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에 미친 과학자가 있었다. 파스퇴르 이다. 백신 연구를 계속해 달라고 단독 연구소를 차려 드렸는데 이 양반이 고향에 잠깐 다녀오더니 발효에 미쳐 버렸다. 고향에서 프랑스 와인 업자들이 술이 자꾸 쉬니 이걸 해결해 달라고 간청했다. 독일제 와인이 세계 최고니 뭐니 하고 거들먹 거린다고 맛을 보여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독일과 프랑스 전쟁에서 프랑스가 패하자 독일에서 받은 박사 학위를 던져 버린 파스퇴르이다. 자존심 문제가 걸리니 와인 문제 해결에 뛰어 들었다. 와인을 산패시키는 원인균이 있음을 발견하고 저온살균기를 만들어 살균시켜 버렸다. 그리고는 아예 고향에 뿌리를 내렸다. 와인 발효에 미쳤기 때문이다. 파스퇴르는 죽는 날까지 와인 발효에 목숨을 걸었다.
발효에 빠져들면 끝장을 보게 되어 있다. 자신이 만든 술이나 식초에 생명을 불어 넣어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낼 때까지 멈출 수가 없다. 김치도, 된장, 간장, 고추장도 한 번 빠지면 늪과 같아서 헤어나올 길이 없다. 매일 달라지는 맛, 매일 달라지는 발효 현상이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당구를 배울 때, 젓가락으로 간장 종지를 겨냥하고, 벽지의 둥근 원을 대상으로 머리를 굴리던 것처럼 말이다.
사람은 뭔가에 하나 미치게 되어 있다. 공부에 책에 잡기에 혹은 여행에 혹은 연애에 등등에 미치게 되어 있다. 잘 미치면 성공자요, 잘 못 미치면 도박꾼이 되거나 약쟁이가 된다. 잘 미쳐야 한다. 이왕 미치는 것, 발효에 미쳐서 성공도 하고 수출까지 해서 국가경제에도 유익을 끼치는 발효과학인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