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매일 2024년 5월 10일 금요일
유진의 詩가 있는 풍경
거울 앞에서
장옥관
네 눈은 끝을 모르는 아득한 깊이
무명실 실타래를 풀어도 닿지
못할 어둠 까마득한 깊이 속으로
나는 자꾸 빠져든다 가문 강에 피라미
뛰듯 뛰는 네 맥박, 끼니마다 고봉밥
미어지게 떠 넣어도 미동도 없고
그 수면 아래엔 무엇이 살까 내 속에는
네가 닿을 수 없는 어둠이 있고
떠먹여주어도 받아먹을 입이 없고
먼산바라기 네 눈빛 껴안고 싶어도
내겐 두 팔이 없고
♦ ㅡㅡㅡㅡㅡ 감정이 없는 거울에도 깊이가 있습니다. 어떤 것에도 물들지 않고, 붙들어 놓거나 움켜쥐려하지 않는 거울 속에 나를 바라보는 내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고이지 않는 거울 속에 의문도 거짓도 없고, 맥박도 미동도 없는 내가 있습니다. 비켜서면 곧 사라질 표상입니다. 마주 바라보는 순간 말고는 어느 때, 어느 무엇도 머물 수 없는 거울 속에 나는 무명실 타래를 풀어도 닿을 수 없는 깊이로 있습니다.
문득, 생멸(生滅)의 경계가 사라진 무위적정(無爲寂靜)입니다.
ㅡ 유진 시인 (첼리스트. 선린대학 출강)
http://www.sma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503843
유진의 詩가 있는 풍경 / 거울 앞에서 - 장옥관 - 서울매일
네 눈은 끝을 모르는 아득한 깊이 무명실 실타래를 풀어도 닿지 못할 어둠 까마득한 깊이 속으로 나는 자꾸 빠져든다 가문 강에 피라미뛰듯 뛰는 네 맥박, 끼니마다 고봉밥미어지게 떠 넣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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