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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 정병(淨甁)
위산(潙山)이 백장(百丈)에 있을 때
전좌(典座)1) 소임을 보았는데
백장이 대위산(大潙山)의 주인을 뽑기 위해 수좌(首座)에게 분부하였다.
“대중에 공포하라,
동떨어진 사람이 있으면 주지로 뽑으리라.”
그리고는 정병(淨甁)2)을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정병이라 부르지 말아야 할지니,
그대들은 무엇이라 하겠는가?”
수좌가 말하였다.
“나무 말뚝[木 ]3)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백장이 수긍치 않고 선사에게 물었더니
선사가 정병을 걷어차거늘, 백장이 웃으면서 말하였다.
“수좌가 산사람[山子]4)에게 졌도다.”
동림총(東林摠)이 송했다.
영웅을 고르는데 정병을 가리키니
털끝을 나누는 곳에 더 이상의 정미로움 없도다.
태평세계는 원래가 장군이 이루었지만
장군은 태평세계 누리지 못하게 했네.5)
삽계익(霅溪益)이 송했다.
산마루에 꽂힌 깃발 돌아보지 않고
한 칼로 쏜살같이 장막으로 들어가네
긴 창, 짧은 창, 전혀 쓰지 않고서
장군의 황금 병부 빼앗아 돌아오네
지해청(智海淸)이 송했다.
백장의 당 앞에서 위산 주인 고르는데
황금털 사자들은 있는 위세 다 부렸네.
정병이 쓰러지자 근본 자리 돌아가니
천리의 순풍이 땅덩이를 움직인다.
육왕심(育王諶)이 송했다.
주머니에 송곳 넣어 끝이 보이지 않더니
송곳 끝 나오는 덴 까닭이 있었도다.
정병을 걷어차서 별 다를 일 없게 되니
내 집 산문 돌아오자 그만두었네.
지비자(知非子)가 송했다.
한(漢) 나라 뜰에 단을 차리고 장군 직책 배수할 때
어떤 객은 제멋대로 재주를 부렸다네
덕과 재주 헤아려 살피지 못하고
공연히 공과 상을 탐내었도다.
작가(作家)가 정병을 차서 쓰러뜨리니
나무 말뚝, 그 어찌 주인노릇 하리요.
1) 선원에서 밥이나 음식을 만드는 소임이다.
2) 물병이니, 변소에 가서 뒤를 본 뒤에
뒤를 씻기 위해 쓸 물을 넣어 두는 병이다.
3) 정병의 물과 함께 뒷물을 할 때 뒤를 씻는 기구이다.
4) 위산(潙山)을 이르는 말이니 그가 과거에 사냥꾼이었으므로 하는 말이다.
5) 수좌가 태평을 누리려는 태도로 조용히 대답한 일을
위산이 긍정치 않고 걷어찼음을 송했다.
說話
『전등록』 본편(本篇)에는 다음과 같이 전한다.
“사마두타(司馬頭陀)가 호남에서 오니
백장(百丈)이 그에게 이르기를
‘내가 위산(潙山)으로 가고자 하는데 되겠는가?’ 하니,
대답하기를 ‘위산은 매우 절묘하여
족히 1천 5백 명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화상께서 머무르실 곳은 아닙니다’ 하였다.
백장이 묻기를 ‘무슨 까닭인가?’ 하니,
대답하기를 ‘화상을 골인(骨人)이신데
그 산은 육산(肉山)이기 때문입니다.
설사 사신다 하여도 대중들이 천을 넘기지 못할 것입니다’ 하였다.
백장이 다시 묻기를
‘나의 대중들 가운데는 주지(住持)할 만한 사람은 없겠는가?’ 하니
대답하기를 ‘두루 살펴보기까지 기다려 주소서’ 하였다.
백장이 수좌를 시켜 불러다 놓고 묻기를
‘이 사람은 어떤가?’ 하니,
사마두타가 그로 하여금 기침을 한 번 하게 하고
다시 두어 걸음 걸어 보게 하고는 말하기를
‘이 사람도 안 된다’고 하였다.
다시 전좌(典座)를 불러 오게 하니,
두타가 이르기를 ‘이가 바로 위산의 주인입니다’ 하였다.
