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교사노조연맹 늘봄학교 한달 시범 운영 실태 보고
우려가 현실로 ‘교육부의 구체적 개선 촉구!’ - 구체적 계획 없는 촉박한 추진으로 사상누각된 늘봄학교 - 늘봄학교 운영 인력난 심각, 질 높은 교육과 돌봄은 허울뿐 - 수당과 가산점 등 유인책으로 포장된 교사 늘봄 업무 강요 - 사전 늘봄학교 중점 운영체계 구성된 시범교육청 전무 |
1. 교육부의 ‘늘봄학교 추진방안’이 공식 발표(23.1.)된 이후 5개의 시범교육청(경기, 경북, 대전, 인천, 전남)이 늘봄학교를 운영한 지 한 달이 되었다. 교사노조연맹(이하 교사노조, 위원장 김용서) 늘봄대응팀은 각 시범교육청의 늘봄학교 진행 상황을 설문 및 분석하고 지속적인 문제 제보를 접수하여 왔다. 그 결과 사업 추진 초기 단계부터 우려되었던 점이 실제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에 교사노조는 지역교육청의 파행 운영 사례를 고발하며 당초 교육부가 약속했던 질 높은 교육과 돌봄 제공, 교사 업무 경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안을 요구하는 바이다!
2. 경기도교육청은 아침·저녁 돌봄을 자원봉사자를 채용하여 운영하라고 안내했으나, 급박한 사업 추진으로 담당 인력을 구하지 못해 정교사가 투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로 인해 새 학기를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인 3월, 교사들은 본연의 업무인 학생 관리, 수업 준비를 하지 못하고 대신 돌봄 대체용 인력으로 투입되어 교육활동의 근간을 흔드는 사태가 초래되었다. 특히 1학년 담임교사들이 늘봄 강사로 투입되는 경우, 하교지도 시간에는 늘봄 학교에 참여하는 학생들끼리 교실에 남아있게 된다.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학년 학생들만 교실에 남겨지는 안전의 사각 시간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발생한 돌봄공백의 관리와 책임 또한 학교에서 고스란히 감당하여야 하지만 일선에서는 해당 시간을 담당할 봉사직조차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새 학기를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인 3월, 교육부는 교사들이 본연의 업무인 학생 관리, 수업 준비를 하지 못하고 대신 돌봄 대체 인력으로 투입하고 있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3. 경북교육청은 ‘늘봄학교부장’이라는 보직을 신설해서 수업시수를 줄여준다는 명목으로 교사에게 늘봄업무를 강요하고 있다. 정작 수업을 담당해야 할 정교사는 수업 대신 늘봄업무를 수행하고 기간제 교사에게 수업을 맡기는 형식을 취하거나, 기간제 교사에게 수업대신 업무를 주는 형식으로 사업의 인력을 충당하고 있다. 수업이야말로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업무이자 정체성인데 교육청이 앞장서서 교사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입학도 하지 않은 만 5세를 대상으로 하는 씨앗돌봄도 경북이 유일하다. 소속은 유치원인 학생이 돌봄은 초등학교에서 제공받는 기괴한 방식으로, 학생 관리와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 등 예상되는 문제점이 자명한데도 이를 추진하고 있다. 유인책으로 가장한 교사의 업무 강요를 중단하고 책임소재와 역할이 불분명한 씨앗돌봄계획은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다.
4. 대전교육청의 경우 시범학교의 방과후 업무 일부(강사 채용, 회계 지원 등)를 2학기부터 교육청 방과후 센터로 이관하겠다고 약속하였고, 이에 교사들은 교육청의 이관 약속을 믿고 현재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발생하는 많은 어려움을 감내하고 있다. 하지만 차세대 나이스 구축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과 업무 이관과 관련한 로드맵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현장의 불신과 불안이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당초 약속한 방과후 업무 이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내년 시범학교 확대는 절대 불가하다. 교육청이 목표하고 학부모와 학생들이 기대하는 질 높은 교육과 돌봄 서비스가 이루어지기 위해선 체감가능한 업무 이관 이행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교육청은 명심해야 한다.
