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흥도 세월 하루 두번의 분노

[황순재]

병원에 입원해보면 다들 마음이 복잡하고 급하기에 빨리빨리 조치가 되지않으면 신경이 곤두서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다들 티도 못내고 그저 내 순서가 되길 기다릴 뿐입니다. 최고의 병원에 와있으니 뭔가 특별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으니 그런 기대가 많은 불편한 것들을 덮고 용서해나가기 마련입니다.

지난 수요일 밤에 응급실 들어와서 벌써 3박4일이 지났지만 누구 하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시원스럽게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붙잡아 둘 때는 뭔가 중한 일이 있을 것이란 짐작 속에 주치의를 대신하는 인턴의사들이 실수로 내뱉는 말들 속에서 진실을 찾기도 합니다.

오늘의 일을 보면 국내 의료기관들이 얼마나 모순되었는지 알 수 있는데 국내 최고로 추앙되는 기관이 이 모양이기 때문입니다. 아침 일찍 의사가 와서 (여기 의사나 인턴들은 거의다 키가 작고 마르고 안경쓰고 지적이되 심각해보이는 표정) 시술에 따른 동의내용에 사인을 받아갔고 오늘 세번째 시술 시도가 있을 것이란 예상 하에 아주 공손한 마음으로 굶주리고 있었는데...

간호사가 오더니 오늘 시술한다는 내용이 잘못된 통보였다고 시술계획을 취소한다며 밥먹고 오라고 합니다. 참 헷갈리기는 하지만 하는 수 없다 생각하고 밥까지 다 먹이고나서... 커피까지 한잔 마시는데... 역시나 작고 안경쓰고 심각한 인턴의사가 달려오다시피 저희에게 오더니 하는 말...

오늘 주치의는 근무를 안합니다. 저는 주치의는 아니지만 보조의사인데 수술하기를 거부하셨다길래 절대 거부하면 절대 절대 안된다고 말씀드리러 왔습니다. 지금 신장에 결석이 너무 큽니다. 아 그제서야 그들이 태균이를 잡아놓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됩니다. 근데... 오잉? 누가 뭘 거부해? 태균이가 의사표현이 가능하긴 해? 이건 어불성설도 정도가 너무 지나칩니다.

제가 너무 기가 막혀서 우리는 거부한 적이 결코 없는데 뭔 소리냐? What are you talking about? 헛소리가 지나쳐서 용납이 안될 때 쓰는 영어표현이 막 튀어나옵니다. 결석이 너무 크다는 것도 이제 알았는데 우리가 시술을 거부했다니... 거부한 적이 전혀 없다고 했더니 인턴의사가 당황해서 확인해보고 오겠노라고 막 나갑니다.

그들이 뭐라 마무리를 하고 결론을 지어 왔는지는 대략 짐작은 됩니다. 우선 밥을 먹었고 또 수술스케쥴이 빡빡해서 오늘은 시술은 안될것 같다고 다시 통보합니다. 그 와중에 제가 수술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두번이나 시술이라고 정정해주는 인턴의사의 친절함 ㅎㅎ두번의 기회를 주었는데도 태균이가 받아들이지 못한 전력이 있으니 누굴 탓하리오. 주말에 아무 할일도 없이 병동에만 있어야 하니 답답하지만 그저 처분을 바라는 수 밖에요.

4년전 급성심부전으로 간에 물이 차는 복수현상에도 서울대 병원에서 살빼고 오라는 처방만 내렸던 그 때가 더 생생히 생각납니다. 결국 멀고먼 캐나다 토론토 요크종합병원에서 진단받고 입원해서 치료받고... 서울대 병원이 과연 제 역할을 하고있나? 제 마음 속에 신뢰는 이미 없습니다... 지금 이 싯점에 그 때 입원했던 캐나다에서의 병원생활이 짧지만 많이 그립습니다. 항상 주치의가 들여다보고 설명해주고 예상되는 상황을 이야기해주고... 모두가 독방체제이고...

시술이 미루어진 건 용서하기로 했으니 어떻게 무사히 주말을 잘 보낼 것인지가 관건이라 이 부분에 대한 양해를 구해볼 겸 간호사들과 대화를 시도해보았는데...

월요일 저는 완이 준이 그리고 새로운 아동을 데리고 제주도를 가야합니다. 금방 다시 올라오더라도 일단 약속된대로 가야만 하고 이미 두명의 선생님을 고용해놓고 숙소에서 대기하고 있기에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지장없이 갈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그래도 제가 있어야 하지만 2-3일 정도는 충분히 해줄 수 있는 분들입니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월 화 이틀만 태균이 아빠가 휴가를 내고 태균이 간병을 맡기로 했는데 문제는 코로나 음성결과지의 날짜입니다. 주말에 코로나검사 할 곳이 마땅치않다보니 태균아빠가 금요일 급하게 코로나검사를 진행했고 음성결과지를 받았는데, 서울대 병원의 상주간병인 등록할 때 음성결과지 유효기간은 검사 후 24시간 이내여야 합니다.