이에 백장이 밤에 선사(위산: 전좌)를 방으로 불러들이고
부촉하기를 ‘나의 교화(敎化) 인연(因緣)은 여기에 있으니
위산의 수승한 경계에는 그대가 살면서
나의 종(宗)을 계승하여 후학을 널리 제도하라.’ 하였다.
그 때에 화람(華林)이 이 말을 듣고 이르기를
‘내가 외람되지만 일찍부터 상수(上首)의 자리에 있었는데
우공(祐公 : 위산)이 어찌하여 주지가 되는가? 하니,
백장이 이르기를
’만일 대중들 앞에서 한마디하여 격조를 뛰어넘으면
주지로 삼으리라‘하고는
곧 정병(淨甁 : 물병)을 가리키면서 말하되……하였다.“
“임(林 :華林, 首座)이 이르기를
‘나무 말뚝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不可喚作本 ]”라 함은
정병은 오직 정병이라 불러야 한다는 뜻이요,
“정병을 걷어차서 쓰러뜨렸다[踼倒淨甁]”함은
뿌리까지 뽑아버린 것이니
이는 부를 수 있거나 부를 수 없다는 시비를
일시에 걷어차 쓰러뜨려 큰 작용이 앞에 나타나되
궤칙(軌則)이 없다는 뜻이다.
동림(東林)의 송에서
위 두 구절은 수좌의 경지요,
뒤에는 정병을 걷어차 쓰러뜨린 경지를 읊은 것이다.
357. 유구(有句)
위산(潙山)이 대중들에게 설법하였다.
“유구(有句 :있음의 구절)와 무구(無句 :없음의 구절)는
등 넝쿨(藤)이 나무에 의지한 것 같으니라.”
소산(疎山)이 물었다.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유구와 무구는 등 넝쿨이
나무에 의지한 것과 같다’고 하셨다‘ 하니
홀연히 나무가 쓰러지고 등 넝쿨이 마를 때는
구절은 어디로 돌아갑니까?”
선사가 깔깔거리고 크게 웃으니 소산이 말하였다.
“제가 4천 리 밖에서 베 방석을 팔러 왔거늘,
화상께서는 왜 조롱을 하십니까?”
그러자 선사가 시자를 불러 분부하였다.
“돈을 갖다가 이 상좌에게 돌려주어라.”
그리고는 다시 당부하였다
“나중에 외눈박이 용6)이 그대를 점검하리라.”
나중에 명초(明招)에게 가서 앞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니,
명초가 말하였다.
“위산은 머리도 꼬리도 바르다고는 하겠으나
속마음 아는 이(知喑)를 만나지 못했을 뿐이로다.
소산이 다시 물었다.
“나무가 쓰러지고 등 넝쿨이 마르면 구절은 어디로 돌아갑니까?”
명초가 대답하였다.
“위산의 웃음을 다시 새롭게 하는구나.”
소산이 이 말 끝에 깨닫고 말하였다.
“위산은 원래 웃음 속에 칼을 숨겼었구나.”
6) 명초가 애꾸였다.
장산천(蔣山泉)이 송했다.
등(藤)이 마르고 나무가 쓰러지자 깔깔대고 웃으니
밤길을 걷지 말고 날 새거든 가야 한다.
방랑객이 길을 탐해 돌아올 줄 모르더니
고향에 돌아오니 어버이는 이미 늙어 있었네
어버이 늙었다고 서러워하지 말아라.
고향에 돌아오지 않은 것보다는 나으리라.
해인신(海印信)이 송했다.
나무가 쓰러지고 등 넝쿨이 마른 일 한 번 물으니
깔깔대고 크게 웃은 일, 까닭이 있다네.
산양[羚羊]이 뿔을 건 곳 찾을 수 없어.
지금껏 웃음이 멈추지 않았네.
곤산원(崑山元)이 송했다.
홀로 선 나무는 숲이 되지 않고
구름 속의 봉우리는 한 가닥 깊었네.
같은 소리는 천리 밖이 응하니
입을 열면 문득 속마음을 알더라.
법진일(法眞一)이 송했다.
