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규모氣象規模와 용신출처用神出處
어린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면 얼굴이 잘생기고 못생긴 것을 구별할 줄 안다. 요즈음 연예인 중에 잘생긴 이들이 많다. 어린이라 할지라도 잘생기고 못생긴 것을 구별하는데 단 일초도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명리를 십년 이상 공부해도 팔자를 보자마자 한눈에 단박 호오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왜 그러할까? 취성자는 이 판단법을 기상규모라 말하고 있다.
취성자醉醒子는 호이고, 이름은 왕전王佺인데 왕전王銓이라고도 하며, 자는 옥전玉田이고, 전당錢塘 태생으로 절강성 항주杭州 사람이다. 생활연대는 명대 중기로 만력 연간(1573.~1615.) 이전이라 한다. 취성집醉醒集 일권을 저술했는데 유실되었고, 근래 취성집집일醉醒集輯佚이란 제명으로 출간되었다. 삼명통회 중에 기상편과 육신편이 특히 유명하고, 위경편도 그의 저술이라 한다.
기상편 모두 원문과 번역
사주를 세우고 오행을 취하며, 일운一運을 정하여 십년을 통관通關시킨다. 청탁순박清濁純駁하여 만물이 가지런하지 않고, 호오시비好惡是非에 명리를 하나로 단정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고인이 논명함에 연구가 정심미묘精深微妙하여 체體를 인유因由하고 용用을 해괄該括하였는데, 금인이 논명함에 격국에 얽매여 마침내 가상假相에 국집하고 진상眞相을 잃어버렸다. 반드시 기상의 규모를 먼저 살펴보아야 하니 바로 부귀빈천의 강령이고, 다음에 용신의 출처를 논해야 하니 모두 사생궁달死生窮達의 정미精微이다. 팔자는 번화繁華할 필요가 없고, 다만 오행이 화기和氣해야 하며, 파랑波浪이 삼원육갑三元六甲을 가리키는데, 누가 천단만서千端萬緒를 알겠는가. 학자는 반드시 구현색은鉤顯索隱하고 발표귀근發表歸根하며, 향실심허向實尋虛하고 종무취유從無取有해야 한다. 비록 명의 이치가 정미하다고 하지만, 여기에 이르러 이미 태반太半을 알았다고 할 것이다.(今夫立四柱而取五行, 定一運而關十載. 清濁純駁, 萬有不齊, 好惡是非, 理難執一. 故古之論命, 研究精微, 則由體而該用; 今之論命, 拘泥格局, 遂執假而失真. 是必先觀氣象規模, 乃富貴貧賤之綱領; 次論用神出處, 盡死生窮達之精微. 不須八字繁華, 只要五行和氣; 浪指三元六甲, 誰知萬緒千端. 學者務要鉤玄索隱,[鉤顯] 發表歸根, 向實尋虛, 從無取有, 雖曰命之理微, 於此思過半矣.)
해설
기상편은 기상氣象이란 말과 같이 오행 음양의 기를 위주한 것이고, 십간 또는 십신의 형상形象을 위주한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사주를 세우고 오행을 취한다.(立四柱而取五行)”라고 말하며 오행의 기를 강조한 것이다. 금부今夫는 발어사라 해석하지 않아도 된다.
고인의 논명 핵심은 무엇인가? 유체해용由體該用이다. 체용은 원래 불교용어인데, 송대 이후에 일반사회에서도 통용되고 있다. 위에서 유체해용을 “체를 기인하고 용을 해괄한다.”라고 해석했다. 해괄은 그 의미가 포괄과 같다. 간단히 말하면 체용겸비體用兼備인데, 이를 체용겸해體用兼該라 말하기도 한다. 불가에서는 인명현체因名顯體 유체명종由體明宗 의종변용依宗辨用이라 말하기도 하고, 유가에서는 유체이달용由體而達用이라 말하기도 한다.
이 유체해용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기상규모氣象規模이고 용신출처用神出處이다. “반드시 기상의 규모를 먼저 살펴보아야 하니 바로 부귀빈천의 강령이고, 다음에 용신의 출처를 논해야 하니 모두 사생궁달死生窮達의 정미精微이다.(是必先觀氣象規模, 乃富貴貧賤之綱領; 次論用神出處, 盡死生窮達之精微.)” 명리에서는 이 체용을 태극과 음양의 사이 곧 전태극轉太極에서 찾을 수 있다. 음과 양이 모두 체가 될 수 있는데, 강한 자가 체가 되고 약한 자가 용이 된다. 기상규모는 오행으로 판별하고 음양으로 판별하는 것이다. 부귀빈천과 사생궁달에 큰 차이는 없다. 차이는 어디에 있는가? 기상규모를 강령으로 삼고 용신출처를 정심미묘한 곳으로 정의한 데 있다.
