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전설/ Legends Of The Fall
1994년 / 제작+감독: Edward Zwick / 주연: Brad Pitt + Anthony Hopkins
음악:James Honor / 133분
수입을 하는 외국 영화에다가 한글 제목을 붙이는 스타일도
세월이 흘러가고 시대가 변해가면서 꽤 많이 달라지고 있다.
1950년대 초, 한국전쟁이 끝나고 나서부터 봇물 터지듯 밀려들어 오기
시작한 수입 영화들,
그 시절과 또 1960년대, 그리고 1970년대에는 마치 중국 영화 제목과도
같은 짧은 한문 제목들, 즉 예를 들어,
'애수(哀愁-Waterloo Bridge. 1940)', ‘밀회(密會-Brief Encounter. 1945)'
'오명(汚名-Notorious. 1946)', ‘이창(裏窓- Rear Window. 1954)‘,
‘여정(旅程-Summertime. 1955)’, ‘모정(慕情-Love Is A Many Splendored
Thing. 1955)’, ‘정부(情婦- Witness For The Prosecution. 1957)’,
‘형사(刑事-Un Maledetto Imbroglio. 1959)’, ‘정사(情事-L'Avventura. 1960)',
‘이수(離愁-Aimez-Vous Brahms. 1961)’, '졸업(卒業-The Graduate. 1967)',
'결투(決鬪-Duel. 1971)', '대부(代父-The God Father. 1972)', '무숙자(無宿者
-My Name Is Nobody. 1973)' 등등,
한문세대들을 위한 제목들이 유행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지상에서 영원으로(From Here To Eternity. 1953)',
'뜨거운 것이 좋아(Some Like It Hot. 1959)',
‘영광의 탈출(Exodus. 1960)’,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 1960)',
'네 멋대로 해라(A Bout De Souffle. 1960)',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Bonnie And Clyde. 1967)‘,
'웨스턴(Once Upon A Time In The West. 1968)',
'내일은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1969)',
'암흑가의 두 사람(Deux Hommes Dans La Ville. 1973)',
'미지와의 조우(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1977)',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 1979)', ‘베를린 천사의 시(Der Himmer
Uber Berlin. 1987)', 등등과도 같이 일본 영화계에서 지은 일본어 제목을
그냥 그대로 사용하기가 급급하던 시절도 오랜 세월동안 있었는데,
그건 아마도 아시아 최고의 영화 시장인 일본을 경유하지 않고서는 외화를
수입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젊은이의 양지(A Place in The Sun. 1951)’,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g In The Rain. 1952)’, ‘하오의 연정(Love In The
Afternoon. 1957)’, ‘석양의 갱들(A Fistful Of Dynamite. 1971)’, ‘총알탄 사나이
(The Naked Gun. 1988)‘ , ’나 홀로 집에(Home Alone. 1990)‘ 등등과도 같이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으로 잘 지은 제목들도 상당히 많았는데, 한 편으로는
'신사는 금발을 좋아 한다(Gentlemen Prefer Blondes. 1953)',
‘이유 없는 반항(Rebel Without A Cause. 1955)',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 1960)',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Last Tango In
Paris. 1973)', ‘알프레도 가르시아의 목을 가져와라(Bring Me The Head Of
Alfredo Garcia. 1974)‘,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1989)‘ 같이
원제목의 뜻을 충실하게 번역하던 스타일도 유행을 했었다.
그리고 ‘리오 브라보(Rio Bravo. 1959)’,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
1964)‘,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 1965)‘, ‘이지 라이더
(Easy Rider. 1969)’, ‘미드나잇 카우보이(Midnight Cowboy. 1969)’,
‘포세이돈 어드벤처(Poseidon Adventure. 1972)’,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
1976)‘, ’리틀 로망스(A Little Romance. 1979)‘ 등등과도 같이
전부터도 물론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1980년대가 시작되면서부터는
영어 제목을 발음이 나는 데로 그대로 표기하는 게 유행이 된 듯싶은데,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 1984)’,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Street Of Fire. 1984)’,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
1985)’, ‘위트니스(Witness. 1985)’, ‘탑 건 (Top Gun. 1986)’,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Driving Miss Daisy. 1989)’, ‘비포 선 라이즈(Before Sunrise. 1995)’,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1996)‘, ’셸 위 댄스?(Shall We Dance? 1996
+ 2004)‘, ‘아이즈 와이드 셧(Eyes Wide Shut. 1999)‘ 등등도 있었지만,
21세기에 접어들어서는 이렇게 대부분의 영화들이 원어 발음을 그대로
표기하면서 국내용 제목을 만드는 것이 이제는 아주 자연스러워졌다.
