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제작 복원했다는 거북선이 바다에도 뜰 수 없는 무용지물 상태
로 만들어져 시민들은 물론 임진왜란을 지켜내고 거북선을 건조한 호남인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고 있다.
여수시는 총사업비 26억원을 들여 지난 2012년 8월부터 4년여에 걸쳐 중앙동 거북선 광장에서
2층 구조의 길이 35.3m, 너비 10.62m로 177t 규모의 거북선을 실물 크기로 건조해 최근 육상
전시를 시작하고 있다.
이 거북선은 임진왜란 당시 활약했던 전라좌수영 소속 거북선을 원형에 근접해 제작·복원 할
목적으로 김충석 시장이 중앙동 로터리 충무공 동상 건립 사업에 이어 추진한 것으로 광장
앞 해수면에 진수할 방침이었다.
육지로 올라온 기형 거북선
그러나 여수지방해양항만청이 접안을 허가하지 않아 거북선의 위치가 바다가 아닌 육지로 변경돼
다양한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고대의 거북선의 선저(저밑판) 목재를 연결하는 고정 못은 나무를
사용했으며 상판(개판)은 쇠송곳을 박아 적의 승선을 막는 역할을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고대 선박들의 자재는 자체 생산된 해송과 육송 등 소나무나 느티나무로 장기간 바다나
강에서 가라 앉힌후 켜서 응달에서 오랫동안 건조시켜 만든다.이는 목재의 강도를 높이고 병해충
방지와 뒤틀림이 전혀 없는 완벽한 목재로 만들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로 안전하고 견고해야할
판옥선과 거북선 건조에 사용되어 왔다.
이같은 선박제조기술은 이미 4~5세기 신라의 배가 숯과 도자기와 함께 중국에 수출되어 한국의
조선기술을 인정 받아오기도 했다.그러나 문제의 거북선은 이와는 반대로 저밑판에 쇠송곳을
사용하고 개판은 나무로 깍아 만들었다.더욱이 사용된 목재도 현대 어선에 주로 사용하는 수입
아피목을 사용해 원형복원 취지와는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수십억대의 모형물을 제작한
것으로 드러나 시민들은 참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거북선 측면의 목재가 갈라지고 뒤틀리고 있고 아피목에 쇠못을 사용해 진수시 쇠못이
부식되면 저판이 뒤틀리고 갈라지고 쇠못 자리의 빈틈에서 누수가 되고 심지어 침몰될 우려가
높게 된다.이같은 사실은 배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일지라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점인데도 불구하고 당초부터 무리한 계획을 세워 설계와 시공을 감행하고 감리도 제대로
하지않는 여수시의 처사에 대해 시민들은 분노를 하고 있다.
FRP로 도포된 현대판 모형거북선
여수시와 시공사측은 공사 마무리단계에서 이같은 점을 보완하기위해 현대의 어선에서 주로
사용하는 유리섬유를 하판과 전면, 꼬리날개에 덧바르고 FRP로 칠한뒤 진황색의 방수페인트로
도포를 하고 목재를 사용한 것처럼 위장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이같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든 거북선이 동상앞에 버젓이 전시되어 시민들의 빈축은 물론 이충무공의 혼과 얼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애물단지로 전락될 상황이다.
거북선 기본-설계용역을 맡은 중소조선연구원 손창련 본부장(공학박사)은 “전라좌수영 거북선은
목선의 구조 상 15년 정도의 내구연한을 가지고 있으며, 200명 이상이 승선해도 롤링(기울림)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 만큼 안정성 면에서 뛰어나다”며 “16세기 임란 당시 선박 저판이
소나무·느티나무로 제작해 결구나 나무못을 사용했으나 현재 제작중인 거북선은 전통기법 외에
고강도 부재인 아피동을 일부 사용함으로써 이를 결박할 쇠못 시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했으나 수입 원목과 쇠못 사용에 문제에 대해 지역 언론이나 사회단체에서 아무런 의의를
제기하지 않아 시민들을 더욱 실망시키고 있다.
전통한선 제작기법으로 고증조사와 기본계획 학술용역, 자문회의 등을 거쳐 중소조선연구원에서
기본·실시설계를 완성했다는 거북선이 그야말로 원형과 취지,복원에는 거리가 먼 상황에서 관련
학자나 단체, 조선소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고증자료없는 거북선 복원불가' 발언과 모형거북선 제작 의도 궁금
김시장이 지난 2011년 8월 시청 상황실에서 향토사학자와 관계자들이 참석한 ‘전라좌수영
거북선 원형복원 종합 보’에서 “확실한 고증 자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추정으로 거북선을
제작할 수 밖에 없는데 1592년 임란 당시 전라좌수영 거북선을 복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라고 밝힌 사실이 확인되고 있어 거북선 사업을 추진하게된 배경에 대해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대해 1년여동안 거북선의 제작과정을 지켜본 일부 시민단체 소속의 시민 이모씨(55)는
“거북선이 운행을 할 수 없다면 최소한 바다에라도 띄워야 하지만 노 자체가 형식적으로
만들어져 있어 호기심이 많은 학생들에게 노를 보여준다면 왜곡된 역사 의식을 가질 염려가
있다”며 “이런 모형 거북선이 육지에 전시되면서 바다가 보이는 이순신광장과 거북선을 밟고
서있는 이순신장군 동상이 바다 경관을 이중으로 차단하고 있어 답답함을 금할길 없다”고
말했다.
거북선광장 이순신장군동상 자산공원 이순신장군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