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의 한국 교회(김성우 신부, 청주교구 가톨릭사회복지연구소 소장 )
대한민국은 지난해 12월, 65세 이상 노인들의 인구비율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이미 2000년에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인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고, 2018년에는 전체의 14% 이상인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변화되는데 불과 24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저출산이 지속된다면 2050년을 전후해 전체 인구의 40% 이상을 노인세대가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초고령사회는 이미 교회 내에서 먼저 시작됐다. 2023년 한국 천주교회 통계자료를 보면 한국 교회는 한국 사회보다 더 고령화가 앞서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65세 이상 신자 비율이 26.1%에 달하고 있다는 것은 교회 내 고령화 상황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2019년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봤을 경우, 전반적인 연령대에서는 신자들이 줄었으나, 65세 이후 연령대에서는 오히려 28.8%(348,881명)가 증가했다. 이는 한국 사회 어르신들이 가진 종교적 욕구와 이에 따른 교회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초고령사회 진입은 사회·경제적 변화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현장 안에서도 노인복지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을 자연스레 부각시켰다. 특히 어르신들의 불안요소인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정책이 시행됐으며, ‘돌봄’을 위한 많은 시설이 새롭게 등장했다. 이러한 사회복지 현장의 변화처럼 교회도 초고령사회를 맞아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사목적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사회복지 현장 안에서 ‘요양시설’의 내실 없는 외적 증가가 복지 색채를 점점 옅어지게 만들고, 요양시설 간 경쟁 속에 수익사업에 연연하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으려면 교회 내 어르신들을 위한 접근이 단순한 ‘행사’나 ‘모임’에 그치지 않고 당사자들의 전인적 돌봄을 위한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요양시설은 황혼기에 접어든 어르신들의 불안과 가족들의 걱정을 덜어주고, 지상의 삶이 다할 때까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돕는 노인복지의 핵심 분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요양시설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분명 존재한다. 어르신들이 갖는 건강, 특히 치매에 대한 불안은 단순히 질병 차원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치매 이후의 삶까지 포함된 두려움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단지 시설을 확충하는 것만으론 어르신들의 본질적 불안이 해결되지 못한다.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또 건강 여부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 존엄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라는 확신이 들 때 비로소 어르신들의 근본적인 불안이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교회는 교회를 찾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보는 마음’이 필요하다. 노년기 신체적·심리적·사회적 변화에 맞닥뜨린 어르신들의 입장에 공감하고 동반해주는 교회 모습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교회 모습은 어르신들에게 자신들이 아직도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어르신들이 교회를 찾는 것은 단순한 재미를 위함이 당연히 아니다. 오직 교회만이 줄 수 있는 것, 바로 교회를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이 그들이 교회에 바라는 진정한 ‘돌봄’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 교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어르신들의 삶 속에 들어가는 용기를 가져야 할 것이다.
김성우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