그런데 이 영화의 한글 제목, ‘가을의 전설’은 아주 인상적인 제목이다.
“떨어지다, 쓰러지다, 빠지다.“등을 의미하는 ‘폴(Fall)’이 한 편으로는 계절인
‘가을’을 뜻하는 것도 떨어지는 낙엽을 연상한다면 나름대로 재미가 있지만,
그러나 이 영화 원제목에서의 ‘폴(Fall)’은 결코 가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적 의미에서 도덕적인 ‘추락(Fall)‘, 즉 '타락(Corrupt-Fall)'과 함께 '몰락
(Fall Low)'도 의미한다는 점을 짐 해리슨(Jim Harrison. 1937. 미국)이 쓴
원작 소설을 보면 알 수가 있다.
그러니 물론 알고 그랬겠지만, 오역은 분명한 오역인데, 그러나 멋이 있는
오역이 아닐 수 없다.
만일 ‘타락의 전설’이나 ‘몰락의 전설’로 제목이 정해졌다면 ‘가을의 전설’이라는
이 낭만이 깃든 제목보다 얼마나 멋이 없는 일이겠는가?
희한한 제목을 잘 만들어 붙이길 좋아하는 일본에서는 원어 발음 그대로 ‘레전드
오브 폴’이라고 했으며, 또 전 세계적으로는 스웨덴과 함께 딱 두 나라만 이렇게
계절인 가을을 넣어 오역을 했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을의 전설’은
매년 가을만 되면 다시 생각이 나고 또 보고 싶은 영화로 자리매김까지 하였으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말이다.
같은 해에 개봉이 된 ‘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 1994)’에서
조연인 레딩(Redding-Morgan Freeman)이 주인공인 앤디 듀프레인(Andy-
Tim Robbins)의 이야기를 독백의 형식으로 전해 주었듯이 이 작품에서도
인디언 원주민, 원 스탭(한번 찌름-One Stab- Gordon Tootoosis. 캐나다)이
몰락하는 ‘러드로우 가문(The Ludlows)‘의 이야기를 독백으로 들려준다.
20세기 초에 군대를 퇴역 한 후, 몬태나의 외딴 목장에 정착을 한
윌리엄 러드로우 대령(William Ludlow- Anthony Hopkins. 1937. 영국).
슬하에 세 아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을에 태어난 거칠고 강인한 성격의
둘 째, 트리스탄(Tristan- Brad Pitt. 1963. 오크라호마)을 가장 좋아한다.
그런데, 유학을 갔던 막내, 새뮤얼(Samual-Henry Thomas. 1971. 텍사스)이
약혼녀라고 수잔나(Susannah- Julia Ormond. 1965. 영국)를 데리고 오면서
부터, 형제간의 우애에 서서히 금이 가는 애증의 갈등이 시작된다.
그리고 세계 제1차대전의 참전과 새뮤얼의 전사는 맏아들, 알프레드(Alfred-
Aidan Quinn. 1959. 시카고)에게 수잔나와 결혼을 하게끔 만들었으나,
새뮤얼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집을 떠났던 트리스탄이 다시 돌아오면서,
수잔나와의 관계가 원작 소설의 제목에서의 ‘폴(Fall)’이 의미하는 데로 흐르고,
또 예고편에서 강조하는 키워드, 열정(정욕-Passion), 배신(Betrayal), 광기
(Madness), 그리고 몰락(Fall)이 다 함께 찾아온다.
"그 여인의 우아함은 식구들을 단합시켰으나, 그 여인의 정욕은 그들을
갈라놓았다.“가 그래서 바로 이 영화의 택 라인(Tag line - 선전슬로건)이다.
로키산맥을 배경으로 한 몬태나 서부가 주무대인 이 작품은 정작 몬태나에서
촬영을 하지 않고 캘거리와 밴쿠버 인근의 캐나다 지방에서 촬영을 하므로서
약 2백만 달러의 예산을 절약했었다고 하는데, 수려하고 아름다운 그 경치
못지않은 오리지널 스코어(OS)의 음악 역시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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