위산이 대중들에게 유구 무구 설법할 때
이 구절은 등 넝쿨이 나무에 의지한 것 같다 했네
학인(학인)들이 말을 따라 통발을 잘못 아니7)
한바탕의 웃음소리, 지금껏 퍼져 있네.
진정문(眞淨文)이 송했다.
깔깔대고 크게 웃은 그의 속뜻 모르겠으니
나무가 쓰러지고 등 넝쿨이 말랐단 물음 까닭이 있네
명초의 말 끝에 깨달은 바 있다 해도
눈 뜬 뒤엔 여전히 본래의 사람일세.
천동각(天童覺)이 송했다.
등나무 마르고 나무 쓰러진 일 위산에게 물었더니
크게 웃어 깔깔댄 일, 그 어찌 공연하랴.
웃음 속에 칼 있는 줄을 눈치를 채고 보니
말로는 표현할 수 없고, 고동마저 멈추었네.
운문고(雲門杲)가 송했다.
이 말로써 표준을 삼으려 한다면
외눈박이 명초를 배반함일세
웃음 속에 홀연히 흙과 물이 나뉘니
그로 인해8) 천리에 같은 바람인 줄 아노라.
죽암규(竹庵珪)가 송했다.
유구와 무구, 등 넝쿨이 나무에 의지한 것이라니
흰밥은 원래가 쌀로 지었다네
높은 누각 피리 불 때, 버들가지 연기 같더니
온 누리의 봄바람에 버들가지 흩날린다.
한암승(寒嵓升)이 송했다.
나강(螺江)의 한 빛깔이 연한 유리 같은데
돛을 달고 흐름에 따르니 가는 길 헤매지 않네.
파도 속의 달덩이를 건지려 하는가?
고개 들면 뭇 봉우리 서쪽에 걸려 있다.
본연(本然)거사가 송했다.
나의 똥 말리는 막대기를 씹으니
그대의 이빨만 수고를 끼친다.
깔깔대고 크게 웃은 시절을 알려는가?
등줄기를 때려서 내쫓은 편이 나았을 것 같도다.
정자(鄭子)의 미친 말을 믿지 말아라.
녹음의 봄소식 다하자 두견새 운다9) 했네.
무진(無盡) 거사가 송했다.
베 방석 값을 받아 들고 명초를 찾아가니
방울 물, 쇳덩이 같아서 녹일 수 없었네
함통(咸通)10) 이후의 일이 없었더라면
주지가 된들 한줌의 땔감인들 얻을 수 있었으랴.
열재(悅齋) 거사가 송했다.
두 웃음을11) 점치매 길흉(吉凶)이 있으니
하나는 지화명이(地火明夷)요, 하나는 산풍(山風)이라
영기(靈碁)12) 의 점통을 버리는 것만 못하니
다시 던져도13) 전과 같이 상상중(上上中)이로다.
7) 고기를 잡기 위한 기구인데
고기를 잡고는 통발은 버려야 되거늘
고기를 잡고도 고기보다 통발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면 바보의 짓이다.
이런 상태를 일러 통발을 고기로 잘못 알았다 한다.
8) 명초와 위사의 경지가 둘이 아닌데,
말에 따라 잘못 알면 명초를 배반하는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온 누리의 바람이 같은 것인 줄 알게 되리라는 뜻이다.
9) 정자(鄭子)의 「석춘시(惜春詩)」에 있는 말인데,
‘봄소식 다하자 두견새 운다’한 말은
아직도 봄소식이 남았다는 뜻으로 믿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소산이 위산의 뜻을 모르고
유(有 :있음)과 무(無 :없음)으 흔적이
아주 없는 경지를 찾으려는 것을 낮추어 말한 것이다.
10) 중국 당(唐) 의종(毅宗) 때의 연호이니,
소산이 도를 깨달은 시기이다.
11) 위산의 웃음과 명초의 말에 웃음이 새로워지는구나 한 것이다
12) 점을 잘 쳐서 이름이 있던 사람이다. 즉 영란을 말한다.
13) 상ㆍ중ㆍ하의 차별이 생김을 면치 못하리니
차라리 그냥 두자 함이다.
나산한(羅山閑)이 화산(禾山)에 있을 때
청귀(淸貴) 상좌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청귀가 말하였다.
“천하에 제일인(第一人)은 없군요.
