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년 27ㅡ모지항레트로(기타규슈):모지항은 1889년에 특별 수출항으로 지정된 이래, 일본 내에서손꼽히는 무역항으로 발전한 곳이다. 현재 메이지시대와 다이쇼시대에 지은 서양 건축물이 한곳에 모여"레트로"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며, 일본중요문화재인 모지코역,개페식 다리등 볼거리가 많은 관광지이다.
현관문에 모여든 신발들
ㅡ배서현ㅡ
보일랑 말랑하게 신사화 뒤 축 구두 굽 아래
마른 흙 조금 묻어 있다
어제 밤 내린 비가 오늘 내내 땅을 축축하게 만들어
아빠 구두에 흔적을 남기고
결국 흙으로 어제의 날씨를 기억하게 한다
바쁜듯 한 짝이 뒤집혀 있고
또 다른 한 짝은 채 따라오지도 못하고 입구에 걸려있다
꼭 많지도 않은 새끼 다 데리고 나오지 못한
어미새가 허전하여 뒤를 자꾸 기웃기웃 하듯
먼저 간 신발 한쪽이 자꾸 뒤를 쳐다보는 듯하다
딱 어미새를 닮은 농구화의 아들 신발은
어기적어기적 뒤죽박죽 엉켜있다
야간자율 학습 끝나고 집으로 곧바로 오지 않고
운동장 구석에서 친구 녀석들과 농구한판 했을 게 뻔하다
에너지 넘치는 신발 주인 닮아 신발 그녀석도 이래도저래도 좋단다
교과서에 밑줄 치는 펜의 색깔도 맞춰야 하는
노트에 필기 할 때도 틀린 글씨 하나도 없어야 하는
줄 맞추기 좋아하는 깍쟁이 두 딸들
작은 오차도 싫어하듯 그녀의 신발들은
언제나 정갈하게 반듯이 놓여있다
밤 12시가 되면
신발들이 모여서 지들끼리 신발 주인들을 험담하는 소리가
하현달 아래 조명 받아 더욱 반짝 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