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병찬
2024.10.19. 시골살이 여섯째날
오늘은 시내 나들이를 했습니다.
시골 버스는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합니다. 하루에 네번 다니기 때문입니다. 많은 아이들을 시내에 풀어놓다보면 신경쓸 것도 많습니다. 아침부터 긴장하며 나서기 전에 잔소리도 많아집니다.
두명이상 모둠을 정해서 같이 움직인다.
절대 혼자서 다니지 않는다.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ㆍㆍㆍ
출발하기 전에 잔소리를 잔뜩하고 버스를 타러 갑니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해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몇명의 아이들이 묻기 시작합니다.
여기 맞아요?
이쪽 방향이 맞아요?
몇시에 와요?
왜 아직 안 와요?
여기 아닌 것 아니에요?
카카오맵으로 검색해보세요?
ㆍㆍㆍ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아이들 질문에 답하다가 속에서 화가 올라오는 나를 발견합니다. 교사를 믿고 아무말 없이 따라오는 아이들이 고맙습니다. 나를 불신하고 했던 답을 또 하게 만드는 아이들에게 화가 올라옵니다. 그러면서 한가지 깨달음을 얻습니다.
어제 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나는 아이들을 믿지 못했습니다. 걱정과 불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끊임없이 잔소리를 했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며 내 속에 화가 난 까닭은 반복되는 아이들의 질문이 아니라 나를 믿지 못하는 아이들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도 말하지 않았지만 오늘 아침, 많이 불편했을 것 같습니다. 잔소리에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내 걱정과 불안으로 자신들을 믿지 않는 교사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겠죠.
버스에 올라 지금까지 잘 해 온 아이들을 믿고 하루를 즐기자고 다짐했습니다.
버스에 내려 중앙시장을 중심으로 주변을 걸으며 활동 범위를 정하고 모둠별로 자유롭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각자 15000원씩 용돈을 받아 밥먹고 유흥비로 자유롭게 씁니다. 남으면 반납해야 합니다. 반납해야한다고 하면 다 쓰고 오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용돈주고 남으면 가지라고 했더니 밥도 사 먹지 않고 아끼는 아이들이 있어 언제부턴가 반납하게 했습니다.
남자아이들은 주로 pc방에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모처럼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의 표정이 무척 밝습니다. 민성이와 윤호는 pc방과 게임랜드를 오기며 즐깁니다.
건호는 pc방 위층 코인노래방에서 죽치고 있습니다. 오늘 코인노래방은 건호가 전세를 낸 것 같습니다. 넓은 코인노래방에 건호 노래소리로 채워집니다.
중1,2 여학생들은 다이소를 시작으로 아트박스를 돌며 쇼핑을 즐깁니다. 가연이와 시윤이가 속닥거리며 걸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둘이 조금씩 친해지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상급반 여학생들은 시장에서 떡볶이, 꽈배기 등을 사 먹고 커피숍에 모여 이야기를 나눕니다. 꽈배기가 너무 맛있다고 자랑해서 꽈배기를 좀 싸가지고 와서 한진샘, 작은별과 나누어 먹었습니다.
민서와 현이는 만화까페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민서의 제안으로 만화까페도 구경해 봅니다. 저는 이곳 저곳 기웃거리며 아이들 찾기 놀이를 합니다.
다들 모이기로 한 시간보다 5분 일찍와서 돌아오는 버스를 여유있게 타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돈이 남은 아이들은 버스 타기 전에 마트에서 건빵과 과자를 샀습니다.
숙소에서 천안에서 실기시험 마치고 온 지환이를 만났습니다. 지환이네에서 호두를 사 오셨습니다. 오늘 저녁에 먹을 것이 많아 내일 먹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저녁 모임없이 자유롭게 보내다가 10시에 잠자리에 들 예정입니다.
신기하게도 오늘, 참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들도 밝게 각자 자유롭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걱정과 불안으로 만나는 삶은 서로를 힘들게 합니다.
믿음과 신뢰로 만나는 삶은 서로를 기쁘게 합니다.
늘 아이들을 믿고 신뢰함으로 아이들의 존엄을 지킬 수 있음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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