가엾은 위산이 도오(道吾)에게 졌으니 말입니다.
선사가 말하였다.
“무슨 말이 있기에 도오에게 졌다 하는가?”
이에 청귀가 말하였다.
“석상(石霜)이 위산을 하직할 때,
절을 하자마자 위산이 묻기를
‘유구와 무구는 등(藤)이 나무에 의지한 것 같다.
그대의 뜻은 어떠한가?’ 하니
석상이 말을 못하고 있다가 나중에 도오에게로 갔는데
도오가 ‘어디서 오는가?’ 하고 묻자
석상이 대답하기를 ‘위산에서 왔습니다’ 하니
도오가 또 묻기를 ‘무슨 말씀이 계시던가?’ 하여
석상이 앞의 이야기를 하였다.
도오가 ‘그대는 왜 대꾸를 못했는가?’ 하니
석상이 ‘말할 줄 몰랐을 뿐입니다’
하거늘 도오가 말하기를
‘그대는 나를 대신해서 절을 지켜 주오.
내가 그대를 대신해서 복수를 해 주리라’ 하였다.
이튿날 도오가 위산에 갔더니,
위산이 벽을 바르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도오가 뒤에 잇는 것을 발견하고는 묻기를
‘지(智) 두타가 어째서 여기까지 오셨소?’ 하니
도오가 대답하기를 ‘다른 일이 아니라
화상께서 수행자들에게 유구와 무구는
등 넝쿨이 나무에 의지한 것 같다고 하셨다니 사실입니까?’ 하자
위산이 대답하기를 ‘사실이오’ 하였다.
도오가 ‘갑자기 나무가 쓰러지고
등 넝쿨이 마를 때엔 어떠합니까?’ 하고 묻자
위산이 깔깔대고 크게 웃거늘
도오가 그를 진흙탕에 밀쳐 넣었건만
위산은 전혀 관계치 않았다고 합니다.
청귀가 이러한 이야기를 들어 말하였다.
“이것이 어찌 위산이 도오에게 진 것이 아니겠습니까?”
선사가 말하였다.
“상좌(上座)가 30년 뒤에 한 지방의 종사(宗師)가 되더라도
그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마시오.”
청귀가 수긍하지 않고 도리어 도오만을 주장하였다.
이에 선사가 그의 멱살을 잡아 땅에 눕히고 말하였다.
“대중들에게 알리노니, 각자 조용히 하시오.
내가 오늘 청귀 상좌와 함께 위산의 굴욕을 씻어 주리니,
귀를 기울이시오.”
청귀가 말하였다.
“알았습니다. 알았습니다.”
그리고는 절을 하거늘, 선사가 말하였다.
“왜 진작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그대는 도오를 아는가?
고작해야 역사[舘驛]에서 원래부터 말똥을 치는 바보였느니라.”
천의회(天衣懷)가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어 말하였다.
“지금 총림에는 잘못 추측하는 이가 매우 많으니
옛사람을 보려하나 어려우니라.
여러분은 알고자 하는가?
위산의 한 번 웃음은 장군이 변방에 나선 것이요,
명초의 한 번 웃음은 먼지를 다 소탕하는 것이니라.”
낭야각(瑯琊覺)이 시중(示衆)하여 말하였다.
“유구와 무구는 등 넝쿨이 나무에 의지한 것과 같나니,
나무가 쓰러지고 등 넝쿨이 마르면
한 무더기의 땔감이로다.“
[묘희(妙喜)가 착어(着語)하기를
“낭야는 마치 도적을 자식으로 여기는 똘이 되었다.
그러나 그 은혜는 커서 보답하기 어렵도다.” 하였다.]
또 상당하여 말하였다.
“유구와 무구는 등 넝쿨이 나무에 의지한 것과 같으니,
나무가 쓰러지고 등 넝쿨이 마르면 방망이를 맞는 게 좋겠다.
그대들 말해 보라. 허물이 어디에 있는가?”
양구(良久)했다가 말하였다.
“승요(僧瑤)14)의 솜씨가 아니면 단청(丹靑)을 안다고 한
그 말은 공연한 짓이니라.”'
양기회(楊歧會)가 대중들에게 보이며 말하였다.