5. 인천교육청이 운영하는 초1 입학초기 에듀케어 프로그램 운영은 유휴공간이 없어서 대부분 1학년 교실에서 진행된다. 공간 뿐 아니라 프로그램 운영 인력을 구하기도 어려워서 학교의 방과후 강사들에게 부탁하여 채용하거나 학교의 교감, 교장까지도 강사로 투입되고 있다. 업무지원인력 채용기간이 3개월간 우선 계약이 되어서 나머지 8개월 기간을 재계약해야 하는데 그 동안의 공백기는 어찌 운영해야 할지 학교는 난감한 상황이다. 그리고 저녁 돌봄에 참여하는 학생 수 기준이 없어서 1명의 학생으로 운영되는 경우의 행정력과 예산 낭비 문제 역시 심도 있게 분석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교육청은 예산을 학교로 내려보내는 것이 학교를 지원하는 것이라 하지만, 실제 모든 업무를 감당해내야 하는 학교는 전혀 체감하지 못한다. 교육청은 현재의 방과후학교지원센터를 늘봄 ․ 방과후학교지원센터로 역할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6. 전남교육청 사정도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교육부의 계획안에 나온 늘봄 시범 학교 중점 운영센터는 현재도 없고, 앞으로의 구체적 구축 계획도 아직 없다. 전남, 순천 지역 내 늘봄 시범 6개 학교에서 기간제 인력을 채용하려 하지만, 아무도 신청을 하지 않았다. 수당도 적고 연속되지 않은 짧은 근무시간으로 인해 지원자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청은 늘봄학교를 지원해주겠다고 말만 할 뿐 실질적인 인력 지원이나 인력 채용에 대한 지원이 없어서 결국 해당 학교의 교사들로 늘봄 운영 인력이 꾸려지고 있다. 당초 교육부가 약속한 교사업무 경감을 통한 늘봄학교 운영은 전혀 실현되지 않고 있으며 시범단계부터 교사들의 희생으로 운영되는 늘봄운영이 확대될 때, 필요한 인력은 어디서 모집할지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7. 또한 늘봄학교 첫 계획수립 과정부터 장애학생 지원인력 계획이 포함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장애학생이 늘봄학교에 참여하면 그 때야 지원인력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장애학생을 배제한 교육행정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늘봄학교 전담운영인력과 늘봄학교에 참여하는 장애학생의 지원인력, 개별화교육계획에 의거하여 운영하는 특수교육지원인력이 명확하게 구분되어야 함에도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이 각 시도교육청에 문의해본 결과, 이것이 별도의 인력임을 알고 있는 담당자는 없었다. 심지어 늘봄학교 담당인력이나 개별화교육계획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특수교육지원인력을 늘봄학교에 투입하면 되지 않냐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장애 학생 당 지원인력의 배치 기준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고 장애학생을 위한 지원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8. 늘봄학교 운영 시범지역들이 갖는 공통적인 문제점들로는 1. 공간의 부족으로 인한 정규 수업 교실 침해, 2. 기간제나 자원봉사 인력 채용의 어려움, 3. 그로 인한 해당 학교 교사의 늘봄업무 투입, 4. 교원에게 과도한 행정업무 전가, 5. 돌봄 공백으로 인한 학생 안전 문제 등이 있다.
이는 늘봄 학교 시행 초기부터 우려되었던 점이고, 교사노조에서도 전담 운영체제나 준비된 인력 없는 졸속추진에 대해 여러 차례 대책 방안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늘봄학교 시행,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올해 안에 구축된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진 지역은 단 한 곳도 없다. 이러한 상황은 앞서 말한 문제점들이 올해 내내 지속될 것이고, 내년에 해결 될 수 있을 거라는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9. 지난 2월 28일, 교사노조 늘봄대응팀은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늘봄학교 정상운영을 촉구하였다. 그 당시 늘봄학교 중점 운영체계 미구축으로 인한 업무 지원 불가능, 운영 공간의 부족, 교사에게 과중한 업무 강제로 인한 교육과정 파행, 기간제 및 자원봉사 인력 채용의 어려움, 학생들의 안전에 관한 사항 등에 대해 교육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늘봄학교 인력 배치와 업무배분에 대해 묻는 민원조차 비공개라고 답변을 거부하며 4월 4일에 예정되어 있던 교원 단체와의 간담회도 무기한 연기했다. 이에 현장과 소통을 통해 문제를 개선해 나가려는 의지를 촉구하는 바이다.
10 .늘봄학교를 통해 제공하고자 한 것은 질 높은 교육과 돌봄, 그리고 교사의 업무 경감이다.
따라서 우리는 아래와 같이 요구하는 바이다.
하나. 교육부는 지역교육청의 늘봄학교 파행 운영을 시정하도록 적극적으로 지도, 감독하라!
하나. 늘봄학교 운영의 실질적인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단일화된 운영체제를 구축하라!
하나. 늘봄업무에 부당한 교사투입을 중단하고 늘봄인력 확보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
하나. 시간 때우기식 돌봄 시간이 아닌 배움이 있는 늘봄학교가 되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적극적으로 개선하라!
2023. 4. 11.
교사노동조합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