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단 짜기
한 병 래
일주일에 한 번씩 일요일이면 서로 상의하면서 한 주간의 식단을 짠다. 식단을 짜기 전에 먼저 하는 것은 냉장고 속에 있는 식재료를 재점검하고 무엇이 얼마나 남았나, 또 날짜가 임박하여 빨리 먹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확인하는 작업을 우선 한다. 그래야 필요이상으로 냉장고가 복잡해지고 변질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냉동실에는 나중에 먹을 것 같은 떡들이 꽁꽁 언 채로 남아있지 않게 정리하여 원하는 지인들에게 나누어 준다. 냉장실에는 아이들이 사다 놓은 식품들이 속속들이 깊이 남아 있는 경우가 더러 눈에 띈다. 이러한 것들은 꼼꼼히 살펴보고 버릴 건 버리고 먹을 건 앞쪽으로 당겨놓고 조만간 먹는다.
반찬은 5가지 이상 상에 올리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리고 하루 먹을 양만큼만 만들어 놓고 하루가 지나면 더 이상 남기지 않도록 국물까지 깨끗이 먹어치운다.
이렇게 식단을 계획하니 오늘은 무슨 반찬을 상에 올릴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부담이 없다. 하루하루 우리가 먹고 싶고 맛있는 반찬을 즐겁게 만들고 먹으니 그 또한 기쁜 일이다.
냉장고 한켠에 부착해 놓은 식단표를 수시로 살펴보고 만족해하며 오늘은 이것을 먹었지, 내일은 무엇을 먹게 되는구나 하며 은근한 기대감을 가진다. 무작정 되는대로 싸다고 사는 것보다 계획을 세우고 계획한 대로 향해가는 생활은 소소한 즐거움과 재미가 쏠쏠하게 뒤따른다.
가끔 분위기에 따라서 외식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특별한 날 외에는 우리 가족은 외식을 하지 않는다. 외식을 하면서 즐기는 식문화가 별스럽게 필요치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일아침엔 북어를 찢어 넣고 콩나물을 함께 넣은 국을 먹는 날이다. 술 마시고 먹는 해장국처럼은 아니지만 정성들여 맛있게 끓여야지,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웃는 태양처럼 밝게 맛있게 살도록 해야지. 은근히 미소를 지어본다.
행복이 별건가 생각하기 나름이지 잘 먹고 잘 자고, 하고 싶은 것하고, 웃고 즐기니 요즘 난 행복지수 100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