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만은 가르지 못했다…김연경 꼭 껴안아 준 브라질 주장
6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한국과 브라질의 준결승전. 한국의 김연경이 경기 종료 후 브라질 주장 나탈리아 페레이라와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명의 표정은 밝았고 다른 한 명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승패가 갈린 양 팀 주장 나탈리아 페레이라(32)와 김연경(33)이다. 타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절친이 된 둘은, 누군가는 꼭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했던 경기를 마무리하며 서로를 꼭 껴안았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6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준결승전에서 브라질에 0대3(16-25 16-25 16-25)으로 패했다. 앞서 세계랭킹 4위 터키를 꺾어 자신감이 오를대로 오른 상태였지만 강호 브라질의 벽은 높았다. 김연경은 “오늘은 크게 할 말이 없다. 브라질 수비가 좋았고 전체적으로 어려운 경기였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김연경은 마지막까지 동료들을 격려했다. 하지만 사상 첫 결승 진출의 희망이 허무하게 무너진 탓에 표정은 다소 굳어있었다. 기쁨에 환호하는 브라질 선수들의 모습도 현장 분위기를 씁쓸하게 했다.
6일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도쿄올림픽 배구 여자 준결승 경기가 끝나고 김연경이 나탈리아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도쿄=이태경 기자
6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한국과 브라질의 준결승전. 한국 김연경이 경기를 마친 뒤 나탈리아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준결승 대한민국 대 브라질 경기가 끝나고 김연경이 브라질 선수의 어깨를 다독이고 있다. /도쿄=이태경 기자
그러던 김연경의 표정은 잠시 후 밝아졌다. 절친한 친구이자 브라질 주장으로 함께 좋은 경기를 펼쳤던 나탈리아가 다가와 팔을 벌린 덕분이다. 코트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서로를 꽉 껴안으며 각각 축하와 위로를 건넸다.
김연경과 나탈리아는 과거 터키 리그 페네르바흐체와 에즈자즈바시으에서 두 번이나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당시 현지 한식당에서 소주잔을 기울인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서로 다른 리그에서 뛰는 지금도 채팅이나 전화 등으로 수다를 떨며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 나탈리아는 김연경의 유튜브 채널에도 출연했는데, 팬들도 ‘나띠’라는 애칭을 선물하며 그를 응원하고 있다.
김연경(오른쪽)과 나탈리아. /나탈리아 페레이라 인스타그램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조별리그 예선 1차전 직후 김연경과 나탈리아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나탈리아 페레이라 인스타그램
김연경은 지난해 V리그 복귀 당시 “나탈리아가 여기로 오면 한국 배구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나랑 친하니까 더 좋을 것”이라며 나탈리아를 언급한 바 있다. 나탈리아 역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연경은 친구이자 빅스타이고 나는 그녀의 열렬한 팬”이라고 말했었다. 둘은 앞서 도쿄올림픽 조별예선 1차전을 치르면서도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똑같이 졌지만 야구와는 달랐다… 브라질전 “괜찮아” 응원한 국민들
6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한국과 브라질의 준결승전. 한국의 김연경이 3세트 브라질의 공격에 고전하다 박정아와 하이파이브 하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여자 배구가 세계랭킹 2위 브라질의 벽을 넘지 못하고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지금껏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과 간절함에 공감한 팬들은 “괜찮아”를 연호하며 동메달 결정전에 새로운 희망을 걸고 있다.
한국 여자 배구팀은 6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준결승전에서 브라질에 0대3(16-25 16-25 16-25)으로 패했다. 주장 김연경과 ‘클러치 박’ 박정아가 각각 10득점을 만드는 등 활약했지만 실력 차이를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완패로 선수들은 고개를 떨궜지만 경기를 지켜본 팬들의 응원은 멈추지 않았다.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버 선수 응원페이지 등에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외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6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한국과 브라질의 준결승전. 브라질의 높은 벽에 아쉽게 패한 한국의 김연경이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네티즌은 “메달 색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선수들의 노력이 중요한 것”이라며 “끝까지 다치지 말고 잘 마무리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 역시 “세계 강국 브라질을 상대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셔서 감사하다”며 “4강 진출만으로도 고맙다. 동메달 결정전도 힘내 달라”고 했다.
이같은 팬들의 따뜻한 반응은 앞서 야구 대표팀을 향한 비난 여론과 비교된다. 선수들에게 느낀 간절함의 무게가 달랐기 때문이다. 승리를 향한 배구 대표팀의 절실함은 대회 시작부터 남달랐다. 김연경과 양효진, 김수지 등 30대 초중반의 주축 멤버들이 2024년 파리올림픽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 꼭 다 함께 ‘라스트 댄스’를 추자는 다짐을 반복해 새겼다.
그 결과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9년 만의 4강 진출을 이뤄냈다. 8강전에서는 세계랭킹 4위의 강호 터키를 꺾었다. 특히 김연경은 허벅지 핏줄이 터지는 등 부상 투혼에도 매 경기 다득점을 기록했고,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마다 후배들을 다독였다. 세계적인 선수 김연경에게 남은 마지막 남은 꿈은 올림픽 메달이다. 동료들 역시 이를 잘 알기에 투지를 발휘하며 화답했다.
반면 야구 대표팀에게는 이같은 간절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게 팬들의 생각이다. 야구 대표팀은 지난 4일 숙적 일본에 이어 5일 미국에도 패했다. KBO 리그 타율 1, 2위를 기록 중인 강백호와 양의지가 침묵했고 공수 모두 부진했다. 화를 키운 건 이후 김경문 감독의 인터뷰였다. 김 감독은 “꼭 금메달을 따겠다는 마음만으로 일본에 온 것은 아니다”라며 “금메달을 못 딴 것은 크게 아쉽지 않다”고 했다.
도쿄올림픽 야구 준결승 대한민국과 미국의 경기가 5일 요코하마 베이스볼 경기장에서 열렸다. 대표팀 김경문 감독이 팀의 2대7 패배를 확정짓고 아쉬워 하고 있다. /스포츠조선
일부 팬들은 “동메달 따서 본인들 군면제만 받으면 된다는 의미냐”며 분노했고 논란은 결국 청원장까지 번졌다.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도쿄올림픽 야구에서 동메달을 취득하더라도 군 면제 혜택 취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무능한 감독의 전략 부재와 선수들의 거듭된 부진으로 졸전의 졸전을 거듭한 결과 많은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며 “마지막 경기만 남은 상황에서 승리하면 동메달을 획득하는데 6개 참가팀에서 3위를 하고 군 면제 혜택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연 야구 대표팀이 국위 선양을 했다고 누가 생각하겠느냐”며 “경제적으로도 열악한 상황에서 4년간 땀 흘리며, 비록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유의미한 순위를 기록한 다른 선수들에 비해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