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 조지 오웰 <동물농장>-
운 좋게 동물들은 일거에 자유를 얻었다. 더 이상 인간에게 착취당하지 않아도 되는 생활을 할 수 있다. 자신들이 스스로 꾸리는 농장 안에서 자신들의 규칙으로 살아간다. 각자의 능력이 다르다 보니 가장 능력이 있는 소수의 돼지들에게 권력을 쥐어준다. 비록 배부른 생활은 아니지만 자신들이 품위있게 살아가고 있다고 느낀다.
그렇다면 동물들은 착취를 당한다는 사실이 문제였던 것일까, 인간에게 착취를 당한다는 것이 문제였을까. 전자가 반란의 이유였다면 그들은 실패한 것이고 후자가 이유였다면 그들의 반란은 성공인 셈이다.
대부분의 동물이 자신들은 자유롭다는 착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과 달리 암말 몰리는 반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묻는다. 각설탕은 계속 받을 수 있는지, 지금처럼 댕기를 매고 다닐 수 있는지를. 인간에게 벗어난다고 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유지될 수 있는지를 따져보기 위해 유일하게 질문을 한다. 하고싶은 대로 맘껏 하는 돼지들을 제외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정확히 아는 유일한 동물이다.
더 나아가 농장안의 각설탕과 댕기 없는 삶을 거부하고 몰래 탈출하는 몰리를 보면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는 가장 적극적인 동물로도 보인다. 비록 농장 밖에서 고되게 마차를 끌면서 살지만 몰리는 자신의 삶을 선택 할 줄 아는 동물인 셈이다. 그럼 진정으로 품위있게 살고 있는 동물은 누구인가, 농장안의 동물들인가 몰리인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떠난 몰리야말로 충분히 품위있게 살아가고 있다고 느껴도 될 만하다.
<동물농장>은 스탈린 체제를 비판하는 정치우화이지만 나에게는 무엇이 갖추어져 있어야 나답게, 품위있게 잘 살고 있다고 느껴질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철학소설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