취성자는 다시 오행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 “팔자는 번화繁華할 필요가 없고, 다만 오행이 화기和氣해야 한다.(不須八字繁華, 只要五行和氣.)” 현재 명리학자들이 팔자를 간명하는 방법이 부지기수이다. 이를 번화라 표현한 것이다. 다만 오행의 화기, 다시 말하면 오행의 중화만 보면 되는 것이다.
이 세상의 삼라만상이 모두 실상을 드러내고 있다. 천기를 누설하고 있다. 사계절의 운행도 또한 그러하다. 이를 주역에서는 “신이란 만물을 묘변妙變하여 이를 말씀으로 삼는 분이시다.(神也者妙萬物而爲言者也.)”라고 표현했고, 취성자는 “파랑波浪이 삼원육갑三元六甲을 가리키는데, 누가 천단만서千端萬緒를 알겠는가.(浪指三元六甲, 誰知萬緒千端.)”라고 운치 있게 표현한 것이다. 삼원육갑이란 삼원육십갑자 180년의 세간사를 두고 말하고, 천단만서는 세간의 무궁한 변화상을 말하는 것이다.
다음은 “학자는 반드시 구현색은鉤顯索隱하고 발표귀근發表歸根하며, 향실심허向實尋虛하고 종무취유從無取有해야 한다.(學者務要鉤玄索隱, 發表歸根, 向實尋虛, 從無取有.)” 이 문단은 사자성어로 그대로 두고 해석하지 않았다. 다만 원문의 구현鉤玄을 구현鉤顯으로 글자를 바꾸어 해석했다. 이 사자성어를 보면 모두 음양으로 대구를 형성하고 있다. 표表는 천간을 의미하고 근根은 지지를 의미하며, 다음 실實과 허虛, 무無와 유有로 대구를 이루고 있는데, 현玄과 은隱은 아무리 궁구해도 대구를 이룰 수 없다. 상문 중에 “是必先觀氣象規模, 乃富貴貧賤之綱領; 次論用神出處, 盡死生窮達之精微.”라는 문장도 대구를 이루고 있다. 시是는 발어사이고, 先觀氣象規模와 次論用神出處, 그리고 乃富貴貧賤之綱領과 盡死生窮達之精微가 모두 대구를 이루고 있다. 이를 의거하여 진盡자를 동사로 해석하지 않은 것이다. 현玄자는 현顯자로 바꾸어야 비로소 은隱자와 정당한 대구를 이룰 수 있다. 명문은 원래 대구가 잘 이루어져 있다. 아마도 전사하는 과정에 착오가 발생했을 것이다. “鉤顯索隱, 發表歸根, 向實尋虛, 從無取有.”라는 문장을 원문 그대로 한정해서 읽지 말고, 현과 은, 표와 근, 실과 허, 무와 유를 구와 색, 발과 귀, 향과 심, 종과 취 중에 어디에 놓고 읽어도 문맥이 관통할 것이다.
말단의 문장은 어차於此가 이미理微 뒤에 붙기도 하고 사과思過 앞에 붙기도 한다. 나는 후자를 취했다. “비록 명의 이치가 정미하다고 하지만, 여기에 이르러 이미 태반太半을 알았다고 할 것이다.(雖曰命之理微, 於此思過半矣.)” 사과반의思過半矣는 주역에 나오는데, 과반過半이 반을 조금 넘었다는 뜻이 아니다. 태반 곧 대부분 알았다 또는 깨달았다는 뜻이다. 적천수에도 나오고 있다.
결어
취성자는 생몰연대를 정확히 알 수 없다. 취성자醉醒子란 호도 음양을 표방하고 있다. 취醉는 대취大醉했으니 음을 드러내고 성醒은 청성淸醒하니 양을 표방할 것이다. 원래 범부는 취성醉醒을 겸할 수 없다. 오로지 각성자覺醒者 성현만 가능하다. 아마도 신선도를 닦지 않았을까 하고 추론한다. 신선은 술 곧 유하주流霞酒와 바둑으로 일과를 삼는다. 유하주를 마시고 선정을 익히고 바둑을 두며 지혜를 일깨운다.
이상은 기상편의 총상이고 번역하지 않은 이하 문장은 별상이다. 총상의 핵심은 유체해용이고, 또한 기상규모와 용신출처이다. 이 기상규모를 보고자 하면 오로지 오행의 화기와 음양의 조화를 의거하는 것이다. 기상편이라 명명한 인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곧 기상이란 명자에 명리의 모든 핵심이 다 들어있는 것이다.