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허먼 밀러는 108년 이상 디자인 리더를 유지하고 있는가?” (Why Herman Miller has remained a design leader for over 108 years?)라는 주제로 제작된 화제의 동영상과 미국 모던가구의 살아있는 역사인 허먼 밀러(Herman Miller)에 대해 소개한다. 허먼 밀러는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WHY’의 런칭 프로젝트 중 하나로 지난 108년을 돌아보며 회사의 역사적인 순간들과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상징적인 가구들을 108초의 일러스트 영상을 통해 재조명하였다.
Credits:Agency: Part of a Bigger Plan
Direction/art work: Christian Borstlap
Animation: Jos Ngonga Wabeke
Music: Shawn Lee
Sound: Jasper Boeke
허먼 밀러의 로고와 아이코닉한 디자인 제품들을 언급하지 않고서는 20세기 미국 모던 가구를 얘기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짧은 동영상을 통해 ‘임스 체어(Eames Chair)’, ‘노구치 테이블(Noguchi Table)’과 같은 클래식한 가구들, 사무 환경을 재창조한 ‘액션 오피스(Action Office)’의 개념, 인간공학적인 사무용 의자 ‘에어론(Aeron) 체어’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허먼 밀러의 로고를 제작한 어빙 하퍼(Irving Harper)의 그래픽 작업과 조지 넬슨(George Nelson)의 디자인 디렉션, 택스타일 디자인의 알렉산더 지라드(Alexander Girad)와 디자인 리서치의 로버트 프롭스터(Robert Propst)의 영입을 통해 성장해온 허먼 밀러의 역사를 쉽고 간략하게 이해할 수 있다.
Coconut Chair & Marshmallow Sofa, Lounge Chair & Ottoman, Molded Plastic Chair, Noguchi Table
Textile & Research director
허먼 밀러는 20세기 중반 미시간 주에서 전통적인 목재 가구를 만들던 작은 회사로 시작하였으나,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더니스트 디자이너 길버트 로드(Gilbert Rohde)를 고용하면서 회사의 방향은 완전히 바뀌었다. 시장조사, 기술개발, 생산관리와 디자인을 결합하였으며, 1945년 디자인 부문 책임자였던 조지 넬슨이 1946년 찰스 임스를 영입하면서 새로운 소재의 활용과 혁신적인 디자인, 사무 환경의 재정의를 통해 미국 근대 가구의 기틀을 확립하였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지 허먼 밀러의 디렉터로 활동한 조지 넬슨은 미국 모더니즘의 창시자로 20세기 미국 디자인과 건축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이다. 유려한 곡선과 미니멀한 형태의 디자인에 대량 생산 개념에 적합한 새로운 제작 방법을 실현한 제품들로 유명하며, 대표작으로는 칼더의 모빌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코코넛 체어(Coconut Chair)와 여러 개의 원형 쿠션을 이어 만든 조립식 소파인 마시멜로 소파(Marshmallow Sofa)가 있다
George Nelson & Charles & Ray Eames" works
허먼 밀러의 가장 유명한 디자이너인 ‘찰스 & 레이 임스(Charles & Ray Eames)’ 부부 역시 현대 가구 역사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이 디자인한 DAR(Dining Armchair Rod)은 유리 섬유를 금속 형틀에 찍어내듯 성형하여 앉는 부분과 등받이, 팔걸이를 일체형으로 제작한 제품으로 생산 효율을 높였을 뿐 아니라 유기적인 형태로 현대적인 플라스틱 의자의 모체이자 20세기 중반 가장 혁신적인 의자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최고급 가죽 소재에 머리, 등, 엉덩이를 따로 받쳐 몸의 하중이 고루 분산되도록 한 임스 라운지 체어(Eames Rounge Chair)는 20세기 최고의 의자 중 하나로 지금도 성공한 CEO의 상징과 같이 사랑받고 있다. 그 밖에 대량 생산과 저렴한 가격을 위해 합판을 구부려 제작한 LCW(Lounge Chair Wood)와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사무실용 알루미늄 그룹 체어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키며 근대가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임스 부부가 1930년~50년대에 디자인한 의자들은 현재까지도 허먼 밀러에서 생산 판매 중이며, 70년이 넘은 지금도 수많은 카피를 만들어내며 세월의 변화에도 소멸하지 않는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 외에도 1980년대의 부르스 버딕(Bruce Burdick)에서부터 나오토 후카사와(Naoto Fukasawa), 재스퍼 모리슨(Jasper Morrison), 로난 & 에르완 부훌렉(Ronan & Erwan Bouroullec), 콘스탄틴 그리치치(Konstantin Grcic), 마르셀 반더스(Marcel Wanders), 바쌈펠로우스(BassamFellows)까지 수많은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디자인적인 혁신과 허먼 밀러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고 있다.
허먼 밀러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빌 스텀프(Bill Stumpf)와 돈 채드윅(Don Chadwick)이 디자인한 에어론(Aeron) 체어이다. 정형외과 의사, 혈관학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신체의 구조와 앉는 자세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통해 제작된 이 의자는 인체공학적인 연구를 가구 디자인에 적용하여 인간 중심의 디자인 개념을 실현한 대표적인 예이다. 당시 아이맥 3세대가 발표되며면서 투명한 소재에 영감을 받은 두 디자이너는 등받이에 매시 소재를 사용하여 의자에 투명성을 부여하고자 했다고 한다. 이 독특한 느낌의 펠리클(Pellicle)이라는 신소재는 체중을 분산시키고, 우수한 통기성으로 오랜 시간 사용해도 편안하게 유지되는 기능적으로도 혁신적인 소재로 부피가 작고, 무게가 적게 나가 운송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1994년 출시된 이 의자는 벤처 붐과 함께 증가한 현대 지식 근로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으며, 의자에 사용된 매시 소재는 이후 전 세계의 사무용 의자 시장의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되었다. 현재까지도 매년 단일 상품만으로 몇천억이 넘는 수익을 내고 있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다.
