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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지붕에서 참새 지저귀니 해는 지려하고,
옛날 이계 땅을 공자께 주기 아까워한 안영이 가련쿠나.
왕의 교화가 다행히 노 나라를 흥하게 하려는데,
여자 악대가 어찌하여 제 나라에서 이르렀던고.
시드는 풀 엷은 이내로 원근이 아득하고,
흰 구름 푸른 산이 서로서로 높고 낮구나.
초광 접여의 봉황 노래 문득 문앞을 지나가니,
늙은 나는 붓 들어 익살스러운 얘기인 골계전이나 지으려네.
어구(語句)
茅簷모첨 : 초라한 초가지붕 처마.
晏子안자 : 齊(제) 나라의 大夫(대부) 晏嬰(안영).
자는 平仲(평중)으로 검소하기로 유명했으며 사람들과 잘 사귀었는데,
제의 景公(경공)이 孔子(공자)를 중용하려는 생각에 반대했지만,
공자는 그가 30년 동안이나 옷 한 벌로 산 검소함에 감복하여
칭찬하는 말을 남겼음.〈論語 公冶長〉
泥溪니계 : 제 나라의 지명.
경공이 36세의 공자를 존경하여 이 땅을 공자에게 주려고 했으나
안영이 반대하여 이루지 못했음.
王風 : 왕의 기풍이나 敎化(교화).
女樂 : 여자 악대. 궁중 잔치 때 女妓(여기)들이 악기를 타며 노래하고 춤추던 일.
공자가 55세 때 魯(노) 나라 司寇(사구)로 재상의 실권도 겸하여
바른 이치로 정치를 하여 노 나라가 날로 발전하매,
제 나라에서는 대부 黎鉏(여서)의 건의에 따라
노 나라의 定公(정공)과 季桓子(계환자)가 좋아하는
여악대를 노에 보내어 공자와 그 둘 사이를 이간시키기에 성공했음.
胡然호연 : 어찌. 然은 풀이할 필요가 없는 조사임.
淡煙담연 : 엷게 낀 연기나 이내.
遠近 : 멀고 가까움. 먼 곳과 가까운 곳.
靑嶂청장 : 둘러 있는 푸른 산봉우리.
鳳歌 : 봉황을 읊는 노래.
춘추시대 楚(초) 나라 선비 接輿(접여, 자 陸通육통)가
昭王(소왕) 때 정치가 어수선하기에 벼슬에 나가지 않고
미친 체하여 사람들이 楚狂(초광)이라 불렀는데,
공자 옆을 지나면서 “봉이여 봉이여, 어찌 덕이 쇠하느뇨.
이미 가버린 자는 탓하지 않거니와 오는 자는 쫓을 수 있을지니,
그만둘지어다 그만둘지어다,
지금의 썩은 세상에 정치를 따르는 자는 위태로우니라.” 했음〈論語 微子〉
方將 : 곧 장차. 方今(방금).
滑稽 : 익살. 諧謔(해학). 유머(humor).
원문=목은시고 제26권 / 시(詩)
牧隱詩藁卷之二十六 / 詩
雀噪
雀噪茅簷日欲西。遙憐晏子惜泥谿。
王風幸矣興於魯。女樂胡然至自齊。
衰草淡煙迷遠近。白雲靑嶂互高低。
鳳歌忽向門前過。老我方將傳滑稽
참새가 지저귀다.
띠처마서 새 지저귀고 해는 지려 하는데 / 雀噪茅簷日欲西
안자가 이계를 아낀 게 멀리 가련해지네 / 遙憐晏子惜泥谿
왕풍이 다행히 노나라에서 일어났는데 / 王風幸矣興於魯
여악이 어이해 제나라에서 건너왔던고 / 女樂胡然至自齊
쇠한 풀 엷은 연기 속엔 원근이 헷갈리고 / 衰草淡煙迷遠近
흰 구름 푸른 산은 서로 높고 낮고 하누나 / 白雲靑嶂互高低
봉의 노랫소리가 문득 문전을 지나가니 / 鳳歌忽向門前過
늙은 나는 바야흐로 골계를 전하려 하네 / 老我方將傳滑稽
[주-D001] 안자(晏子)가 …… 게 :
안자는 춘추 시대 제 경공(齊景公)의 현상(賢相) 안영(晏嬰)을 가리키는데,
제 경공이 일찍이 공자(孔子)에게 정사(政事)를 물어보고는 매우 기뻐하여
이계(泥谿)를 공자에게 봉해 주려고 하자,
안영이 이를 극력 반대하여 공자를 등용하지 못하게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2] 왕풍(王風)이 …… 건너왔던고 :
춘추 시대 노 정공(魯定公) 14년에 공자(孔子)가 노나라의 사구(司寇)가 되어
상사(相事)를 섭행(攝行)하여 노나라가 잘 다스려지자,
제(齊)나라에서 이를 두렵게 여긴 나머지, 노나라에 여악(女樂)을 보내어
공자의 정사(政事)를 저지시켰던 데서 온 말이다.
《논어(論語)》 미자(微子)에 “제나라 사람이 여악을 보내거늘,
계환자가 이를 받아들이고 삼일 동안 조회를 보지 않자,
공자가 노나라를 떠났다.[齊人歸女樂 季桓子受之 三日不朝 孔子行]” 하였다.
[주-D003] 봉(鳳)의 …… 지나가니 :
춘추 시대 초(楚)나라의 광인(狂人) 접여(接輿)가 난세(亂世)에 도(道)를 행하려고
애쓰는 공자를 못마땅하게 여긴 나머지,
공자의 곁을 지나면서 노래하기를
“봉이여, 봉이여. 어찌 그리도 덕이 쇠했느뇨.
지나간 일은 탓할 수 없거니와 앞으로의 일은 고칠 수 있으니,
그만둘지어다, 그만둘지어다
.[鳳兮鳳兮 何德之衰 往者不可諫 來者猶可追 已而已而]”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여기서는 세상이 어지러움을 의미한다. 《論語 微子》
[주-D004] 골계(滑稽)를 전하려 하네 :
골계는 실답지 못한 해학적(諧謔的)인 말재주나 부리는 것을 말한 것으로,
전하여 여기서는 시문(詩文)이나 짓는 것을 의미한다.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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