“유구와 무구는 등 넝쿨이 나무에 의지한 것 같다 하니,
문수와 유마가 손을 털고 돌아가리라.
나의 이런 말도 역시 얽어매는 말이다.
다시 다음 구절이 있으니 잘못 이야기하지 말라.”
황룡심(黃龍心)이 상당하여 말하였다.
“유구와 무구는 등 넝쿨이 나무에 의지한 것 같다 하니
여러분 마음대로 고개를 끄덕이지만
나무가 쓰러지고 등 넝쿨이 말랐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위로는 하늘을 찌를 계교가 없고,
아래로는 땅으로 들어갈 꾀가 없다.
영리한 이가 여기에 외짝 눈을 붙일 줄 알면
당장에 일곱 번 쓰러지고 여덟 번 일어나는 꼴을 보리라.”
“보아라. 태양이 눈앞에 가득하니,
만리에 조각 구름이 없도다.
만일 동이를 엎은 밑15) 이라면 어찌 산승을 괴이하게 여기리요.”
원오근(圓悟勤)이 말하였다.
“내가 일찍이 오조연(五祖演)에게 묻기를
‘유구와 무구는 등 넝쿨이 나무에 의지한 것과 같다고 한 그 시절은
어떠합니까?’ 하니 오조가 답하기를
‘묘사하여도 묘사되지 않고 그려도 그려지지 않느니라’라고 하였다
. 다시 묻기를 ‘
갑작스레 나무가 쓰러지고
등 넝쿨이 마르는 시절이면 어떠합니까?’ 하니,
오조가 ‘따라 오느니라’라고 하였다.
운문고(雲門杲)가 상당하여 말하였다.
“유구와 무구는 등 넝쿨이 나무에 의지한 것 같다 하니
푸른 눈의 오랑캐도 귀결처[落處]를 모르리라.
말해 보라. 귀결처가 어디인고?”
그리고는 갑자기 주장자를 들어 올리고 대중들은 부르면서 말하였다.
“보아가, 당장에 왔도다. 급히 정신을 차려 살피라.”
그리고는 주장자를 던졌다.
송원(松源)이 상당하였는데, 어떤 스님이 물었다.
“유구와 무구는 등 넝쿨이 나무에 의지한 것 같다 하니,
어떠합니까?”
선삭 대답하였다.
“저울추에다 초간장을 발랐느니라.”16)
다시 물었다.
“나무가 스러지고 등 넝쿨이 마른 뜻은 또 무엇입니까?”
선사가 대다바였다.
“뼈를 바꾸고 창자를 씻은 뒤, 밤중에 홀로 걷느니라.”
다시 물었다.
“위산이 크게 깔깔 웃은 것은 또 어찌 이야기해야 합니까?”
선사가 대답하였다.
“사람을 죽이는 칼이며, 사람을 살리는 검(劒)이니라.
또 상당하여 말하였다.
“유구와 무구는 등 넝쿨이 나무에 의지한 것 같다 하니,
맹팔랑(孟八郞)17)이 선뜻 그렇게 했구나.”
선상(禪床)을 두드리면서 말하였다.
“소로소로(蘇嚕蘇嚕).”
14) 승요는 그림에 능숙한 사람이었으니
그런 솜씨가 아니었다면 그림을 그린다 하여도
울긋불긋한 빛깔을 아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15) 동이를 엎어 놓은 밑엔 햇빛도 구름도 없다.
이는 유무(有無)가 없는 경지를 비유한 말,
이런 경지에 머무른 자기를 이상하게 여기지 말하는 뜻.
16) 칭추초초(秤搥醮醋)의 번역이니,
저울추에다 아무리 양념을 잘해도 먹을 수 없다.
즉 입을 뗄 수 없다는 뜻이다.
17) 맹씨네 여덟째 아들이란 말이니,
용맹스러우나 약간 우직한 성품의 인격을 뜻하는 대명사.
여기서는 위산을 가리키는 말이니
위산이 병통을 일으켰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선상(禪床)을 두드리면서
‘소로소로’하고 외쳐서 치료하였다.
