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 척하는 친구, 묵인하는 교사"... 학교폭력 부르는 교실 속 ‘방관의 카르텔’
조선비즈 심민관 기자
입력 2020.10.20 06:00
학교폭력이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괴롭힘을 보고도 모른 척하는 친구, 이를 묵인한 채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는 교사가 만든 ‘교실 속 방관’이 학교폭력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일러스트=정다운
19일 경찰청이 발간한 ‘2020 경찰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폭력 신고로 검거된 수는 약 1만3600명에 달했다. 전년보다 약 230명 더 늘었고, 2015년과 비교하면 약 1100명 증가했다. 매년 270명씩 증가한 셈이다.
학생들은 학교폭력 문제에 잘못 개입했다가 자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학교폭력 피해를 알면서도 모른척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 교육부가 공개한 학교폭력 관련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도 학교 폭력을 목격한 학생 중 29.5%는 방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나 학교전담경찰관 등 주변에 알리거나 신고했다는 비중은 14.2%에 그쳤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씨는 "가해자 친구들 눈 밖에 났다가 학교 폭력 피해자가 될까 무서워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신고나 증언을 꺼리게 된다"고 했다.
교사들의 학교폭력 방관도 문제로 꼽힌다. 자신이 담당하는 학급에서 학교폭력이 신고되면 업무평가에 부정적인데다, 가해학생이 징계를 받기까지 소요되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업무 부담이 컸기 때문에 모른 척 묵인하는 교사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생 및 학부모 면담, 학부모들의 반발 등 신경쓸 일이 많아진다"며 "만약 학폭위 징계 처분에 불복해 교육청에 재심을 요구하거나 소송까지 갈 경우에는 업무가 힘들어진다"고 했다. 그는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는 학폭위 업무를 교육청으로 이관했지만, 그래도 일선에서는 (자료 제출 요구 등에)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가해자의 경우 학교를 졸업했다고 끝나는게 아니다. 대학진학 후에도 피해자가 형사책임을 물으면 전과자가 될 수도 있다. 최근 "학교폭력 가해자가 경찰학교에 입교했다"는 내용의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와 논란이 됐는데, 이 경우에도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 가해자가 해당 범죄로 기소되면 경찰 임용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기소는 중앙경찰학교장이 직권 퇴교를 발동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교사 역시 학교폭력 사실을 알면서 모른척 한 경우에는 방조범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특히, 학교폭력의 중심을 이루는 폭행이나 상해의 경우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 고소없이 제3자의 고발 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 법률전문가들은 학교폭력 피해를 입증할 증거를 보존하면, 형사책임 뿐 아니라 학교폭력으로 인해 발생한 정신적 손해배상까지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도 교사가 학교폭력을 묵인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엄연한 방조행위"라면서 "교사가 학급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일진인 가해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피해자를 고립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피해자라면, 학교폭력 가해자와 교사의 방조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해 두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범죄심리전문가들은 학교폭력에 대해 방관이 아닌 적극적인 방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학교폭력 가해는 엄연한 불법행위로 반드시 처벌이 뒤따른다는 점을 사회적으로 각인시킬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잘못을 하면 반드시 처벌을 받는다는 인식이 높아져야 학교폭력이 줄어들 수 있지만, 방관자가 문제"라면서 "교실 내 방관의 카르텔(담합)이 조성될 수 밖에 없는 학교 문화가 조성돼 있어 제3자의 적극적인 개입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와 피해자의 용서를 끌어낼 수 있는 회복적 교육이 학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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