Aeron chair
허먼 밀러의 인간공학적이면서도 미려한 의자를 디자인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었다. 공학적인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베를린의 ‘스튜디오 7.5 (Studio 7.5)’가 디자인한 ‘미라(Mirra)’, ‘세투(Setu)’ 체어와 ‘퓨즈프로젝트(Fuseproject)’의 이브 베하(Yves Béhar)가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구조를 응용하여 디자인한 "세일(Sayl)’ 체어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미라 체어는 사용자의 행동을 거울에 비춘 것처럼 의자가 반응한다는 의미로 소재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단순한 구조로 디자인하였으며, 친환경적인 제조를 위해 제품의 부피, 무게를 줄인 것이 특징이다. 세투는 몸에 따라 형태가 휘어지는 척추와 같은 구조물과 신체 굴곡에 따라 변하는 탄력적인 섬유질로 구성되어 사용자에게 편안함을 제공한다. 2009년 에어론 체어를 디자인한 빌 스텀프는 제프 웨버(Jeff weber)와 함께 고정된 프레임이 없어 움직이는 대로 등판이 몸을 감싸는 구조의 엠바디(Embody) 체어를 개발하였다. 의자 뒷부분의 척추같이 생긴 독특한 구조가 의자에 앉는 사람의 움직임, 앉는 위치, 모양에 자동으로 맞춰준다는 이 의자의 가격은 무려 $1600이다..
SAYL Chairs, Mirra Chairs, Aeron Chairs, Ergon 3 Chairs, Equa 2 Chairs, Celle Chairs, Embody Chairs
허먼 밀러는 시스템 가구와 사무용 수납가구로도 유명하다. 디자이너 브랜드를 이용한 디자인 의자가 세계적으로 유행하자 허먼 밀러의 경쟁력은 약화되었고, 이에 가정용 가구에서 사무용 가구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며 시작한 첫 프로젝트가 바로 1964년에 나온 ‘액션 오피스’이다. 액션 오피스는 사용자가 여러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서서 근무할 수 있는 공간과 다양한 종류의 수납장, 업무 보드 등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파티션으로 개인 공간을 확보한 시스템으로 단순히 사무 가구를 디자인한 것에 머물지 않고 사무 공간에 대한 개념 자체를 바꾸어 사무환경을 재창조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9년 아이세 버젤(Ayse Birse)은 ‘리졸브(Resolve)’를 통해 기존의 파티션 대신 기둥과 스크린을 이용해 더욱 단순화된 형태의 공간 시스템을 제시하였다. 모든 전선을 기둥에 숨기고, 파트와 파트 사이는 가장 안정된 구조로 알려진 벌집과 같은 각도인 120도로 설계함으로써 한층 개방된 느낌을 주었으며, 사각 박스의 정형화된 파티션이 아닌 천이나 매시와 같은 다양한 소재로 공간을 분리한 감성적 접근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Action Office
허먼 밀러는 포츈(Fortune)지의 ‘가장 존경받는 회사(Most Admire Company)’,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100 Best companies to work for), 페스트 컴퍼니의(Fast company)의 ‘가장 혁신적인 회사(Innovation all-stars)’로 선정된 회사이며,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인텔 다음으로 꼽히는 미국의 6위 기업이며, 가구 업체만으론 세계 1위 기업이다. (2010년 기준)이러한 성공 비결은 ‘디자인 경영’에 있다. 이들은 소비자 조사를 하지 않아 가구 업체의 애플로 불리기도 하는 허먼 밀러의 디자이너들은 영업과 생산 부서의 정보에 도움을 받지만, 디자인에 대한 보고는 최고 경영진에게만 하며, 디자인 디렉터는 기업 경영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다. 장기간 소비자의 행태를 관찰하고 문제를 발견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외부 디자이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혁신을 거듭하면서 한 시대를 앞서가는 디자인 회사이다.
허먼 밀러에서 디자인은 단순히 완성된 제품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디자이너의 비전을 알리고 영감을 전달하며, 공간을 바꾸는 생각들이 확장된 이야기들이다. 창립 100연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아이코닉한 제품들은 여전히 생산, 판매되고 있으나 그 배경과 철학은 잊혀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에 시작된 것이 ‘WHY’ 플랫폼이다. ‘WHY’라고 이름을 정한 이유는 허먼 밀러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할 때, 무엇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대화에서 가장 먼저 시작하는 질문이 ‘WHY’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사이트를 통해 매주 ‘Why’라는 질문을 하면서 디자인에 대한 배경, 철학,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기사나 이미지, 동영상으로 공유할 예정이다. 현재 www.hermanmiller.com/why.html 에서는 허먼 밀러의 디자인 리서치 대표 Don Goeman와의 인터뷰, 디자이너 Leon Ransmeier가 사진작가 Geordie Wood와 함께 뉴욕 맨해튼 거리의 테이블을 분석한 기사와 Work Life와 함께한 Living Office에 대한 기초적인 리서치 작업 등이 게시되어 있다.
Work Life와 Living Office
이미지 출처:Herman Mill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