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nterview(박준 회장)
함께 걷는 길이 아름답도록, 미용 50년을 정리하다
<절망을 자르고 희망을 다듬다> 출간한 헤어디자이너 박준
순발력 있는 상황 판단과 기민한 움직임이 필수인 미용계에서 수십 년을 함께해 온 헤어디자이너 박준이 미용 외길 50년을 정리하며 <절망을 자르고 희망을 다듬다>란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이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했지만 그러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아직도 치열하기만 한 시간 속에 그의 50년 시간을 던져놓았다.
굳이 입 밖으로 뱉어내는 게 민망해서 평소에는 묻고 살았지만 마음 써야 하는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그가 미용에 정성을 다했던 수많은 시간을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헤어디자이너 박준과의 정담을 싣는다. <편집자주>
-박준은 어떤 사람인가?
해남 땅끝마을에서 서울로 올라와 미용인 박준이라는 이름으로 더 오랜 시간을 살아왔지만, 부모님이 지어주신 본명은 박남식입니다.
국내최초 미용 프랜차이즈인 박준뷰티랩의 역사를 만들었고, 캘리포니아 비달사순 아카데미 수료를 시작으로 미스유니버스헤어스타일 담당, 박준뷰티랩을 중심으로 남성전용미용실 최초오픈, 어린이 전용미용실 오픈 등 미용계에 굵직한 이정표를 세우며 달려왔습니다.
또한 배움에 대한 갈증 때문에 중앙대예술대학원 문화예술지도자과정졸업과 고려대컴퓨터정책과학대학원 졸업, 중앙대학교 한류학과 CEO과정 수료, 동국대학교 APP교육과정 수료, 서울대학교 AIP최고산업전략과정 수료 등의 국내 유수의 대학에서 다양한 공부를 이어갔고, 원광대 뷰티디자인학부 초빙교수를 역임했습니다.
유수의 많은 헤어쇼를 주관했고 참여했으며, 특히 한중뷰티문화 페스티벌 한국대표로 헤어쇼는 물론, 보건복지부 산하 뷰티경쟁력 강화위원을 역임했습니다.
수상경력으로는 미국 뉴욕 IBS(International Beauty Show) 퍼머넌트 부문 3위 입상과 코리아 ‘프랜차이즈 대상’ 수상, 2008년에는 한국잡지기자협회가 뽑은 ‘올해의 인물상’을 수상했고, 저서로는 <귀까지 잘라서 죄송합니다>, <The Art Of Hair>, <나의 선택, 나의 길>, <프로로 가는 길> 등이 있습니다.
-이번에 출간한 책은 어떤 책인가?
<절망을 자르고 희망을 다듬다>란 제목의 에세이집입니다. 22살에 미용의 길로 접어든지 50년이 되는 올해를 기념하며, 반백년의 시간을 가위 하나에 의지하며 걸어온 인생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50년을 미용가위 하나로 일궈낸 날들 속에는 남들과 조금은 다르게 계획하고 생각하고 실천한 것들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보았습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미흡하지만 인생을 조금 더 살아온 선배로써, 오늘의 나를 만들어준 그날들의 이야기를 조용하게 들려드리려고 했습니다.
때로는 힘에 부쳐 비틀거리기도 하고 실수도 했지만, 모든 것을 시간 앞에 겸손하게 내려놓는 마음으로 새로운 내 인생과 마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책이 갖는 의미는?
“아름다운 미래는 누구나가 소망합니다. 현재가 미래가 되는 것처럼, 지금이 순간에 집중하지 않으면 현재도 미래도 없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우아하기만 한 백조가 보이지 않는 물속에서는 열심히 발을 움직이는 것처럼 한발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습니다. 분과 초를 쪼개서 살지는 못하더라도 오늘 하루 나의 일상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산다면 훗날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이 완성되어 있을 것입니다.
진정 나를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 아직도 결정하지 못했다면 한 번쯤은 뒤돌아 자신의 행적을 살펴보고 묵묵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이 가장 이른 시간이 되는 것처럼, 아직도 늦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일상이 빼곡한 화려함으로 채워지길 바란다면 현실에 안주하면 안 됩니다.
나를 위하고 우리를 위한 선택은 내가 하는 것입니다. 내가 하는 선택의 순간은 가장 현명하고 지혜로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많은 생각의 탑을 쌓아두어야 합니다. 기초가 튼튼한 탑을 쌓다 보면 언젠가는 멋진 내가 완성되어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렇지 못했다면 오늘 이 순간부터 다시 시작해 보는 겁니다.
당신의 지금 선택은 가장 옳은 답이 될 테니까요.”
‘절망을 자르고 희망을 다듬다’ 중에서
꿈이 아름다운 이들에게 더 멋진 꿈을 꿀 수 있는 마음을 심어 주고 싶었습니다. 특별한 의미가 없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나름의 의미가 살아있는 그런 책입니다. 미용인으로 살아온 박준의 인생 그래프라고 보시면 됩니다.
-현재의 박준은?
현재의 박준은 평온하고 행복합니다. 정리와 휴식,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의 시간 그리고 나눌 수 있는 기쁨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뒤를 돌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앞만 보고 나아가다 정체기가 오면 쉽게 좌절하고 늪에 빠지게 됩니다. 나에겐 이런 시간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과거를 되새기고 정리할 시간들에 대한 부재. 그렇지만 이제 내려놓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요즘 깨닫게 되었습니다.
날마다 다른 나뭇잎이 얼마나 예쁜지, 도심 주변 보석 같은 장소들, 새들이 노는 아름다운 소리, 그리고 지인들과의 차 한 잔, 이 모든 것들이 진정한 행복으로 다가오는 시간입니다.
미용인 박준은 가난의 어려움을 뚫고 나와 탄탄대로도 걸어봤고, 인생의 가장 큰 시련도 겪어봤고, 미용계에 여러 가지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내 세간의 이목도 받아봤습니다. ‘한동안 미용 문화를 꽃피웠고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체계화된 프랜차이즈를 도입하여 정착시켰습니다. 이젠 초심으로 돌아가 거짓 없이 비춰주는 거울처럼 진실한 아름다움을 향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위해 다시 한 번 움직여 보고 싶습니다.
미용 외길 50년 시간 동안 최초와 최고의 수식어를 얻었고 반면 외롭게 묵묵히 걸어온 수많은 기록인 한 권의 책을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나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는 오늘의 내가 새롭고 감사할 뿐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꿈은 나이와 무관합니다. 나에겐 배움에 대한 목마름 때문인지 정규과정의 미용 전문대학을 설립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미용 전문가를 양성하고 참신하고 능력 있는 미래의 미용인들이 꿈을 키워나갈 터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21세기 미용 문화를 주도하는 차세대 미용인들의 산실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뷰티랩 아카데미와 대학의 산학협력을 통해 아직도 꿈을 이행 중 입니다. 그 꿈을 이루어 나가면서 미용문화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싶습니다. 미용이 단순히 머리를 깎아주는 기능이 아니라 미를 창조하는 예술이라고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나가고 싶은 것입니다. 예술은 먼 곳에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새로움과 독특함으로 미용계의 흐름을 주도했고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후학 양성으로 국내 미의 전도사로서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아울러 이번에 출간한 <절망을 자르고 희망을 다듬다>가 같은 길을 걷는 이들에겐 희망을 다듬게 해주고, 때론 힘들어 절망에 빠진 이들에겐 그 둘레를 자르고 탈출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뷰티라이프> 2023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