說話
“유구와 무구는[有句無句]……”이라 함은
두 구절이 서로 의지하고 기대있다는 뜻이요,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承師有言]…
…어디로 돌아갑니까?[何處]”함은
나무가 쓰러지고 등 넝쿨이 마른 곳[樹倒藤枯處]에 착안한 것이요,
“깔깔거리고 크게 웃었다[呵呵大笑]”함은
웃음 속에 칼날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위함에는 모름지기 철저해야 한다는 뜻이다.
“제가 4천 리 밖에서[某甲四千里]……”라고 함은
위산의 막대한 은혜를 저버리는 것이요,
“돈을 갖다가 이 상좌에게 돌려주어라[取錢還這上座]”함은
은덕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문장에 나타난 뜻과 같다.
장산(蔣山)의 송에서
“등 넝쿨이 마르고[藤枯]……가야 한다[須到]”고 함은
위산의 뜻을 밝힌 것이요,
“방랑객이[遊子]……이미 늙어 있었네[已老]”라 함은
소산(踈山)이 전에는 알지 못하다가
나중에야 알았다는 뜻이며,
“어버이 늙었다고[親已老]……”라 함은
반쯤 허락하는 뜻이다.
나산(羅山)의 설화(說話)는
도오(道吾)가 진흙 속에 떠다닌 것이 어
찌 그 가풍이 아니겠는가마는
청귀(淸貴) 상좌는 하나만 알았지 둘은 알지 못했다는 뜻이다.
“역사에서[舘驛]……”라 함은
견해가 깊고 예스럽고 그윽하되 존귀상(尊貴相)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이니 이는 허물을 잡은[與過] 것이다.
천의(天衣)의 상당에서
“장군이 변방에 나선 것이요[將軍出塞]……”라 함은
대용(大用)이 앞에 나타나며 궤칙(軌則)이 없다는 뜻이다.
낭야(瑯琊)의 시중에서
“한 무더기의 땔감이로다[一堆爛柴]”함은
나무가 쓰러지고 등 넝쿨이 마르면 좋겠다는 뜻이요,
묘희(妙喜)의 착어에 윗부분은 긍정치 않다가
뒤에는 도리어 긍정한 것이다.
또 상당하여 말한 것에서[又上]
“방망이를 맞는 게 좋겠다[恰好喫棒]”고 한 것은
나무가 쓰러지고 등 넝쿨이 마른 곳을 놓치지 않는다는 뜻이요,
“허물이 어디에 있는가?[過在什瑤手]……”이라 함은
나무가 쓰러지고 등 넝쿨이 마른 경지를
그릴래야 그릴 수 없다는 뜻이다.
양기(楊岐)의 시중(示衆)에서
“문수와[文殊]”에서부터 “돌아가리라[歸去]”까지는
유구(有句)와 무구(無句)가 문수와 유마가 힘을 얻은 곳이란 뜻이요,
“다시 뒷 구절이 있다[更有後句]”함은
무슨 구절인가? 유구인가 무구인가,
유구와 무구를 여읜 적이 없다는 뜻이다.
“불자를 들어 올리면서[擧佛]”에서부터
“산승을 괴이하게 여기리요[怪得山僧]”까지는
3구를 초월하는 길은 있으나 백비(百非)를 끊는 길은 없다는 뜻이다.
원오(圓悟)의 법어에서
“묘사하여도[描也]……그려지지 않느니라[畵不就]”라고 한 것은
곧 나무가 쓰러지고 등 넝쿨이 마른 경지이다.
운문(雲門)의 상당은
다만 노호(老胡)가 알았다[知]고는
인정하지만 깨달았다[會]고 인정할 수는 없다는 내용이다.
송원(松源)의 상당에서
“저울추에 초간장을 발랐느니라[秤鎚醮醋]”함은
일찍이 바뀐 적이 없다는 뜻이요,
“뼈를 바꾸고 창자를 씻는다[換骨洗腸]”함은
유(有)와 무(無)를 초월하는 뜻이요,
“사람을 죽이는 칼이며[殺人刀]……”라고 함은
밝음과 어두움이 뒤섞인 소식이다.
또 상당하여 말한 것에서 “맹팔랑이[孟八郞]……”라고 함은
약이 병이 된다는 뜻이요,
“소로소로(蘇壚蘇嚕)”는 병이 의사가 되는 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