제가 일요일까지 태균이 옆에 있다가 월요일 제주도를 가면 좋겠는데 태균아빠의 검사일이 금요일이다보니 토요일 바로 오늘까지 보호자 교체를 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양해를 구하고자 했던 것은 오늘 밤에 보호자 정식 교체작업은 하지만 내일까지 제가 하면 안되겠느냐는 발달장애 엄마로써의 제안이었는데...

저의 질문 요지를 듣지도 않고는 제가 무슨 코로나검사지 날짜를 조작이라도 한것처럼 따져묻고 취조하듯이 검사지에 대해 캐묻습니다. 뭐 이딴 경우가 다 있을까??? 왜 남편 코로나결과지를 니가 갖고있느냐? 그래서 어젯밤에 여기 와서 주고갔다, 했더니 그걸 또 꼬투리삼아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집니다. 이 싯점에서 가만있으려니 아침의 일까지 증폭되어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오릅니다.

소리를 안 지를 수가 없었지요. 정말 뒤집어 엎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좀 가만히 사람 말부터 듣고 질문요지를 파악해라 라고 큰소리를 치니 그제서야 사람 말을 듣습니다. 이런 와중에 이미 보호자 교체작업이 완료된 상황에서 제가 있는다는 것은 당연히 No!라는 답변에 부딪칠 수 밖에 없겠죠. 괜한 소모성 게임을 했습니다.

내일까지는 제가 있는 것이 맘편한데 서류때문에 오늘 태균이를 떠나야하니 맘이 정말 안 편합니다. 저만 안 보이면 찾을 게 뻔한데, 물론 아빠가 있으니 다행이지만 마음이 아련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다른 세상의 실상을 모르면 모를까 뻔히 알고 경험한 입장에서 우리네 병원의 역할이란 것은 필수불가결한 측면 속에서 대국민 사기극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몇몇 생명을 살린 케이스들 속에 빙산의 일각처럼 엄청나게 훨씬 많은 숫자들의 사례는 병원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낫거나 나빠지는 케이스들은 그냥 무시되거나 그저그러려니 하는 것일겁니다.

최고의 기관이기에, 마치 대통령을 여러 명 배출한 고장이라는 자부심 속에 시민들이 가진 것에 비해 선민의식이 너무 강해 놀랬었던 대구라는 지역에서 느낀 것처럼 (1990년대말의 경험이니지금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여기 근무자들에게도 그런 냄새들이 스멀스멀 배어있습니다.

참으로 갈 곳이 없구나... 라는 것이 이렇게 사건이 터지면 어쩔 수 없이 부딪치게 되는 현실입니다. 급하게 영흥도집에서 태균이를 위해 비상보충제로 쟁겨두었던 Stone Breaker라는 제품을 가지고오라고 해서 먹였습니다. 참으로 제가 결석에 대비해 이 제품을 상비로 놔둔 것이었는데 먹이지않은 것이 많이 후회됩니다.

이 제품은 Chanca Piedra라는 식물이 단일성분인데 이 식물은 신장결석 배출에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2~4000미리그램을 12주간 꾸준히 하면 신장결석이 거의 배출된다고 임상결과에 나와있고 FDA에서 정식 승인한 성분입니다. 태균이를 위한 상비보충제 중의 하나였는데 이렇게 활용을 못했다니... 제 예측이 맞았는데도 실천을 못했다니... 아마 12주 이상의 임상결과가 없어서 1년 전에 3달만 열심히 한 듯 합니다.

더욱 통증없는 배출을 위해서는 Apple Cider Vinegar 를 함께 마셔주면 더욱 효과적이라고 해서 급하게 주문해보았습니다. 다행히 이건 국내에 수입이 된게 있어서 바로 주문이 가능했습니다.

분명 길들이 있을 것이고 태균이 심부전 잘 치료된 것처럼 원래 신장기능으로 잘 돌아가리라 생각합니다. 과정은 늘 험란하지만 태균이 그러고나면 더 성숙해지고 성장하니 그 힘을 믿으렵니다.

[여에]

아고 열불 터집니다. 차라리 아산병원이 더 낫지 않나 싶습니다. 다 같을려나요. 아고 시간만 가고 시술이 그렇게 미루어질 이유가 참 황당합니다. 태균씨의 쾌차와 부모님 평안을 빕니다.🙏🍒‼️

[민지]

그러게요.천불이 납니다.
관공서던 병원치료중이던 이제와
돌아보면 저는
싸움닭이되어 있네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