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미주한국불교계가
가야 할 세 가지 길
글 | 김형근 (본지 발행인)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가 1년 넘게 전 지구촌을 혼란과 고통에 빠뜨렸다. 언제 이 혼동이 수습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었는데 미국, 한국,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백신이 보급되고 있어 올해 안에 이 상황이 종료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이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불교의 연기사상을 생각하게 된다.
2001년에 발생한 9.11이 항공여행의 보안 규정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듯이, 코로나19는 지구촌 생활에 큰 변화를 줄 것이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온라인 법회는 아직까지도 대부분 시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원격교육을 갑자기 시행하면서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구글 클래스 룸과 화상회의 앱인 줌 등의 사용법을 배웠다. 먼 미래의 일로, 나와는 관계없는 원격교육과 화상회의가 갑자기 우리에게 왔고,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다.
미주한국불교계에서는 입적한 성원스님이 이끄는 버지니아 연화정사가 이미 2016년 법회부터 유튜부로 법회를 생중계 하면서 이 분야에 선도적으로 선보인 적이 있다. 의미가 있는 이 시도가 당시에는 좀 생소하게 보여서 인지 참여자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이제는 뉴욕의 한마음선원, 원각사, 조계사 등 여러 사찰과 신행단체에서 온라인으로 법회를 중계하거나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온라인 법회는 시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기도와 법회를 페이스 북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사찰도 많다. 코로나 사태가 정리되어 법당에 참석해서 대면법회를 하더라도 앞으로 사회는 이 분야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못하고 있는 사찰들은 앞으로 온라인 법회를 할 수 있도록 장비를 마련하고,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사회가 발전하는 것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사회지체현상이라고 한다. 불교계가 사회지체현상이 생기거나, 문화지체현상이 생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에 거주하는 불교인들도 이제는 유튜부로 한국의 BTN과 BBS에서 제작한 스님들의 설법이나, 강의를 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사찰이 없는 콜로라도 거주 70대 보살님과 펜실바니아 주 피츠버그에 사는 보살님도 여기에 의지하여 신행생활을 한다. 사찰이 많은 로스 엔젤레스나 뉴욕 시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 방송들을 보고 대화에 종종 등장한다. 이것은 장비가 좋은 방송국에서 제작한 면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 내용이 좋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법회를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내용이 아주 중요하고 또 꾸준해야 한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개발하기 위한 숙제가 스님들과 신행단체 지도자들에게 놓여있다. 내용이 좋으면 40대 미만 젊은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고, 사찰과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도 참여할 수가 있다. 대면과 더불어 비대면을 함께. 이렇게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스러운 방향이다. 나는 이것이 미주한국불교계가 가야 할 첫 번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방향은 같은 지역에 있는 운영이 어려운 사찰간의 통폐합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미주한국사찰은 신도 수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사찰 운영이 나날이 어려워진 상태였다. 코로나19가 진행 중인 사월 초 현재 뉴욕 불광선원, 조계사, 대관음사, 필라델피아 화엄사, 하와이 무량사 등 거의 모든 사찰이 법회를 못하거나 제한된 인원으로 법회를 하다 보니 사찰 보시가 급감했다고 한다. 이것은 불교계 뿐 만 아니다. 다른 종교계도 대부분 비슷하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코로나19 이전으로 복귀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찰이 유지되려면 최소 세대 신도가 필요한데 지금은 최소 세대 경계에 있거나, 이에 못 미치는 사찰이 전 미주 여기저기에 있다. 또 시카고 불심사 처럼 사찰의 후계자도 없이 고령의 주지 스님이 혼자 있는 사찰도 있고, 아예 주지 스님도 없이 신도들만 있는 사찰도 있다. 필라델피아 원각사, 샌프란시스코 여래사, 불광사, 뉴욕 백림사 등은 현재 상주하는 주지 스님이 없다. 미주현대불교에서는 미주한국불교계가 이미 조정기에 들어갔다고 오래 전부터 주장해오고 있다. 운영이 어려운 같은 지역에 있는 사찰들은 통폐합하여 신도 세대수와 재정을 늘려야 한다. 주지 스님들과 신도회 임원들이 함께 논의하여 결정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길은 한국의 본사 사찰이나 문중과 협력 관계를 가져야 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태국 등 동남아시아 불교 국가들을 방문해보면 전에 비해 출가자가 많이 감소하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스님이 독신 생활을 하는 전 세계 불교계는 출가 스님 확보에 큰 문제가 생긴 것이다. 현재 한국불교계의 최대 문제는 출가자 문제이다 보니 한국의 사찰에서 살고 있는 동남아시아나 티베트 스님들을 보는 것은 더 이상 낮선 광경이 아니다. 그러나 대구에 본부가 있는 진각종은 출가자 많다고 하는데, 진각종의 주지인 정사는 결혼하는 종단이다. 이런 상황과 미국포교활동에 대한 열약한 재정 조건 때문에 한국에서 미국으로 와 포교활동을 하려는 스님은 이제 매우 적다. 현재는 문제가 없지만 주지 스님이 80세 이상 고령이거나 건강 문제가 있는 사찰이 미국의 곳곳에 있다. 예상치 못한 일로 주지 스님이 유고 상황이 되면 우왕좌왕하다가 신도들이 흩어지는 경우가 로스 엔젤레스 관음사 등 미주한국불교계에 여러 차례 있었다. 주지 스님은 한국 사찰이나 문중과 협력 관계를 맺고 이런 문제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이런 문제를 구조적으로 잘 하고 있는 사찰이 한마음선원을 비롯하여 로스 엔젤레스에는 반야사, 미주금강선원, 고려사, 북가주 대승사, 뉴욕 원각사, 뉴욕 대관음사, 뉴져지 원적사 등이다. 한국의 원불교와 일본 불교는 정토진종이 종단차원에서 잘하고 있고, 미국에 30개 이상 포교당이 있는 대만 불교의 불광사도 종단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협력 관계를 맺고 싶다 하여도 쉽지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 주장은 스님들 세계를 잘 모르는 신도들에게서 주로 나오고 있고, 현장 경험이 없는 교수가 이론적으로 이상적으로 주장하는 것과 비슷한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미국의 사찰에 지원할 형편이 안되는 경우가 많고 스님들의 출가 본사 등 간단하지 않은 여러 문제 때문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미주한국불교계의 장래를 위해 본국 한국불교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주지 스님들이 항상 유념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