,
특히 북동쪽 무주와 무풍사이를 흐르면서 금강의 지류인 남대천(南大川)으로
흘러드는 길이 30㎞의 무주구천동은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명소이다.
무이구곡(武夷九谷)을 비롯한 폭포, 담, 소, 바위절벽, 여울 등 구천동 33경과
칠련폭포(七連瀑布), 용추폭포(龍湫瀑布) 등이 장관을 이루고
안성계곡, 송계寺계곡, 산수里계곡 등도 명소로 꼽힌다.
여름이면 시원한 구천동계곡에는 피서객들로 가득 넘쳐난다.
나는 오늘 향적봉산행을 하지 않고 시원한 무주구천동계곡을 찾았다.
향적봉산행은 두 번이나 했지만 구천동계곡은 젊었을 때 다녀온 기억밖에 없었다.
내가 찾은 무주구천동(茂朱 九千洞)계곡은
전북과 경남에 걸쳐 있는 덕유산 북쪽 사면에서 발원하는 남대천 상류부의 계곡으로
설천면 소천里에 있는 나제통문(羅濟通門), 즉 신라와 백제의 경계관문이었던
석굴門에서 시작하여 덕유산 향적봉에 이르는 25km의 계곡으로
33경(景)으로 꼽히는 계곡미가 뛰어나 덕유산국립공원의 중심부를 이루고 있다.
구절양장(九折羊腸),
9천 굽이를 헤아린다는 계곡에는 나제통문을 제1경으로 하여 덕유산 상봉을
제33경으로 하는 절경들이 줄을 잇는다.
*구절양장 =아홉 번 구부러진 양의내장, 꾸불꾸불한 산길
향적봉을 바라보니 봉우리가 짙은 운무에 휩싸여있는데 산행1팀은 곤돌라를 타고
설천峰으로 올라갔다.
구름 때문에 시야가 좁아 확 트인 조망은 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났다.
지금쯤 정상부근에는 빨강, 노랑, 파랑, 하얀 색깔의 야생화가 여기저기 지천으로
피어있겠지.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산다는 주목(朱木)과 구상나무 숲은 지금도 무성하겠지.
고사목은 지금도 그 창백한 자태를 뽐내고 있을까?
세월의 풍상을 고스란히 맞고 있는 주목나무는 기나긴 생명력으로 천년의 삶을
살며 주목은 죽어서도 빛을 내 시간이 흐를수록 고사(枯死)한 주목의 뼈대는
더욱 하얗고 신비스럽게 변해 간다.
주목은 나무가 붉다 하여 붉을 주(朱)를 썼다하며 높은 산, 추운 곳을 좋아한다.
산행1팀을 내려준 산행버스는 삼공里 대형주차장에 주차했다.
산행2팀은 주차장에서 출발해 자기능력에 맞는 계곡산행을 하기로 했다
하산시간은 오후 4시30분, 계곡물에서 쉬기도 하고, 물놀이도하고,
나머지 13명의 회원들만 구천동을 지나 향적봉을 약 3㎞ 남겨 둔 곳에 있는
천년 고찰 백련사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구천동 33경은 주차장을 기준으로 계곡하류에 라제통문을 제1경으로 시작해서,
은구암, 청금대, 와룡담, 학소대(鶴巢臺), 일사대, 함벽소, 가의함, 추월담(秋月潭),
반조탄, 파회, 수심대(水心臺), 세심대,
제14경인 수경대(水鏡臺)가 있고,
계곡상류에 제15경인 월하탄을 비롯해 인월담(印月潭), 사자담, 청류동(淸流洞),
비파담, 다연대, 구월담(九月潭), 금포탄(琴浦灘), 호란암, 청류계(淸流溪), 안심대,
신양담, 명경담, 구천폭포(九千瀑布), 백련담, 연화폭,
제31경인 이속대, 제32경인 백련사가 있었으며, 그리고 제33경은 향적봉이다.
구천동 32경인 백련사(白蓮寺)는,
전북 무주군 설천면 삼공里 덕유산에 있는 절로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
금산사의 말사이다.
신라 신문왕 때 백련이 초암(草庵)을 짓고 수도하던 중 그곳에서 흰 연꽃이 솟아
나와 이 절을 창건하였다고 한다.
단아한 사찰과 이곳에는 매월당부도(梅月堂浮屠:전북유형문화재 43호),
백련사계단(전북지방기념물: 42호),
정관당부도(靜觀堂浮屠:전북유형문화재: 102호) 등의 문화재가 있다.
1975년 2월 이 일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우리나라 12대 명산중의 하나인 덕유산은 향적봉을 주봉(主峰)으로 하고 이곳에서
발원한 옥수(玉水)가 흘러내려 구천동33경을 만들었다.
봄이면 칠 십리 계곡에 진달래, 철쭉꽃을 피우고,
여름이면 짙푸른 녹음이 우리에게 손짓하며,
가을이면 붉게 타는 단풍으로 만산을 물들이고,
겨울이면 아름다운 설경을 자랑하며 그 속에서 핀 눈꽃으로 신비경을 이룬다.
기암괴석과 희귀 동, 식물이 서식하는 28km에 이르는 아름다운 계곡인 구천동.
맑은 물이 소(沼)나 담(潭), 폭포가 되어 흘러내리며 우리나라 대표적인 여름철
경승지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구천동33경을 만들고 있는 곳이다.
또한 구천동계곡에 위치한 관광단지는 대규모 주차시설과 식당, 숙박, 위락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으며 6km(백련사까지)의 왕복 산책코스가 일품이었다.
산행을 하는데 오늘은 날씨가 일조를 해주었다.
구름 낀 하늘이 햇빛을 가려 햇볕의 따가움이 없었으며 키 높은 수목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곁으로 산책로를 개설해 잘 보존된 아름다운 자연계곡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으며 콸콸 또는 재잘재잘 흐르는 물소리와 물바람이 일어 한결
시원했다.
주차장에서 월하탄까지만 계곡으로 사람 출입이 가능했고 물놀이를 할 수 있었으며
송어양식장을 지나 정수장 위로는 출입과 물놀이가 금지되어 있었다.
다만 덱-그 산책로나 계곡을 횡단하는 철다리를 건너 계곡을 올라 갈 수가 있었다.
관공단지와 계곡은 수많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이 붐볐다.
가족단위로 놀러온 사람들, 연인들 끼리, 우리처럼 단체로 온 사람들,
어른들은 계곡물에 몸을 담그고 쉬고 있고, 신이 난 아이들만 튜브를 타고 물장난에
정신이 없다.
쏟아지는 폭포수에 부서져라 온몸을 맡기고 있는 사람들 아우성소리 들리지 않는다.
가로수 아래서 돗자리를 펴고 망중한을 즐기는 노인들은 신선이 따로 없었다.
상가지역에서는 각설이가 한참 흥을 돋우며 물건을 팔고 있다.
“얼-시구, 시구 들어간다, 절-시구, 시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올해도 아니 죽고 찾아왔네.”
상가에서는 호객하는 사람들이 지나는 손님을 유혹하고 있다.
안심대부근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임시로 산행대장을 맡은 “파란하늘” 신이 났다.
금광의 “메인 플라워”인 여섯 송이 꽃 속에서 한 마리 벌처럼 시간가는 줄 모른다.
개인사정으로 불참한 “솔바람”산행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약을 올린다.(친구니까)
이 기분은 하산酒를 마치고 산행버스 안까지 지속되어 차내 분위기를 완전히 장악
해버렸다.
그의 개-콘 식 말솜씨는 모든 회원들을 포복졸도하게 만들었다.
“나이트클럽에서 처음 만났네, 첫사랑 그 남자를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었네,”
딩가, 딩가. 쿵광, 쿵광,
볼륨 좋고, 음악 좋고, 분위기 좋고, “파란하늘” 방방 뜬다.
이에 질세라 “해뜯날”, “보름달” “춘심이” 너나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노래하며 춤춘다.
우리는 아름다운 인생을, 즐거운 삶을 노래하고 있었다.
(2013년 8월 9일)
첫댓글 피서갔던 아이들이 돌아와 집에서 1박 하느라고 정신이 없어 산행후기를 늦게 올립니다.
재미있고, 유익하고, 맛깔스러운 산행기 잘보고 갑니다. ㄱㄱㅎㅅㅇ.
구천동 바윗돌은 옛 것 그대로 인데, 흐르는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계곡의 숲은 그대로 있는데, 흐르는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만 다르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밤에는 수 많은 반짝이는 ☆ ☆ ☆ ☆ ☆ 이 있으니까 슬퍼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